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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294화 (305/361)

294화

-언젠가 이 녀석이 네 목숨을 앗 아갈 거다, 꼬마야.

벨제부브는 잠결에 그런 소릴 들 었던 것 같기도 했다.

뱀이 쉭쉭거리는 소리와 함께 말 이다.

* * *

-전부 거짓말이야! 거짓말이라고!

어린 에드문드가 악에 받쳐 소리 질렀다. 다른 이들이 에드문드를 제 압하려고 드는데도 갖은 발버둥을 친다.

쿵!

-으윽!

끝내 두 팔을 뒤로 구속당한 채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그런데도 에드문드는 지지 않고 소리쳤다.

-벨제부브! 너도 뭐라고 좀 해봐!

이름을 불린 벨제부브가 무심한 눈빛으로 에드문드를 내려다봤다.

-너는 알 거 아냐. 전부 거짓말이 란 거! 베아트리스가, 걔가 그럴 리 가 없잖아아아!

그러나 벨제부브는 에드문드의 고 함을 외면했다.

슬쩍 피한 눈빛은 명백한 거절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에드문드는 말문이 턱 막혀 멈칫 했다.

-그렇게 결백을 확신한다면 이 애

를 위해 결투 재판에 나설 수 있겠 느냐.

-결투 재판이든 뭐든 상관없어!

재판장의 물음에 에드문드가 선뜻 대답했다. 그러나 에드문드도 스스 로 잘 알고 있었다.

승리할 리 없다는 걸.

그런데도 이렇게 나서지 않으면 베아트리스를 구할 수가 없었다.

-들어가지.

발할라가 벨제부브의 어깨를 감싸 며 뒤돌았다.

그 역시 힐끗 뒤를 잠시 바라보다

가, 이내 앞으로 걸어 나갔다.

-벨제부브! 기다려!

에드문드가 뒤에서 처절하게 외쳤 다.

-벨제부브으으으!

쿠웅.

에드문드의 외침이 무색하게도 거 대한 성문은 쾅 하고 닫혔다.

발할라는 안색이 나쁜 벨제부브에 게 물었다.

- 괜찮으냐.

- 괜찮습니다.

그러나 목소리는 잘게 떨리고 있 었다.

- 원한다면 저 애를 몰래 풀어주라 고 할 수도 있다.

발할라가 제 아끼는 후계자를 위 해 대안책을 제시했다.

이대로면 에드문드는 지하 감옥에 끌려갔다가, 결투 재판에 나서게 될 것이다.

원래부터 전투에 젬병이었던 에드 문드가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 뻔했 다.

벨제부브는 그 달콤한 제안에 잠

시 멈칫했으나, 이내 흐릿한 눈빛을 했다.

무언가를 가늠하는 눈빛이었다.

- 아니요. 그대로 속행해주세요.

- 괜찮겠느냐.

- 예. 에드문드를…… 추방해 주세 요.

당시 벨제부브는 그것이 최선이라 여겼다.

베아트리스는 릴리스의 후손이다. 그런 베아트리스는 바깥으로 추방 해봤자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다.

그러니 베아트리스는 옆에 두고

꾸준히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에드문드는?

릴리스에게 몸을 완전히 빼앗긴 베아트리스가 에드문드를 해치지 않을 가능성이 얼마나 된단 말인가.

둘을 분리해야 했다.

그리고 가장 쉬운 방법이 이것이 었다. 에드문드를 추방하는 것.

땅, 땅, 땅!

에드문드의 추방이 선고되던 날.

벨제부브는 그 핏발 선 눈과 또렷 하게 마주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에드문드가 결투 재판에서 패배한 직후, 벨제부브는 남몰래 그를 찾아 갔었다.

철창 너머로 온통 피범벅이 된 채 로, 에드문드는 그에게 고요히 물었 다.

- 벨제부브. 후회하지 않을 수 있 겠어?

하마터면 그는 그때 무너질 뻔했 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자신을 배신한 친우에게 원망 대 신 걱정을 표하는 이에게 어떻게모질게 굴 수 있겠는가.

그러나 주먹을 꽉 쥐고, 손톱으로 살갗을 긁어내면서 겨우 참아냈다.

- 다신 돌아오지 마.

벨제부브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 마왕님의 명을 어긴 대가다.

그 말에 에드문드는 고개를 푹 숙 였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 베아트리스는 살려줘. 내 부탁이 야.

그게 마지막이었다.

에드문드는 귀가 도려내진 채 추 방당했고, 베아트리스는 지하 감옥 에 구금됐다.

좁고 긴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저 너머에 빛이 보였다.

저곳에서 분명 벨제부브와 베아트 리스가 싸우고 있으리라.

그런 것치곤 사방이 조용하긴 했 지만.

'공간 간섭'

능력을 발휘해보니 저 안에서 딱 두 명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하나는 베아트리스의 것이고, 하나 는 벨제부브의 것이었다. 둘 다 조 금의 미동도 없었다.

'베아트리스의 능력이야.'

벨제부브를 자신의 공간으로 끌고 들어간 것이다!

'그래. 베아트리스. 네 약점이 여기 있었어.'

베아트리스의 기술에 당한 이는 육신은 그대로인 채 정신만 그 안 으로 이동한다.

그건 시전자인 베아트리스도 마찬 가지였던 거다.

벨제부브를 상대하느라 무의식 속 으로 스며든 베아트리스의 육신이 지금 무방비 상태였다!

'좋은 기회야.'

기척을 죽이고 다가가 보니 베아 트리스의 육신은 여전히 미동도 없 었다.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가만 히 눈을 감은 채로 앉아있었다.

그녀를 내려다보며 총을 장전했다.

철컥.

'관통하는 철화'

우우우웅.

마력이 총구로 집중되면서 작게 바람이 일었다.

한 방에 끝내야 했다. 충격을 받고 정신이 이쪽으로 돌아오게 되면 승 산을 가늠할 수 없으니까.

우우우우웅!

팔이 덜덜 떨려온다. 마지막까지 최대한 버틴 다음 쏠 예정이었다.

저 머리통이 단번에 날아가게끔!

우우우웅!

그런데 그 순간.

베아트리스가 눈을 떴다.

* * *

앳된 얼굴을 한 벨제부브가 지하 감옥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는 마지 막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베아트리스가 릴리스의 후손일까?

그래서 릴리스에게 자신의 정신을 갉아 먹히고 있는 걸까?

그가 지하 감옥으로 숨어 들어가

자 잠들어 있던 베아트리스가 슬그 머니 눈을 떴다.

-으응……. 벨제?

그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배시시 웃는다.

-나 보러 온 거야?

벨제부브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 다.

-다행이다.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어! 벨제, 나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베아트리스는 잔뜩 울상을 지었다.

-나, 너랑 같이 어떤 지하실 같은

데에 들어간 기억은 있는데...... 중 간부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 어. 근데 정신을 차려보니까 주변이 온통 피투성이였고, 다들 내가 페로 드 님을 죽였대. 그게 말이 돼? 내 가 어떻게 페로드 님을…….

베아트리스도 많이 혼란스러운지 횡설수설했다.

자신이 페로드와 얼마나 친했는지 설명하다가, 자신이 그보다 얼마나 약한지 그리고 정신을 잃은 게 이 번이 처음이 아니란 것까지 이어졌 다.

-벨제. 너는 알고 있지?

베아트리스가 간절하게 물었다.

-대체 내가 정신을 잃고 나서, 무 슨 일이 있었던 거야?

벨제부브는 통탄했다.

애석하게도, 베아트리스 역시 릴리 스의 희생양이었던 것이다.

베아트리스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벨제부브는 그녀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과, 베아트리스 역시 피해자이 며 에드문드도 살려달라고 부탁하 지 않았냐는 생각이 마구 상충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입 을 열었다.

-아무 일도 없었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거짓말이 었다.

-나중에 다시 올게. 그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

그리고 비겁한 변명이었다.

차마 자신의 손으로 베아트리스를 죽일 수 없었던 벨제부브는 영원히 후회할 선택을 하고 만다.

잠시나마 도망치는 것 말이다.

"멍청했군."

기억 속의 벨제부브가 뒤돌아서는 것을 보며 진짜 벨제부브가 중얼거 렸다.

"안일했고 말이야."

"그러게."

그때 베아트리스, 아니 베아트리스 의 탈을 쓴 릴리스가 끼어들었다.

"이때 날 죽였으면 이 모든 일이 생겨나지도 않았을 텐데."

"드디어 나타났군."

공간이 세로로 찢어지면서 그 틈 으로 베아트리스가 보였다.

장난스러운 미소를 띤 채로, 태연

하게.

"그러게 왜 날 죽이지 않았어?"

"알량한 희망을 품고 있었으니까. 베아트리스와 널 분리해서, 진짜 베 아트리스를 살리고 싶다는 그런 욕 심 말이다."

베아트리스가 깔깔깔 웃었다.

"그야말로 욕심이었구나!"

"여러 번 시도했지만 전부 실패했 지."

벨제부브가 뛰어난 마법사가 된 데는 그런 배경도 있었다. '진짜' 베아트리스를 살리기 위해서.

그 욕심 때문에 벨제부브는 릴리 스가 베아트리스를 잡아먹고 힘을 키우는 동안, 그것을 모르는 체했 다.

"네가 탈옥하던 날에야 내 과오를 깨달을 수 있었지."

베아트리스는 탈옥했다.

지하감옥에서 빠져나와 센티피드 의 영역으로 향했다.

전 마계에 수배령을 내렸지만 이 미 힘을 키운 베아트리스를 잡을 수 있는 마족은 그다지 많지 않았 다.

베아트리스는 센티피드의 구역에 서 한 번 더 숨죽이며 힘을 키웠 고, 끝내 그녀가 사라졌을 때 그 자리를 쟁취해냈다.

"자, 벨제부브. 그럼 이제 네 실수 와 마주할 시간이야."

베아트리스는 입이 찢어지도록 웃 었다.

"나라는 실수가 이제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있거든!"

* * *

나는 찡그린 미간을 꾹꾹 눌러 폈 다. 이게 무슨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지?

"……그러니까 당신이 진짜 베아 트리스고, 평소에 몸을 차지하던 건 또 다른 인격이다?"

"네! 맞아요!"

이게 거짓인지 아닌지 제대로 가 늠하긴 어려웠지만 전반적인 분위 기가 생경하긴 했다.

같은 얼굴인데도 얼굴 근육을 어 떻게 쓰냐에 따라 인상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모양이다.

훨씬 유순한 분위기에 가냘픈 느 낌을 준다.

"지금은 그 인격이 다른 곳에 가 있어서 제가 이렇게 몸을 차지할 수 있는 거예요."

"그거 안타까운 얘기지만."

나는 한 번 더 노이트 총구를 그 녀에게 가져다 댔다.

"어쨌든 같은 육신이니 당신을 죽 이면 그 가짜 베아트리스도 죽는단 얘기잖아?"

"잠시만요! 잠시만요! 기다려 주세 요!"

"미안하지만 이쪽도 많이 절박하 거든."

지금 베아트리스를 죽이지 않으면, 마신이 부활해서 톨룩과 지구 둘 다 깨끗하게 청소해버릴지도 몰라 서 말이다.

그런데 베아트리스가 반쯤 눈물을 머금고 혹할 만한 이야기를 꺼냈다.

"제게 방법이 있어요! 지금까지 몰 래 준비해 둔 게 있단 말이에요!"

이건 꽤나 흥미로웠다.

내가 멈칫하자 베아트리스가 헉, 헉 숨을 고르더니 뒷말을 이었다.

"애초에 능력을 쓰면 몸이 무방비 가 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마왕의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 리 없잖아요."

"그럼?"

"저도 이 빈 자리를 차지하면서 수도 없이 봤어요. 절 죽이려는 자 들을. 근데,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제가 죽임을 당해 정신을 잃고 나 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되살아 나 있었어요."

이거 곤란하다.

뭔진 몰라도 대비책을 마련해뒀던 모양이다.

그러면 단순히 잠든 육신을 공격 한다고 해서 죽일 수 있는 게 아니 란 소린데…….

내가 고민스러운 얼굴을 하자, 베 아트리스가 불쑥 끼어들었다.

"하지만! 제게 방법이 있어요!"

"방법'?"

"제 몸을 빼앗긴 것도 벌써 수백 년이라고요. 물론 짧게만 나올 수 있었지만 제 몸을 되찾기 위해서 저도 백방으로 노력했어요."

"그래서? 당신은 살고 가짜는 죽 을 방법이라도 있어?"

" 아마도요."

"아마도는 뭐야."

"그야 성공했으면 저도 이러고 있 진 않았겠죠! 성공을 완전히 장담 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보완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흐음. 잠시 팔짱을 끼고 고민하다 가 힐끔 벨제부브를 바라봤다.

그의 육신도 아무런 미동이 없는 걸 봐선 당장 깨어날 것 같진 않았 다.

"좋아. 일단 들어는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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