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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292화 (303/361)

292화

원래 카뤼센은 하위 귀족이라고 들었는데. 이젠 그에게서 강자의 기 운이 느껴졌다.

권성민이 베아트리스의 힘을 부여 받고 강해졌던 것처럼 카뤼센도 만 만치 않게 강해진 것이리라.

나는 벨제부브를 힐끔 바라봤다.

"여기는 내가 맡을게. 먼저 가서 베아트리스를 상대해."

"혼자 상대하기 만만치 않을 거다. 영혼을 저당 잡았을 때, 그 리스크 만큼 리턴도 커지는 법이다."

"그럼 최대한 빨리 베아트리스랑 결판을 내던가."

여기서 둘 다 발목 잡혀 있는 것 보단 한 명이라도 먼저 가는 게 나 았다.

"그리고…… 당신 부하였다며. 싸 울 수 있겠어?"

"베아트리스에게 영혼을 팔았다면

더 이상 내가 아는 카뤼센이 아니 다."

딱 잘라 말하는 게 냉정하기 그지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원래 계획대로 가는 게 나아. 수호자 골렘 대신 내가 저자를 상대하는 셈 칠게."

난도는 급상승한 것 같지만.

"내가 시선을 끌 테니까 그 틈을 타서 먼저 가. 최대한 힘을 아껴. 회복 다 됐다곤 해도 마력은 아직 좀 부족하잖아."

내 말에 벨제부브도 고개를 끄덕 였다.

나는 노이트를 꺼내 들었다.

'공간 간섭'

휙!

철컥.

빠르게 카뤼센의 뒤를 점하고 총 구를 겨누자, 그도 만만치 않게 재 빨리 대응했다.

노이트의 옆면을 밀어내 탄환의 각도를 비틀면서 총을 앞으로 잡아 당긴다.

탕!

총알이 빗나갔다.

노이트가 일반 아이템이었다면 무 기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힘을 주다 가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틈을 허용 했을 것이다.

휙, 탁!

나는 순식간에 총을 놓고 빙글 그 와 등을 맞대며 한 바퀴 돌았다.

그의 우측에서 좌측으로 이동한 다음, 노이트를 손끝에 소환한다.

한 번 더, 철컥.

퍽! 투둑!

그러자 이번엔 정확하게 내 턱을 노려 팔을 꺾는다.

공간 간섭으로 물러나자, 부러진 뼈를 다른 손으로 끼워 맞춘다.

우드득, 우득.

부러진 팔에서 살벌한 소리가 몇 번 울리더니 원래대로 돌아온다.

저 회복력은 정말 경이로운 수준 이다.

"이런."

치명상을 입히진 못했지만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

"한 분을 놓치고 말았군요. 제 실 책입니다."

벨제부브는 이미 그와 내가 접전

을 벌이는 틈을 타서 빠져나간 뒤 였다.

카뤼센은 한 손으로 모노클을 달 깍, 바로잡더니 심기가 불편한 듯 인상을 찌푸린다.

"베아트리스 님께 누를 끼치고 말 았으니. 당신 목숨으로 그 죗값을 치러야 할 겁니다."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면 말이야."

내 도발에 카뤼센이 움찔했다.

자, 그럼 내가 할 일은 여기서 벨 제부브가 승리할 때까지 시간을 끌 면 됐다.

'할 수 있을까?'

모르긴 해도 놈의 실력은 아마 마 왕보다 바로 한 수 아래 정도.

나 홀로 상대하기엔 벅찬 게 사실 이다.

그래도 해내야만 했다.

벨제부브는 한서하를 뒤로하고 안 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길고 좁은 길을 계속해서 걷다 보

면, 맨 마지막 방에 이른다.

온통 어둡고 컴컴한 곳에서 딱 한 가지 우뚝 솟아 있는 것이 있다.

천장에 작게 뚫린 구멍을 통해 내 려온 빛이 한가운데만 밝게 비췄다.

손바닥 모양이 움푹 팬 석판 같은 것이 그곳에 우뚝 서 있었다.

벨제부브는 천천히 걸어가 그 앞 에 섰다.

이 석판은 예전에도 사용해본 적 이 있었다.

그때는 마왕이 되기 전, 마왕 후보 였을 시기였다.

드넓은 마왕성을 보물찾기 하듯이 뛰놀다가 우연찮게 이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비밀통로를 죄다 틀어막기 전에는 성안에서도 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통로가 존재했었다.

벨제부브는 석판에 그려진 손바닥 모양대로 손을 가져다 댔다.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었다.

그러자, 화악!

석판을 중심으로 방 안이 환하게 밝아진다.

방의 외벽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

했다. 그건 마치 뱀과 같은 모습이 었다.

똬리를 튼 뱀.

돌로 조각한 뱀이 방을 칭칭 감고, 똬리를 튼 채 잠들어 있었다.

-츠스스

어디선가 뱀이 혀를 날름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왕, 벨제부브. 너로구나.

하늘에서부터 돌로 만든 뱀의 머 리가 내려와 벨제부브의 코앞에서 멈춰 섰다.

몸통은 죄다 회색투성이인데 동공

이 세로로 찢어진 눈 부분만 번들 거리는 황금색이었다.

-츠츠츠, 성을 빼앗겼군. 안 그래?

" 맞아."

-누굴 데려와 줄까. 말만 하라고.

"베아트리스."

벨제부브의 말이 끝나자, 석상으로 만든 뱀이 입을 쩍 벌리고 웃었다.

-하하하! 꼴이 우습군! 그 애가 결국 널 배신한 모양이야!

"입 다물고, 베아트리스나 데려 와."

-어려울 것 없지. 그러게 내가 경

고하지 않았니, 꼬맹아.

天 .人스

--스 .

뱀이 내는 쇳소리가 벨제부브의 귓가에서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그때 그 애를 죽이지 않으면 언 젠가 크게 후회할 거라고!

하하하하!

뱀은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잔 뜩 비웃음 소리를 내고는 그대로 하늘로 사라졌다.

쿠구구구구구!

쿠구구궁!

방 벽을 둘러싸고 있던 뱀의 몸통

도 스르륵 풀려나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소문으로는 마신 드록의 애완 뱀 이었다고 하는 이 거대한 뱀은, 주 인이 봉인당하면서 죽지 않는 대가 로 이곳에 영원히 갇혀있게 됐다.

그 대신 가끔 성의 주인이 찾아와 간절히 부탁하면 들어주기로 약조 했고 말이다.

일명 '바실리스크', 눈이 마주치면 죄다 돌로 변했다는 이 뱀은 그 능 력이 봉인된 채 성 안을 침투한 적 장을 날름 집어삼키는 데 그 재능 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벨제부브는 바실리스크와 마주한 것이 이번으로 두 번째였다.

맨 처음 바실리스크를 마주했을 때엔…….

'아니. 뒤늦게 후회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지.'

추억에 잠겨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제 베아트리스는 그의 적이 되 었으니까.

* * *

휘이익!

탕! 쿠구구구구!

"으윽……

나는 등을 타고 올라오는 고통에 작게 신음을 내뱉었다.

카뤼센도 내가 쏜 총알에 어깨를 맞았지만, 나와 다르게 그는 금방 회복하고 멀쩡하게 움직였다.

자잘한 통증이 누적되면서 차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성수라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여긴 지구가 아니다.

허억, 허억.

숨을 헐떡이면서도 자리에서 일어 났다.

카뤼센은 느긋하게 더러워진 흰 장갑을 바꿔 끼고 있었다.

"인간치고는 제법입니다."

"칭찬을 들어도 고맙진 않은데."

"진심으로 하는 얘깁니다."

나는 노이트를 쥐고 가만히 타이 밍을 엿봤다.

"원래는 당신을 죽이려고 했지만,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하아, 하아. 어떻게?"

"베아트리스 님께서 마침 아끼던 인간 장난감을 잃어 슬퍼하시고 계 시니 당신을 선물로 드리면 좋을 것 같군요."

누굴 누구한테 선물로 줘?

웃기는 소리군. 나는 얘기를 나누 느라 방심하고 있는 카뤼센을 향해 한 번 더 총구를 겨눴다.

'관통하는 철……''

그러나 우웅, 하고 마력이 다 모이 기도 전에 바닥에서 그림자가 일렁 였다.

촤아악!

그림자에서 손이 뻗어 나오더니 노이트를 포함해서 내 온몸을 결박 하기 시작했다.

"읍! 으브브!"

입까지 틀어막아서 뭐라 항변할 수도 없었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잘했습니다. 테토."

"감사해요, 카뤼센 님!"

그런데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내 그림자에서 빼꼼 고개를 내미

는 녀석이 아주 익숙하다.

녀석은 카뤼센의 칭찬에 수줍어하 다가도,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랐다.

"히 익!"

"무슨 일 있습니까?"

"아, 아뇨! 그냥…… 별일 아니었 어요!"

테토는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면 서도 아니라고 작게 대꾸했다.

"베아트리스 님께 좋은 장난감을 준비했다고 알려야겠습니다. 그분도 좋아하시 겠죠?"

"그, 그럼요! 당연하죠오……

"테토. 잘 감시하고 있어요. 그 전 에 우선 벨제부브 님부터 다시 막 으러 가야겠군요."

"넵! 제가 잘 감시하고 있을 테니 걱정 마세요!"

그러더니 카뤼센의 모습이 사라지 자 슬그머니 내 입을 가로막은 그 림자를 풀어준다.

"무서운 인간! 왜 여기 있는 거예 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나는 눈빛을 매섭게 하고 테토를

노려봤다.

"넌 베아트리스에게 지배당한 것 도 아닌 모양인데 벨제부브를 배신 한 모양이지?"

"히익! 그, 그치만! 따르지 않으면 저 같은 하위 마족은 카뤼센 님께 한 방에 죽을 거라고요!"

"그래서 배신을 했다?"

"아니에요! 기회를 엿보고 있던 거 라고 해두죠, 흠흠!"

배신이든 기회를 엿보던 거든 아 무래도 상관없다.

"그래? 그럼 넌 여전히 벨제부브

의 편이란 말이네?"

"당연하죠! 그분은 제 은인이신걸 요!"

"그럼 당장 이거 풀어."

"네? 하지만…… 그럼 카뤼센 님 께서……

"당장 풀어!"

내가 윽박을 지르자 테토는 알겠 다며 반쯤 울먹거렸다.

사르륵, 날 휘감고 있던 그림자가 순식간에 풀려났다.

몸이 가뿐해진 것을 느끼며 나는 다시 노이트를 챙겼다.

"너 카뤼센이 무서워서 그 말에 따르고 있던 것뿐이라고?"

"물론이죠. 제 진짜 충성은 어디까 지나 벨제부브 님의 것이라고요!"

"그럼 나 좀 도와줘야겠다."

내 말에 테토가 또 겁을 먹은 것 처럼 잔뜩 몸을 움츠렸다.

"위험한 일은 아니죠?"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야. 날 도와 주면 네가 잠깐이라도 베아트리스 편에 섰던 건 비밀로 해줄게."

내 말에 테토가 우물쭈물 소심하 게 되물었다.

"벨제부브 님께서 아시면, 절 가만 안 두시겠죠……?"

"내가 비밀로 하면 아무도 모를 걸."

"정말요? 정말 비밀로 해주실 거 예요?"

"내 말만 잘 따르면 얼마든지."

내 말에 테토가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할 수 있어요! 저한테 맡겨만 주세요!"

좋아. 그럼 다시 카뤼센을 잡으러 가야겠다.

* * *

-야, 너까지 그럴 거야?

앳된 얼굴의 에드문드가 불퉁스럽 게 대꾸했다.

-우리는 베아트리스의 편에 서야 지! 넌 걔네 말을 믿어, 베아트리스 말을 믿어?

그 말에 그도 모르게 이렇게 대꾸 했다.

-그야 당연히 베아트리스 말을 믿 지.

-그럼 이상한 소리 하지 마! 걔가 얼마나 착한데. 다 이상한 애들이 질투해서 하는 말이야.

- 그런가?

-그래. 왜, 나나 베아트리스는 네 말동무로 온 것뿐인데 여기서 극진 한 대접 받는다고 난리야. 나야 뭐, 그런 거에 익숙하지만 베아트리스 는 아니잖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가 보기에도 베아트리스가 그런 짓을 할 만한 아이로 보이진 않았 으니까.

-다들 입을 모아 이상한 말을 하 길래.

-그냥 무시해! 또 그런 말 하는 녀석 있으면 내가 아주 주먹으 루 *.I-넌 싸움 못하잖아.

-아, 말이 그렇단 거지!

에드문드가 멋쩍은 듯이 실실 웃 는다. 그 모습이 또 웃겨서 픽 웃 음이 새어 나왔다.

-둘이 거기서 뭐 해?

-어, 어? 별 거 아니었어.

그때 한 여자아이가 불쑥 끼어든

다.

이마 양옆에 돋아난 뿔이 특징적 인 보라색 머리칼의 아이, 베아트리 스였다.

순한 눈망울에 배시시 웃는 얼굴 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순박하 다.

- 나만 빼고 둘이 비밀 얘기 하는 거야?

- 넌 몰라도 된다니까!

- 너무해. 나도 알려줘.

베아트리스와 에드문드가 아웅다 웅하기 시작했다.

에드문드가 늘 베아트리스에게 한 대 얻어맞고 끝나는 싸움이었다.

그걸 지켜보면서, 그는 웃음을 터 뜨렸다.

-하하, 하하하!

웃음소리가 점점 커진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그리고 벨제부브는 눈을 떴다. 번 쩍 손을 들어 내려다본다.

'꿈이었나?'

찬찬히 기억을 되짚는다.

'아니. 분명 바실리스크를 불렀고,

그 다음 베아트리스를 데려왔지. 눈 이 마주친 순간……

지끈 머리가 아파온다.

'그 다음에…… 어떻게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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