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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288화 (299/361)

288화

나는 노이트를 겨눴던 손을 내렸 다. 지금 당장은 벨제부브를 도와 베아트리스를 막아야 했다.

"그래서. 어떻게 베아트리스에게서 승리하려고?"

-네 피를 받으면 회복이 훨씬 빨 라지지.

서걱.

나는 곧장 팔뚝을 단검으로 그어 내렸다.

주르륵 핏물이 흐르고, 똑똑 바닥 으로 떨어진다.

"피는 제공해줄 수 있어. 하지만 너 하나 회복된다고 승기를 돌려놓 을 수 있겠어?"

내 물음에 벨제부브는 제대로 대 답하지도 않았다.

줄줄 흐르는 핏물에 시선이 빼앗 겨서는, 넋을 놓고 바라본다.

"벨제부브."

-네 피를 좀 마시면서 얘기하고 싶은데.

"얘기가 다 끝나기 전엔 줄 수 없 어."

내가 단호하게 대꾸하자 벨제부브 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신다.

"베아트리스는 지금 두 개의 마왕 성을 가지고 있으니, 네가 힘을 회 복한다고 해도 베아트리스를 막는 건 불가능하지 않아?"

-……내가 계획하고 있는 게 있 다.

벨제부브는 여전히 군침이 도는지

내 팔뚝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 마왕성의 주인만 아는 숨겨진 통로가 있거든. 마왕성이 침략당했 을 때를 대비한 여러 장치들이 마 련되어 있다. 그걸 이용해 베아트리 스를 고립시킬 거고, 그 녀석과 단 둘이 맞붙게 될 거다.

"1대1로 싸우면 이길 자신이 있 어?"

-물론이지.

벨제부브는 꽤나 자신만만했다.

-내 힘을 모두 회복한다면 말이 다. 이번에 베아트리스가 침략해올때 내가 힘만 온전히 갖췄어도 이 런 일은 없었을 거다.

말은 잘하는군.

어찌 됐든 그렇다면 벨제부브가 최대한 힘을 회복하게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베아트리스와 싸워서 승산이 있으 려면 당장 그의 힘이 필요했다.

나는 피가 흐르는 팔뚝을 벨제부 브의 머리 위에 두었다.

"마셔."

re re

=T, =?.

핏물이 벨제부브 바로 아래 떨어

지자, 그가 그걸 받아 마셨다.

- 아쉽군. 내가 직접 이빨을 박아 넣을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네가 내 피를 전부 빨아먹으면 어떻게 될 줄 알고. 그럴 순 없지."

피를 많이 빼앗기면 나도 죽을 수 도 있었다.

그러니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피를 넘겨주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그가 내 몸 안에 있는 모든 혈액 을 빨아먹지 않을 거란 보장이 어 디 있단 말인가.

- 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멍청이가 아니다.

"그래도 안 돼."

그가 하는 감언이설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지.

"그럼 여길 벗어나야겠네. 그 카뤼 센이란 자와 방금까지 주종 관계가 이어져 있었다면, 네 마지막 행적이 여기라는 것 정도는 베아트리스도 눈치챌 거야."

내 말에 벨제부브도 동의를 표했 다.

- 마력석 따위에 의지하는 것보다 인간의 피가 훨씬 효과가 좋지.

나도 그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협박과 다를 바 없었다.

"다른 인간의 피를 제공받는 건? 난 여기서 할 일이 많아서 함부로 자릴 비울 순 없어."

갑작스럽게 마신의 부활 저지라는 목표가 생기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혁명 때문 이었다.

- 지금 내 모습으론 인간은커녕 동 물의 피도 받아먹기 어렵다.

"그럼 주기적으로 들러서 내 피를 받아가. 그 정돈 나도 할 수 있어."

-텔레포트 마법은 마력 소모가 극 심하다. 게다가 빠르게 회복하려면 하루 두 번 피를 마셔주는 게 제일 효율적이야.

"헌혈도 그 정돈 안 하는데."

하루 두 번이라니. 물론 지금 모습 이 모습인지라 소량이긴 하겠지 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벨제부브를 따라가서 베아트리스 가 죽는 모습까지 확인하는 게 물 론 마음 편하겠지만, 그러다가 마왕 끼리의 싸움에 휘말리면 그대로 죽 을 수도 있었다.

-나와 함께 떠나지. 오랜 시간을 빼앗진 않을 거다. 다른 이도 아니 고 네 피라면, 금방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

" 떠나자고?"

-그래. 마침 만나야 하는 이도 있 거든.

나는 잠시 고민했다.

이번 사안이 중대한 것과 별개로, 내가 그만큼 이탈해도 이번 계획에 아무런 차질이 없을지 계산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저것 고민해본 결과,

최대한 빨리 이 일을 마무리 짓고 오는 게 더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어딜 가야 하는데?"

-그 비밀 통로는 성을 차지하고 있는 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 가 컸다. 지금 내가 사용하려는 것 처럼 말이다. 그래서 숙련된 장인을 불러 그 입구를 막아뒀지. 그러니 그 입구를 여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장인을 찾아간다? 하지만 마 계는 지금 베아트리스의 눈길이 안 닿는 곳이 없을걸."

-마계가 아니다.

벨제부브가 약간 머뭇거리며 뒷말 을 이었다.

-그자는 중죄를 저질러 귀가 잘린 채 추방당했다. 지금은 인간들 사이 에서 살아가고 있지.

"귀를 잘랐다고?"

-다크 엘프였으니 말이다. 기다란 귀가 특징이지.

나는 절로 에녹과 엘리사가 떠올 랐다.

그들은 일반 엘프와 하프 엘프였 는데, 다크 엘프라는 종족도 따로 있는 모양이지.

-아마 너도 잘 모를 것이다. 엘프 들 중 일부가 마계에 흘러들어와 자리 잡은 것이 바로 다크 엘프다.

그냥 엘프도 그 수가 드문데 마계 에서 사는 엘프라니.

내가 아는 엘프는 아름다운 숲에 기대어 살아가는 종족이었기 때문 에 대체 그 척박한 마계의 땅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호기심이 일 었다.

-그 녀석이 어디서 지내는진 대충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모습으 로 갔다간 내가 녀석에게 죽을지도 모르겠군.

"사이가 안 좋은 모양이지?"

-그냥 안 좋은 수준이 아니다.

벨제부브는 뭔가 떠올리는 것처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어쨌든 지금은 그 녀석이 다시 필요해졌으니, 어떻게든 찾아가는 수밖에.

"실력은 어느 정도 되지?"

- 실력?

"말을 안 들으면 협박이라도 해야 지."

내가 노이트를 빙그르르 돌리자 벨제부브가 헛웃음을 지었다.

-넌 내가 아는 인간 중 가장 마족 에 가까운 사고방식을 가진 녀석이 다.

"칭찬으로 듣지."

-걱정하지 말거라. 그 녀석은 전 투엔 젬병이거든.

이사벨라에겐 마지막으로 톨룩을 더 둘러보고 싶다고 핑계를 대고 2 주간의 시간을 벌었다.

이사벨라는 좀 의아해하면서도 알 겠다며 허락해주었다.

그렇게 나와 벨제부브의 기묘한 동행이 시작됐다.

* * *

사르륵.

수풀 더미를 손으로 치워내자, 저 멀리 마을이 보였다.

첩첩산중에 숨어있는 작은 마을로, 외부와 교류가 거의 없고 자급자족 으로 살아가는 곳이었다.

"여긴가."

"맞다. 내 기억에 따르면 말이지."

나는 고개를 돌려 벨제부브를 바

라봤다.

그는 매일매일 내 피를 받아먹은 덕에 3일 만에 어린아이 모습까지 자라났다.

고생 한번 해본 적 없을 것 같은, 그런 귀한 도련님 같은 모습이다.

마을을 지키는 문지기 같은 것도 없었다. 우리가 마을 안으로 들어서 자 모두가 우릴 빤히 쳐다봤다.

" 이방인?"

"귀족 나리들 같은데……."

"대체 왜 온 거지?"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젊은 여자와 어린 도련님의 조합 은 아무래도 특이하게 보이겠지.

"어디서 오신 분들이오?"

그때 사람들 틈에서 걸어 나온 노 인이 우리에게 물었다.

이 마을에서 어르신으로 칭송받는 이처럼 보였다. 굳이 따지자면 마을 이장님 정도일까.

"사람을 찾아왔습니다."

"누굴 찾아왔소?"

그 물음에 벨제부브가 대꾸했다.

"에드문드."

그 이름에 다들 놀란 얼굴을 감추 지 못했다.

"에드문드를 찾고 있다. 그자는 어 디 있지?"

삽시간에 주변이 찬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와르르 쏟아내듯이 시끌 벅적하게 변했다.

"그 주정뱅이 에드문드?"

"세상에! 그 인간이 귀족 나리들하 곤 무슨 연이 닿아서?"

"내가 그러게 그 자식 뭔가 이상 하다고 말했잖아!"

"뭘! 얼굴을 칭칭 동여매고 있으니 뭔가 병에 걸린 게 틀림없다고 상 종도 하지 말라고 했으면서!"

시장통같이 시끄러울 뿐 누구도 에드문드가 어딨는지 알려주는 이 가 없었다.

"에드문드는 어디 있습니까? 그자 를 만나러 왔습니다."

"크홈…… 따라 오시오."

노인이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 작은 마을은 얼마 걷지 않아도 사람 사는 곳이 바로 보였다.

그 한가운데, 술병을 쌓아두고 태

평하게 길바닥에 드러누운 이가 있 었다.

얼굴은 천으로 칭칭 감았고, 더러 운 로브를 뒤집어써 머리카락도 보 이질 않았다.

자투리 천을 이어붙인 것 같은 남 루한 행색에 손끝만 살짝 보였다.

특이하게도 짙은 구릿빛이 아니라 암회색에 가까운 피부색이었다.

얼핏 손만 봐선 오래 방치된 시체 인 줄 알았을 것이다.

"이보게. 에드문드."

tto O 으."

짙은 술 냄새가 났다.

"에드문드!"

탁!

노인이 지팡이로 이마를 팍 치자 그제야 벌떡 일어난다.

"아! 진짜 이 노망난 영감아! 사람 머리는 치지 말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하는 거요!"

"제때 제때 일어나야 하는 것 아 니냐. 네게 손님이 오셨다."

"거, 웃기는 소리 마쇼. 나 같은 놈한테 무슨 손님이 온……

에드문드가 천천히 고갤 들어 날

바라봤다.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영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기색 이 가득하다.

" 누구쇼?"

그러자 내 뒤에 서 있던 벨제부브 가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벨제부브를 발견하자 에드문드가 입을 딱 다물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장난스럽던 분위 기는 어디가고 찬바람이 부는 것처 럼 냉랭하다.

"오랜만이군. 에드문드."

벨제부브가 먼저 인사를 건넸지만, 그는 대꾸가 없었다.

"너……

오랜 침묵 끝에 그가 작게 말문을 텄다.

"너 꼴이 그게 뭐냐? 품, 푸하하 하! 아, 웃음 참으려 했는데, 푸핫, 도저히 못 하겄네! 꺄하하하!"

웃음을 참으려 했다는 말이 의심 스러울 정도로 신나게 웃어 젖힌다.

거의 바닥을 구르다시피 했다.

에드문드는 한참 바닥을 구르더니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하며 숨을골랐다.

"아이고! 배야. 너무 웃어서 배가 다 아프네. 너 나 암살하러 온 거 면 아주 성공했다. 내 배가 찢어져 서 지금 죽기 직전이니까."

"다 웃었나?"

"후우, 후우. 넌 되도록 내 앞에 말고 옆으로 서라. 보이면 또 웃을 거 같으니까."

벨제부브는 짜증스럽다는 듯 얼굴 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에드문드는 천천히 숨을 고르더니 벌떡 일어났다.

"영감. 이만 들어가보쇼. 난 이분 들하고 얘기 좀 더 해야겄소."

그러더니 우리에게 까딱 고갯짓을 한다.

"따라오쇼. 무슨 일인진 몰라도, 먼 길 찾아오신 손님인디 차 한잔 은 대접해야지."

그는 우리를 무너지기 일보 직전 같은 허름한 집으로 데려왔다.

나무판자로 얼기설기 만든 오두막 은 집이라 하기 민망할 정도였다. 그 안에는 대충 만든 테이블과 의 자 같은 것들이 놓여 있었다.

"내가 집에 술하고 물밖에 없는데. 뭘로 드시겄소?"

"에드문드. 네 도움이 필요하다."

벨제부브의 말이 끝나자마자, 에드 문드가 물을 따른 사발을 테이블 위로 세게 내려쳤다.

쾅!

물이 사방으로 튀고, 얇은 나무로 만든 사발은 그대로 박살이 났다.

"야, 이 개자슥아. 쫓아낼 땐 언제 고 이제 와서, 뭐? 도움?"

붕대 사이로 회색 눈동자가 번뜩 였다.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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