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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263화 (274/361)

263화

"이 대피소 담당 헌터는 누구죠?"

착잡한 마음에 말을 돌리자 행정 관이 반갑게 대꾸했다.

"아마 아시는 사이일 겁니다. 다름 아니라 역천의…… 아! 헌터님!"

그가 내 뒤편을 보며 반갑게 인사 했다. 뒤돌지 않아도 익숙한 기척이누구의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 다.

" 연원아."

"어? 서하 누나?"

표연원이 막 먹을 것을 구해 왔는 지 몬스터 고기를 짊어지고 들어왔 다.

식량이 얼마 남지 않은 걸 보고 챙겨온 모양이었다.

"누나가 왜 여기 있어요? 무슨 일 이 있었어요?"

"……맞아. 내 담당 구역에. 안 그 래도 그것 때문에 널 찾고 있었어."

내가 어두운 낯빛을 하자 그도 대 충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하는 것 같았다.

"제가 자리를 좀 피해드리겠습니 다. 편히 얘기 나누시죠."

행정관이 눈치껏 자리에서 일어났 다. 우리는 감사의 의미로 가볍게 목례한 다음 본론으로 바로 넘어갔 다.

"하피가 습격했어. 정신계 공격에 당해서 다들..살아남지 못했고."

"하피라……. 아카데미 때 배운 적 은 있어요."

"앞으로는 몬스터뿐만 아니라 마 족에 대한 대비도 필요할 거야."

내가 봤던 것이 뭔지 정확히는 모 르지만, 평범한 몬스터도 마족으로 진화시키는 것 같았으니까.

이제 몬스터가 아니라 마족들이 습격해오는 일이 빈번해질지도 몰 랐다.

"아마 상부에서 지시도 내려오겠 지만. 여기도 중심부에 있는 대피소 니까 알아두는 편이 좋을 거야."

"좀 더 방비를 철저히 해야겠네요. 그러려면 대피소마다 헌터가 최소 두 명 이상은 필요한데……

"인력이 많이 부족해. 게이트 클리 어에 투입되는 인원들이 많아서."

나오는 게이트 클리어하랴, 국제 연합에서 헌터 차출 요청하면 또 몇 명 빼주랴, 대피소에서 민간인들 지키랴.

헌터 한 명 한 명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점이었다.

"중앙부는 몬스터 수준이 높아서 하위 헌터들로 채울 수도 없으니 까."

"알죠. 그냥 답답해서 하는 얘기였 어요."

나도 그 심정을 알기에 고개를 끄 덕였다.

당장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니 더 많은 병력을 투자하지 않는 상 부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그래서 요즘 혜원 언니는……

_삐삐! 삐삐!

_삐삐! 삐삐!

표연원과 내 허리춤에 달려있던 무전기가 동시에 울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곧장 웅답하자, 무전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레이트홀 부근에서 이상 신호 발생, 이상 신호 발생. 근처에 있는 헌터들에게 확인 요망. 치직.

나는 표연원을 잠시 바라본 뒤 한 번 되물었다.

"자세한 설명 바랍니다."

-치직. 그레이트홀에서 이제까지 목격된 바 없는 강력한 게이트 신 호 감지! 어떤 현상인지 해석 불가 능! 2차 브레이크 아웃일 가능성이 있으니 빠른 확인 요망한다.

"역천의 한서하. 바로 출발하겠습 니다."

-확인 후 무전 바람. 치직. 행운을 빈다.

꿀꺽, 표연원이 긴장된 얼굴로 침 을삼켰다.

돌발 상황이지만 겁이 난다고 피 할 순 없다.

"저도 같이 갈게요."

"내가 먼저 가서 확인하는 게 빨 라."

공간 간섭이면 순식간에 그레이트 홀 근처까지 이동할 수 있으니까.

"만약 내가 5분이 지나도록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그

땐 너도 합류해."

5분. 그 안에 돌아오지 못하면, 그 레이트홀에서 정말 무슨 일이 벌어 지고 있는 걸 거다.

내 말에 표연원도 결연한 얼굴로 답했다.

"무사히 돌아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 다.

'공간 간섭'

순식간에 인근 지형이 내 머릿속 에 그려졌고, 눈을 뜬 순간.

나는 그레이트홀 근처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휘이이잉.

바람이 심하게 요동쳤다.

그냥 바람이 아니다. 마나가 급격 하게 휘날리면서 그에 따라 대기가 움직이면서 생기는 폭풍이었다.

'주범은 저 그레이트홀인가.'

몸을 낮춘 채 겨우 눈을 떠 그레 이트홀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홀이 팽창해있었다.

-케에에에!

-우오! 우워어어어!

몬스터들이 마치 괴로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에 열광하는 것 같기도 한 울음소리를 냈다.

뭔진 몰라도 그레이트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나는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무 전기를 꺼내 신호를 보냈다.

"그레이트홀 지름 팽창 발견. 인근 몬스터들도 이상 행동 중."

말이 끝나자마자 그레이트홀이 한 번 더 요동쳤다.

우우우우웅!

머리가 아플 정도로 거대한 진동 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극렬한 통증에 잠시 숨을 멈췄다.

"허억, 허억."

심호흡하며 고개를 들어 올리자 이전까지 없던 새로운 이가 허공에 떠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황금색 눈동자 가 보석처럼 빛났다. 피부를 뒤덮은 알 수 없는 문신들과 앳된 얼굴이 대조적이 었다.

화르륵!

문신 틈으로 불꽃이 튀었다.

나도 모르게 입이 절로 벌어졌다. 그가 누구인지 어떻게 잊을 수 있 겠는가.

투견, 이그니스.

표연원이 그토록 복수를 염원하던 이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음〜. 신기한 감각."

이그니스가 팔을 휘휘 돌리며 혼 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렇게 마나가 희박한 곳도 드문 데. 재밌는 경험이 되겠어!"

-위대한 마왕님을 뵙습니다.

"응?"

사람을 닮은 몬스터 하나가 벌벌 떨면서 고개를 조아렸다.

"넌 뭐야?"

-마왕님께서 하시는 일을 제가 돕 겠습니다! 저는 이 근처 지리에도 해박하고 인간들의 대피소도 줄줄 이 꿰고 있습니다!

"거기 가면 강한 인간들이 잔뜩 있어?"

-어떻게 인간 놈들을 마왕님께 비 할 수 있겠습니까! 녀석들은 마왕 님께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살벌한 소 리가 울려 퍼졌다.

파스스!

순식간의 일이었다.

순도 높은 화염이 육신을 불태우 고 재만 남아 바닥에 떨어졌다.

"시시하게. 쓸모가 없잖아."

이그니스가 내딛는 걸음마다 화염 이 일었다.

짙은 빛깔로 흙이 물들고 식물들 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전에 만났던 그 녀석을 보고 싶 은데."

이그니스의 눈빛에 광기 어린 총 기가 돌았다.

"날 짜릿하게 만들어줬던 그 녀석 말이야! 혹시 본 적 없어? 식물을 다루는 헌터를."

표연원이다!

이그니스가 표연원을 찾고 있었다. 이전의 복수라도 하려는 걸까.

몬스터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며 섣불리 나오지 못하자 이그니스가 재차 그들을 독촉했다.

"아무도 없냐고!"

이그니스의 심기가 불편해지자 화

염이 위협적으로 일렁였다.

몬스터들이 두려움에 벌벌 떠는데 그레이트홀에서 다른 이의 목소리 가 울렸다.

"개인행동을 자제해주시죠. 이그니 스 님."

그 역시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머리가 제법 길었고 이마에 길게 돋아난 뿔이 더 이상 감춰지지 않 을 지경이었다.

그의 뿔 근처에는 은은하게 안개 가 서려 있었는데, 넘쳐나는 마력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생겨나는 것 같았다.

권성민.

베아트리스의 수족, 인류의 배신 자. 마왕에게 영혼을 판 자!

번번이 놓쳤던 그 남자가 드디어 마왕의 힘을 등에 업고 등장했다.

등골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아찔 한 강자의 분위기가 흘렀다.

"베아트리스 님과 거래한 게 있지 않습니까."

"알고 있어. 약한 인간 주제에 나 한테 명령하지 마."

이그니스가 불퉁하게 대답하자 권 성민도 기분이 상했는지 살짝 눈썹을 꿈틀거렸다.

"제힘의 원천은 베아트리스 님입 니다. 제힘을 모욕하는 건 베아트리 스 님을 모욕하는 것과 다를 바 없 습니다."

"네 힘? 그게 어떻게 네 힘이야?"

이그니스가 순진한 눈망울을 하고 서 생긋 웃었다.

"베아트리스의 것이지. 그 힘의 티 끌만큼도 너의 것이 아니니, 착각하 지 않는 게 좋을걸."

"그분께서 제게 하사하신 힘입니 다."

"잠깐 빌려준 거지. 그런다고 네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거든."

이그니스의 말이 권성민의 무엇을 건드렸는지 몰라도 그는 크게 불쾌 한 기색을 드러냈다.

"제 본질 말입니까?"

"그래. 네 본질. 강자에게 빌붙는 약자. 스스로 힘을 키울 생각은 전~혀 없는 겁쟁이들."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베아트리스는 왜 너 같은 놈을 총애하는지 몰라."

이그니스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베아트리스한테 전해. 출전권 빌 려준 값은 잘 치를 테니까 이건 방 해하지 말라고."

이그니스의 불꽃이 위로 넘실거렸 다. 무슨 상상을 하는 건지 무척 아름다운 춤사위를 그리며 일렁인 다.

"그 녀석과 다시 한번 싸워보고 싶어. 한 번 더, 한 번 더 온몸의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짜릿했던 그 감각을 또 느끼고 싶어!"

큰일이다.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섣불리 움직였다가 이그니스에게 기척을 들킬까 봐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5분이 지났나? 대피소에서 여기 까지 연원이 능력이면 10분이면 충 분할 텐데.'

마음이 촉박해졌다.

서둘러 돌아가지 않으면 표연원은 그레이트홀을 향해 달려올 것이고.

그러다 저 둘이 마주치면……!

'연원이가 위험할 수도 있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저번엔 드라이어드의 도움으로 표

연원이 승리했지만 이번에도 드라 이어드를 소환할 수 있을진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연원이도 이그니스를 상대하기 위 해 여러 특훈들을 했지만, 아직도 마왕을 상대하기엔 부족해!'

적어도 다른 보조 인력들의 도움 이 필요한 일이었다.

"근데, 넌 뭐야?"

이그니스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 렸다.

문득 주변 공기가 따뜻하게 느껴 졌다.

갑작스레 달라진 온도에 미처 다 른 생각을 하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공간 간섭을 발동했다.

팟!

화르륵!

"아, 아깝다. 잡을 수 있었는데."

방금까지 숨어있던 곳이 이그니스 의 손길을 따라 불길에 휩싸였다.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너. 그 녀석이지? 내가 찾던 헌터 랑 같이 있던. 맞아. 너도 꽤 재밌 었어."

이그니스가 내게 아는 체를 해왔

다. 전혀 반갑지 않았다.

"널 잡으면 그럼 그 녀석도 따라 오겠지? 마침 잘됐다! 너, 나랑 싸 우자!"

내가 미쳤다고 마왕하고 싸우겠는 가.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틈을 엿보고 있는데 이그니스와 내 사이로 권성 민이 끼어들었다.

"잠시만요. 이그니스 님."

"응?"

"저도 딱 하나, 양보할 수 없는 게 있습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 런 건 도통 틀리는 법이 없다.

"이 여자를 죽이는 건 제가 할 겁

니다."

살벌한 소릴 담담하게 한다.

이제는 권성민의 말을 우습게 여 기기 어려웠다.

그의 뿔에서 느껴지는 기세가 상 당히 오싹했기 때문이다.

"뭐어? 죽이면 안 돼! 쟨 내 미끼 란 말이야!"

"그럼 이렇게 하죠. 한서하를 미끼 로 이그니스 님께서 원하시는 헌터

를 찾으면 그 이후엔 제게 넘겨주 시는 겁니다."

"저 녀석도 넘겨주긴 아깝지 만…… 그 정도면 타협할 만하지."

남의 목숨으로 둘이 쿵짝이 잘 맞 는다.

어이가 없지만 무어라 반항할 수 도 없었다.

2대 1. 심지어 상대는 마왕과 마왕 의 힘을 이어받은 최측근이다.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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