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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261화 (272/361)

261 화

챕터: 브레이크 아웃

-키에에엑! 케엑!

"으아아아악! 사, 살려줘! 살려줴"

정장을 차려입은 사내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떻게든 뒷걸음질 치려고 꿈틀대 보지만 눈앞의 괴물이 더 빨랐다.

-케에에에엑!

괴물의 입이 쩍 벌어지면서 사내 를 향해 달려든다.

이제 정말로 죽는구나, 하는 생각 과 함께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

시간이 지나도 고통이 밀려오지 않자 그는 슬그머니 눈을 떴다.

가느다래진 시야 사이로 누군가가 자신 앞에 서 있었다.

-케에.. 에에에

괴물이 완전히 곤죽이 된 채로 바 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를 향해 위협 적으로 달려오던 괴물이었는데 말 이다.

그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 다.

"누, 누구세요?"

그러자 그 누군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검은 머리카락이 휘 날리며 영화 같은 장면을 그려낸다.

"헌터입니다. 걸을 수 있으십니 까?"

"헌터? 아니, 대체 뭐 하다 이제 온 거요? 휴대폰도 안 터지고! 내가 이 괴물들을 피하려고 얼마 나……

그는 제대로 말을 끝마칠 수가 없 었다.

- 키에에에엑!

모습이 다른 괴물 하나가 또 그를 향해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으아아아악!"

탕, 탕!

헌터가 괴물을 향해 총을 쐈지만 상처는 금방 회복되고 말았다.

괴물이 지척까지 가까워졌다.

"허억!''

괴물이 입을 쩍 벌리고 그의 코앞 에서 멈춰 섰다.

주르륵, 괴물의 침이 그의 뺨을 타 고 흘러내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의 눈 동자가 빙글 돌고, 괴물의 몸뚱이가 힘없이 내려앉았다.

"으, 으아아아!"

괴물의 진득한 체액이 옷에 들러 붙자 끔찍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제 몸 위로 떨어지려는 괴물 의 머리를 피해 서둘러 옆으로 굴 렀다.

"괜찮으십니까."

헌터가 체액이 잔뜩 엉겨 붙은 단 검을 쥐고서 서 있었다. 괴물의 두 개골을 박살 낸 건 아마 저 사람 짓일 거다.

"이, 이봐요. 대체 이 괴물들은 뭐

그는 한 번 더 헌터에게 이게 무 슨 일인지 물으려고 했지만 실패했 다.

이번엔 괴물의 습격 때문이 아니 라, 그가 마주한 헌터의 얼굴이 무 척 낯익었기 때문이다.

"어? 한서하 헌터! 한서하 헌터 맞죠!"

모두가 사망한 줄 알았으나 기적 적으로 살아 돌아온 그 헌터였다.

마치 연예인을 본 것 같은 감상도 잠시. 그녀가 현실을 알렸다.

"설명할 시간이 없으니 바로 따라 와 주시기 바랍니다. 긴급 대피소로 모실 겁니다."

* * *

B급 라일락투구꽃무리 둘, C급 가

위사마귀 하나, E급 책벌레 셋.

대피소로 이동하는 동안 만난 몬 스터의 숫자였다. 중간중간 생존자 도 둘 더 찾았으니 수확이 나쁘지 않았다.

"허억, 허억. 얼마나 더 가야 하나 요?"

구두를 손에 쥔 채 거의 맨발로 걷던 생존자 하나가 내게 물었다.

나는 대충 거리를 가늠하며 대꾸 했다.

"이 앞입니다."

"여기요? 여긴 아무것도 없는데

요."

다들 어리둥절한 것 같았다. 그럴 만하지.

몬스터의 공격으로 무너진 잔해로 입구가 막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 으니까.

"이 밑으로 갈 겁니다."

"여기서…… 밑으로요?"

나는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기 로 했다.

바닥을 더듬어보면 잔해들 사이로 틈새가 만져졌다.

기다란 철판이 위를 가로막고 있

었으니, 이것만 들어 올리면 됐다.

우두둑, 쿠구구구구…….

거대한 철판이 서서히 들어 올려 지면서 그 위에 쌓여있던 잔해들이 사방으로 흘러내렸다.

"우와……. 여기 지하철역이었네 요."

밑으로 내려가는 통로는 모두에게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멈춰버린 에스컬레이터들과 계단 들. 콘크리트 가루가 소복하게 쌓인 곳을 닦아내면 여기가 어느 역인지 알 수 있을 거다.

나는 철판을 허리춤까지 들어 올 렸다.

"들어가시죠."

내 말에 다들 서둘러 안으로 향한 다.

나는 셋이 모두 안으로 들어간 걸 확인한 다음에 조심스럽게 몸을 안 쪽으로 옮겼다.

쿠우우웅!

철판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빛이 차단되면서 사방이 깜깜해졌다.

나는 품에서 손전등을 꺼내 들었 다.

"이 안에도 몬스터들이 있습니다. 조심해서 따라오세요."

내 말에 다들 긴장감 어린 표정을 했다.

"그럼 여기로 들어오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누나는 헌터니까 상 관없겠지만 우린 누나 없으면 여기 서 다시 나가지도 못하는데..!"

아직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불안한 듯이 책가방 끈을 꾹 움켜쥐며 말했다.

"이 안쪽에 긴급 상황을 대비한 대피소가 있습니다. 그 안엔 상당한 양의 비상식량과 함께 식수가 비축

되어 있어요."

불안해하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쓸데없는 소리는 분란만 일으킬 뿐 이다.

"바깥보단 이 안이 안전할 겁니다. 몬스터가 있긴 해도 대부분 E급이 나 도급이고요. 단련한 일반인들도 상대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게 말처럼 쉽냐고요……

여전히 불퉁한 말투지만 더 이상 이의는 없는지 순순히 따라온다.

나는 손전등을 들고 앞서 나가다 가 잠시 멈춰 섰다.

내가 멈추자 뒤따라오던 이들도 조심스레 정지했다. 그러자 사방에 끔찍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누군가 헐떡이는 소리가 소음의 전부였다.

나는 한 손으로 노이트를 꺼내 들 고, 어둠 너머를 향해 쐈다.

탕, 탕탕! 탕탕!

그러자 키에엑, 하는 외마디 비명 이 울렸고 이윽고 무언가 바닥에 철푸덕 넘어지는 소음까지 들렸다.

"가시죠."

그들은 마치 곡예사를 보는 것처

럼 놀란 눈을 하고서 날 쳐다봤다.

* * *

"신원 확인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와서 서 주세요."

"신분증 가지고 계시면 제출해주 세요."

내가 인도해온 이들은 신원 확인 을 위해 한쪽 구석으로 불려갔다.

대피소 내의 행정 담당관에게 다 가가자 그가 반갑게 아는 체해왔다.

"오늘도 고생하셨네요."

"아닙니다. 제가 할 일인데요."

검은 머리카락에 순박한 눈매. 이 름이 아마 박병관이었던가.

어쩐지 김태병을 떠올리게 하는 사내다.

그는 본래 이 지하철역에서 일하 던 역무원이었다는데 긴급 상황이 라 임시로 대피소 총괄 업무까지 맡고 있다고 했다.

"한서하 헌터처럼 열심히 하시는 분도 못 봤는걸요. 이런 민간인 구 조 업무는 돈이 별로 안 되니까요."

조금 씁쓸하다는 듯한 어조였다.

"다른 대피소 상황은 어떻습니 까?"

"외곽지역부터 구조 작업이 이루 어지고 있다고 해요. 속도도 빠르 고, 아마 3주 이내면 이 안쪽 대피 소에 있는 사람들도 구조될 것 같 아요."

"식량은 어느 정도 있죠?"

"오늘 들어온 사람들 몫까지 따지 면…… 대략 3주 정도요."

"빠듯하네요."

내 말에 박병관도 고개를 끄덕였 다.

이 인원으로만 버틴다면 모를까, 아직도 밖에는 구조를 기다리는 민 간인들이 있을 터였다.

"말씀드린 것처럼, 긴급하면 밖에 있는 검은발박쥐랑 녹색참거미라도 사냥해서 잡아먹어야 합니다."

"알아요. 저번에 손질 방법도 알려 주셨고요."

"네. 제가 이 구역에서 얼마나 머 무를지 몰라서요."

당장 내가 몬스터를 잡아주면 이 들도 편하겠지만. 그러다 내가 사라 지면 그대로 굶어 죽을 것이다.

예정된 기간인 3주 내에 구조가 실패하면 다음 구조가 언제일지 모 른다. 이들은 자급자족하는 법을 배 워야만 했다.

"하아……. 대체 어쩌다 일이 이렇 게 됐는지. 뭐 들은 거 따로 없으 세요?"

"저도 특별히 들은 건 없습니다."

나는 입 안이 썼다.

갑작스럽게 게이트 내 몬스터들이 도시 한복판에 쏟아져 나온 게 벌 써 3일 전 일이다.

도시는 완전히 혼돈에 빠졌헜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생존을 위한 체계 를 갖추고 있다.

몬스터 습격 직후 정부는 해당 지 역을 외부와 격리했다.

그 안에 헌터들이 투입되어 민간 인들을 대피소로 이동시켰고, 지금 은 외곽지역부터 차근차근 구조 작 업 중이다.

"아직 자세한 내막은 조사 중일 겁니다."

"그렇겠죠. 이런 일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하니...

"당장 중요한 건 그보다 일단 살 아남는 거니까요. 오늘 구조해온 사

람들 중엔 미성년자도 있으니 특별 히 신경 써서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 도시가 폐쇄되면서 바깥은 아 직까지도 여러 논란들로 뜨거웠다.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이들도 있고. 정부가 국민을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하는 이들 도 있었으니까.

그 대처가 옳고 그름과 별개로, 당 장 이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은 그저 사람들을 끌어 모아 어떻 게든 근처 대피소로 보내주는 것뿐이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늘도 그곳으로 가시나요?"

그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나 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도 좀 드시고 가세요."

"아뇨. 저는 몬스터 고기 먹는 게 더 익숙해서 괜찮습니다. 그럼 다음 에 다시 뵙죠."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인 다음 걸음 을 옮겼다.

내가 이 제일 안쪽 구역을 배당받 길 자진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 * *

하늘의 균열, 구멍 또는 시작.

사람들이 부르는 명칭은 많지만, 공식 명칭은 이랬다.

'그레이 트홀'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생겨나 끊 임없이 몬스터를 내뱉는 저 구멍에 붙은 이름치곤 꽤 거창하지만 말이 다.

나는 숨을 죽인 채 그레이트홀을 관찰하고 있었다.

- 키에에에!

푸드덕, 퍼덕!

그레이트홀 주위엔 날 수 있는 몬 스터들이 떼를 지어 다녔고, 바닥엔 막 구멍에서 떨어진 각종 몬스터들 이 기어 다니고 있었다.

개미떼가 개미굴 근처에 도사리는 것처럼 징그러운 수준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 그레이트 홀이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 거였 다!

'처음에 내뱉던 몬스터는 고작해야 E급이나 도급이었는데. 반나절 만에

C급 몬스터까지 배출해냈지.'

지금 와서는 c, B급은 물론 간혹 A급까지 출몰하고 있었다.

'크기도 조금씩 커지고 있어.'

마치 블랙홀처럼 연기 같은 것이 주변에 소용돌이치고, 가운데는 깊 은 어둠이라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 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 너머에 게 이트가 존재하고 있단 거다!

'몬스터는 결국 게이트에서 만들어 지는 녀석들이니까.'

그리고 최근에 생성된 게이트들

중 A급까지 출몰할 만한 규모는 단 한 군데뿐이다.

'SSS급 게이트. 거기겠지.'

그렇다면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가 있었으니.

'이번 SSS급 게이트의 총사령관은 대체 누구일까.'

그리고 그 인물도 그레이트홀을 통해 이 지구로 나올 수 있다면?

톨룩의 인물이 지구의 땅을 밟게 된다면!

끔찍한 가정이지만 그것이야말로 톨룩에서 가장 원하는 바일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게이트를 벗어나 직접 지구의 땅을 침략하고 싶어 했으니까.

-우워어어어!

-케루룩, 크루루루룩!

그때 몬스터들이 하늘을 향해 울 부짖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이상 신호였다.

그리고 동시에 그레이트홀에서 하 얀 팔이 뻗어 나왔다.

하얗고 기다란 팔뚝. 그건 분명 인 간의 것과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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