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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260화 (271/361)

260화

나는 잠시 내가 무슨 말을 들었는 지 몰라 멍했다.

그러다 이내 모든 게 분명해졌다.

"하지만 핵심을 부쉈는데?"

"톨룩에서 클로에는 어디까지나 게이트 생성기의 부품에 불과하지. 얼마든지 고장 나면 새 부품으로

바꿀 준비가 되어있단 말이다."

그럴 수가. 그럼 모든 게 허사였단 말인가?

나는 노이트를 내려다봤다. 그때 해제한 바로잡는 창천은 아직까지 잠기지 않고 그대로였다.

"……그럼 다시 만들어진 핵심엔 클로에의 영혼이 없을 거 아냐."

"그렇겠지. 하지만 클로에의 기억 은 고스란히 가지고 있을 테니 사 실상 같은 인격이라고 보는 게 옳 을 거다."

어려운 문제다.

영혼과 기억, 둘 중 어느 것이 그 존재를 정의하는가.

클로에의 영혼이 없는 그 인공지 능을 클로에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하지만 테오도르는 영혼이 교체된 인공지능까지도 클로에라고 부르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클로에랑 마지막에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 혹시나 그 애의 화를 돋 우기라도 했다면……

나는 절로 안색이 창백해졌다.

-제가 진심으로 만든 게이트가 어

떨지 직접 체험해보면 알겠죠.

그 애가 남긴 말이 떠올랐기 때문 이다. 내 표정을 보자 대충 짐작할 만한지 테오도르가 목소리를 작게 낮췄다.

"우리가 그 애를 만들었지만, 그 애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했고 훨씬 많은 걸 알아버렸 어."

비밀을 속살거리는 것만 같았다.

"이제는 우리도, 그 애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지 잘 몰 라. 연구원들이 감춰둔 기억까지 읽

었다고 했지? 그게 그 증거겠구 나."

"그럼 너도 클로에가 전력을 다해 만든 게이트가 어떤 난도일지 모른 다는 소리네."

테오도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사람의 뇌도 전체의 몇%나 활용하는지 잘 모른다고 하지 않더 냐. 클로에도 마찬가지다. 내가 봤 던 게 과연 클로에가 얼마나 자신 을 활용한 결과물이었을진, 아무도 모른다는 거지."

그렇다면 꽤나 섬뜩했다.

나는 서슬 퍼렇게 날 보려보던 클

로에와, 날 향해 비명을 지르던 것 을 떠올렸다.

"백업 자료로 클로에를 복구하기 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 늦어봐야 열흘일 거다."

그럼 슬슬 복구가 완료됐을 거란 소리였다!

"다음에 다시 연락할게. 가봐야 할 곳이 있어!"

벌컥, 문을 열자 막 차를 내오려고 했는지 차준이 찻주전자를 들고 서 있었다.

"어디 가시게요?"

차준이 타준 차는 맛있지만 지금 그걸 즐기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이운우한테 가봐야 해서!"

국내 게이트 클리어를 총괄하는 이가 그였으니. 갑작스럽게 상승할 게이트 난도에 대해 말해줘야 했다.

* * *

내가 청사 길드 로비에 도착하자 데스크에 앉아있던 이가 날 알아보 며 인사했다.

"한서하 헌터님이시죠."

최근에 TV로 난리가 났던 탓인지,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로비에 들어서자 날 빤히 바라보 는 이들이 꽤 많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방문하시면 바로 길드장님께 안내해 드리도록 지시받았습니다."

"안내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운우도 내가 여길 찾아올 줄 알 았던 모양이다.

물론 이런 용건인 줄은 모를 테고. 날 재우는 걸 묵인한 사람들 중 하나가 이운우니까 내가 그걸 따지러 올 거라 생각했나 보다.

띠링.

최상층으로 직행하는 엘리베이터 가 순식간에 날 꼭대기 층에 안내 했다.

스르륵, 문이 열리자 이제는 꽤나 익숙한 광경이 눈에 보였다.

이운우가 산처럼 쌓인 서류더미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 말이다.

그는 날 발견하자 펜을 내려놓았 다.

이운우에게 서둘러 본론을 꺼내려

고 했다. 클로에에 대해서 말할 순 없어도 게이트의 난도에 관한 건 말해줄 수 있으니까.

"내가 잘못했어."

그런데 내가 무어라 말을 꺼내기 도 전에 이운우가 사죄의 말을 꺼 냈다.

"난 네가 좀 더 안정을 취할 필요 가 있다고 판단했을 뿐이야."

그러시겠지.

변명이 웃기긴 하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 얘기 하려고 온 거 아니야."

"그럼?"

내가 심각한 얼굴을 하자 이운우 도 뭔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눈치챈 것 같았다.

"최근에 생긴 게이트들. 난도 체크 다 했어?"

"대부분 다 했고 가장 최근에 생 긴 게이트 하나는 아직 체크 증인 데. 왜 그래?"

"결과 보고는 언제 나와?"

그가 시계를 바라봤다.

똑딱, 똑딱. 초침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30초 뒤쯤."

그럼 뜸 들일 시간이 없었다.

"조사 요원들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어."

"무슨 소리야?"

"게이트의 난도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번 아니면 이 다음에라도."

그는 내가 감금당했다 일어나서 갑자기 게이트 난도 얘길 꺼내는 걸 영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 았다.

"……톨룩 쪽 스파이한테서 들은

얘기야?"

" 비슷해."

정확히 말하면 내가 직접 체험한 일이지만. 제길.

내가 클로에를 찾아가지 않았으면 상황이 좀 달랐을까.

아니, 어차피 대규모 게이트를 준 비 중이라고 했으니 클로에가 아니 었어도 황제가 게이트 난도를 대폭 상승시키려고 하긴 했을 거다.

"비슷하다니. 그 애매한 대답은 뭐 야. 정보의 출처를 정확히 밝혀 야.."

우우우웅.

그때 이운우의 휴대폰이 진동으로 울렸다.

30초가 지났다. 게이트 난도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네. 이운우입니다."

그가 날 쳐다보면서 평소처럼 전 화를 받았다.

헌터의 날카로운 기감이 그 너머 의 소리를 잡아낸다.

...해서, 현재 상황이......

……가 너무…….

수화기 너머 상황이 영 좋지 않은

모양이다. 정신없이 요동치는 목소 리가 그 상황을 대변하는 것만 같 았다.

-살아 돌아온 이가 있는지 아직 확인 중이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입 니다.

-김정현 헌터가 죽기 전에 남긴 말에 따르면...... 게이트 조사 결과, 난도는 대략…… SSS 수준으로 추 정됩니다!

이운우의 얼굴이 뻣뻣하게 굳었다.

SSS 수준의 게이트는 역사적으로 딱 한 번 열린 적 있었다.

"……확실한가?"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되물었고.

-네. 확실합니다.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이 돌아왔다.

"알겠다. 시신은 수습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수습하고, 유가족들에겐 충분히 보상해주도록. 관련 사안은 일단 기밀로 처리한다. 아는 사람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해."

-넵! 알겠습니다!

전화가 끊기자 그는 날 보며 설핏 웃었다.

"타이밍이 대단하네."

"의도한 건 아니었어."

"그렇겠지."

이운우는 잠시 말을 멈추고 창밖 을 바라봤다.

"..SSS 급이라."

"어떻게 할 생각이야?"

"우선은 국제 연합에 협력을 요청 해야겠지. 하지만 걱정되는 게 있는 데."

그가 양손을 깍지 끼면서 턱을 괸 다.

"게이트 난도 상승은 국내뿐만 아 니라 국제적으로 모두 통용되는 거 겠지?"

" 아마도."

"그럼 골치 아프겠어. 평균적으로 C급에서 B급 정도를 왔다 갔다 하 던 우리 쪽이 SSS급까지 급상승했 으니, 외국 쪽도 만만치 않게 상황 이 심각할 거야."

"우리한테까지 지원이 돌아오는 게 늦을 수도 있단 거네."

이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톨룩이 차지하게 내어주는 게 나 을지도 몰라. 섣불리 들어가면 인명 피해가 너무 심해."

당장 톨룩에게 땅을 내어주는 게

뼈아프긴 해도 장기적으로 보면 그 게 나을지도 모른다.

우린 이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 었으니까.

"이번 게이트만 문제가 아니야. 앞 으로 발생할 모든 게이트가 이 정 도 수준이라면?"

이운우의 낯이 어둡게 변했다. 언 제까지도 대치를 피할 수 없단 걸 알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땅덩이 좁은 이 나라 에서 그렇게 버티는 덴 한계가 있 겠지. 알아."

하지만 그도 별수 없다는 눈치였

다.

우리가 당장 SSS급 게이트를 공략 하기엔 어려움이 뒤따랐으니까.

"역사적으로 딱 한 번, 한반도 땅 위에 생겼던 SSS급 게이트.〈붉은 소금동굴 게이트〉의 사망헌터 수가 얼만지 알아?"

"2세대 헌터의 대부분."

일반적으로 현직에서 일하는 헌터 수는 대략 2만 명 정도로 추산한 다.

직업 수명이 짧고 최근 들어서는 공급도 충분하기 때문에 정확한 숫 자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본래는 2만 5천 명에서 3만 명 정 도였지만, 최근 들어 사망자가 많아 2만 명 정도로 본다.

그들 중 유의미한 전력이 될 만한 이들은 또 얼마 안 된다.

우리나라 게이트 클리어 기여도의 90%는 상위 1000명에게 집중된다 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승자 독식 체계가 심하다.

앞서 말한〈붉은소금동굴 게이트〉 는 2세대의 주요 전력을 죄다 잡아 먹은 게이트로 유명한 게이트였다.

'개중에 그 사람도 있었겠지. 전다 호. 전서호의 친누나이자, 청사의

부길드장이었던 그 헌터.'

확실하진 않지만, 2세대 헌터들 중 이름 좀 알려진 이들의 사망원인 중 대부분이 저 게이트이니 낮은 가능성은 아니었다.

"여기서 SSS급 게이트 클리어 시 도했다간 3세대도 전부 날아가는 수가 있어."

현실적으로 이운우의 말이 타당했 다.

그런데도 내가 계속 클리어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오 직 하나였다.

마음 한편의 불안감이 내게 이렇

게 속삭이는 것이다.

'클로에가 이런 상황도 예상 못 했 을까? 게이트 난도가 너무 높으면 아예 공략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정말 몰랐을까.'

그럴 리가 없다.

클로에라면 그에 대한 대비를 뭔 가 해뒀을 텐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가 던전 클리어에 나서도록 만들어뒀을 거 다.

'하지만 근거가 없어!'

나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었으니 이운 우에게 마냥 떼를 쓸 수도 없는 노 릇이었다.

"좋아. 그럼 최소한…… 만약의 상 황을 대비해서, 무기나 포션 같은 물자들은 미리 다 준비돼 있겠지?"

"당연하지. 게이트는 끊임없이 생 기고 있으니까."

그거면 됐다. 불안감이 아직 가시 지 않았지만 이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리고 문제는 일주일도 채 지나 지 않아서 터졌다.

"게이트에서 이상 신호 감지! 이상 신호 감지!"

"파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 습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게이트 연 구소였다.

이들은 24시간 게이트의 파동을 관찰하는 역할도 수행했는데, 때문 에 이상 신호를 재빨리 알아챌 수 있었다.

"신호 양상은?"

"그게…… 여태까지 본 적 없는 패턴입니다."

"가장 유사한 패턴도 없어요?"

백목련의 외침에 연구원이 황급히 대답했다.

"제일 유사한 패턴이, 그게……

"뭔데 그래요?"

"게이트가 클리어될 때 파동과 아 주 흡사합니다!"

"클리어요? 하지만 아직 클리어팀 은 들어가지도....

의문은 금방 사라졌다.

현장을 관찰하는 카메라에 이상한 광경이 잡혔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허공이 꾸물꾸물 움직이더 니 알 수 없는 균열이 생겨났다.

시민들은 그 밑에 모여 웅성거리 거나 휴대폰으로 그 광경을 촬영하 고 있었다.

백목련은 목소리가 목에 턱 걸려 나오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당장 도 망치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꺄아아아악!"

"으아아아!"

"저, 저게 뭐야!"

균열 틈으로 괴물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게이트 안에만 갇혀 있 었던 게이트의 괴물들이 현실로 튀 어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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