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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250화 (261/361)

250화

챕터: 댄버의 소원

슥, 스윽.

흙바닥을 .훑어내자 정말로 피아노 건반 같은 것이 보였다.

테오도르가 말한 대로였다.

-J〉…… 月……》月 J

그가 알려준 대로 건반을 두드리

자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아까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 았던 것이 생겨났다.

문.

덩그러니 홀로 생겨난 하얀 문이 었다.

이 문을 열면 곧장 오로굴드의 탑 이 나오겠지. 나는 문고리를 쥐고 잠시 심호흡을 했다.

-그 탑 자체가 그 애의 수족과 다 름없는 수준이야.

테오도르는 이미 내게 경고한 바 있었지.

이 안으로 들어가면 나는 클로에 의 망령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애가 나를 알까.'

나는 이미 스테이지형 게이트에서 그 애를 파괴한 적이 있다.

실제로 일어난 적 없는 일이지만, 게이트를 총괄하는 인공 지능이라 면 그 세부적인 내용까지 알고 있 을지도 모른다.

나는 클로에를 본 적 있지만, 클로 에는 날 처음 보겠지.

달칵.

노이트를 한 손에 쥐고 반대 손으

로 문고리를 돌렸다.

X O 으

부드럽게 문이 열리고 탑 안으로 들어오자 문이 혼적도 없이 사라졌 다.

하얀 복도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 다. 익숙하다면 익숙한 공간이다.

스테이지형 게이트에서 지낼 때 이 하얗기만 한 복도를 여러 번 누 비곤 했으니까.

'공간 간섭!'

눈을 감고 능력을 발휘하자, 탑의 구조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기본적인 구조는 예전과 비슷한데, 안에 있어야 할 연구원들이 한 명 도 없었다.

위잉-

그때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 다.

팟!

지이이잉!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과, 기계에서 쏘아낸 레이저가 벽을 강타하는 건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위치는, 천장.'

탕!

노이트로 레이저가 나오는 부분을 강타하려 했지만, 총알이 레이저에 맞자 그대로 흡수되고 말았다.

'마력 레이저인가.'

마력탄을 쏴봤자 그대로 흡수되는 모양이다.

동시에 한 번 더, 위이잉. CCTV 처럼 생긴 기계 머리가 움직여 내 쪽을 바라본다.

지잉!

덜컹, 쿠웅!

레이저에 반듯하게 잘린 바닥재가 아래로 매몰되면서 거친 소리를 냈다.

'공간 간섭'

눈 한번 깜빡하는 사이 나는 기계 의 뒤편에서 나타났다.

콰드득!

파직, 파지지직!

단검으로 마력선을 끊어내자 번쩍 허공에서 빛이 튀면서 살벌한 소음 이 일었다.

그것도 잠시. 기계 목이 축 늘어지 면서 안녕을 고했다.

'우연인가?'

내 주 무기인 노이트를 무력화시

키는 공격 수단인데.

우연이라고 하기엔 참 기묘한 일 이었다.

마력을 이용한 공격은 마법이 아 니면 그 소모에 비해 효율성이 떨 어져 잘 사용되지 않을 텐데.

'게다가 이 탑에 생명체는 없으 니…… 모든 마력은 마력석으로 공 급되고 있을 텐데.'

그 천문학적인 액수를 생각하면 합리적인 선택이라 하기 어렵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눈을 감 고 공간 간섭을 발휘했다.

눈을 뜨기도 전에, 콰앙!

내가 서 있던 바닥이 무너져 내렸 다.

-치직, 치이이익!

다리 대신 바퀴가 달린 기계가 거 대한 도끼를 들고 서 있었다.

'대인용 전투 기계까지.'

후욱, 후욱!

거대한 도끼가 이리저리 휘둘러지 는 걸 피하면서 놈을 살폈다.

몸은 단단해 보이고 이음새는 거 의 보이지 않을 정도다.

동력은 마력석인 것 같은데, 저 몸 통 안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치직, 침입자 발견. 침입자 발견. 제거한다.

무미건조한 기계음이 선전포고를 던져왔다.

'공간 간섭'

탕!

습관대로 놈의 뒤를 점하고 이음 새에 노이트를 때려박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치직, 잡았다.

철컥.

녀석의 등에서 촉수 같은 게 튀어 나와 맞닿은 총구를 동여맨다.

나는 황급히 노이트를 놓고 몸을 뒤로 뺐다. 노이트가 녀석의 등판에 달린 채로 대롱거렸다.

'역시. 기분 탓이 아니었어.'

기다렸다는 듯이 노이트를 감싸 쥐는 것으로 충분히 증명됐다.

이 녀석들 내 전투 스타일을 파악 하고 있었다!

'마력탄이 통하지 않는 마력 레이

저에, 등 뒤에 촉수를 단 대인용 전투 기계라니. 미리 준비하지 않았 으면 이렇게까지 딱 들어맞을 리가 없잖아.'

나는 허공에 손을 뻗고 조용히 읊 조렸다.

"노이 트."

탁!

손아귀에 착 들어맞는 그립감이 느껴졌다. 노이트는 놈의 등에서 빠 져나와 내 옆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이 탑의 주인과 내가 구면인 모양이야."

-치직, 제거한다. 침입자.

내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고 녀석 이 한 번 더 달려들었다.

후욱!

도끼가 아슬아슬하게 내 위를 스 쳐 지나간다.

탁!

허공에서 한 바퀴 돌아 놈의 도끼 위에 섰다.

-치직! 치지지직!

도끼를 따라 달리자 놈이 당황하 며 다시 도끼를 휘두른다.

허공에서 미끄러지는 것처럼 내 신형이 사라지고, 다시 모습을 드러 냈을 땐.

철컥.

놈의 머리통 정면에 총구를 들이 댄 뒤였다.

탕!

- 치지지 직!

머리처럼 보이는 부분이 날아갔지 만 놈은 멈추지 않았다.

놈의 동력원은 저 안쪽에 있는 탓 이다.

나는 비틀거리는 놈에게 딱 달라

붙어서 날아간 머리통 안쪽으로 팔 을 집어넣었다.

-치직, 치직! 내부 압력 발생! 이 물질 침입 증, 침입 중!

콰득, 콰지지직!

안에 들어있는 세부 부품들이 박 살나는 게 느껴졌지만 내가 찾는 게 보이질 않았다.

그때 손끝으로 두근두근 박동하는 무언가가 만져졌다.

' 찾았다.'

-치직, 이물질 제거! 제거합니다!

후욱, 바람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콰아앙!

놈이 날 공격하기 위해 도끼를 자 기 몸 위로 휘둘렀다.

하마터면 반 토막 날 뻔했다.

-치직, 치지직  이상, 이상 발 생…….

"이걸 찾아?"

나는 손에 꼭 쥐고 있던 것을 펼 쳐 보여줬다.

붉은색 마력석이 웅, 웅, 박자에 맞춰 벌떡벌떡 움직였다.

그 색이나 모습이 마치 인간의 심 장을 닮았다. 소름끼칠 정도로.

-치직…… 안, 돼…….

털썩.

동력원을 잃고 빈 깡통이 된 기계 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녀석이 쓰러진 걸 봤는데도 찝찝 함이 영 가시질 않았다.

나는 여전히 뜀박질하고 있는 마 력석을 잠시 내려다봤다.

여태까지 마력석을 이용한 기계를 여럿 봤지만, 이것처럼 인간을 닮은 기계는 처음이다.

'인공 지능이 만든 기계라 그런 가.'

무거운 마음을 품은 채로, 나는 노 이트를 한 번 더 가다듬었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로 능력을 발 휘한다.

'공간간섭'

쿠웅, 콰과과광!

"허억, 허억……

거친 숨이 폐부를 통해 빠져나간 다.

심장께가 뻐근한 것이 흥분으로 인해 혈류가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 는 게 느껴졌다.

"후우."

콰득!

나는 마지막으로 심장 역할을 하 는 마력석을 발로 짓밟아 깨부쉈다.

그러자 우웅, 우웅, 하고 움직이던 것이 겨우 멈췄다.

'몇 개나 해치운 거지?'

마치 내 이동 경로를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내가 이동하는 곳마다 기계 장치들이 깔려있었다!

그것도 하나같이, 내 전투 스타일 을 꿰뚫어 본 것처럼 불쾌하게 커 스터마이징 된 놈들이었다.

덕분에 여기저기 생채기도 났고, 노이트의 특수 탄환도 두어 개 사 용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도 달할 수 있었다.

나는 계단을 걸어 올라가 새하얀 문 앞에 섰다.

제일 꼭대기 층이다.

이 앞에, 클로에가 있을 것이다.

달칵.

스르륵.

문을 열고 잠시 기다렸다. 내부가 잠잠한 것 같자 빠르게 뛰어들면서 노이트를 겨누고 사방을 살폈다.

'없어. 아무것도.'

하얀 방 안에 아무도 없었다.

'클로에는 어디 간 거지?'

의아함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자 이내 내부 구조가 꽤나 익숙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인큐베이터 방……. 그곳을 모티 브로 한 건가?'

벽 사방이 알 수 없는 기계 장치 로 뒤덮여 있고 한가운데에는 요람과도 같은 게 놓여있었다.

스테이지형 게이트에서 봤던 그 인큐베이터실과 매우 흡사한 구조 다.

'아니. 모티브라고 하기엔 너무 디 테일한 부분까지 똑같잖아.'

그 인큐베이터실을 흉내 낸 게 아 니다.

그곳을 고스란히 가져온 거다.

'탑의 주인이라고 하더니. 이런 것 까지 가능한 건가……

탑 내부 구조를 통째로 뒤바꿔 연 구실 내부에 있던 장소를 제일 꼭대기 층으로 들어 올리다니.

클로에가 이곳에서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대충 예 상이 갔다.

"결국 여기까지 올라오셨군요."

철컥!

뒤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나는 노 이트를 겨누며 뒤돌았다.

한쪽 벽에서 상체만 꺼낸 채로 날 바라보는 어린아이가 보였다.

"처음, 뵙는다고 해야 할까요."

무기질적인 눈빛을 한 소녀가 탁, 발을 내디뎌 몸을 전부 꺼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지구에서 오 신 분."

댄버를 닮은 구석은 조금도 없었 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애가 오로굴드 탑의 주인이었 다.

"클로에……

"그렇게 불리기도 하죠."

지극히 사무적인 어조로 뒷말을 잇는다.

"하지만 역시 비합리적인 명칭이 에요. 제 핵을 이루는 구성 요소 중 하나가 '클로에'라는 이름을 갖

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 가 클로에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내게 따져 묻거나 항의하는 게 아 니었다.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논하 는 듯한 말투였다.

"'오로굴드의 탑' 스테이지형 게이 트에서 많은 것을 보셨겠죠. 저 역 시, 해당 게이트의 자료를 분석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에서 당신에 대한 여러 가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 었습니다."

"그래서 날 겨냥해서 기계들을 만 든 건가."

"네. 그랬죠. 그때 봤던 때보다 강

해지셔서 크게 의미는 없었던 것 같지만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 애가 날 진심으로 상대하지 않았기 때문 일 거다.

테오도르의 말에 의하면 마왕에 버금갈 정도의 무력을 가졌다고 하 지 않는가.

실제로 인큐베이터실을 꼭대기 층 으로 재구성할 정도면…… 어설프 게 기계 한두 종 보내는 것보단, 탑 전체를 이용해 날 공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공격일 거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또 뭘까.

클로에는 소리 없이 걸어 내 앞에 섰다.

"손을 주세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대뜸 손을 잡 으라 권한다.

나보다 훨씬 작고, 또 지나치게 인 간스러운 손을 잠시 내려다봤다.

'함정인가? 아니, 이런 함정을 만 들 이유도 없어.'

날 죽이고 싶었다면 지금 당장이 라도 천장을 내려앉게 하면 될 일 이니까.

결국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클로에와 마주했다.

톡.

손끝이 맞닿자 클로에가 두 손으 로 날 부여잡는다.

"따뜻하네요."

그야, 사람이니까.

반면에 클로에의 손은 형태적으론 인간의 것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 로 흡사했지만, 온도가 다소 미적지 근했다.

어린아이들이 보통 성인보다 높은 체온을 갖는 걸 생각해보면 조금이상하게 느껴질 법했다.

"당신을 한 번쯤 보고 싶었어요."

클로에가 날 이곳까지 들인 이유 를 털어놓았다.

말간 눈빛으로 날 올려다본다.

"내 시작을 아는 사람은 이제 당 신이 유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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