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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223화 (234/361)

223화

큰소리 쳤지만 여전히 불리한 건 우리 였다.

'원래는 표연원을 이용해서 못 움 직이게 만들고, 혜원 언니와 접촉하 게 한 다음 벨제부브가 죽는 걸 확 인하고 탈출한다…… 그런 작전이 었는데. 일이 틀어졌으니까.'

벨제부브를 묶어둘 수단이 여의치

않다.

혜원 언니와 벨제부브를 강제로 접촉하게 만들 수단이 없단 뜻이었 다.

그렇다고 해서 벨제부브에게 아주 유리한 상황도 아니었다.

혜원 언니에게 '닿는 것'만으로도 그의 패배니 리스크가 클 수밖에.

'그렇다고 벨제부브를 잡자고 센티 피드를 풀어주면.. 죄다 몰살당 할지도 모르고.'

이렇게 어영부영하다 둘 다 놓치 면 그것대로 손해가 크다.

'이 게이트를 닫게 만드는 것만으 로도 큰 수확이긴 하겠지만. 다시 나타나 다른 게이트를 점령하면 의 미가 없잖아.'

적어도 둘 중 하나는 여기서 끝장 을 내야 했다.

철컥.

총을 장전한다. 여유분 두 발 중 하나를 아까 썼으니 마지막 남은 하나였다.

총알은, '아늑한 바람'.

탕!

내 머리에 총구를 대고 쐈다. 움찔

하는 혜원 언니를 애써 무시했다.

휘익!

나는 한 번 더 벨제부브의 등 뒤 로 이동했다.

그가 다시 내 팔을 부러뜨리려고 손을 뻗었지만 내가 더 빨랐다.

꽈악, 벨제부브를 있는 힘껏 붙잡 았다.

"언니!"

"알겠어!"

탁!

벨제부브가 거친 손놀림으로 내 목을 잡아챘다.

꾸욱, 아마도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지만 내겐 느껴지지 않았다.

"하."

벨제부브가 날카롭게 웃었다. 내가 지금은 대미지를 받지 않는 상태란 걸 눈치챈 것이다.

슈욱!

어느새 혜원 언니는 지척까지 도 달했다.

언니의 손가락 끝이, 벨제부브의 옷깃을 스치려는 그때.

' 어?'

시야가 뒤집혔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하지만 난 분명 벨제부브를 잡고 있었는데?'

시야를 내려 손을 바라봤다. 이런. 잡고 있는 건 허공뿐이었다.

아까 벨제부브에게 공격받아 망가 졌던 팔의 감각이 이상했는데, 그 틈새를 이용해 빠져나간 것 같았다.

콰앙!

바닥을 거칠게 굴렀다. 내 무게에 중력까지 더해져서 하늘에서 떨어 진 탓에 충격이 꽤 컸다.

곧장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

니 혜원 언니도 갈 곳을 잃고 주변 을 살피고 있었다.

'보이지도 않았어.'

힘의 차이가 또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속도 면에서 도저히 상대가 되질 않았다.

"서하야! 한 번 더 가능하겠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팔이 못 버텨요."

다시 잡는다 해도 팔이 이 상태라 면 또 빠져나갈 게 분명하다.

혜원 언니가 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약간 거리를 둔 곳에서 벨제

부브가 여유롭게 나타나 우릴 응시 했다.

"아직도 느리군."

그 도발에 나는 이를 아드득 갈았 다. 아늑한 바람의 효과가 다 떨어 졌는지 바람이 뺨을 스치는 게 느 껴 졌다.

"언니. 한 번 더, 어떻게든……!"

삐삐, 삐삐, 삐삐!

눈치 없이 무전이 울렸다. 우리는 잠시 움직임을 멈춘 채 서로를 바 라봤다.

"애타게 울리는데. 받지 그래?"

그가 내 무전기 쪽을 가리키며 말 을 꺼냈다.

나는 시선을 벨제부브에게서 떼지 않은 채로 버튼을 눌렀다.

"여기는 팀 제트. 무슨 일이지?"

-치직, 한서하, 너 미쳤어?

이런. 이운우였다.

"너야말로. 한창 마나를 조각하고 있어야 할 때 같은데."

-거의 끝났어! 그보다 너 이게 무 슨 짓이야. 약속했잖아!

그래. 표연원을 이곳에 두고 가기 로 말이지.

표연원을 힐끗 바라보니, 그는 마 력석에서 마나를 뽑아내며 안간힘 을 쓰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데 겨 우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었다.

마왕 하나를 혼자 힘으로 옭아매 고 있었으니. 그 자체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다.

"너라면, 그럴 수 있었겠어?"

- 뭐?

"됐어. 우린 신경 쓰지 말고 마법 진 마무리 지어. 어떻게든 살아서 나갈 테니까."

-야, 한서하! 잠깐 끊지 말……!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벨제부 브가 어깨를 으쓱했다.

"너희도 다 같이 죽으려는 게 아 니면 슬슬 나가봐야겠군."

그래. 살고 싶다면 이대로 돌아가 야 했다.

하지만, 벨제부브는 자유의 몸이니 살아남을 것이고 표연원이 없으면 센티피드도 제멋대로 활개를 칠 것 이다.

그러면 두 마왕 다 놓치게 되는

셈이었다.

'과욕이지. 그래, 마왕을 둘이나 마 주쳤는데 살아 돌아간다는 것 자체 가 기적이라고.'

그렇지만 욕심이 났다!

어떻게든 둘 중 하나라도 여기서 처리하고 싶었다.

마음 같아서 벨제부브 저 자식을 당장 죽이고 싶지만, 그나마 현실적 으로 가능성이 있는 건 센티피드였 다.

"아무래도 지금이."

벨제부브가 천천히 내게 다가오면

서 말을 걸었다.

"우리의 목적이 동일한 때인 것 같은데."

그가 센티피드 쪽을 눈짓으로 가 리 켰다.

"어디서 개수작이야."

"넌 좀 뒤로 물러나줬으면 하는군. 내가 겁이 많아서."

혜원 언니가 날 가리고 서자 벨제 부브가 능청스럽게 뒤로 물러난다.

전혀 두렵지 않다는 말투로. 아주 가중스럽기 짝이 없었다.

"시간이 얼마 없지 않나? 잡생각

을 할 틈이 없을 텐데."

그의 말대로였다.

표연원은 안 그래도 센티피드를 붙잡아두는 것 때문에 반쯤 헐떡이 고 있었으니까.

"웃기지 마! 우리가 어떻게 너랑 협력을……

"언니."

내가 혜원 언니의 옷자락을 잡았 다.

"우리끼리는 화력이 부족해요. 센 티피드를 단시간 안에 꿰뚫을 화력 이."

"하지만 저 자식은 연화도 게이트 에서부터 널 괴롭혀온 악질이야. 어 떻게 저딴 자식하고……!"

"전 괜찮아요. 지금은 둘 중 하나 라도 잡아야 하잖아요."

내 말이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여 겼는지 혜원 언니가 숨을 골랐다.

망설일 틈도 없었다.

"어떻게 하면 되지? 지금처럼 그 냥 잡고 있으면 되나?"

나는 혜원 언니를 뒤로 보내며 말 했다. 지금 당장은 이 손을 잡는 게 이득이었다.

"간단해. 한 가지 약속만 해주면 되지."

그가 손을 뻗어 내 턱을 붙잡았다.

"저 지네 여왕을 단번에 죽이려면 나도 힘의 소모가 크거든. 한마디 로, 무방비한 상태가 된다."

"그때 널 공격하지 말아달라?"

내 말에 벨제부브가 고개를 끄덕 였다.

"덧붙여서 도망칠 기력을 회복하 기 위해 약간의 피를 제공해줬으면 하고."

탁.

그의 손을 쳐내면서 차갑게 대꾸 했다.

"좋아. 피도 제공해주겠어. 거래하 지."

"케르베로스의 맹약에 대고?"

마지막까지 철저하군.

시간이 급한 건 나도 매한가지였 기 때문에 빠르게 방금 쳐낸 손을 다시 잡았다.

"케르베로스의 맹약에 대고!"

후우욱!

그와 나는 이미 케르베로스의 맹 약을 체결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내용을 일부 수정하는 건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으면 간단한 일이었 다.

케르베로스의 맹약에 조항이 하나 더 추가됐다.

'센티피드를 공격한 직후 무력화된 벨제부브를 공격하지 않는다. 한서 하는 벨제부브에게 회복하는 데 필 요한 피를 제공한다.'

정확한 조항에는 '무력화의 기준이 애매하니 센티피드가 사망하는 시 점으로부터 24시간을 측정하기로 한다' 등등의 세부사항이 따라붙었 다.

"좋아. 나도 마침 저 지네 여왕을 어떻게든 치워버리고 싶었으니 잘 됐군."

벨제부브가 나를 스쳐지나갔다.

센티피드는 아직도 온몸을 뒤틀며 나무 넝쿨 감옥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쓰고 있었다.

"허억.. 허억../

표연원은 초점 잃은 눈으로 겨우 그것을 보전하고 있었다.

벨제부브는 가볍게 손을 들어 올 렸다. 허공에서 휘황찬란한 마법 지 팡이가 튀어나왔다.

검은 나무 스틱에 붉은 마력석이 끝에 박혀있었는데 그 모양새가 심 상치 않았다.

그가 지팡이를 소환하고 나서야 나는 불현듯 깨달았다.

그래. 벨제부브는…… 마법사였다!

'우릴 상대할 땐 한 번도 마법 쓴 적 없으면서!'

나는 그 깨달음에 눈을 크게 떴다.

그가 스스로 말하기로 쓰고 난 직 후엔 무력화된다고 했으니 함부로 쓸 순 없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우 린 단 한 번도 그를 절박하게 만든적이 없단 소리였다.

그걸 깨닫자 저절로 이가 아드득 갈렸다.

그가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 자 거대한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바람이 사방에서 몰려온다고 느껴 질 정도였다.

센터피드의 머리 위에 마력 덩어 리가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조금 넋을 놓고 그걸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힘들어하는 표연원의 손을 잡는 게 고작이었다.

제대로 들리진 않았지만 그게 뭔 지 알 수 있었다.

이글거리는 행성이 하늘에서부터 우리 쪽을 향해 날아왔다.

'메테오..

그래. 테오도르와 연극할 때 흉내 냈던 그 마법이었다.

최강의 파괴력을 가지고, 주변을 온통 초토화시키는 그 끔찍한 파괴 마법본래는 저 소행성이 무수히 많이

비처럼 쏟아져 내려야 할 텐데 파 괴력을 높이기 위해 한곳에 마력을 집중시킨 것 같았다.

덕분에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전 율이 일 정도로 거대한 마력 덩어 리가 만들어졌다.

"아......

내가 감탄 어린 말을 내뱉는 동시 에, 죽음의 공포가 등골을 오싹하게 달궜다.

"피해야……!"

콰과과과과광!

후우우욱!

눈 깜짝할 새였다. 아득히 멀리 있 다고 느꼈는데 어느 순간 코앞에 있었으니까.

충격으로 땅이 흔들리고, 바람이 우릴 덮쳤다.

하지만 그 충격은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적게 우릴 강타했다.

나는 희미하게 우리 앞에 생겨난 방어막을 찾아냈다. 벨제부브의 배 려 였을까.

후우우우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격이 워낙 커서 충격파에 쓸려 내려가지 않게안간힘을 다해야 했다.

공간 간섭으로 끊임없이 좌표 설 정을 다시 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휩쓸려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메테오는 정확히 센티피드에게 적 중했고, 그녀를 감싸고 있던 식물 넝쿨들도 죄 엉망이 됐다.

쿨럭!

" 연원아!"

표연원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 러 졌다.

혜원 언니가 표연원을 살피는 사 이 나는 센티피드가 있던 쪽으로다가갔다.

"……죽었어."

그 거대한 몸체가 마치 무언가에 깔리기라도 한 것처럼 납작해져 있 었다.

숨을 쉬는지 확인해볼 것도 없었 다. 이건 누가 봐도 즉사였다.

'이게 벨제부브가 전력을 다한 마 법인가.'

공포심도 들지 않을 정도였다. 너 무 현실감이 없었다.

마치 만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었으니까. 진짜 같은 영화를 보는것도 같았다.

"벨제부브. 약속대로 우린 당신을 공격하지 않……

그에게 말을 걸며 뒤돌았으나 벨 제부브는 온데간데없었다.

"벨제부브?"

갑자기 사라진 건가? 싶었지만 그 럴 리가. 그는 분명…… '무방비' 상태가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자력으로 이동할 수 있었으면 굳 이 우리랑 계약을 했을 필요도 없 잖아.'

나는 그가 서 있던 자리에 서서

주변을 휙 돌아봤다.

특별할 건 없었다. 바닥에 박쥐 시 체가 하나 널브러진 것만 빼면.

'……박쥐 시체?'

저게 원래부터 있었던가?

나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아주 작 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벨제부브?"

움찔.

박쥐 시체처럼 보였던 것이 살짝 반응했다.

맙소사. 진짜? 나는 믿을 수 없어 서 한 번 더 그를 불렀다.

"……벨제부브? 정말로?"

벌떡!

박쥐가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는 맞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작게 날개 를 파닥거렸다.

묘하게…… 벨제부브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이, 일단 피를……

나는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내 팔 뚝을 그었다. 정말로 그가 맞는다 면, 이 피를 받아먹겠지.

후두둑.

핏물이 떨어지자 박쥐는 총총 걸

어와 핏물을 받아먹기 시작했다.

이젠 더 이상 부정할 것도 없었다.

이 작은 박쥐가 3마왕 중 하나인 그 벨제부브였다!

'아니. 이게 말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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