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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221화 (232/361)

221 화

콰아아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둘은 설전을 벌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지하 공간을 반파시켰다.

천장은 무너지고 용암이 들끓었다. 사방에서 튄 돌조각에 화끈, 뺨에서 통증이 일었다.

-제일 늦게 마왕이 된 주제에 나 에게 덤비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 은 모양이지!

"말이 많군. 쓸데없이."

휘이익!

센터피드가 벨제부브의 공격을 막 느라 날 허공에 던졌다!

'공간 간섭!'

용암으로 곤두박질치려는 걸 겨우 막아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나는 최대한 둘의 싸움판을 피해, 벽 한쪽이 동굴처럼 움푹 팬 곳 안으로 들어갔다.

"후우, 후우……

어깨 부상부터 어떻게 해야 했다. 출혈이 꽤 심하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어 려웠다.

'노이트!'

[알림: '노이트 리볼버'가 사용자 의 부름에 응답합니다.]

허억, 허억. 숨 쉬는 소리가 거칠 게 귓가에서 울렸다.

'부탁이야. 이 마비독, 잠시라도 좋 으니까 효과를 잊게 해줘. 제발!'

[알림: 특수탄환 '찬동하는 목책' 이 시전자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알림: 15분 동안 마비독의 영향 에서 벗어납니다.]

'좋았어!'

손끝이 내 의지대로 움직였다.

두어 번 주먹을 쥐락펴락한 다음, 옷자락을 찢어 어깨 부상을 압박했 다.

'힐링 포션은 다 깨졌네.'

허리춤에 챙겨뒀었는데. 센티피드 의 손아귀에 짓눌려 흔적조차 남질 않았다.

-전부터 네 녀석이 거슬렸어! 그 재수 없는 말투, 잘난 척하는 표정! 네놈 종족이 명예니 뭐니 떠들어대 는 게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말이 야!

"예의와 격식을 모르는 게 자랑은 아닐 텐데."

-네 그런 점이 싫은 거다!

콰드드득!

요란한 소음이 크게 울렸다. 내가 숨어있는 곳도 무너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시간! 시간은 얼마나 남았지?'

황급히 손목시계를 바라봤다.

'깨졌잖아!'

제길.

힐링 포션도 박살났는데 손목시계 가 멀쩡하길 바란 게 내 욕심이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적어도 30분은 지난 것 같은데. 정확히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 답 답했다.

'찬동하는 목책 한 발의 효능은 15분 남짓.'

탈출할 때까지 움직이려면 두 발 은 필요하다. 이미 두 개를 사용했 으니, 여유분도 고작해야 두 개.

'그 두 발 안에 센티피드와 벨제부 브가 도망치지 않게 가둘 수 있을 까?'

불가능에 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이 절호의 기회다. 지 금이 아니면 언제 마왕 둘을 동시 에 잡을 수 있겠는가.

쿠구구구구궁! 콰앙!

살벌한 소음들이 귓가를 때린다. 살짝 자신감이 없어졌다.

'벨제부브 하나 붙잡는 것도 아슬 아슬한데, 무슨 수로!'

나는 힐끗 밖을 내다봤다가 눈먼 공격이 내 쪽으로 향하는 바람에 황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두고 보거라, 벨제부브. 내가 저 인간을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버리 고 말 테니까!

쉬이익!

뱀이 적을 위협하는 것 같은 소리 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알림: 격이 다른 상대의 피어를 간접적으로 맞았습니다! 일시적으 로 능력치가 3% 감소합니다.]

나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저 지네여왕에게 걸리면 그야말로 뼈도 못 추린다는 걸 알고 있기 때 문이다.

'회귀 전, 실수로 센티피드의 영역 을 침범했던 헌터를 끝까지 찾아가 죽여버린 일화는 유명했지……

그 헌터가 나름 귀한 집 자제였기

에 철저히 보호했다고 하던데.

그 방어막을 다 뚫고 악착같이 죽 여버렸으니, 그 집요함을 알 만했 다.

'적어도 센티피드는 여기서 죽여야 해.'

여기서 후환을 남겨두면 다음엔 정말로 내가 죽을 테니까.

우드득.

그때, 천장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 렸다.

-이 모기새끼가!

"지네 여왕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아 보이는데."

센티피드와 벨제부브는 한창 싸우 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휙휙, 뭔가 합을 주고받는 것 같은 데 내 눈엔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 다.

우드드득!

천장의 갈라진 틈새로, 식물 줄기 가 비집고 나왔다.

'잠깐. 식물 줄기?'

우득, 콰지지직!

식물 줄기는 순간적으로 크게 팽 창했다. 굵은 원통 모양으로.

그리고 그 가운데가 움찔움찔하더 니, 무언가를 투둑, 뱉어낸다.

"휴우! 겨우 도착했네."

"그러게요. 처음 해보는 거라 걱정 했는데……

"늦은 건 아니겠죠? 서하 님, 서하 니임!"

대적팀! 나와 함께 있던 이들이었 다.

표연원의 능력으로 이 안까지 겨 우 이동한 모양인데, 타이밍이 나쁘 다.

센티피드와 벨제부브는 싸우던 것

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봤다.

-먹잇감이 제 발로 내 영역을 찾 아오는 일도 다 있군.

센터피드는 씨익 웃으며 입맛을 다셨다. 뱀 같은 혀가 날름거렸다.

어쩔 수 없지.

우선은 내 위치를 알리고 상황을 파악하게 도와줘야 했다.

'공간 간섭!'

그들 앞에 나타나자, 주변을 살피 면서 울상이던 얼굴들이 환하게 밝 아졌다.

"다행이야! 늦지 않았어!"

"서하 니이임!"

감격하는 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지 금 그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일단 피해요! 당장은 벨제부브보 단 센티피드 먼저 처리해야 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센티피드의 꼬리가 우리 쪽을 노렸다.

콰아아앙!

"끄악!"

"꽉 잡아요!"

공격을 피하느라 다들 뿔뿔이 흩 어 졌다.

표연원은 여전히 류라임의 뒤에 붙어있었는데, 류라임의 거친 비행 솜씨 때문에 속이 안 좋은지 얼굴 이 창백했다.

"왜 센티피드 먼저야? 계획은?"

혜원 언니가 침착하게 먼저 물었 다.

후우욱!

한 번 더 공격을 피해낸 다음에야 제대로 대답할 수 있었다.

"센티피드는 한번 눈에 든 먹잇감 에게 집요하거든요. 이대로 놓치면 계속 절 찾아다닐 거예요."

"그건 벨제부브도 비슷할 거 같은 데."

"벨제부브는 '그게' 있는 한 다음 기회가 있지만 센티피드는 이번이 아니면 언제 죽일 수 있을지 몰라 요!"

내 말에 혜원 언니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적은 일단 하나란 말 이지!"

"연원아! 정로운 씨!"

내가 둘의 이름을 부르자, 말하지 않아도 알았는지 마나를 운용한다.

휘리릭! 촤악!

우선 표연원의 넝쿨이 사방에서 센티피드를 옭아맨다.

" 얼어붙어라아!"

그 위로 정로운의 얼음 공격이 들 이닥친다.

두 겹으로 꽁꽁 감싸인 센티피드 가 잠시 행동 불능일 때!

"하앗!"

탕, 탕!

"폭탄 조심하세요오!"

나머지 사람들의 공격이 빗발친다.

혜원 언니의 레이피어가 미처 얼 어붙지 않은 센티피드의 혓바닥과 두 차례 합을 겨룬다.

그 사이 류라임의 폭탄이 지천에 깔리고, 총알들이 한 군데를 집중사 격하면서 몸통을 꿰뚫는다.

벨제부브도 자신을 공격하던 다리 를 찢어냈다.

- 키에에에엑!

센티피드가 간만에 몬스터다운 비 명을 질렀다.

-이, 이 자식들이이이!

센티피드가 분노에 찬 음성을 내

질렀다.

콰직!

얼음과 식물 넝쿨을 찢어낸다. 뭔 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내 아이들아! 날 도와다오!

사사삭.

뭔가 기어 다니는 소리가 났다.

소름끼치는 감각에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이었다.

"사방이……

"윽. 저, 저 비위가 약해서……I"

사방이 벌레로 뒤덮였다.

처음부터 벽이 까만색인 건 아니 었을까, 싶을 정도다.

벌레들 특유의 반질반질한 껍질이 드글드글 움직이며 끔찍한 광경을 보여준다.

"우욱!"

마동호가 헛구역질하는 소리가 들 렸다. 박서희만 홀로 멀쩡해 보였 다.

-후후후후……. 사랑스러운 아가 들아. 날 위해 달려와줬구나…….

우리는 모두 뻣뻣하게 굳었다. 불

길한 예감이 들었다.

-자, 저 잡스러운 녀석들은 너희 에게 맡기마!

슈수수수수숙!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벌레들이 날아들었다!

"으아아악!"

입 r. " 욱

벌리지 마요! 잘못하면……!

"내 주변으로 붙어!"

마동호가 염력으로 투명한 벽을 만들어내면서 외쳤다.

타다다닥!

투명한 벽에 벌레들이 들이닥쳐 겹겹이 쌓이는 게 끔찍했다.

"잠시만 기다려줘요. 제가 주도권

박서희는 벌레들을 향해 손을 뻗 었다가 윽! 하며 휘청거렸다.

"할 수 있겠어요?"

"안 돼요! 여왕에 대한 충성도가 너무 강해요!"

제길. 박서희를 등에 업고 있는 용 암박쥐도 휘몰아치는 벌레들의 향 연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조심해요! 일단 다른 쪽으로 옮겨

타는 게 낫겠어요!"

하지만 다른 이들도 벌레 떼를 피 하느라 급급해서 누굴 챙겨줄 여력 이 없어 보였다.

나는 귀중한 두 발 중 하나를 사 용하기로 결심했다.

"마동호 씨 주변으로 다 모여요!"

범위 공격에서 안전한 곳은 그곳 뿐일 테니까!

나는 벌레들이 시야를 가려 제대 로 확인도 하지 못한 채 손을 천장 을 향해 올렸다.

철컥.

'쏟아지는 불꽃!'

탕!

후두둑!

총알비에 맞고 벌레들이 용암으로 추락하자, 숨통이 좀 트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벽면에서 새 로운 벌레들이 다시 기어 나왔다.

콰과광! 쿠구구구구!

그 와중에 벨제부브와 센티피드는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들면서 싸우 고 있었고!

"위로 나가요!"

"네? 그치만 아직 둘이 이 안 에……!"

"류라임 씨, 폭탄 얼마나 남았어 요?"

"어어, 아직 폭발시키지 않은 것들 도 있고, 안 뿌린 것도 있고, 다 합 치면……

"숫자 말고요! 여기 무너뜨릴 정도 는 있어요?"

내 질문에 류라임은 잠깐 눈알을 또르륵 굴렸다. 가볍게 천장을 ■훑는 다.

이 안은 어차피 센티피드와 벨제

부브의 싸움으로 엉망이고, 천장을 뚫고 내려온 표연원의 흔적도 있으 니 무너뜨리기 어렵진 않을 거다.

류라임이 활짝 웃었다.

"네! 가능할 거 같아요!"

"탈출하고, 여길 무너뜨릴 겁니다. 그럼 밀폐된 곳은 아니니 그나마 사정이 좀 낫겠죠!"

벌레들의 날갯짓 소리에 사방이 시끄러웠다. 내 말을 겨우 들었는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얼른 움직이쇼! 나도 한계가 있으 니까!"

마동호의 재촉에 표연원이 식물 줄기를 솟아나게 했다.

"얍, 얍!"

빠져나가기 전에 류라임이 폭탄들 을 던졌다.

콰드득!

식물 줄기 내부를 통해 도망치자 벌레들이 우리 뒤를 바짝 쫓았다.

" 연원아!"

"네, 막을 수 있어요!"

스르륵.

그제야 뒤꽁무니가 닫히면서 벌레

떼의 습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 휴우......

우리는 지상에 도착한 다음에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류라임 씨. 폭탄, 터뜨려주세요."

"네!"

꾸욱.

쿠구구구구구구……!

바닥에 잔 진동이 울리고, 얼마 지 나지 않아 폭삭, 지반이 내려앉았 다.

우리는 허공에서 그걸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전기 멀쩡하신 분 있습니까?"

"네! 제 거 멀쩡해요."

"내 건 망가졌어."

"저도요."

나는 멀쩡한 무전기를 하나 들고 상부에 보고했다.

"여기는 팀 제트, 팀 제트. 마왕이 하나 더 출현했다. 이름 센티피드. 지하에 서식하며 파충류 등을 부리 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대하고 있는 마왕이 둘이다. 계획이 틀어졌 다."

-치직. 여기는 총사령부. 확인했 다. 더 버틸 수 있나?

나는 내려앉은 지반이 꿈틀거리는 걸 보며 빠르게 말을 이었다.

"여긴 팀 제트. 오래 버티진 못할 것 같다.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하 지?"

-치직. 여기는 총사령부. 앞으로 13분 남았다. 계획대로 수행 가능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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