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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219화 (230/361)

219화

"한 시가안? 이것들이 지들이 하 는 거 아니라고 아주 막말하는구 만!"

마동호가 먼저 기함을 토해냈다. 암울한 분위기가 흘렀다.

"예상 시간은 원래 30분 남짓이었 는데. 갑자기 이렇게 늘어나다니. 무전이 잘못된 게 아닐까요?"

"그렇다고 보긴 어렵지."

정로운의 희망찬 말을 신도아가 부정했다.

"일이 골치 아프게 됐네……

박서희도 작게 중얼거린다.

"……어떻게든 해내야 합니다."

가능, 불가능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이제 와서 그건 어렵겠다고 말하 면서 물러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까.

"이동하죠. 곧 마법진이 발동할 거 고, 그러면 여기 있는 녀석들도 도

망치기 시작할 테니까요."

그 전에 벨제부브를 발견해서 어 떻게든 붙잡아둬야 했다.

우리는 불만 어린 말을 내뱉던 것 을 멈추고 앞으로 이동했다.

"99% 완료했습니다!"

"바로 실행 가능합니다!"

"마력석도 준비 완료입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

운우는 잠시 눈을 감았다.

게이트 안은 공기부터 다르다. 그 안에 충만한 마력이 발끝부터 머리 까지 마법사를 흠뻑 적시니까.

하지만 여태까지 이런 적은 없었 다.

'바닷속을 헤엄치는 것 같아.'

마력석을 산처럼 쌓아둔 탓일까. 그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파도 처럼 밀려오는 마력이 느껴졌다.

툭.

누군가 이운우의 어깨에 손을 올 렸다.

푸른 로브를 뒤집어써 얼굴이 보 이지 않는 사내였다.

하지만 어깨에 닿은 손을 통해 들 어오는 청량한 마나가, 그 주인이 누구인지 확연히 보여주고 있었다.

'길드장님.'

전서호 길드장. 이제는 '전' 길드 장이지만, 이운우에겐 영원히 그가 청사의 주인일 것이다.

"긴장하지 말고."

그가 작게 속삭였다. 혹여나 다른 이들이 듣기라도 할까 봐 아주 작 은 음성이었다.

이운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적 팀은?"

"준비 완료했다고 합니다!"

"좋아. 가동해."

이운우의 허락이 떨어지자 쿠우웅! 마법진의 일부를 가로막고 있던 바 위가 옆으로 굴러떨어졌다.

동시에 환한 빛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화아아아악!

'으윽!'

아까 느낀 게 파도였다면, 이번엔

거친 풍랑과도 같았다.

이운우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파도 위에서 홀로 돛단배에 탄 것 같았 다.

속이 울렁거리고, 방대한 크기의 마력을 조각하자니 정신이 아찔해 졌다.

'정신 차려!'

이운우는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 은 느낌을 참아내면서 정신을 집중 했다.

거대한 빙산처럼 느껴져 끝도 보 이지 않고 막막하지만, 그래도 해내 야 했다.

쉴 새 없이 마력을 받아들이고 정 제해서 내놓는 과정에서 마력 통로 에 과부하가 걸려 지끈지끈 아파 왔다.

멈출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해야 해.'

예상보다 게이트 내부에서 마력 촉진제의 효과가 반감되어 예상 시 간보다 2배나 소요될 예정이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외곽 지역을 지키는 이들이나 벨제부브를 붙잡 아두는 이들이 죽을 확률이 더 커 진다.

' 어떻게든!'

이운우는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그가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었다.

허억. 허억.

숨소리가 거칠게 울렸다.

심장이 귓가에서 뛰는 것처럼 쿵 쾅거렸고, 피로한 근육이 비명을 질 렀다.

"이게 전부인가."

"벨제부브……!"

그 증오스러운 이름을 입에 담자, 나는 한 번 더 심장이 찢기는 듯한 고통을 받았다.

"그새 거추장스러운 것들이 더 늘 었군."

"그만둬!"

내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가 정로운을 쥔 손에 힘을 가한다.

" O 그. o O O O |"

■' -1

정로운이 고통에 몸부림친다.

상황이 엉망이었다.

기습으로 어떻게든 선제권을 가져 오려고 했다. 아이템으로 벨제부브 를 다른 부하들과 떨어트려 놓는 것도 성공했다.

다 계획대로였는데. 모든 게 수포 로 돌아간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압도적인 무력의 차이……

이전에도 느꼈지만, 그야말로 하늘 과 땅 차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 는 힘의 불균형.

약하고, 강한 것.

오로지 이 둘로 나뉘는 세계에서

그건 치명적이었다.

파바박!

털썩!

바닥에서 솟은 나무줄기가 벨제부 브의 손을 공격했다.

순식간에 정로운이 바닥으로 쓰러 졌다.

" 호오."

아니, 공격한 게 아니다.

벨제부브는 정로운 대신 나무줄기 를 잡아챈 것뿐이었다.

"신기한 힘을 쓰는군."

그의 시선이 표연원에게 향했다.

표연원은 바닥을 한 바퀴 굴러 엉 망인 꼴이었지만, 눈빛만큼은 형형 하게 빛나고 있었다.

콰직!

"같잖은 수도 부리고 말이야."

그가 표연원에게 시선을 빼앗긴 사이, 등 뒤로 몰래 접근했던 뱀 한 마리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칫

박서희가 작게 혀를 찼다.

'지금까지 지난 시간은……

나는 손목시계를 바라봤다.

'고작해야 8분.'

앞으로 남은 시간은 52분. 절망스 러울 정도였다.

" 연원아!"

"네!"

좌르륵! 촥!

내가 그의 이름을 외치자 표연원 이 바닥을 탁 내려쳤다.

동시에 나무줄기가 한 번에 솟구 치면서 벨제부브를 안에 가뒀다.

'나무줄기가 아예 무용지물은 아니

야!'

적어도 이그니스처럼 단번에 태울 순 없을 테니까.

벨제부브가 이 안에 갇힌 동안, 나 는 그 원형 나무감옥 위에 섰다.

우우우웅!

벨제부브가 안에서 나무줄기를 잡 아 뜯을 때마다 표연원이 새롭게 보강했다.

표연원의 마나가 고갈될 때까지, 그야말로 끝나지 않는 감옥이다.

하지만 이것도 오래 버티진 못할 거다. 벨제부브는 마법사니, 결국이 감옥을 빠져나올 테지.

'그 전에! 어떻게든 한 방 먹이 면……!'

우우우웅!

덜덜 떨리는 총구를 겨우 가눴다.

콰득!

하얀 손이 한쪽 벽면을 뚫고 나왔 다. 마침 잘됐어.

덜컥.

나는 그 손바닥에 총구를 들이밀 었다.

'빗나가진 않겠군.'

타앙!

콰드득!

살벌한 소리와 함께 총알이 놈의 피부에 박혔다.

똑, 똑. 핏줄기가 손가락을 타고 아래로 떨어졌다.

손이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제 대로 유효타를 먹인 건가, 싶어지는 그 순간.

콰드드득!

반대손이 나무 감옥 틈새를 비집 고 나왔다.

'공간 간섭!'

나는 코앞에서 벨제부브와 마주할 뻔했기에, 서둘러 뒤로 빠졌다.

동시에 표연원의 나무 감옥도 스 르륵 풀렸다.

"마나 조절해."

"네. 알고 있어요."

내 경고에 표연원도 고개를 끄덕 였다.

마력 회복용으로 마력석을 챙겨 오긴 했지만, 그마저 부족할지도 몰 랐다.

삐삐! 삐삐!

무전기가 알림을 울렸다. 우리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창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유일하게 날 수 없는 표연원은 신 도아가 먹잇감을 낚는 매처럼 발톱 으로 잡아끌었다.

"정로운 씨!"

"넵! 얼어붙어라아아아!"

정로운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얼 음 방벽을 세운다.

창문이 틀어막혀 벨제부브가 곧장 따라오지 못하게 말이다.

그 직후.

쿠구구구구구구…….

심상치 않은 진동이 울렸다.

쿠구구구구……!

그래.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이들. 마동호, 류라임 그리고 혜원 언니까 지.

이 셋은 다른 곳에서 활약하고 있 었다.

'헌터 전체가 달라붙었을 때도 막 상막하였는데. 우리끼리 버틸 수 있 을 리가.'

그러니 지형지물을 잘 이용해야지. 전에도 벨제부브와 싸우면서 성이 하나 무너졌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이었다.

다른 점은…… 벨제부브가 전에는 밖에 있었고, 이번엔 저 안에 있다 는 점 정도.

"죽진 않을 거예요. 시간 벌기용이 지."

내 말에 다들 굳은 안색으로 고개 를 끄덕였다.

쿠우우우웅! 쿠구구궁!

마침내 성이 무너져내리고, 저 멀 리서 다가오는 이들이 보였다.

"그 마왕은!"

"저 안에 있어요."

"기왕이면 콱 죽으면 좋겠네."

혜원 언니가 먼지투성이인 채로 희망사항을 토로했다.

"지하에 있던 마물들이랑 마주쳐 서 죽을 뻔했지만~ 결국 잘 해결했 어요!"

류라임이 핏물이 묻은 손을 손수 건으로 닦으며 말했다.

"대화로요!"

거짓말하지 마.

"어엉? 잠깐, 지금 시시덕거리면서 수다나 떨고 있을 때가 아닌 거 같 은디?"

마동호가 무너지기 시작한 성 한 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저기 저게 뭐여!"

무너지는 건물 파편들 사이로 무 언가 보였다.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그는 허공에 등등 떠 있는 왕좌에 앉아 태연하게 날 바라보고 있었다.

"다 했나?"

명백한 도발이었다.

철컥.

나는 총을 장전하는 것으로 대답 을 대신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가진 패를 한 번 더 생각하 며 최적의 조합을 빠르게 시뮬레이 션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쿠구구구구구구…….

" 응?"

"지진?"

바닥이 한 번 더 울렸다.

이게 뭐지?

벨제부브의 짓인가 해서 그를 바 라봤지만 벨제부브는 도리어 골치아프다는 표정이었다.

"귀찮은 녀석을 불러들였군."

"대체 이게 뭐지? 벨제부브, 네 짓 인가?"

쿠구구구……!

소리가 점점 커졌다. 바닥이 들썩 이고, 바위 사이가 쩌적 갈라진다.

"라, 라임 씨. 혹시 아직 터질 폭 탄이 더 남았나요?"

"아니요. 그럴 리가요. 설치해둔 폭탄은 이미 다 썼는걸요."

"맞아. 애초에 우린 땅 밑까지는 폭탄을 설치한 적이 없……

" 네?"

혜원 언니의 말을 류라임이 끊어 먹었다.

"저는 설치했는데요."

류라임이 해맑게 웃었다.

"그야, 건물을 무너뜨리려면 지하 도 같이 무너지는 편이 좋잖아요?"

그게 맞는 말이긴 한데, 어째 불안 감이 엄습했다.

벨제부브가 대충 상황을 알겠다는 듯 씨익 웃었다.

"지하의 여왕을 건드린 모양이구 나."

"지하의 여왕......?"

젠장. 나는 그 이름을 알았다.

내 낯빛이 단번에 어두워지자, 벨 제부브는 자세한 설명을 생략했다.

쿠구구구!

콰아앙!

혼들리던 바닥을 뚫고, 누군가 나 타났다!

"저, 저게 뭐야!"

" 괴물이잖아!"

상체는 인간을, 그 밑은 지네를 닮 았다. 수십 개의 다리가 겉으로 드러나 제각기 움직인다.

-벨제부브, 이 비열한 모기 새끼 야! 감히 내 구역을 침범해?

인간의 모습을 한 부분이 입을 열 었다.

그러나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라 웅웅 머릿속을 울리는 듯했다.

이집트 벽화에서나 볼 것 같은 여 인이었다. 짙은 이목구비에 층을 낸 검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이다.

"내가 아니야."

-네가 아니면 네 휘하에 있는 녀 석이겠지! 각자 영역을 침범하지않기로 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내가 아니라니까."

벨제부브가 거듭 부정하자 그녀는 주변을 살피며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우리 를 발견한 모양이다.

- 인간?

그녀의 얼굴이 흥미로 가득 찬다.

-인간이 왜 여기 있지?

"센티피드. 지하에만 있지 말고 가 끔은 세상 돌아가는 데 관심 좀 갖 지 그래."

센티피드. 곤충들의 여왕.

3마왕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 는 이로, 지하의 여왕이라는 명칭대 로…… 지하에 터전을 잡고 사는 몬스터 였다.

'하필 이 지하에 둥지를 틀었나.'

미치겠군.

하나로도 벅찬데, 마왕이 둘이라 고?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잖아!'

이제 더 이상 60분을 버틸 수 있 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살아 돌아갈 수 있는가.

그게 가장 큰 고비였다.

-호오, 그래. 내 구역을 침범한 게 이 앙큼한 인간들이란 말이지.

센티피드가 아예 몸을 우리 쪽으 로 돌렸다.

거대한 지네가 날 바라본다.

인간의 모습을 한 상체도 그 크기 는 가히 거대한 건물과도 같았다.

그 주황색 눈동자와 똑바로 마주 치자 저절로 등골이 오싹했다. 나는 정말로 한 입 거리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난 센티피드. 벨제부브, 이그니스 와 함께 3마왕 중 한 명이지.

그녀가 날름, 입맛을 다시며 우릴 바라봤다.

-내 구역을 침범한 대가는 누가 치를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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