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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218화 (229/361)

218화

챕터: 검은 화산 공략법

손가락 끝이 용암박쥐의 코끝에 닿았다.

녀석은 흉포한 이빨을 드러내던 것과 달리 눈을 감고 그 손길을 즐 긴다.

"부탁할게."

-키기기긱!

용암박쥐가 괜찮다고 대꾸하는 것 처럼 울었다.

남색 머리칼을 한 여자가 용암박 쥐의 등에 올라탄다.

"주변을 돌아보고 올게요."

테이머, 박서희.

테이머 중에서도 게이트 안의 몬 스터를 이렇게 즉각 길들일 수 있 는 사람은 몇 없다.

'게이트 출입 자격시험 때, 태산 개미를 길들였던 것도 이 사람이려

나.'

태산 개미처럼 자기들만의 여왕이 있는 경우도 길들이기 까다롭다고 들었으니까 말이다.

"네. 무슨 일 있으면 무전 하고 요."

-키기기기긱!

용암박쥐가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 며 비상했다.

"햐. 저거, 저거. 몬스터를 지네 집 아롱이처럼 만드는 거 보면 신통〜 하단 말이야?"

옆에 있던 마동호가 툭 감상평을

내뱉는다.

" 아롱이요?"

"쟈 집에서 키우는 개새끼 이름이 아롱이잖어요."

그것까진 모르지, 보통…….

"박서희 씨랑 친하신가 봅니다."

"응? 아녀, 아녀〜. 그냥 건너 건너 들은 거요."

대체 뭘 건너 건너 들으면 남의 집 강아지 이름까지 알게 되는 걸 까.

'저쪽은 잘 하고 있으려나.'

우리가 안쪽으로 들어온 것과 달

리 대부분의 인력은 외곽 지역에서 대기하고 있을 터였다.

특히 이운우와 전서호를 포함한 마법사팀은 각 주둔지에서 마법진 활성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겠 지.

"마동호 씨. 텐트는요?"

"다 설치했지암!"

그가 스윽 비키자 잘 설치된 텐트 들이 보였다. 오늘 하루 묵기에 충 분해 보였다.

"흐음. 아무리 그래도 머리맡에 수 맥이 흐르는 건 좀 그렇지! 풍수지 리적으로 터가 안 좋아."

휙, 손가락질을 하자 가볍게 땅이 흔들렸다.

후두둑, 텐트가 통째로 들어 올려 지면서 돌조각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용암이 흐르지 않는 곳을 엄선해서 다시 텐트를 설치한다.

'강한 염동력. 컨트롤도 좋고.'

독특한 캐릭터지만 허투루 여기 들어온 건 아니란 소리였다.

"아무리 배산임수라지만 여긴 강 만 너무 많다니까!"

"강이 아니라 용암이 흐르는 건데

요."

"그게 그거지! 허허허!"

호쾌하게 웃는 그를 보면서 생각 하는 걸 멈췄다.

그래. 텐트가 잘 설치되기만 하면 된 거지.

박서희, 마동호. 이 둘이 초면인데 함께 움직이게 된 헌터들이었다.

'둘 다 특이한 캐릭터 같긴 하던 데.'

마동호는 아까부터 배산임수에 기 반한 텐트 위치를 고민하고 있었고, 박서희는 이족 보행하는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우리와 거리 를 두고 있었다.

"서하야. 저녁 준비 끝났어."

"게이트 안이다 보니까 음식이라 기엔 민망하지만요."

혜원 언니와 표연원의 말에 고개 를 끄덕이곤 마동호를 불렀다.

"박서희 씨는 정찰 다녀와서 먹는 다고 했어요."

"밥도 따로 먹는대요?"

정로운의 물음에 표연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족 보행하는 동물이라……. 사

람 말고 더 있나요?"

정로운의 말에 잠시 침묵이 감돌 았다. 사실상 그냥 사람이 싫다는 걸 돌려 말한 수준이었으니까.

"뭐, 그건가? 대인 공포증? 그런 거 있잖수."

"싸울 때만 제대로 협력해주면 아 무래도 상관없죠."

"오, 근데 이거 안에 뭐 넣은 거 요? 맛이 쥑이는데."

마동호는 후루룩 소리를 내며 국 물을 들이켰다.

우리가 저녁을 다 먹은 뒤에야 박

서희도 도착해 숟가락을 들었다.

"감사합니다."

꾸벅, 표연원에게 감사를 표하곤 조용히 밥을 먹었다.

"혹시 남은 음식이 더 있습니까?"

"아, 한 그릇 더 드릴까요?"

"아뇨."

박서희의 물음에 표연원이 한 국 자 더 떠서 건네려고 하자, 박서희 는 고개를 저었다.

"쥐돌이한테 먹일 게 있나 해서 요."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건, 용암박

쥐였다.

'……박쥐 이름이 쥐돌이야?'

그야, 박쥐도 이름에 쥐가 들어가 긴 하지만 좀 이상하지 않나?

" 하하......

표연원도 어색하게 웃었다.

"부드러운 살코기만 발라내서 쓴 거라 나머지 부위는 다 남아있긴 해요. 근육이나 힘줄이 많은 부위는 질겨서 잘 쓰지 않거든요."

표연원이 몬스터 사체가 남은 곳 으로 안내하자 통칭 쥐들이도 박서 희를 졸졸 따라 움직였다.

나는 애써 그 장면을 못 본 척했 다.

* * *

쿠우웅!

"으윽!"

"흔들립니다!"

"제길. 조만간 방어 마법도 부서지 겠어!"

누군가 소리를 지르자, 그에 화답 하는 것처럼 한 번 더 쿠웅! 충격음이 울렸다.

"성벽의 파손이 심각합니다! 방어 마법으로 어떻게든 막고 있지만, 앞 으로 여러번 더 부딪히면 승산 이……!"

쿠우웅!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성벽이 한 번 더 울렸다. 몸이 휘청이며 앞으 로 쏟아진다.

울컥, 울분이 치밀어 병사 하나가 요새 위로 몸을 내밀고 활을 쐈다.

"개자식아! 죽어, 죽으라고!"

휘휙! 파바박!

화살이 놈에게 꽂혔지만 개의치 않는다. 육중한 무게, 반들반들한 이마.

그 부피와 무게를 무기로 앞에 있 는 것들을 뭉개버리는 몬스터, '파 키케팔로'였다.

녀석이 한 번 더 쿠우웅! 머리를 박았다.

" 그만두라고……

"진정해."

병사가 거의 악에 받쳐 소리 지를 때, 뒤에서 누군가 조용히 그를 불 렀다.

"지금 진정하게 생겼……! 헉!"

병사는 뒤를 돌아봤다 화들짝 놀 랐다.

바람에 나부끼는 은발에 신비로운 보라색 눈동자. 이운우, 청사의 길 드장이었다.

"기, 길드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뒤로 물러나."

" 예'?"

"물러나라고."

병사가 어버버하며 뜸을 들이자 이운우의 뒤에 있던 이가 그를 뒤로 빼냈다.

이운우는 성벽 너머로 파키케팔로 를 잠시 내려다봤다.

"대인용이라기엔 기존 개체들보다 훨씬 커. 성벽을 부수기 위해 키워 진 놈.이야."

"일부러, 요?"

뒤에 서 있는 이가 어색하게 존대 를 덧붙였다.

" 안유라."

" 옙?"

이운우가 그녀를 불렀다. 뒤집어쓰 고 있던 로브를 벗어내자, 익숙한얼굴이 드러났다.

"눈을 쏴. 할 수 있지?"

"에이〜. 너무하신다."

안유라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 더니 즉각 성벽에 올라타, 활시위를 놈에게 겨눈다.

쿠우웅!

한 번 더 진동이 울렸다. 뒤에 있 던 병사가 걱정스럽게 말을 얹었다.

"저, 하지만 이렇게 흔들리는데 어 떻게 저 작은 눈을 맞히겠습니 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 쉿."

이운우가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그 의견을 묵살했다.

"좀 흔들리긴 하네요

듣고 있었는지 안유라가 대신 대 꾸했다.

그러더니, 휙!

"허억!''

" 허공을……

공중에서 한 바퀴 휘리릭 돌았다.

후우욱!

동시에 쏘아진 화살 한 방이, 정확 히 녀석의 눈을 맞혔다.

-케에에에엑!

놈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배경음으 로 안유라가 다시 성벽에 착지했다.

"그럼 이러면 되지. 짠!"

마술을 부린 것처럼 양팔을 활짝 벌린다.

"대체 어떻게……

술렁술렁.

요새 위에 올라와 있던 이들은 대 부분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레인저 였기 때문에 그 경지가 얼마나 대 단한지 알 수 있었다.

-키에에에에!

"마무리는 내가 할까."

안유라가 성벽에서 내려오고 이운 우가 그 뒤를 이었다.

"길드장님. 마나를 아껴두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아니. 이 정도는 상관없어."

파지직.

그의 손아귀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그 살벌한 광경에 그를 말리려던 이도 뒷걸음질 쳤다.

"마법진은 어디까지 완성됐지?"

"총 76% 완료했습니다."

"방어 마법 더 철저하게 두르고, 공성전용 마물을 보니 막아내기가 쉽진 않겠어. 더 단단히 준비하라고 해둬."

"예, 길드장님! 저, 그런데."

그가 힐끗, 뒤를 바라보며 조심스 레 물었다.

"저 몬스터는 마무리하고 가시려 는 게 아니었……

번쩍!

빛이 먼저 시야를 찔렀다. 한 박자 늦게, 콰과과광!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뒤돌아보니 몬스터는 이미 곤죽이 나 있었다.

"가지."

이운우는 몬스터의 생사도 확인하 지 않고서 발걸음을 옮겼다.

"전기통구이다! 오늘 저녁은 고기? 저 녀석 몸집도 크니까 다 같이 먹 어도 되겠는데!"

안유라가 웃으며 재잘거리는 소리 만 성벽 위를 가득 채웠다.

"......낙뢰."

누군가 작게 중얼거렸다.

"낙뢰의 이운우……

그가 청사의 길드장으로 지내면서 잠시 잊혔던 칭호였다.

용암이 이글거리는 게이트 안은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고 더웠 다.

그건 게이트의 중심부로 갈수록 더욱 심해져서, 나중에는 발을 디딜 곳이 여의치 않을 정도였다.

온통 새빨간 용암으로 가득 찬 대

지를 보고 있자면 오싹 소름이 끼 치기도 했다.

그리고 한 번씩은.

푸욱!

마족을 상대할 때도 있었다.

핏물이 촤악 튀었다. 고위 마족의 피는 영약이지만, 하급 마족의 피는 독약과 같았다.

나는 미리 챙겨온 성수를 묻힌 손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냈다.

"정찰병은 아닌 것 같고. 우연히 마주쳤나 봐요."

"그거 참. 운이 나쁘다고 해야 하

나."

우리는 목과 이마에 구멍이 뚫린 채 죽어가는 마족의 사체를 내려다 보며 태연하게 짐을 챙겼다.

"피비린내 때문에 수상하게 생각 할 테니, 좀 더 다가가서 설치하 죠."

나는 모두가 짐을 챙긴 걸 확인하 고, 바닥에서 '투명 크리스털'을 챙 겨들었다.

[아이템을 확인합니다.]

〈투명 크리스털〉

등급: A

설명: 햇빛을 반사하는 아름다운 크리스털입니다.

부가 스킬: 투명화(패시브/반경 30m 안에 있는 생명체의 모습을 감추고 기척을 지워줍니다.)

이걸 이용하면 마족과 마물들이 드글거리는 이 중앙에서도 어떻게 든 몰래 숨어있을 수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모습만 감춰주는 거라 누군가 이 반경 안으로 들어 오면 바로 들킨다.

"아따, 마법진 그리는 데 겁나 오 래 걸리는가 보네."

마동호가 툴툴거렸다.

그는 용암이 사방에 들어찰 즈음 부터 풍수지리를 따지는 걸 관뒀다.

"……그러게요."

박서희도 30m 안에서 다 같이 생 활하다 보니 자연스레 거리감이 좁 혀 졌다.

"긴장 풀지 마세요. 상대는 마왕입 니다."

내가 작게 경고하자 다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저 멀리 보이는 성채를 응시 했다. 벨제부브가 저 안에 있겠지.

'공간 간섭으로 수시로 살펴보고 있는데, 꼭대기 층에서 나오질 않 아.'

저번 싸움에서 그의 부상이 심하 긴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회복이 안 됐을 리는 없는데.

'무슨 생각이지? 벨제부브.'

우리가 게이트 안에 들어와 있다 는 걸 이들이 모를 리가 없을 텐 데.

투명 크리스털을 챙겨 다른 곳으

로 이동하려는 때였다.

삐삐! 삐삐!

무전이 울렸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우리끼리 는 모두 여기 있으니 이 안에 있는 사람이 건 무전은 아니다.

그렇다면……

"……팀, 제트."

-여기는 총사령부.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

드디어! 나는 혜원 언니와 표연원 과 잠시 눈이 마주쳤다.

"시간은?"

-앞으로 10분 뒤, 마법진이 곧장 발동한다.

"얼마나 버텨야 하지?"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 부분이 아직 정확하지 않았다.

게이트 내부의 구조에 따라 마법 진을 수정하면서 그 시간도 조정되 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모두 긴장감 어린 눈빛으 로 무전기를 바라봤다.

_총 1시간.

"……

-1 시간이다. 건투를 빈다. 이상.

뚝. 그대로 무전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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