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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201화 (212/361)

2()1 화

"제가 손짓하면 바로 위로 올라가 서, 일직선으로 뚫고 나갑니다."

내 말에 다들 벌겋게 달아오른 얼 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흩어지면 안 돼요."

나는 파이로를 쓰다듬던 손을 멈 추고 이마를 톡 마주 댔다.

"나중에 다시 부를게. 그때는, 드 넓은 하늘에서 마음껏 날자."

-삐이 이!

준비는 끝났다.

"불부터 꺼!"

"하지만 저 자식들 먼저 어떻게든 하는 게!"

"저걸 어떻게 뚫을 건데! 눈이 있 으면 좀 봐!"

벌써부터 분열의 조짐이 보이는군.

나는 손가락으로 셋부터 천천히 셌다.

'셋, 둘, 하나.'

바로 지금!

- 삐이 이 j

파이로가 살짝 벌린 틈 사이로 우 리가 총알같이 튀어나갔다.

파이로는 옆으로 빠지고, 동시에 적들이 우리를 발견한다.

"저기 있다!"

"도망친다. 쫓아!"

휘익, 훅!

화살들이 귓가를 스치고, 마법진이 허공에서 일렁였다.

"너무 빨...

"……어!"

그러나 하늘을 제집처럼 누비는 우리를 따라잡을 수 있을 리가 없 다.

그것도 사방에 산불이 일렁이고, 나무와 연기가 시야를 가린다면 말 이다.

"휴우! 따돌린 것 같죠?"

정로운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 덕였다.

"파이로. 불을 꺼줘."

-삐이 이!

내 부탁에 파이로가 작게 울었다. 그러자 거세게 번지던 산불이 천천 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먼저 돌아가 있어요. 저는 잠깐 할 일이 남아서요."

"네? 혼자요?"

"저 혼자서는 언제든 다시 빠져나 갈 수 있어요."

돌려 말하긴 했지만 정로운과 신 도아가 방해란 뜻이었다.

나 혼자라면 사실 파이로를 소환 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알겠다. 하지만 사람들이 곧 몰려

올 거야."

신도아가 작게 경고했다. 나는 알 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필립이 저 안에 있고. 류라임은 아마 다른 곳에 있을 거 같지만, 혹시 모르니 그 행방을 물어봐야겠 어.'

섣불리 흩어졌다가 다른 이들도 인질로 잡힐 수 있으니 일단은 뭉 쳐있는 게 좋을 것이다.

저 밑에서 자신이 고용한 사람들 과 함께 허둥대고 있는 필립이 보 였다.

'공간 간섭.'

그의 뒤편에 서자마자 그가 중단 검을 휘둘렀다.

채앵!

단검과 노이트가 맞부딪치면서 날 카로운 소음을 냈다.

가볍게 힘의 방향을 흐르게 하면 서 단검의 측면을 따라 안으로 파 고들었다.

"으윽!"

그가 몸을 빙글 돌리며 자리에서 벗어났다. 다시 중심을 잡고 검을 겨누려는 그 순간.

철컥.

그의 뒤통수에 총구를 가져다 댔 다.

"……씨."

아직도 날 이렇게 부른다. 내 이름 을 알긴 하는 건가.

"류라임은 어디 있지?"

"혼자 다시 여길 들어온 거야? 자 신감이 대단하네. 오만한 건가?"

"류라임은. 어디 있지?"

내가 살벌하게 묻자 그가 두 손을 들어 올리고 항복 표시를 취한다.

"너무 그러지 마. 아마 정문 쪽에 서 1등 씨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걸? 네 이름을 좀 빌렸거든."

나인 척 류라임한테 정문으로 나 오라는 편지를 썼던 모양이다.

류라임의 행방까지 알았으니 더 이상 그를 상대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이만 돌아가려는 그때, 필립이 제 안을 해왔다.

"이봐.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게."

그는 제법 간절해 보였다.

"비르디아에게 내 질문을 전해줘. 제발."

그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비르디

아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교섭은 그가 물리적인 협박을 실행 하기 전에 해야 했다.

"널 여기서 죽이지 않는 걸 다행 으로 생각해."

노이트가 아니더라도, 파이로를 꺼 내면 여기서 그를 불태워 버릴 수 도 있었다.

"내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고! 너 도 내 이야길 전부 알진 못하잖아."

그는 억울한 듯이 외쳤다.

"그래서?"

" 뭐?"

"당신 사정이 어떤진 모르지만, 당 신도 내 사정을 모르잖아. 피차일반 인데, 그게 네가 한 짓의 죄를 덜 어주진 않아."

냉정하게 말해서 그의 사정 따위 내가 알 바 없지 않은가.

얼마나 절절한 사연을 가졌든 그 는 내게 협박범에 지나지 않는다.

"나도 비르디아가 필요해. 그러니 까 이 교섭권은 넘겨줄 수 없어."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필립은 고 개를 푹 숙였다.

"하하……. 어이가 없군. 돈 들여

고용한 놈들은 죄다 도망치고, 결국 널 설득하는 것도 실패했으니까 말 이야."

산불이 잦아들기 시작한 무렵부터 다른 이들은 후다닥 도망쳤다.

결국 돈으로 산 이들은 딱 그 정 도 충성심만을 보일 뿐이다.

탕!

"으으윽!"

나는 그의 오른쪽 허벅지에 총을 쐈다.

"다시 한번 나나 내 동료를 건드 리면, 다음엔 다리가 아니라 머리를

날릴 거야."

날 건드린 이를 사지 멀쩡하게 돌 려보낼 순 없지.

"아으윽…… 흐흐…… 하하, 아아 아악!"

그가 웃는 건지 고통에 신음하는 건지 모를 소리를 냈다.

그를 뒤로하고 공간 간섭으로 빠 져나왔다. 뒤늦게 정문으로 향하자, 류라임이 날 바라보며 웃었다.

"서하 님!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해맑은 웃음이었 다.

다른 해코지를 당한 건 없는 듯하 고, 정말 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 이다.

"저한테 몰래 하실 말씀이 있다 57* . .. . . 해류라임이 몸을 배배 꼬며 말하는 것을 잘라먹고 툭 내뱉었다.

"돌아가죠."

"네? 벌써요?"

"네. 다들 기다리니까요."

신도아랑 정로운은 먼저 돌아갔으 니 류라임을 한창 찾고 있을 거다.

류라임은 내 말에 잠시 뭔갈 생각

하는 것 같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 였다.

"네! 모두가 기다리니까요!"

필립은 국제 연합에서 처벌을 내 리겠다며 끌려갔고, 그의 법적 논쟁 을 다 지켜볼 시간은 없었기에 먼 저 영국으로 이동했다.

영국의 헌터 공무원들에게 이끌려 비르디아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들은 마치 비르디아를 살아있는

성녀처럼 취급하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면 안 되고, 들어가면 한쪽 무릎을 꿇어 예를 표해야 합 니다."

그들이 진지하게 비르디아를 왕족 처럼 취급하는 게 좀 기이해 보일 정도였다.

"질문은 딱 한 가지만 허가됩니다. 또한 원칙적으로 모든 질문과 답변 은 기록됩니다. 이 점 유의해주세 요."

그렇겠지. 예언을 할 수 있는 물건 을 가지고 있으면 그 보안에 철저 할 수밖에 없을 거다.

비르디아가 내뱉는 답변 하나하나 가 공공재처럼 취급되는 것이다.

그 영향력이 지대해, 영국이 사적 으로 예언을 이용하기 시작하면 밑 도 끝도 없어지니까 말이다.

그래서 세계 조약으로 비르디아의 사용권에 제재를 걸었는데, 그중 하 나가 이거다.

'모든 질문과 답변을 기록하여 접 근 권한이 있는 이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기.'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었지만 최 근 들어 비르디아가 공공재로 취급 되어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었다.

'비르디아를 수시로 작동할 수 없 는 이유는, 작동에 사용되는 마력석 의 양이 막대하다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이지.'

그리고 그 막대한 양의 마력석 이…… 지구에 오염을 불러일으키 는 근원이다.

'일반인들은 모르겠지만, 오염에 대한 연구는 테오도르의 도움으로 상당히 진도를 뺀 상태야.'

우리가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 는 마력석이 오염의 근원이라는 건 이들도 알고 있겠지.

"안에서 사적인 잡담은 자제해주 시기 바랍니다. 그럼..

끼이익.

드디어 문이 열렸다.

드넓은 홀에 홀로 전시된 방적기 가 있었다. 얼핏 베를 짜는 베틀처 럼 보이기도 했다.

성물을 보관하는 방법이 정형화되 어 있는 건지, 성배를 전시하던 방 법과 비슷해 보였다.

투명한 상자 안에 비르디아가 갇 혀 있었다.

[알림: 성물〈비르디아〉가 개체(한 서하)를 내려다봅니다.]

비르디아가 날 인식했다.

난 미리 언질 받은 대로 예를 갖 추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온 질문을 던지려는 순 간...

[알림: 성물〈비르디아〉가 예언을 짓기 시작합니다.]

뭐?

나도 모르게 당황해서 비르디아를 바라봤다.

'나 아직 아무것도 안 물어봤는 데?'

비르디아는 혹시 텔레파시 같은 걸로 사람의 마음을 읽어 대답하는 형식인가?

그런 말은 들은 적 없는데?

고개를 돌려 질문을 기록하기 위 해 존재하는 서기관을 바라보니 그 도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잠시 눈을 마주치고 시선 을 교환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비르디아 는 대답을 전하고 있었다.

비르디아가 스스로 돌아가기 시작 한다.

허공을 재료로 예언을 짜는 방적 기. 그 이름에 걸맞게, 아무것도 없 는 허공에서 뭔가 생겨나기 시작했 다.

비르디아가 실을 짜내고 있었다.

은은한 빛이 감도는 실이 허공에 서 움직여 글자를 만들어낸다.

그건 분명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실들이 짜낸 예언의 내용은 이러 했다.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노라.J

나를?

아니 그것보다, 다른 게 더 놀랍 다. 비르디아는 단순히 예언을 짓는 아이템은 아닌 것 같다.

'에고를 갖고 있잖아.'

마치 노이트처럼.

'그래서 사람들이 왕족처럼 대했던 건가.'

그들이 유난을 떤다 생각했는데. 자아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비르디아가 날 어떻게 알고 날 기 다리고 있었다는 거지?'

내가 비르디아를 처음 마주하는데.

비르디아의 실이 다시 허공을 수 놓는다.

「흐름을 좌우하는 이들은 늘 주 목받기 마련이지.」

익숙한 내용이었다. 어디선가 들어 본 적 있는 말이다.

-세상의 흐름을 좌우하는 이들, 그 선택받은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는 돌보지도 않은 그들의 행태도.

아무래도 좋습니다.

울분에 가득 찼던 목소리. 박노아 가 했던 말 아니던가.

'성좌!'

그 이름이 다시금 머릿속에 떠올 랐다.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실 이 다른 내용을 그려냈다.

「성좌라. 절묘한 이름이군.」

놀라기도 전에 곧바로 내용이 바 뀌었다.

r 예언하노라.j

그 전까진 가볍게 잡담하는 것처 럼 가벼운 어조였다면, 이제부턴 달 랐다.

살랑거리던 실들이 딱딱하게 굳으 며 글자들을 그려냈다. 한층 경직된 글씨체 였다.

「한번 뒤집힌 모래시계는 돌이킬 수 없으나.J시작부터 아주 의미심장한 문구였 다. 뒤집힌 모래시계.

'모래시계라고 하면……

회귀 전의 기억. 그러니까 나는 모 르는 기억을 떠올린 직후, 잠에서깨어나기 직전에 본 적이 있었다.

찬란한 빛깔의 모래시계를.

'그것과 뭔가 연관이 있는 걸까?'

아니면, 새하나교가 가지고 있던 예언의 돌에 적혀있던 시간의 수레 바퀴를 거꾸로 행하라는 말과 관련 이 있을까?

「성좌에 오르려는 욕심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으니.」

이건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내 회귀의 원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성좌에 오르려는 욕심이 뭔데?'

난 성좌의 존재를 안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성좌에 오르려는 욕 심이라니.

' 내가?'

정말 알 수 없는 말의 연속이었다.

이윽고 마지막 문구가 모습을 드 러 냈다.

「욕심을 버릴 때, 승리가 그대와 함께하리라.J그게 끝이었다.

하늘거리던 실은 허공으로 흩어졌 고, 비르디아는 작동을 멈췄다.

침묵이 흘렀다. 예언을 기록하던

서기관도 멍한 얼굴을 했다.

나를 빼면 그 누구도 비르디아의 예언이 뭘 의미하는지, 그 실마리조 차 잡지 못하고 있었다.

오직 나만이 그 답을 알았다.

'내 회귀에 대한 말이었어.'

정확한 뜻은 몰라도, 그건 분명 나 에 대한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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