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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158화 (158/361)

158화

콰과과광!

파편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던 하늘 이 이제 완전히 내려앉고 있었다.

하늘에 깔려 죽은 병사들이 내는 신음이 뒤에서 울렸다.

후우욱!

쿠구구구구궁!

류라임의 뒤에 타고 날아가는 데 거친 바람 소리보다도, 뒤에서 와르 르 무너지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 다.

"이대로 밖으로 나가면 되나!"

신도아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녀 도 자잘한 상처투성이인데도 전속 력으로 날고 있었다.

"빠져나가기만 하면 돼요!"

무사히 나갈 수 있다면 말이다.

"대장이라도 먼저 가 있으세요!"

정로운이 마나에 허덕이면서 날 먼저 챙겼다.

'그야, 내 능력은 하늘을 나는 게 아니라 공간 간섭이니. 먼저 가려고 하면 갈 수야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아주 최악의 사태엔 어쩔 수 없겠 지만.'

이들을 죄다 버리고 나 혼자 가면, 부대원들을 이끌고 책임지는 사람 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같이 있을게요! 말하지 말고 더 빨리 달려요!"

쿠구구궁!

타이밍 좋게 바로 뒤에서 천장이

무너졌다. 다들 말없이 앞만 바라봤 다.

"파이로!"

-삐이이!

내 부름에 파이로가 웅답했다. 크 기가 꽤 많이 컸다.

"우리 위에서 보호해줘!"

_삐!

파이로가 위에서 날개를 펼치자 파편들이 떨어지던 게 훨씬 덜했다.

그 보조 덕분에 속도가 한층 더 올라갔다.

쿠구구구궁!

뒤에서 해일이 밀려오는 것처럼, 붕괴가 우리 뒤를 바짝 쫓아왔다. 도미노처럼 우수수 달려들었다.

쿠웅!

-삐익!

파이로가 우릴 보호하다가 거대한 파편에 고통 어린 신음을 내뱉었다.

"미안해, 파이로. 조금만 더 도와 줘!"

조금만 더 가면 입구가 보였다. 저 멀리, 우리가 들어온 곳이 있었다!

"조금만 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뒤에서 꼬리를 잡을 듯 말 듯 따 라붙는다. 그 순간,쿠구구구구!

- 삐이이익!

"파이로!"

우리의 위를 보호하던 파이로가 상황이 급박해지자 뒤로 향했고, 이 윽고 무너지는 천장에 깔렸다.

우드득.

-삐이 이 이 이!

파이로가 깔린 덕일까. 잠깐이나마 붕괴가 멈췄다.

"파이로!"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지만 닿지 않았다. 나는 류라임의 낫을 따라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 삐이.. 삐이 이!

파이로가 괜찮다는 듯 날개를 살 짝 퍼덕였다.

'이대로 소환을 해제하고 다시 부 를 수도 있지만.'

그러면 그 빈칸만큼 더 빠른 속도 로 무너질 것이다. 어쩌면 탈출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삐이이…….

그걸 알아서 파이로도 고통 속에 신음하면서도 버티고 있는 거였다.

"……파이로."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파이로의 희생 덕분에 안전하게 입구까지 도 착할 수 있었다.

"고마워."

슈욱!

쿠구구구구궁!

입구를 통과하는 것과 동시에 파 이로의 소환이 해제됐다.

무섭게 울리는 굉음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검은 화산 게이트에 내동댕이쳐졌다.

"허억...... 허억......

다들 숨을 몰아쉬었다.

"마나가…… 아슬아슬했어요."

정로운의 안색이 희게 질려있었다. 신도아도 말없이 매화를 풀었다. 팔 다리 여기저기에 생채기가 가득했 다.

"이걸 한 번 더 해야 한단 얘기 죠?"

정로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 였다.

"죽겠네요."

하하, 허탈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일사 불란하게 움직였다. 늦은 밤에도 불 이 꺼질 생각을 안 했다.

위이이잉!

그때 기계에서 요란한 소음이 울 렸다. 이윽고 그 기계 앞에 서 있 던 연구원이 큰 소리로 외쳤다.

"사, 사라졌습니다!"

바쁘게 움직이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췄다.

"4차 전쟁 게이트 신호가 또 사라 졌습니다!"

"남은 신호는 단 하나입니다!"

이상 징조에 연구소에 비상이 걸 린 지 꽤 됐다.

"이런 전례는 없었습니다. 생성 중 이던 게이트가 도중에 사라지다 쇼!"

"4차 게이트에서만 2번째입니다. 4차 전쟁 게이트와 이전 게이트 사 이의 차이점을 분석한 보고서, 수정

해서 다시 올렸습니다."

모두가 한 사람에게 이목을 집중 했다. 이 연구소를 이끄는 사람, 그 들의 상사.

최연소로 소장 자리에 등극한 천 재.

단발 머리카락이 사르륵 흘렀다.

"데이터 뽑아서 이운우 길드장과 전청운 길드장 쪽에 보내고 국가에 도 따로 보고 올리세요."

백목련이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냉담한 어조에 적절한 판단이었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 다들 당황스

럽겠지만, 그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정하영 연구원, 방금 사 라질 때 게이트 파동 분석 데이터 만들어서 올려주세요."

"네!"

"김태식 연구원, 해외 논문 사례 정리해서 리뷰해주시고. 강호윤 연 구원, 이번이랑 저번에 신호 사라질 때 변수 비교해서 보고서 올려요."

"알겠습니다."

" 넵."

일사천리로 상황을 정리하고 나면 연구소는 다시 바쁘게 돌아가기 시 작한다.

백목련은 정부에 긴급 사안이라며 보고를 올리면서 문득 타자를 멈췄 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공통점이 있어. 4차 전쟁 게이트 의 신호가 사라질 때마다.'

다른 연구원들은 절대 고려하지 않을 변수지만, 오로지 그녀만 아는 것이 있었다.

'……한서하.'

그 사람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 다.

매번까진 아니어도 되도록 역천의 길드장과 함께하곤 했는데.

'아예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지 좀 됐어.'

어차피 회의에서 중요한 인물은 역천의 길드장이지 함께하는 길드 원이 아니라 아무도 신경 쓰지 않 았던 부분이다.

백목련은 설마, 하면서 한서하가 자취를 감춘 시기를 머릿속으로 되 짚어봤다.

"……비슷하잖아."

" 네?"

"아뇨. 아닙니다."

백목련은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가 수습했다.

그런데 정말로 딱 맞았다.

'평소에 회의에 자주 참석하던 사 람이 사라지자마자 게이트에 이상 징후가 생긴다……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만했다.

'특히 그 누군가가 한서하라면?'

두말할 것도 없지. 이건, 그 사람 의 짓인 거다.

'대체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 거 야?'

백목련은 문득 창밖을 바라봤다.

굳건하게 그 위치를 지키고 있는 검은 화산 게이트의 끄트머리가 얼 핏 보였다.

'처음 봤을 때부터 늘 비밀을 품고 있었지.'

톨룩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해석하 던 것이 뻔했는데. 그걸 어물쩍 변 명하며 넘기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 다.

'새하나교 사건이 끝나면서 우리의 협력도 사실상 막을 내렸지만……

백목련은 아직도 한서하라는 사람

을 종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눈이 가는 걸지도 모른 다.

"……님! 소장님!"

" 아."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왔다. 눈을 뜨자, 연구원 하나가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소장님. 말씀하신 대로 연락을 돌 렸더니 정부 측에서 먼저 뵙고 싶 다고 연락이 왔는데요."

"출장 잡아줘요. 지금 당장 보자고 하죠."

"네? 지금 당장이요?"

연구원이 당황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야, 밤이 늦어도 다 같이 퇴근 못 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출장이 라니.

"지금 당장이요."

한시가 급한 일이었으니까.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목 끝에 와 닿는 쇳조각이 서늘하다.

나는 조용히 창의 끝에 있는 이를 바라봤다.

"역시. 너였군."

에녹 클라우드. 그 남자였다.

'눈치채고 기다리고 있었나.'

3개의 미완성 게이트 중 2개가 박 살났으니.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법도 하지.

'들어오자마자 포위라……

나 혼자였으면 그대로 공간 간섭 으로 도망쳤겠지만. 내겐 다른 동료 들이 있었다.

"한서하. 그게 네 이름이었지."

잘도 기억하고 있군.

첫 번째 전쟁 게이트에서 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텐데.

"내가 직접 이송하겠다."

그가 날 빤히 응시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일을 직접 하시기

엔.."

"아니. 너희가 감당하기 어려운 자 들이다."

에녹이 냉담한 눈빛으로 내 뒤편 에 서 이들까지 훑었다.

"수갑을 채우고 마차에 태워라. 내 가 함께하겠다."

"예!"

이를 어쩐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끌려가 줘, 말아?'

어차피 어디로 이송한다 한들, 내 능력이 있는 한 도망치지 못할 건 없다.

'다른 동료들의 움직임이 제한되는 게 커서 그런 건데……

사방이 적이지만 수준이 아주 높 진 않다.

에녹 클라우드, 이 사내가 날 쉬이 보내줄 것 같진 않지만.

여기서 조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도망을 치는 게 맞을까?

우리는 시선을 교환했다.

신도아가 살짝 턱 끝을 까딱했다. 움직일 것이지, 가만히 있을 것인지 묻는 눈초리였다.

나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가만히 있는 편이 나아.'

어차피 나만 탈출할 수 있다면, 지 하감옥에 갇혀도 이들을 빼내고 싶 을 때 언제든 빼낼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에녹 클라우드가 옆을 지 키고 있는 지금보다 차라리 감옥에

있을 때가 더 탈출하기 쉬울 거야.'

에녹이 밤새도록 우리 옆을 지킬 게 아니라면 말이다.

철컹.

결국 손목엔 수갑이 채워졌다. 목 에 와 닿는 창끝이 매섭다.

'수갑을 차보긴 난생 처음이네.'

회귀 전과 후, 합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는데.

게다가 전쟁터를 구르며 해볼 만 한 건 다 해봤다 싶었지만 수갑은 또 처음이었다.

'아니지. 수갑은 몰라도 밧줄에 묶

인 적은 있었으니까.'

그것도 똑같이 쳐야 하나. 고민하 는 사이에 내 앞에 마차가 대령됐 다.

"전쟁 포로를 데려가는 것치곤 꽤 나 휘황찬란한걸."

"일개 전쟁 포로라."

에녹 클라우드는 늘 그랬던 것처 럼, 담담한 얼굴이었다.

"네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건가. 아 니면, 내가 그조차 모르는 머저리로 보이나?"

말투는 여전히 짜증나지만.

"높게 평가해주니 고맙네."

비꼬는 어조로 답했다. 그러나 알 아들은 것 같은 얼굴은 아니었다.

'저 얼굴……. 머리 위에 물음표 하나 띄우는 것 같은 표정.'

다시 보니 새삼스럽게 또 짜증이 치민다.

'회귀 전에도 항상 이런 식이었 어.'

늘 핀트가 엇나간 대화만 주고받 다가 나만 스트레스를 받았다.

대화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 생각 하며 마차에 올랐다.

"나머지 둘은 따로 태워라. 그리 고…… 샤를."

에녹의 부름에 로브를 뒤집어쓴 인물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왔다.

"이 둘은 네게 맡기마."

"알겠습니다."

로브에 지팡이. 보아하니 마법사 다.

'하나만 있는 게 아니야. 마법사 군단이다.'

아직 미완성인 게이트인데, 황제의 최측근인 에녹에 마법사 군단이라.

다시 생각해도 너무 호화로운 구

성이었다.

'대처가 빨라. 이 정도 규모면 준 비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을 테 니…… 5황자가 도망친 직후에 파 견됐다고 보는 게 맞겠지.'

황제의 직감인지 의심인지 모를 것이 제대로 적중한 것이다.

나는 류라임과 같은 마차에 태워 졌고, 신도아와 정로운은 뒤편 마차 에 탔다.

"자, 그럼."

나와 류라임이 수갑에 묶인 채로 나란히 앉자 그 앞에 에녹이 앉았 다.

"전쟁 포로답게 대우해줘야겠지." 살벌한 서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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