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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155화 (155/361)

155 화

"너……

5황자가 어물어물 뒷말을 흐렸다.

"그래……. 네 말대로 하면, 나는 더 빨리 황궁으로 돌아갈 수도 있 겠구나."

"그렇습니다."

"황제 폐하도 내가 고작 탈영병

무리에게 당했으니, 지구군을 상대 하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생 각하실 테고!"

"맞습니다."

5황자의 눈빛에 점점 환희가 어렸 다.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 것이다.

'그것도 예정보다 훨씬 빠르게 말 이지.'

얼마나 기쁜지 만면에 미소가 가 득하다.

"좋아! 좋은 계획이구나!"

5황자는 그러다가 세드릭을 불렀 다.

"예, 황자 저하."

"경이 좀 수고 해줘야겠어. 내가 자네 말고 누굴 믿겠나."

세드릭은 그 말에 감격한 눈치면 서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신경에 거슬리겠지.'

힐끗 날 바라보는 시선이 뻔하다.

정체 모를 내가 5황자의 옆에 붙 어있는 한 그 옆에서 떨어지기 싫 을 거다.

"자네가 딱 적임이야!"

"……네. 명을 받들겠습니다."

5황자의 부탁에 세드릭은 끝내 고 개를 숙였다.

세드릭은 슬쩍 날 보며 무슨 꿍꿍 이냐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살짝 웃어 보였다.

'무슨 계획이긴.'

자작극의 자작극 작전.

내가 자작극으로 탈영병의 습격을 꾸며내면, 그걸 이용해서 5황자도 탈영병의 습격을 조작한다.

만들어진 탈영병 집단이 생겨나는 거다. 간단한 얘기다.

'물론 황제의 귀에 들어갈 때는 좀 달라져 있겠지만.'

그건 나중 얘기고.

당장 5황자는 신이 나 세드릭에게 오늘밤 다른 정찰병들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춥고 척박한 북부, 올리버는 그곳 에서 태어나 자랐다.

안 그래도 척박하고 고단한 북부 에서도 가장 외곽에 위치한 툰드라마을은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시골구석이었 다.

그는 그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살다 늙어 죽을 예정이었지 만, 그 운명은 한순간에 뒤바뀌었 다.

"너. 너. 그리고 너. 아, 저 녀석까 지. 너희는 전쟁에 참여할 것이다."

소영주, 제레미가 확정적으로 말했 다.

그게 끝이었다. 모든 건 순식간이 었다.

올리버는 군인이 되어 어디론가

끌려갔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 먹고 입고 잤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 마침내 도달 한 곳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오늘부터 배식은 하루에 한 끼로 줄이도록 하겠다!"

"예에?"

"너무하십니다……. 지금도 배고파 죽겠습니다요!"

"불만은 받지 않는다."

식사는 형편없는데 양도 적었다. 매일 배를 곯는 나날들이었다.

"네놈 눈빛이 불손하다."

촤악

5황자라는 개자식은 틈만 나면 사 람들의 목을 벴다.

전쟁이고 자시고, 저 녀석을 죽이 고 싶다는 살심만 올리버의 가슴속 에 하루하루 쌓여갔다.

그래도 꾸역꾸역 참았다.

군인의 봉급이 적긴 해도 가족들 에게 보내면 그들의 구김살을 조금 은 펴줄 수 있을 테니까.

"이봐요들. 그 얘기 못 들었수?"

"뭔 얘기?"

"왜, 요즘 탈영병들이 습격을 하지

않수?"

누군가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그런데 그게 사실은…… 저 미치 광이 황자의 술수라는 말이 있소."

"아니. 뭣하러 그런 짓을 한단 말 인가. 암만 그래도 우리가 자기 휘 하의 군졸들인데?"

"글쎄, 그 황자가 입이 닳도록 전 쟁이 싫다고 그러지 않소. 그래서 그걸 노리고……

"거기. 둘."

갑자기 끼어드는 목소리에 병사들 은 고개를 들었다.

이국적인 외모의 여자가 그곳에 서 있었다.

'이름이 리트……라고 했던가?'

사람들의 반응이 돌연 싸늘해졌다. 이 안에서 그녀를 모르는 이들이 없었다.

'같은 병사들을 팔아먹고 자기 배 를 불리는 간신배.'

올리버는 가끔 5황자보다도 그녀 가 더 혐오스러울 때가 있었다.

'5황자는 타고나길 황족이라 성질 머리가 더럽다고 치지만. 저 여자는 정말 악질이야.'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갔지만 겨 우 참아냈다.

"입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저 여자는 항상 얼굴에 표정이 없 다. 그녀가 작게나마 웃는 건 5황 자 앞에서 간언을 할 때뿐이었다.

"탈영병의 눈먼 칼이 누굴 향할 지."

여자가 좌중을 쓱 훑었다.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알 수 없는 중압감이 그들을 내리 눌렀다. 그러나 정작 여자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허억……. 깜짝 놀랐네. 귀신같이 나타나는구만."

"무서워서 원."

퉤. 누군가는 땅에 침을 뱉었다.

제각기 욕지거릴 내뱉으며 아까 느꼈던 오싹한 한기를 털어내느라 바빴다.

올리버는 한동안 그곳에 멈춰 서 서 침묵했다.

'……그 말투.'

올리버는 그 여자가 꼭, 오늘밤 탈 영병이 누굴 습격할지 아는 것처럼느껴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다음 날 아침. 여자가 지목했던 둘의 목이 잘린 채 발견됐다.

올리버는 그 모습을 보고 생각했 다.

이곳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이건 뭔 가 잘못됐다고.

하루 이틀, 탈영병의 습격이 계속 됐다.

하지만 병사들 사이에서 은근하게 퍼지는 소문이 있었으니, 5황자가 미쳐서 직접 군인들을 죽이기 시작 했다는 얘기였다.

덕분에 사기는 바닥을 쳤고, 죽기 전에 도망치겠다며 탈영병은 더욱 늘었다.

"네 말대로 하니 속도가 훨씬 빠 르구나. 도망치는 병사들에 죽은 병 사들을 합치니 수가 어마어마해."

5황자는 기쁜 것처럼 보였지만 말 이다.

"황제 폐하도 탈영병이 그렇게 늘 어날 때까지 무얼 했냐며 타박하시

긴 하지만, 조만간 그냥 돌아오라고 하실 것 같다."

그렇겠지. 전쟁을 치르지도 않았는 데 손실된 병력이 벌써 3분의 1 가 량이다.

탈영병으로 빠진 이들, 5황자에게 죽임을 당한 이들, 굶주림에 아사한 이들 등등.

원인은 다양했지만 남은 병사들도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이대로 싸우면 필패할 테니까.'

황제도 어쩔 수 없이 5황자를 다 시 불러들일 수밖에 없을 거다. 결 국에는.

어찌 됐든 5황자의 패악으로 모인 탈영병들이 꽤 많았다.

어느 정도냐면,

두웅, 두웅!

정면 승부를 걸어도 될 정도였다.

침입자를 알리는 북이 울렸다. 나 와 류라임은 무기를 허리춤에 매고 밖으로 나섰다.

창밖을 보니 화염이 치솟고 있었 다. 불부터 붙이라고 한 명령이 쓸 모가 있었군.

"침입자다! 침입자다아아!"

누군가가 목이 찢어져라 외쳤다.

"어억!"

"으아아악!"

푹!

촤아악!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소리가 들렸 다.

제대로 먹지도 못한 병사들이, 신 도아와 정로운이 선두에 서서 활약 하는 탈영병 집단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이게 무슨 일이냐!"

5황자가 소란에 깨어났는지 크게 소리치는 게 들렸다.

"황자 저하! 피하셔야 합니다! 밖 에 탈영병들이……!"

"놔라!"

5황자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병 사를 거칠게 뿌리쳤다.

" 리트!"

그가 날 바라보고 환하게 안색이 변했다.

"정신이 없어 무슨 일인지 알 수 가 없구나. 대체 뭐가 뭔지……!"

"저하. 피하셔야 합니다."

나도 바닥에 쓰러진 병사와 같은 대사를 내뱉었다. 5황자는 그제야뭔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쨍그랑!

탁!

바로 옆에 있던 창문이 깨지면서 파편이 이리저리 튀었다.

세드릭이 창문을 깨고 날아온 화 살을 손으로 잡아챘다.

"세드릭!"

"괜찮습니다, 저하. 그보다 어서 가시지요.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 어나야 합니다."

손바닥에서 붉은 핏물이 뚝뚝, 흘 렀다. 세드릭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 굴로 5황자의 안위부터 챙겼다.

"탈영병들의 습격입니다."

"뭐? 하지만 그동안 있던 습격

으.."

그래. 꾸며낸 것이었지. 하지만 이 번엔 진짜다.

"아마 전쟁에서 패했을 때 쓰려고 대비해둔 탈출로가 있으시겠지요. 그곳으로 가셔야 합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세드릭이 5황자를 잡아끌었다.

쨍그랑!

그들과 우리 사이에 있던 커다란 창문이 깨졌다.

거대한 유리파편이 앞을 가로막았 다. 나와 류라임은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세드릭, 저 애들은!"

"가셔야 합니다! 저하!"

깨진 창문 틈으로 불길이 화르륵 치솟았다.

"……안……!"

5황자가 우릴 향해 손을 뻗었지만 세드릭은 강경했다.

확 하고 닥쳐오는 열기에 눈을 가 렸다 치우니, 그곳엔 더 이상 아무 도 없었다.

'빠르기도 하지.'

도망치는 것만큼은 수준급이다.

'뭐, 어차피 우리도 5황자를 따라 갈 생각은 없었지만.'

나는 휘익, 휘파람을 불었다.

그 신호에 이미 깨져있던 창문 틈 으로 누군가 얼굴을 내밀었다.

"찾았군."

신도아였다.

고유 스킬, '매화'.

그 덕분에 양팔은 날갯죽지로 변 해 깃털이 무성했고 양 발끝은 날 카로운 발톱이 달려 있었다.

발톱으로 창틀을 단단히 움켜쥐고 앉자, 신도아가 한 마리의 거대한 새처럼 보였다.

" 상황은요?"

"적들의 상태가 형편없어. 사실상 습격이라기보단 학살에 가깝다."

"탈영병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분노가 극심하지."

계획대로군.

우리가 대화하는 모습을 들켜서 좋을 건 없기에, 그대로 신도아에게 가보라고 손짓했다.

"탈영병들의 분노를 부채질하려면 저는 계속 5황자의 편인 것처럼 남 는 게 나을 겁니다."

패악을 부리는 5황자도 욕을 먹지 만, 나를 미워하는 이들도 꽤 많을 터였다. 이곳은 뿌리 깊은 신분제 사회니까.

'같은 신분인데 호의호식하는 날 보며 더 배가 아팠던 이들도 적지 않을걸.'

그런 이들에게 대뜸 사실은 같은

편이었습니다, 하고 나서봤자 좋은 꼴은 못 본다.

'차라리 악역인 채로 퇴장하는 편 이 낫지.'

아참. 마지막으로 물어볼 게 있었 다.

"탈영병들 중에서 우두머리로 행 동하는 이가 있습니까?"

신도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있지."

"누굽니까?"

"올리버."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기억해두면 좋겠지.

"성은 없고 그냥 올리버라고 하더 군."

"알겠습니다. 이따 다시 연락하도 록 하죠. 그때까지 탈영병들을 이끌 고 마지막까지 함께해주세요."

신도아는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훌 쩍 날아갔다.

자, 이제. 텅 빈 복도에는 나랑 류 라임뿐이다.

잠시 눈을 감고 공간 간섭을 펼치 자 저 밑에서부터 탈영병들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5황자를 잡으러 오는 모양이야.'

선두에 나선 자가 신도아가 말한 올리 버인가.

마침 잘됐다. 이대로 퇴장하면 스 토리가 좀 맥이 빠지니까.

저벅, 저벅.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한 손에 피로 물든 검을 쥔 남자 가 보였다. 한쪽 눈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인상적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올리 버.'

탈영병의 수장이 된 사내.

"5황자는 어디로 갔지?"

그의 뒤로 빼곡하게 늘어선 탈영 병들이 보였다.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웃기지 마. 넌 그 자식의 최측근 이었잖아."

그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다.

"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지 금쯤 이 게이트를 빠져나갔을 겁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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