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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150화 (150/361)

150화

챕터: 또다시 그 이름

"……권성민이라고요?"

"아는 자인 모양이지. 안타깝게 됐 어."

다니엘이 한껏 비아냥거렸다. 아 니, 갑자기 왜 권성민이 여기서 나 온단 말인가.

'분명 새하나교 사건이 마무리되고 나서 꼬리 자르기로 권성민이 죄다 뒤집어쓰고……

-임천훈 의원 관계자가 현재 구속 수사 중인 가운데, 임천훈 의원은 자신과 관련 없는 일이며 보좌관이 단독으로 벌인 일이라 주장하고 있…….

-구속 수사 중이던 피의자가 수사 도중 종적을 감췄습니다.

그렇게 종적을 감췄다. 제 발로 사

라진 게 아니라, 위쪽에서 입막음하 면서 죽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사라진 거였단 말이야? 그 것도, 톨룩으로?'

대체 그가 어떻게?

아니. 아니지. 왜 처음부터 이걸 생각하지 못했는지.

'인류의 배신자……. 혹마법사를 지칭하는 대표적인 수식어인데!'

흑마법人}. 몬스터나 마족 등 강력 한 힘을 가진 이들과 계약해 인간 의 한계를 넘으려 하는 이들.

'강력한 힘을 대가로 지구를 배신

하고 톨룩에 빌붙어 살아가게 되 지.'

그들의 존재 자체가 온전히 제 주 인에게 종속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영혼이 속한 세계도 바뀌게 된 다.

'단순히 배신자라는 말에만 치우쳐 서 혹마법사를 생각하질 못했어.'

차준이나 테오도르처럼 기술력이 없는 이들이 톨룩으로 넘어갔다면, 그 방법은 혹마법사가 되는 것뿐인 데.

"……흑마법사가 됐군요."

"그렇지. 힘을 많이 갈구했던 모양

이야. 제 고향을 배신하면서까지."

입 안이 쓰다.

새하나교 사건 이후 권성민하곤 완전히 척졌고, 죽었다 생각해서 신 경을 끄고 살았는데.

'이런 식으로 재등장할 줄이야

참으로 질긴 악연이었다.

"그럼 이제 내가 들을 차례군. 로 스 가문에 대해서 알아낸 게 뭐가 있지?"

다니엘이 조급함을 숨기지 못한 채 말했다. 나는 내가 봤던 것을차근차근 설명해줬다.

"……너무 늦게 알았도다. 거짓된 증거에 속아 친우를 저버린 내 잘 못이 몹시도 크다……. 정말 그렇게 적혀 있었나?"

"확실해요."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 까.

"거짓된 증거……. 거짓된, 증 거……

다니엘이 주먹을 꽉 쥐었다. 강한 힘 때문에 손이 하얗게 질릴 정도 였다.

"……빌어먹을."

그가 감정을 꾹꾹 찍어 누르며 작 게 욕지거릴 내뱉었다.

"역시 그랬어. 아버지가, 그분이 반역을 꾸밀 리가 없지! 애초부터 말도 안 되는 소리였는데!"

충혈된 눈으로 중얼거리는 모습이 꽤나 오싹했다.

"황제……! 황제가 되려고, 우리 가문을!"

안 봐도 뻔한 이야기다. 흔한 레퍼 토리 아닌가.

'공을 세우기 위해 충신으로 유명

한 집안에 반역죄를 뒤집어씌우는 방법.'

너무 뻔해서 웃기지도 않았다.

'그 피해자가 눈앞에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지.'

어린 나이에 제 가족을 모조리 잃 어야 했을 다니엘 로스. 이 사내의 고통을 누가 헤아릴 수 있겠는가.

"하하하……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 사 이로, 맹금류의 것처럼 노란 눈동자 가 빛났다.

먹잇감을 낚아채는 맹수의 눈빛이

었다.

"하층민과 손잡는 건 딱 질색이지 만,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지."

"권성민 그자가 지구에 대해 뭐라 고 설명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에 겐 신분제가 없습니다."

"들었지. 그런 엉터리 세상이 존재 할 줄이야. 잘도 돌아가는군."

여전히 짜증 나는 말투였다.

살아온 세상이 다르니 어쩔 수 없 다고 이해는 하지만, 듣는 입장에선 어이가 없긴 하다.

'아직까지 고리타분한 봉건제 체계

로 세상이 돌아가는 게 더 웃긴데, 나는.'

하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진 않았 다. 싸워서 좋을 게 없으니까.

"뭐라고 생각하셔도 좋지만, 일단 저는 하층민도 상충민도 아닙니다. 말했다시피, 우리에겐 '신분'이 없 어서요."

"어서 그 제도가 고쳐지길 바라지. 그 안에서도 더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은 분명 존재할 테니까."

적어도 그게 신분제로 나타나진 않겠지만.

"하층민들 중에서도 존중받을 만

한 이가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 무례한 자들이?"

다니엘이 코웃음 쳤다.

"기록을 봤으면 알겠지. 나는 몰락 귀족으로 팔려나갔고, 수많은 하충 민들과 함께했었어."

눈빛이 지독히도 차가웠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존중받아 마 땅한 하층민은 없었지."

그는 참혹한 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처럼 보였다.

울분으로 가득 찬 신분제 사회에 서, 몰락 귀족으로 팔려온 어린 소년에게 세상은 가혹하기 그지없었 으리라.

"그곳엔 온통 가축만도 못한 이들 뿐이었어."

적어도 그가 본 세상이 그러했으 니, 그렇게 믿을 수밖에.

가난하지만 착한 성품을 지니고 남을 도우며 살아가는 이들은 동화 책에나 나온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이다.

"몇몇 멍청이들은 그들도 교육받 으면 달라질 수 있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달라."

황제인지 백성인지, 누군가를 향한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였다.

"그런 천한 본성을 교육으로 가릴 순 있을지언정, 그 본성 자체를 개 조할 순 없거든."

열변이 끝난 다음엔 차가운 침묵 이 도사렸다. 나는 그에게 무슨 말 을 꺼내야 할지 고민했다.

'애초에 내가 그를 설득해야 할 이 유는 없지. 그의 사상이 현대인의 관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해도……

그와 어느 쪽 체계가 더 우수한지 토론하려고 이곳에 온 건 아니니까 말이다.

"그렇군요."

나는 결국 간단히 응수하는 방법 을 택했다.

"이번 거래는 서로에게 만족스러 운 결과를 가져다준 것 같네요."

나는 권성민의 행방을 알았고, 그 는 멸문의 비밀을 알았으니까.

"이 구슬을 드릴게요."

나는 테오도르가 새롭게 발명한 원격구슬을 건넸다.

"다음 거래가 필요해지면 그 구슬 을 깨뜨리세요. 그러면 되도록 빠르 게 제가 찾아가도록 하죠."

"편리하군."

지금은 내가 일방적으로 찾아오는 방식이니까 말이다.

효율적인 거래를 위해선 다니엘도 날 부를 수단이 필요했다.

"그럼, 다음에 보도록 하죠."

약간의 찝찝함을 남기고 나는 지 구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진녹색 머리카락이 내 눈앞에서 잘게 흔들렸다.

"어땠느냐? 구슬은 건네줬겠지? 제대로 작동해야 할 텐데. 물론 여 러 실험을 거친 완성품이긴 하지만,

막상 저쪽에선 또 다를 수 있으니 까 말이다."

같은 고위 귀족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활활 타오르는 호기심에 못 이겨 질문 세례를 퍼붓는 테오도르를 보 면서 나는 좀 미묘한 감정을 느꼈 다.

* * *

"서하야. 오늘 회의엔 참석 안 하 려고?"

"네. 오늘은 빠질게요."

"뭐, 어차피 했던 얘기나 반복하고 있을 거 같긴 해."

혜원 언니는 슬슬 정치 싸움, 세력 다툼으로 넘어가는 군사 회의가 불 만스러운 것 같았다.

"4차 게이트에 대한 대책이 따로 나오면 내가 정리해줄게."

"고마워요."

아마 필요는 없겠지만, 이라는 뒷 말을 삼켜냈다.

"그런데 회의까지 빠지면서 어딜 가려고?''

그 물음에 나는 가볍게 대답했다.

"제 부대원들을 찾아가려고요."

내 부대.

검은 화산 게이트에서 벨제부브를 유인한 점과 큰 부상을 입히는 데 일조한 점을 인정받아, 어엿한 독립 부대가 된.

일명, '13부대'였다.

기존 체계에서 13부대였기에 굳이 이름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 다.

"따로 할 일이 있어서요."

그 진가를 발휘할 때였다.

'4차 게이트는 발발하지 않을 거 야.'

왜냐고?

그 전에, 우리가 막을 테니까.

허억, 허억. 거친 숨소리가 울렸다.

땀방울이 목줄기를 타고 흘러내리 고 홧홧한 열기에 절로 입이 벌어 졌다.

"저어……."

지친 기색이 역력한 정로운이 슬 그머니 입을 열었다.

"저, 대장."

"한서하라고 부르라니까요."

"저는 이게 편해서요……

호칭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 대 충 넘어갔다.

"저, 정말로 이렇게 들어와도 되는 건가요?"

"안 될 거 있습니까. 이제 독립 부 대라, 제 명령만 떨어지면 뭐든 해 도 됩니다."

정로운이 그게 문제가 아니냐는

듯한 얼굴을 했다.

"그렇지만 여긴……!"

- 키에에엑!

정로운의 말을 끊어내며 용암 속 에서 마물이 튀어나왔다. 지렁이 같 은 생김새를 보니 '용암뿔지렁이' 다.

탕!

쿠우우웅!

총알 한 방으로 정리되는 하급 마 물이다.

"방금 뭐라고요?"

"아니, 그러니까. 여긴 전쟁터 한

복판인데 이렇게 숨어들어도 되냐 고요……

정로운의 간절한 외침이 허공에 울렸다.

주르륵, 바닥엔 용암이 흐르고 검 은 암석이 곳곳에 박혀있는 곳.

저 멀리 우리가 겨우 지켜낸 요새 가 있는 곳.

그래, 우린 검은 화산 게이트 한복 판에 있었다.

다른 지원군 없이. 오로지 우리끼 리만.

"신도아 씨! 뭐라고 말 좀 해주세

요!"

"대장이 간다고 하면 따를 뿐이 다."

"대장 아니라니까요."

내 항변은 이제 들리지도 않는 모 양이다.

"그, 그럼 류라임 씨는요!"

"응? 저요?"

류라임이 생글 웃으며 되물었다. 정로운이 그렇다고 답하자 고개를 갸웃한다.

"서하 님이 원하시는데, 문제 될 게 있나요?"

해맑은 미소에 정로운만 입을 다 물었다. 뭐, 여기서 불만 있는 건 정로운뿐인 것 같은데.

"근무 조건은 처음부터 말씀드리 지 않았나요."

"……했었죠. 독립 부대가 되면, 무조건 그 명령에 따를 것……이라 고.''

그래. 그러니 여기까지 따라왔겠 지. 다른 사람들이라면 죽으러 가냐 고 뜯어말렸을 거다.

"애초에 저희는 뭘 위해서 이곳에 있는 건가요? 그건 알려주실 수 있 잖아요, 대장!"

대장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지친다.

"이 앞이, 4차 게이트 예상안과 3 차 게이트가 겹치는 부근입니다."

"그런데요?"

지금까지는 게이트가 겹쳐 나타난 적이 없기에 아무도 모르는 방법이 다.

'지구와 톨룩 사이를 연결하는 틈 새인 게이트는, 말하자면…… n차 원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지.'

각 게이트는 그저 개별로 존재하 는 게 아니라, 톨룩과 지구 사이 틈새의 n번째 차원에 형성되는 통로다.

이렇게 게이트가 겹쳐서 만들어지 면 지구에서도, 톨룩에서도 보이지 않지만.

같은 n차원인 게이트 안에서는, 그 미완성인 게이트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아직 미완성이긴 해도 톨룩의 군 대는 먼저 들어가 있을지도 몰라. 이 경우 아마 검은 화산 게이트를 통해 먼저 넘어가 있겠지.'

그러나 지구인들이 이 방법을 알 줄은 꿈에도 모를 테니, 제대로 방 비된 상태는 아닐 거다.

'빈집털이하기 딱 좋잖아.'

물론 공식적으론 게이트가 겹치는 현상이 이번이 처음이라,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밝힐 수는 없지만.

'그래서 독립 부대를 꾸린 거지.'

아직 전쟁 준비가 다 끝나지 않은 4차 게이트들을 빈집털이식으로 박 살내면, 황제는 어떤 얼굴을 할까?

'상상만 해도 즐겁네.'

내가 대답 없이 씨익 웃자 정로운 은 흠칫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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