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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143화 (143/361)

143화

뒤쪽으로 달려가니 그곳은 온통 아비규환이었다. 시체들이 나뒹굴 고, 부상자들이 바닥을 기었다.

'어디 있지?'

그 처참한 광경에 놀랄 시간도 없 었다. 뜯겨나간 팔다리들을 보니, 이미 어느 정도 몸을 회복했을 것 이다.

"파이로!"

-삐이 이!

나는 그 등에 얻어 타고 하늘을 날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상황이 한눈에 보였다.

'저기다!'

그리고 막 무너지고 있는 요새가 보였다. 벽이 붕괴되면서 그 잔해에 사람들이 깔린다.

그 바로 앞에, 그가 서 있었다. 벨 제부브가.

'모습이…… 뭔가 이상한데.'

온전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림자? 아니, 저게 대체 뭐지?'

상처 난 부위가 칠흑 같은 어둠으 로 덮여있었다. 대체 저게 뭐지?

'일단 아직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닌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마족들의 회복 방식은 그냥 인간 의 피를 흡수하는 게 아니다. 정확 히 말하자면 그 인체에 녹아내려 있는 마력을 흡수하는 거지.

'후방 지원은 대체로 하급 헌터들 이니까. 상처를 치료할 만큼 충분한 마력을 얻지 못한 거야.'

철컥.

나는 총구를 벨제부브에게 겨눴다. 일반 탄환은 의미가 없겠지.

'부상을 입은 지금이 절호의 기회 야!'

우우우웅!

에너지가 모이는 소리에 벨제부브 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휙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바라본다.

나는 덜덜 떨려오는 팔을 애써 억 누르며,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 다.

휙휙, 가벼운 몸놀림으로 무너진

벽들을 뛰어넘는 이들이 있었다.

1부대와 2부대. 핵심적인 전투원 들로 이루어진 주요 부대들이다.

1부대에서 앞장서던 전청운이 내 게 수신호를 보냈다.

'시선을 끌겠다고?'

내 총구에 에너지가 모이는 걸 보 고 내린 결정이겠지.

내가 무어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전청운이 자신의 부대에 명령을 내 렸다.

그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우우웅!

나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총구를 가다듬는 데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조금 더!'

에너지를 더 축적해야 한다.

어중간한 화력으로는 홈집조차 낼 수 없을 테니까'수십, 수백의 마법을 한 번에 끼 얹었는데 겨우 눈 한쪽이었지. 그나 마도 요행에 가까운 일이었고……

그렇다면 그냥 관통하는 철화로는 안 된다.

'응답해!'

흔들리는 시야 사이로, 헌터들이 벨제부브에게 달려들다가 속수무책 으로 스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내 의지에 응답해, 노이트!'

순식간에 사람들이 휩쓸리고, 전청 운이 벨제부브에게 대항해 홀로 서 있었다.

'어서!'

벨제부브가 처음으로 검을 꺼내들 고, 전청운의 푸른빛으로 불타오르 는 검과 마주했을 때.

[알림: '찬동하는 목책'이 사용자

의 의지를 지지하고 기꺼이 찬사를 보냅니다.]

푸른 불꽃은 그대로 베여나갔다.

[알림: 특수탄환 '찬동하는 목책' 이 시전자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알림: '관통하는 철화'가 '찬동하 는 목책' 위에 겹칩니다.]

[알림: 새로운 스킬,〈복합 탄환〉 이 열립니다!]

벨제부브의 검은 전청운의 푸른

검을 갈라냈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 지 않았다.

전청운의 상체에서 촤악! 피가 흩 뿌려 졌다.

[알림: '노이트 리볼버'가 경고를 고합니다. 육신의 한계치에 근접합 니다!]

우우우우웅!

에너지가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쳤 다.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찬동하는 목책이 감싼다.

은빛 사슬이 팔을 휘감고, 손목을 지나 노이트 리볼버와 내 손을 단 단히 감싸 안는다.

벨제부브가 전청운의 피를 취하기 위해 고개를 숙인 순간.

끼릭.

손가락이 겨우 움직였다. 방아쇠가 당겨지면서 아주 작게, 쇳소리가 울 렸다.

벨제부브가 번쩍 고개를 든다. 입 가 주변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타앙!

탄환이 빛처럼 쏘아졌다.

은빛 궤적을 남기면서, 총구에서 시작된 것이 그대로 날아…….

벨제부브의 이마 한가운데에 닿았 다.

투둑.

전청운의 피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고요하게 울렸다.

"하아...... 하아......

찬동하는 목책이 가루가 되어 부 서졌다. 팔에 감각이 거의 없었다.

'죽었나?'

나는 흐릿해지는 시야 사이로 그 를 응시했다.

이마에 휑한 구멍을 낸 채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눈에 초점이 없고, 반쪽 얼굴은 어 둠에 가려진 채 그대로였다.

먹으려다 만 전청운이 그 손에 들 려 있었다. 미동도 없는 움직임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던 그 순간.

콰득!

'......어?'

목덜미에서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 다.

-삐이 이 이이!

파이로가 거세게 울었다. 활활 타

오르는 화염이 내가 아닌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처럼 거셌다.

'뭐지?'

한계까지 내몰린 육신 탓에 감각 이 둔했다. 무슨 일인지 알아차린 건 그 직후였다.

검은 머리카락이 뺨을 간질였다.

'내 피!'

벨제부브가 내 목덜미를 깨물어 피를 삼키고 있었다!

-삐이 이!

파이로의 화염에 피부가 녹아내릴 텐데, 그런 것은 아랑곳 않고 내목덜미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몸이…… 안 움직여!'

이럴 수가!

복합 탄환의 후유증일까. 아니면 벨제부브가 가진 고유 스킬일까. 손 끝 하나 움직이기 힘들었다.

- 삐이 이 이 이!

파이로가 거세게 비행하다 이내 수직으로 하강했다. 추락하는 느낌 에 등골이 섬찟하다.

'이래도 안 떨어지겠다고?'

화염지대의 돌덩이들이 점점 가까 워졌다. 고개를 돌릴 수 없어 그광경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까만 돌덩이에 이대로 추락한다 면? 그 생각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 떨어진다!'

휘이이이익!

코앞까지 화산암이 들이닥치자 절 로 눈이 감겼다.

그러나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 에 눈을 슬며시 뜨자, 붉은 하늘이 한가득 눈에 들어왔다.

벨제부브의 인기척이 없었다. 나 홀로, 파이로의 부리에 대롱대롱 매 달려있었다.

'움직일 수 있어.'

손끝이 이제야 내 맘대로 움직였 다. 복합 탄환의 여파 탓인지 완전 히 자유롭진 못했지만.

"하아.... 잘했어. 파이로."

나는 파이로의 등 위로 올라탔다.

목덜미에서 피가 줄줄 새는 게 느 껴져 손으로 대충 틀어막았다.

-삐이이!

"덕분에 살았어."

멋진 곡예비행 덕분이다.

'물론 실제로 떨어지지 않으리란

걸 그도 알았겠지만.'

아마 파이로의 생각은 직전에 몸 을 굴려 벨제부브만 땅에 부딪히게 하려는 속셈이었을 거다.

'부딪히기 전에 탈출한 건가? 사고 가 남아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는 데.'

부상 탓에 이성을 잃고 인간을 잡 아먹는 것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벨제부브의 행방을 쫓아야 하나. 아니면……

나는 고개를 돌려 전청운을 바라 봤다. 부상이 심각하다.

지금 당장 그를 들쳐 업고 힐러에 게 가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지도 모른다.

'들고 왔던 성수는…… 다 깨졌 군.'

그 험난한 전투 현장에서 온전하 길 바라는 게 욕심이겠지.

'다시없을 기회인데.'

벨제부브가 이렇게까지 다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초반에 방심했는 지, 그가 쉽게 부상을 허용한 덕분 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후방 헌터들의

질이 떨어진 것도 있을 거고.'

마족은 하급 마족이라 할지라도 피 안에 마력이 풍부한데, 지구는 기본적으로 대기에 마나가 부족해 그러지 못하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내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다.

주요 전력인 1, 2부대는 벨제부브 에게 박살 난 지 오래고.

'전청운도…… 여기서 잃을 순 없 지.'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쓰러진 전 청운 앞에 섰다.

오른쪽 어깨에서 사선으로 그어진 검상이 심각하다.

'출혈이 너무 커.'

지금 당장 응급처치가 필요한 수 준이었다. 바닥이 온통 그가 흘린 피로 젖어있었다.

"……파이로."

- 삐이?

"섬세하게 상처를 지질 수 있겠 어?"

파이로가 자신 없다는 듯이 삐이 이, 하고 울었다.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상처는 좀 흉하게 남겠지만 당장 출혈을 막는 게 더 급했다.

"부탁할게."

-삐이이……

파이로에게 전청운을 맡겼다.

"응급처치가 끝나면 곧장 힐러에 게 데리고 가줘. 조연호 얼굴은 알 지?"

일단 부상자들 사이에서 조연호를 보진 못했으니까. 아마도 무사할 거 다.

- 삐이!

"좋아. 전청운이 끝나면 다른 헌터

들도 부탁할게. 살아있는 사람들을 도와줘."

파이로에게 맡겨두면 후처리는 어 느 정도 해결되겠지.

"나는 앞쪽에 가 있을게."

-삐이이?

"아니. 아마 그곳에 있을 거야."

벨제부브가 말이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거든.'

아무리 주요 부대를 보내뒀다곤 하지만, 벨제부브를 상대하려면 나 머지 사람들도 쫓아와야 하는 게 정상이다.

'이운우도 보이질 않고. 뭔가 이상 하잖아.'

분명 앞쪽에서도 뭔가 전투가 벌 어지고 있는 거다.

'그리고, 체력 회복에 필요한 피를 얻으려면 후방보다는 전방이 더 낫 다는 걸 벨제부브도 이제는 알겠 지.'

나는 쓰라린 목덜미를 부여잡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노이트를 쥐었 다.

'아직 더 싸울 수 있어.'

싸워야만 한다.

'공간 간섭!'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나는 다시금 전장 한복판에 서 있었다.

'마족과 마물들!'

각양각색으로 생긴 마족들이 헌터 들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그 마족들이 수족처럼 부리는 마 물들도 수가 엄청났다.

그들 위에 오만한 자태로 서 있는 벨제부브가 보였다.

'……멀쩡해 보이잖아.'

그새 다른 헌터들까지 잡아먹은 건가.

"한서하, 피해!"

넋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황급히 공간 간섭으로 자리를 벗 어나자, 내가 있던 자리에 검이 날 아와 꽂혔다.

위험천만한 전쟁터였다.

"언니! 괜찮은 거야?"

우연찮게도 안유라의 옆이었다.

레인저답게 가죽 갑옷을 걸쳐 입 고 손으로 쉬지 않고 화살을 날린 다.

슥, 스슥!

타악!

- 키에에에에엑!

화살마다 백발백중이다.

하급 마물들의 눈에 박히자 제각 기 비명을 지르며 눈먼 공격만 휘 둘렀다. 그러다 이내 헌터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실력 좋은 레인저……

안유라가 갈고닦은 실력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언니?'

"난 괜찮아. 조금…… 지쳤을 뿐이 야."

덜덜 떨리는 손끝을 애써 무시했 다. 이런 꼴이라도, 총을 겨눌 순 있으니까.

'일단 숫자부터 줄여야겠어.'

전투력이 높은 건 마족들과 벨제 부브지만, 숫자로 밀어붙이는 마물 들도 무시할 순 없었다.

'요새의 벽이 무너지면 끝장이야!'

나는 안유라의 옆에서 다시 총구 를 겨누기 시작했다.

탕, 탕탕!

공간 간섭을 펼치며 허공을 걸었 다.

탕, 탕!

"허어억!"

"휴우……!"

가장 위급한 곳에, 가장 적절한 조 치를.

누구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나 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몇 번 흐름에 도움을 주면 마물들 을 이겨내는 것은 밑에서 싸우는 헌터들의 몫이었다.

"언니, 조심!"

슈욱! 화살이 내 뒤편으로 날아들 었다. 내 등을 노리고 날아온 마물의 가시가 화살에 휘말려 바닥에 떨어진다.

나는 말없이 안유라에게 눈인사를 했다.

탕!

슈욱!

총알과 화살이 날아다니는 전쟁터 에서, 우리는 은연중에 유대감을 공 유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등 뒤를 맡기는 건 오 랜만인데.'

홀로 전쟁터를 누비며 쏘다니던 내게 등을 맡길 수 있는 존재는 몇없었다.

회귀 전에는 이운우 정도 있으려 나.

'안유라와 손발이 잘 맞아. 그럴 수밖에.'

안유라의 첫 체술은 내가 가르친 것이니까.

안유라는 가만히 앉아서 화살만 쏠 줄 아는 다른 레인저들과 달랐이리저리 쏘다니는 내 행동반경에 잘 맞춰줄 수 있는 좋은 파트너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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