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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137화 (137/361)

137화

윤강백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마취가 다 깼는데도, 한참을 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다.

혜원 언니와 함께 병문안을 갔을 때 그를 본 감상은, 윤강백 본인보 다 전청운의 몰골이 더 말이 아니 란 거였다.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서 완전히 폐인 같은 모습이었다.

거의 매일 밤을 새우는 모양이었 다.

때문에, 대책 회의는 이운우의 주 도 하에 진행됐다.

이운우가 남몰래 웃음 지었을 거 라고 장담한다.

"우선 벨제부브와 마주했던 이들 의 얘길 들어보겠습니다. 연화도 게 이트 당시 마지막 보스전에 참여했 던 것으로 알려진 길드는 홍염으로, 구체적인 참가자는 전청운 헌터, 순 하랑 헌터 그리고 김기택 전 헌터

입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항은 여기까 지다.

"하지만 이때 일반인의 자격으로 함께 참여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일반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철저히 대외비로 부쳐졌다. 그때 고 작해야 스물 남짓했던 내가 뭔가 기여를 했으리라 추측하는 이들도 없었고 말이다.

"한서하 헌터입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두들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당시 한서하 헌터는

"네. 스무 살이었죠. 갓 고등학교 를 졸업한."

"그 나이에 헌터도 아닌 일반인이 었다면 사실상 레이드에 참여했다 고 보긴 어려운 거 아닙니까?"

그런 발언이 나올 거라 예상했다. 사람들은 전례가 없거나 자신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일이 벌어지면 무 작정 의심하고 보니까.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노이트를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저는 게이트 클리어 기여도 1위 를 달성했고, 그 보상으로 이 리볼 버를 받았습니다."

"1위라니! 말도 안 됩니다!"

"홍염의 쟁쟁한 헌터들을 제치고 어떻게 일반인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죠?"

"게다가 연화도 게이트는 사상 최 대 규모라 난도도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런저런 추측들이 줄을 이었다. 과열되는 분위기에 이운우가 중재 를 시작했다.

"다들 조용히 해 주시죠. 믿기 어 려운 이야기인 줄은 압니다. 그래서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전문가를 모셨습니다."

전문가? 이 얘긴 처음 들었다.

'노이트의 성능이나 보여주고 끝날 줄 알았는데.'

"게이트 연구소 소장이신."

또각, 또각.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백목련 소장님입니다."

똑 단발에 치켜 올라간 눈매. 늘 팔에 걸치고 있던 흰 가운을 제대 로 차려입고서, 그녀가 회의실에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백목련이 안경을 쓰윽 올린다.

세상에. 연구소 소장이 된 후 공식 석상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연화도 게이트 당시엔 부소장이 었지만 그 당시 데이터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백목련이 준비한 데이터를 화면으 로 보여준다.

"물론 정확한 등수와 목록은 시스 템만 알고 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

지만요."

화면은 게이트 클리어 기여도 1〜10위까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맨 위 1등은 공란이지만, 2~4위는 익 숙한 이름들이다.

"2위가 전청운 헌터……!"

"오늘 회의엔 참석하지 못하셨지 만, 게이트 클리어 직후 스스로 기 여도 2순위였다고 밝히셨습니다."

"3순위와 4순위도 홍염 측 헌터들 이군요."

정확히 말하자면 3위는 순하랑, 4 위가 김기택이었다.

"순하랑 헌터. 3순위 맞으십니까?"

순하랑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로 5〜10위는 역천을 비롯한 여러 길드의 헌터들이 이름을 올렸 다.

'혜원 언니도 5위구나.'

따로 물어보지 않았기에 몰랐는데.

"보면 아시겠지만 참여한 길드에 서 순위권에 있음직한 헌터들의 이 름은 모두 2~10위 안에 있습니다."

백목련이 차분하게 발표를 이었다.

"남은 건, 1위 자리뿐이죠. 저희도 당시에 이 1위의 공백에 대해 많은

논의를 거쳤습니다. 저희도 그때 일 반인이었던 한서하 헌터는 논외로 치고 있었거든요."

그럴 만하지. 연구소 게이트도 얼 마나 당혹스러웠겠는가.

기여도 1위에게 돌아갈 아이템은 거의 국보급에 가까울 텐데, 그 주 인을 못 찾았으니.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아냈 죠. 왜냐하면 SSS급 무기가 신고된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술렁술렁. 사람들이 놀라움을 감추 지 못했다.

"S……SSS급이라 했습니까, 지금?"

"트리플 S라니! 그런 등급은 전 세계를 통틀어 총 2개밖에……!"

그래. 분명 나는 정부 측에 곧이곧 대로 신고했다.

'세간의 관심이 귀찮은 거지, 헌터 로서는 정부 측의 인정을 받을수록 좋았으니까. 대형 길드에 속하지 않 은 개인 헌터이니 더더욱.'

다만 정부에선 사회적 파장을 예 상해 비밀에 부쳤고, 공식적으로는 A급 리볼버로 신고되어 있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짓뭉개고 백목 련이 말을 이었다.

"비공식 SSS급까지 합치면, 전 세 계에 총 10개 정도 있다고 추정됩 니다. 개중 하나가 지금 저기 있는, '노이트 리볼버'고요."

사람들의 눈이 탐욕으로 빛났다.

나는 이운우가 왜 내게 백목련이 이번 회의에 올 거란 얘길 안 했는 지 눈치챘다.

'내가 반대할 걸 알았겠지.'

왜냐고? SSS급 무기는 보통 귀속 아이템이다.

'미국에서 보유 중인 소모아이템 '부활의 깃털', 영국에서 보관 중인

'대지의 품격'을 제외하면 말이지.'

귀속이 아닌 SSS급 아이템들은 국 가에서 소유하고 있는 저 둘이 전 부다.

'귀속 아이템은 보통 도둑맞지 않 지만…… 예외인 경우도 있으니까.'

소유주가 언제든지 제 앞으로 소 환할 수 있고, 타인은 일절 사용할 수 없다. 내 리볼버를 훔쳐봤자 그 들은 방아쇠조차 당기지 못할 거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예외 사항이 있었으니.

'소유주의 죽음.'

귀속 아이템을 자유롭게 하는 방 법은 오로지 그것뿐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내가 SSS급 아 이템의 소유주라는 사실을 밝힌 건, 공개적으로 수배를 건 것과 다를 바 없어.'

내 목을 치라는 공개 수배 말이 다!

'이운우……

나는 속으로 이를 아드득 갈았다.

'회귀 후 처음으로 치는 뒤통수구 나!'

그래. 회귀 전의 너보다 지금의 네

가 훨씬 순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내가 멍청이였다!

'이운우는 이운우인데……

내가 도끼눈을 하고 이운우를 바 라보자 그가 슬쩍 눈을 피했다. 자 신의 죄를 아는 눈치였다.

'……하아.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

이제 와서 아니라고 발뺌한다 한 들 수습될 리가 없다.

'나중에 되갚아주마.'

조만간 나도 그에게 한 방 먹여줄 날이 올 거다. 그래. 나도 당하고만 있는 성미는 아니라서.

소란스러운 일대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 책상을 쾅쾅 두드렸다.

이제 좀 조용해졌네.

"제 리볼버는 SSS급이 맞긴 합니 다. 하지만 아직 잠금이 다 풀리지 않아 온전한 SSS급이라 하긴 어렵 습니다."

" 정말로……

"저 총이 SSS급……

그래도 이로써 내가 게이트 클리 어 기여도 1위라는 건 증명해냈다.

"그러니 제가 벨제부브에 대해서 아는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내 말이 비로소 공신력을 갖기 시 작한 것이다. 내가 아니라 순하랑이 나 전청운이 증언해도 되지 않냐 고?

'벨제부브에 대해서 제일 잘 아는 건 나야.'

이것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 는 사실이다. 나는 치가 떨릴 정도 로 그 자식을 잘 안다.

'그러니 전략을 짤 때도 내 발언이 최우선적으로 검토되는 편이 훨씬 낫지.'

그렇게 생각하며 쓰린 속을 달랬 다. 이제부터 암살자가 찾아올까 봐좀 조심하며 살아야겠지만.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인 작전 회 의를 시작하도록 하죠."

그렇게 벨제부브를 토벌하기 위한 2차 토벌대가 꾸려졌다.

회의가 끝난 뒤, 나는 이운우를 따 로 찾아갔다. 그는 내가 찾아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대응한다.

"이운우. 잠깐 얘기 좀 할까."

" 얼마든지."

뻔뻔하긴.

"왜 나랑 상의도 없이 그런 일을 벌인 거야?"

"설명했으면, 네가 수긍했을까."

말문이 턱 막혔다.

"어쩔 수 없었어. 벨제부브에 대한 정보는 네 것이 가장 정확한데, 공 식적으로 채택하려면 네가 연화도 게이트 클리어 1위라는 걸 밝혀야 했거든."

냉정한 자식. 내 의사와 상관없이, 회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선택이었단 거군.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짜증 나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하 아. 돌이킬 수 없으니 이운우를 탓 해도 무의미하겠지.

"그러다 내가 암살당해 죽으면 어 떡하려고. 그거야말로 전력 손실인 데."

내 말에 이운우가 픽 웃으며 답했 다.

"네가? 그럴 리가. 헌터들 중에서 널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날 높이 평가해주어 고맙다고 해 야 할지, 이거 참.

"일단 네 선택의 당위성은 이해했 어. 그러니까 여기서 더 뭐라 하진 않겠지만, 넌 그 독단적인 방식을 좀 바꿀 필요가 있어."

살벌한 경고를 남기고 뒤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늦은 밤이 찾아오자 나는 언제나 처럼 몰래 차준의 공방으로 숨어들었다.

정해진 대로 바닥을 똑똑 두드리 면 숨겨진 문이 나오고, 그 문으로 들어가 여러 함정들을 피해 이동하 면 숨겨진 방에 도착한다.

우리는 이 방을 '전화의 방'이라 불렀다. 아무리 봐도 그 투사체 기 계는 전화기처럼 생겼다.

"오, 왔구나."

"응. 좌표는?"

"다시 확인해봤는데 확실하다. 다 니엘 경의 침실이다."

검사의 침실에 잠입하는 것이니

위험 부담도 꽤 크다.

'투사체의 몸에 있을 때는 감각이 둔해지니까.'

전에 이사벨라가 목에 칼을 들이 밀 때까지 눈치를 못 채지 않았던 가.

"이사벨라 쪽도 그렇지만, 나는 다 니엘 경을 택한 것도 이해하기 어 렵구나."

" 왜?"

"이사벨라 백작부인이야, 지구에서 온 인간이 있다 주장해도 아무도 귀 기울여 듣지 않을 게 뻔하지. 누가 그걸 믿어주겠느냐? 그러나

다니엘 경은 다르다."

테오도르가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그는 황제의 직속 호위 기사이니, 분명 신임받는 위치에 있겠지. 이 장치의 효용성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

"알아. 정보전에서 유리해질 수 있 는 기회를 날려버릴지도 모른다는 거."

"그럼 왜 그를 선택한 것이냐? 심 지어 다니엘 경은……

테오도르가 차마 뒷말을 잇지 못 하고 삼켰다.

"그가 지독한 귀족주의자라고?"

"크홈, 큼……

뭐. 톨룩인의 입장에서 우리가 이 상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겠지.

'아무런 작위도 없는 내가 평민으 로 보이는 것도 이해는 가.'

다니엘이 실제로 심각한 귀족주의 자라 지구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는 것도 익히 알려졌던 사실이고.

'하지만 다니엘은 황제의 편도 아 니야.'

그가 지구의 편이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최소한 황제의 편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왜냐고?

'태양 신전 전쟁 게이트가 열렸을 때였지.'

지금은 횟수가 적으니 첫째, 둘째, 이렇게 부르지만 조만간 이름을 붙 이게 될 것이다.

태양 신전 전쟁 게이트는 전쟁이 발발한 지 5년쯤 지났을 때 생긴 게이트였다.

꽤나 오랜 시간 게이트의 주인이 가려지지 않았다.

톨룩이 아예 차지하여 톨룩의 기

지가 되거나, 우리가 톨룩을 밀어내 고 클리어하거나.

어느 쪽으로든 끝을 봐야 하는 때 였다.

'은밀히 날아온 첩보가 있었어.'

주인을 알 수 없었던 하얀색 까마 귀. 신비로운 광경에 모두 놀랐는 데, 그 까마귀가 가져온 전서구에 훨씬 놀라운 내용이 적혀 있었다.

'톨룩군의 습격 정보를 담고 있었 으니까.'

톨룩군이 판 함정인지 아닌지 회 의 자리에서 많은 의견이 오갔다.

그러나 마냥 무시할 수도 없어 대 비책을 마련한 다음 톨룩군이 지나 갈 길목에 숨어 기다렸다.

'그렇게 놈들을 모두 죽일 수 있었 지.'

그 하얀색 까마귀는 그 뒤에도 종 종 나타나 톨룩의 기밀 정보를 알 려주곤 했다.

그래서 행운의 상징으로 통했는데, 그 정체가 밝혀진 건 정확히 1년이 지난 다음이었다.

'다른 경로를 통해 얻은 정보로 다 니엘이 이끌던 부대를 기습했고, 우 리가 이겼지.'

다니엘의 목을 벤 다음, 흰 까마귀 가 불현듯 나타나 제 주인의 머리 위를 두 바퀴 돌고 사라졌다.

'그제야 흰 까마귀의 주인이 누구 인지 알았지만, 다니엘은 이미 목숨 이 끊긴 다음이었고.'

우리가 스스로 정보통을 죽인 셈 이었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었기에, 아직까 지도 그때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남 아있었다.

'그래서 다니엘에 대한 관심도 높 아졌헜지. 물론 톨룩에 대한 정보가 늘어나면서 다니엘이 우리가 생각

했던 인물이 아니란 점에서 좀 실 망하기도 했지만.'

오랜 전쟁에 다들 지쳐있는 상태 였으니 말이다.

다니엘은 '제2의 테오도르' 같은 이름으로 대대적인 선전에 쓰일 예 정이었으나, 이내 그 계획은 폐기됐 다.

'다니엘이 지독한 귀족주의자였다 는 게 밝혀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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