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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133화 (133/361)

133화

-으어어어어..I

단말마의 비명이 울렸고.

콰아아아아아앙!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커다란 폭 발음이 울렸다. 뺨에 화끈한 열기가 닿아올 정도로 여파가 컸다.

골렘의 잔해가 허공에서 흩어졌다.

-삐이이!

파이로가 날개로 나를 감싸 안는 다. 잔해들이 파이로의 날개와 부딪 혔다가 바닥에 처박혔다.

폭발이 다 가라앉은 다음에야 겨 우 실눈을 뜨고 앞을 바라봤다.

'골렘이……

골렘이 사라졌다.

바닥을 나뒹구는 구워진 흙과 바 위 덩어리들만이 골렘의 흔적으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허공에 새로운 인영이 둥 둥 떠 있었다.

품 안에 안겨있는 인물은, 다름 아 닌 아까 그 마녀였다.

반쯤 녹아내렸지만 분명 그 애다.

그 애를 껴안고 있는 여자는 아까 그 마녀들과 바대로 다 성장한 여 인으로 보였다.

길게 흘러내리는 보라색 머리카락 을 한쪽으로 넘기고, 하늘하늘한 소 재의 옷을 걸쳤다.

잠옷으로 쓰일 법한 흰색 원피스 에 자잘한 프릴이 달려 있었다.

흐릿한 동공과 마주한 순간, 그녀 가 누구인지 기억났다.

"레태흐태드……!"

꿈과 환상의 마녀. 그 여자가 이곳 에 있었다!

'까만 집 게이트…… 그곳에서 봤 었지.'

-놀랐어. 설마 자기 머릴 총으로 쏠 줄이야. 그게 꿈이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

-꿈이었으니까.

-넌 항상 확신에 차 있구나.

꿈결을 그리는 것처럼 멍한 말투 가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

-다시 볼 거야, 우리.

그 말이 정말이었다.

레태흐태드는 이곳에 나타났고, 우 리는 적으로 다시 만났으니까.

"불쌍하게도."

여전히 몽롱한 기색이 역력한 목 소리였다.

"이 아이는 돌아올 수 없게 됐구

나."

어린 마녀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 일까. 그러기엔 담담한 어조였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압도당했다.

"부디. 꿈속에서라도 평안하길."

레태흐태드가 가볍게 그 이마에 입을 맞추자, 마녀의 얼굴이 한층 편안해졌다.

'기분 좋은 꿈이라도 꾸게 해준 건 가.'

저 여자가 왜 여기에 있는 걸까.

레태흐태드는 고작 두 번째 전쟁 게이트에 나올 인물이 아니다.

'정신계 특화 마녀……. 쉽게 볼 상대가 아니야. 저 마녀 때문에 영 원한 꿈에 빠져든 헌터가 셀 수 없 이 많으니까.'

레태흐태드는 자신의 품에 있는 마녀를 감싸 안고 있다가 불쑥 고 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고 인식하자마자.

'......어?'

나는 온통 검은 공간에 있었다.

앞뒤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칠 혹 같은 어둠 속.

"안녕. 우리 다시 보네?"

레태흐태드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

'꿈. 아니면 환상.'

둘 중 하나다. 어느 쪽이든 저 마 녀가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일 뿐이 다.

나는 정신만 이곳에 끌려와 있는 것이고.

판단은 빨랐다.

철컥.

"넌 항상 확신에 차 있지."

총구를 내 머리에 대고 겨눴지만 제지당했다.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던 검은 공 간에서 수없이 많은 팔들이 뻗어져 나왔다.

'……풀어낼 수가 없어.'

정신 속 세계라 그런 걸까.

이 검은 손들이 내 팔을 부여잡고 있는데 아무런 감촉도 느껴지지 않 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충격을 가해 서 꿈에서 깨어나는 방법이 막혔다 는 거다.

"하지만 이번엔 좀 더 신중하게 굴어야 할 거야."

"레태흐태드."

"레태라고 불러 달라니까. 난 전부 터 애칭이 갖고 싶었어."

전에 했던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 었다.

'저번과는 상황이 달라.'

이전에 게이트에서 봤던 레태흐태 드는 '투사체'에 불과했다.

투사체는 고작해야 종이 인형에 불과해서 본체에 비하면 능력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그래서 이번엔 꿈에서 못 깨게 막 힌 거야.'

투사체였던 레태흐태드는 두 눈 뜨고도 내가 총을 쏘는 걸 지켜봤 었는데 말이다.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난 내가 존재하고 싶은 곳에만 있어. 그게 이번엔 이곳이었을 뿐이 지."

이 여자는 마녀들 사이에서도 급 이 다르다.

고작해야 두 번째 전쟁 게이트에 서 모습을 드러낼 위치는 아니었다.

"당신이 연합군에 그렇게까지 협 조적일 줄은 몰랐는데."

"난 널 보러 온 거야."

아. 그러셔.

"우리 숨바꼭질을 마저 할까? 그 때 재밌었잖아."

"난 재미없었어."

짓씹어 뱉듯이 답했다.

"넌 인간을 증오하잖아."

당장이라도 인간을 산 채로 찢어 죽이고 싶은 주제에.

아닌 척, 고상한 척 굴고 있었다.

" 맞아."

"그런 주제에 웃기지도 않아."

"그러게 말이야."

순순한 긍정이었다.

레태흐태드가 순식간에 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희고 긴 손가락이 내 턱에 닿았다.

"이상한 일이지……. 넌 인간처럼 느껴지지 않으니."

여전히 어렴풋이 헤매는 듯한 목 소리였다.

무슨 소리야, 라고 물으려는 순간.

첨벙

'물? 아니. 이건 환상이야. 진짜 물이 아니라고!'

불쑥 물속에 잠기는 감각이 들었 다.

물결이 살을 스쳐 지나가고, 숨이 막히며 기관지가 물을 먹어 홧홧하 게 달아올랐다.

"으븝……

이건 환상이라고. 진짜 물이 아니 라고. 속으로 그렇게 되뇌면서도 숨 이 막혀왔다.

'숨..이...

가슴이 답답하고 손발에 절로 힘 이 들어갔다. 하지만 검은 손들이 여전히 날 붙들고 있었다.

'움직여!'

나는 검은 손에 감싸여 제대로 보 이지도 않는 노이트 쪽을 흘겨보며 외쳤다.

'움직여, 노이트!'

숨이 턱, 막혀왔다. 더 이상은 버 티기 어려웠다.

보글보글, 내 숨이 빠져나가는 게 눈앞에 보였다.

'어서!'

[알림: '노이트 리볼버'가 사용자 의 부름에 응답합니다.]

'쏴! 지금 당장.'

[알림: '노이트 리볼버'가 대상을 묻습니다.]

'나를 쏴.'

[알림: '노이트 리볼버'가 진심이 냐고 되묻습니다.]

진심이었다. 레태흐태드가 내게

'넌 늘 확신에 차있구나.'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배경은 환상이라고 쳐. 그럼, 날 겨누는 이 총은?'

이 총까지 환상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현실의 내 몸도 이 환상 속의 나 와 함께 움직이는 건 아닌가.

그런 불안감이 어쩔 수 없이 치솟 는다. 사람이라면 그럴 수밖에.

'하지만 난 확신이 있어.'

레태흐태드의 말대로, 난 확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난 이미 레태흐태드를 수도 없이 상대해봤기 때문이다!

[알림: '노이트 리볼버'가 사용자 의 의지에 응답합니다.]

타앙!

"허억……. 허억……!"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깨어났다. 정말로 물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호흡이 거칠었다.

'주변은…… 온통 잠에 빠져 있 어.'

레태흐태드의 술수에 당한 것이다. 아무런 내성도 없는 이들이라면 제 대로 깨어나기 어려울 텐데.

'혜원 언니……

분명 저 속에 혜원 언니도 껴 있 을 것이다!

당장 달려가서 살피고 싶은 마음 이 굴뚝같지만, 그건 실제적인 도움 이 되지 못한다.

'꿈의 주인인 레태흐태드가 멀어지 면 꿈도 약해지지. 내가 가봤자 정 신세계에 관여할 수 없으니, 레태흐 태드를 상대하는 게 맞아.'

판단은 빨랐다.

레태흐태드는 여전히 마녀를 끌어 안은 채 허공에 떠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자, 레태흐태드는 작 게 미소 지었다.

"깨어났구나."

레태흐태드는 품의 마녀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그 마녀와 내 사이에 섰다.

하얀 맨발이 땅에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살짝 공중을 디뎠다.

"가끔 있지. 달콤한 꿈에 취하지 않는 아이들이. 안타깝게도."

"꿈은 꿈일 뿐이니까."

"하지만 그 속에서 안식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단다."

"내가 꾼 꿈은 그렇게 행복하진 않았는데."

물속에 잠겨 죽을 뻔한 게 행복한 꿈은 아닐 테니까.

"그야, 저번에도 통하지 않았잖 아?"

레태흐태드가 살며시 웃었다.

"게다가 만약 그랬다면 곧장 총을 쏘고 나왔을 거 아니니."

"잘 아네.'

내게 그런 수법은 통하지 않는다. 꿈반딧불이들을 떼어낼 수 있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철컥.

이제 잡담은 끝이다. 나는 노이트 를 장전했다.

"하지만 아직…… 날 붙잡기엔 멀 었구나."

귓가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흠칫 놀라며 뒤돌았다.

탕!

총알이 허공을 관통했다.

'어디 간 거지?'

사방을 둘러봤지만 어디에도 보이 지 않았다.

'분명 보고 있었는데……!'

또 당한 거다. 그 여자의 술수에!

회귀 전 레태흐태드를 상대할 때 농락당한 걸 생각하면 절로 이가 갈린다.

'깨어난 다음에 본 건 본체가 아니 었나.'

꿈으로 빚어낸 허상이었던 것이다. 아니면 환상으로 빚어낸 꿈이거나.

그러니 순식간에 사라지고 등 뒤 에 새롭게 생겨난 것일 테지.

'본체는 따로 있어. 눈앞의 허상에 휘둘리면 안 돼.'

사르륵.

옷자락이 휘날리는 소음이 울렸지 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공간 간섭!'

눈을 감고 정보를 받아들였다. 감 각이 곤두서고 사방을 둘러싼 것들 이 저절로 머릿속에 들어왔다.

그 안에서 유의미한 것들을 분류 한다. 내가 찾는 건 허공에 떠 있 는 맨발의 여자. 레태흐태드다.

그 대상을 찾아내고, 어? 하며 놀

란 순간.

"쉬이. 착하지."

내 등 뒤에 그녀가 서 있었다.

"다음에 또 보자."

정신이 무너진다. 하지만 그건 아 주 잠깐이었다.

탕!

총성과 함께 벌떡 일어나며 입 밖 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젠장!"

빠져나오는 데는 잠깐이면 충분하 다. 깬 직후에 레태흐태드는 이미 흔적을 감춘 지 오래라서 문제지.

'놓쳤어. 미리 덫을 만들어두지 않 는 이상은 역시……!'

사전 대책 없이 꿈과 환상의 마녀 를 마주치면 속절없이 휘둘릴 수밖 에 없다.

'그보다,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여전히 꿈 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래도 레태흐태드가 물러갔으니 슬슬 정신력 강한 사람들은 일어 나……

퍼억!

둔탁한 타격음이 울렸다.

"……혜원 언니?"

"하아, 하아……. 아, 서하구나."

"언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뺨이 꽤 아파 보 였다.

'갑자기 자기 뺨을 때리다니. 놀랐 잖아.'

단련한 헌터의 피부가 저렇게 달 아오를 정도면 진심으로 때린 것 같은데.

'나랑 비슷한 방법을 썼나 보네.'

꿈에서 깨는 데 충격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긴 했다.

"더럽게 찝찝한 꿈을 꿨어. 이거 그 마녀의 짓인가?"

"네. 지금은 도망갔지만요."

"도망갔어? 으……. 기분 나빠."

레태흐태드는 분명 행복한 꿈이라 했는데. 정작 혜원 언니는 질색을 하고 있었다.

"앗차!"

뒤이어 누군가가 깨어났다.

"어? 서하 님!"

"류라임 씨."

조금 꺼림칙한 인물이었지만.

'정신력이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범상치 않다고 해야 하나.'

어지간한 헌터들보다도 먼저 일어 나다니.

"아〜. 꿈이었다니 아쉽네요. 정말 즐거웠는데……

혀로 날름 입술을 적신다. 묘하게 흥분 상태인 류라임을 보니 오싹 소름이 돋는다.

'무슨 꿈을 꾼 거야.'

굳이 물어보진 않았다.

"류라임 씨. 칼 들어요."

"네에!"

아직까지 전쟁 게이트가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다.

'레태흐태드도 도망갔으니 여기 남 은 마녀는, 저 애뿐이지.'

바닥에 가지런히 놓인 마녀. 반쯤 녹아내렸지만 평온하게 눈을 감고 서 꿈을 꾸고 있는 저 녀석 말이 다.

'마지막은 아늑하겠어.'

행복한 꿈을 꾸다 가는 것이니, 후 회는 없겠지.

서걱!

목이 단칼에 베이고, 전쟁 게이트

가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우와. 아름다운 광경이네요!"

게이트의 배경은 반짝반짝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그 뒤로 지구의 배 경이 보인다.

"아름다운 광경이죠. 우리의 승리 라는 뜻이니까."

전쟁 게이트가 사라지는 건 이 안 에 톨룩의 주민이 없을 때뿐.

즉, 우리가 전쟁에서 승리한 경우 만 해당한다.

아스라이 흩날리는 별의 가루들이 우리의 승리를 축복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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