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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128화 (128/361)

128화

챕터: 특수 목적 부대의 창설

그는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어조 였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이건 꽤 쓸 만한 전략이었다.

'지금은 볼룩만 지구를 침범할 수 있지. 공수 전환이 안 되는 건 여 러모로 불리한 점이야. 많은 사람이 톨룩에 갈 필요도 없어. 잠입에 특

화된 내가 가서 기밀 정보를 슬쩍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톨룩은 지구에서 자기네 세계를 침범할 줄은 꿈에도 모를 테니까!

"위험해. 알다시피 톨룩은 오염에 물든 세계다. 더구나 너는……

그가 말끝을 흐렸다.

" 알아."

내가 오염에 침식되고 있단 사실 정도는. 오염의 근원지인 톨룩으로 가면 더욱 가속화되겠지.

"그럼 투사체만이라도."

"투사체만이라면…… 어려울 건

없지. 이미 톨룩과 지구는 연결된 상태이기도 하고."

그러더니 테오도르는 중얼중얼 이 해하기 어려운 말들을 늘어놓기 시 작했다.

"톨룩에서는 게이트를 이용해 지 구를 침범하지만, 사실상 톨룩은 전 체가 게이트화되어 있으니 지구의 게이트나 던전 안에서 톨룩과 연결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 더 구나 갈수록 오염이 퍼지고 있으니 그 인력을 이용하면……

" 그만."

이 녀석은 자기가 아는 주제가 나

오면 지나치게 말이 길어진다.

"말이 어려웠느냐? 3살배기도 이 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설명했는 데."

"대체 어느 3살이 그런 걸 알아들 어?"

"난 3살 적부터 이 정도는 알아들 었다."

아주 잘나셨군.

"연구 진행해줘. 기왕이면 정부에 선 모르게."

"그건 꽤나 어렵구나. 나는 감시 아래 놓인 몸이라 말이지."

"좀 오래 걸려도 괜찮아."

테오도르가 이쪽으로 넘어왔으니, 이제 톨룩의 소식을 전해줄 사람이 없어지지 않았는가.

'마침 딱 스파이로 적당한 인물이 있지.'

그에게 거래를 걸면 분명 수락할 것이다.

'성격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극단적인 귀족주의인 그 남자는, 지구의 평등사회를 이해하지 못했 다.

'그래서 지구인들은 야만적이고 어 리석어 그 안에서 진귀하고 우선시 되어야 하는 인물을 골라내지 못한 다고 믿었지.'

톨룩은 계급제가 뿌리 깊으니…… 그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이런 꼴이 나는 거다.

"다음 전쟁은 분명 치열할 거야."

"그렇겠지. 황제가 첫 패배에 꽤나 속이 쓰릴 테니. 다음 전쟁 게이트 는 훨씬 잘 정비해서 돌아올 것이 다."

아니. 그 반대다.

"정비하지 않을 거야."

"응'?"

"정비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두 번째 전쟁 게이트는 앞으로 4 일 뒤에 열릴 예정입니다."

첫 승리의 기쁨도 잠시. 전쟁은 이 제 막 시작했을 뿐이었다.

"위치는 지도에 표시된 곳이고 규 모도 대략……

"지난번 기마부대를 생각해봤을 때 이번엔 우리도 전략을……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간 다음, 드디어 내가 꺼내고 싶은 얘기가 나왔다.

"다음 안건은, 역천의 한서하 헌터 께서 제안한 내용입니다."

예전 같으면 길드장인 혜원 언니 의 이름으로 안건을 넣었겠지만, 슬 슬 내 이름값을 올릴 필요가 있었 다.

'명성이란 건 때론 직책보다 더 우 위를 차지하기도 하니까.'

특히나 뭔가 제안을 하려면 지금 이 적기다. 첫 전투 때 공적을 세 운 지금!

'미리 제안하고 싶었지만, 그땐 발 언권이 약했으니.'

첫 전투가 승리로 마무리되자마자 곧장 건의를 넣은 사안이었다.

"그러니까…… 특수 목적 부대를 만들고 싶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면 공중에서 운용 할 수 있는 병력을 말하는 것 같은 데, 이미 공군을 따로 구성하고있……

"아뇨. 다릅니다."

내가 원하는 건 일반적인 공중 부 대와 다르다.

'기본적으로 헌터들을 이용한 공중 부대는 효율성이 낮아.'

그래서 여태까지 각광받지 못한 것이었다.

헌터들의 가장 큰 '한 방', 그러니 까 필살기는 대개 '고유 스킬'에 의 존한다.

'그런데 공중을 날 수 있으면 그걸 로 고유 스킬을 소모하니까, 강한

한 방이 없어.'

미리 말했다시피 화학 무기의 사 용이 비효율적인 곳에서, 날아다닐 뿐인 헌터는 그 효율성이 극히 떨 어진다는 거다.

'고위급 아이템을 이용해 공중을 날 수 있거나 강력한 한 방을 먹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야.'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공중부양 마 법을 연마하지도 않는다.

뿐만 아니라 공중부양 마법을 쓰 면서 다른 마법도 구사하는 더블 캐스팅은 아주 고급 기술이라 훨씬 어렵기까지 하다.

그런 여러 이유로 허공을 나는 헌 터는 외면받아 왔다.

'혜원 언니가 공중부양 스킬로 길 드장의 자리에 오른 것도, 사실 고 유 스킬보다는 개인의 검술 덕이 더 크고.'

그런 상황에서 내가 공중 부대를 제안하는 게 썩 달갑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지금 구상 중인 공군도 고작해야 물자 보급용, 공중에서 폭탄 떨어뜨 리는 용도쯤으로 쓸 생각이겠지.'

그나마 이것도 테오도르와 차준의 활약으로 쓸 만한 폭탄들이 개발될기미가 보이니까 이러는 것이다.

"제가 제안하려는 부대는 '특수 목 적' 부대입니다. 소수로 운용될 것 이고, 저와 함께 적진의 한복판에서 혼란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훨 씬 까다로운 고위급 임무를 주로 수행할 겁니다."

내 손발이 되어줄 이들이 필요하 단 얘기다.

"길드의 구분 없이요."

아직까지는 다 같이 힘을 모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소속 의식이 분명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흐려질 것 이다.

" 흐음

"길드의 구분 없이 받겠다……

"위험한 생각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 기본적으로 우리는 군인들 과 협력하는 입장일 뿐, 군인이 아 니다.

'우리에겐 상관이 분명하지 않고 군법으로 다스려지지도 않지.'

아직까지도 서로의 입장을 정리하 지 못한 채 애매한 위치에 남아 있 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길드 구분 없이 받 는 사병. 위험해 보일 만해.'

자칫하면 악용될 여지가 너무 크 지 않은가.

'그러니 일단은 얌전히 목줄을 쥐 여 줘야지. 안심할 수 있도록.'

허튼 생각을 품는 건 아니지만 최 종적인 목표는 독립 부대를 꾸리는 것에 있다.

'정부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건 제약이 많아. 오로지 날 믿고, 내 명령에 따라 움직여줄 사람들이 필 요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공적을 세우다 보면 독립 부대처럼 활동할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정식 임무가 하달될 때만 출전하 겠습니다. 평소에는 각자 소속 길드 에서 일하고요."

"정식 임무라고 하면?"

"말 그대로입니다."

정식 임무가 하달될 때만 출전, 이 란 말은…… 사실상 군인처럼 움직 이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거부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일단 안전성 면에서 우수해졌지.'

이 정도 숙이고 들어갔으니 정부 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 거다.

'운용해보고 효율이 떨어져 정식

임무를 하달하지 않으면 그대로 유 명무실해질 테니까.'

소수 부대니까 대단한 지원금도 필요 없다.

그나마도 지속적으로 받는 게 아 니라 임무를 수행할 때만 받을 테 니, 더더욱 그렇지.

"부대원의 선출은?"

"지원도 받고 직접 스카우트도 할 겁니다."

"나흘 뒤가 다음 전쟁인데. 그때까 지 사람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저 혼자서라도 출전하겠습니다. 1

인 부대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오만한 말이지만 사실이었다.

적어도 첫 번째 전쟁에서 나는 일 당백을 해냈으니까.

"알겠습니다. 허가합니다."

허가 도장이 찍혔다.

♦ ♦ ♦

공식으로 공지를 올렸지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부대에 지원할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누굴 섭외할지는 정해져 있었지만 말이야.'

회귀 전에 나는 개인적으로 움직 이거나, 역천의 사람들과 함께했다.

사실상 내가 역천의 실질적인 주 인이나 다름없었으니. 그때는 따로 부대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 다.

'눈여겨봤던 사람들이 있지.'

지금은 아직 그 명성을 펼치지 못 했지만…… 전쟁을 거치면서 개화 하는 재능들 말이다.

'그중 첫 번째.'

내가 가장 먼저 찾아간 인물은 일 반적인 헌터 일과 아무 관련이 없 는 사람이었다.

"예? 절요?"

커다란 가방을 등에 메고 걷던 남 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내라기 엔 소년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저…… 저는 싸우는 헌터가 아닌 데요."

안다. 도급 헌터. 싸우는 데 쓸모가 없는 헌터들.

'던전이나 돌면서 부산물을 모아

팔거나, 다른 헌터들의 파티에 껴서 짐꾼 노릇이나 하는 이들.'

헌터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그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 지.'

사기라도 치는 건 아닌지 날 의심 스럽게 쳐다본다. 대뜸 이런 제안을 했으니, 그렇게 느낄 법도 하다.

"물려받은 유품이 있으시죠?"

"예? 있, 있는데요. 안 팔아요."

"안 사요."

이젠 완전 잡상인 취급이다. 가슴

팍에 새겨진 역천의 문장은 안 보 이는 건가?

"그 유품, 아직 잠금 상태죠."

"그건 대체 어떻게……!"

"잠금 풀어드릴게요."

내 제안을 거부하긴 어려울 거다.

'유품의 잠금을 풀면 어머니의 유 언이 나올 테니까.'

지금 이 사내가 여기서 잡부 일을 하고 있는 것도 다 잠금 해제에 필 요한 돈을 벌기 위해서다.

'대장장이들의 급료는 비싸거든.'

헌터가 아닌 일반인들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 사람의 일화는 유명하지. 2세 대 잘나가는 헌터였던 어머니가 남 긴 유품. 죽을 위기를 넘기니 글 쎄……

잭팟! 이었던 거다.

덕분에 장롱 속에 처박힌 고물덩 이를 대장장이에게 갖고 와서 감정 해달라고 떼를 쓰는 붐이 일기도 했었다.

"왜요?"

앳된 얼굴이지만 사리분별은 할 줄 알 만큼 나이를 먹은 사내가 이 유를 물었다.

"글쎄요……. 투자라고 해두죠."

"미리 말씀드리는데, 이건 귀속 아 이템이라 훔쳐갈 수도 없어요."

"걱정 말아요. 아, 근무 조건을 설 명해줄게요."

올 것이 왔다는 듯, 사내가 침을 꿀꺽 삼켰다. 누가 잡아먹기라도 하 나.

"지금 전쟁이 시작된 건 아시죠."

"예? 그, 그건 그냥 떠도는 소문인 줄 알았는데……

그가 당혹스러운 얼굴을 했다. 하 긴. 전쟁 게이트라곤 하나 일반 계이트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어차피 전투 인원이 아닌 사람들 은 이 전쟁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얘기지.'

일반인들은 당연하고, 헌터들 중에 서도 하급 잡부 노릇을 하던 이들 도 이렇게 소외되고 있었다.

"진짜 전쟁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가 당혹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 런 전쟁에 대한 얘기는 음모론이라 고 철석같이 믿던 사람의 모습이었 다.

"제가 꾸리는 독립 부대는 그 전 쟁터에서 활약할 예정이고요."

"전쟁에 나간다고요……. 제가."

어안이 벙벙하겠지만 그의 사정을 헤아려 마냥 기다릴 순 없었다.

'조금 양심에 찔리지만.'

나는 그의 앞에 두둑한 봉투를 내 려놓았다.

"동생분이 편찮으시다고 들었어요. 수술비가 많이 필요하다고."

"그걸 어떻게……

"방법이 다 있죠."

도급 헌터였던 그가 회귀 전 전쟁 에 참여했던 이유도 단순히 그 돈 때문이었으니까.

"수술비로 써요. 당신 목숨을 내놓 으란 소리니, 선불로 이 정도는 줘 야죠."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야 목 숨을 걸고 일한다는 게 무슨 의미 인지 좀 실감이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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