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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111화 (111/361)

Ill 화

그 순간. 모든 것이 아주 천천히 보였다.

자신에게 향하는 모래시계를 보고 놀란 눈을 하는 안유라. 그걸 지켜 보는 우리.

다음 순간, 안유라가 눈동자를 굴 려 우릴 바라봤다. 간절한 눈빛으로 도움을 청하려다가, 이내 마음을 바꿔 먹는다.

어색하게 입꼬리를 들어 올려 어 설픈 미소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당혹스러운 눈빛이 스치고.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 울리며.

두근, 두근.

내 심장 소리가 북처럼 둥둥 크게 들렸다. 귓가에서 누군가 연주라도 하는 것 같았다.

둥.

한번 울릴 때, 엷은 색의 머리카락 이 허공을 수놓았다.

등.

다시 울릴 때, 경악 어린 표정이 지나갔다.

둥.

마지막으로 울릴 때.

"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비명 소리가 적막을 깨트렸다.

"안유수!"

"허억......

안유라가 황급히 안유수를 끌어안 았다. 몸의 중심을 잃은 채 바닥에 내려앉기 직전이었다.

"미쳤어? 네가 왜 여길 끼어들어 서……

"하……. 시끄러워. 머리 아파."

안유수의 힘없는 타박에 안유라는 저절로 입을 다물었다.

순식간이었다.

안유수가 안유라의 앞으로 달려들 어, 몸으로 모래시계를 받아낸 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었다.

손끝이 덜덜 떨리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서 있는 게 고작이라 안유 수에게 달려가지도 못했다.

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 연결됐어.'

모노클로 똑똑히 보였다. 안유수의 영혼 한쪽에 모래시계가 붙어있는 게.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이찬송의 경우엔 가는 실로 연결 된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엔…… 완 전히 붙어있잖아.'

그렇다면 이찬송보다 훨씬 빠르게 영혼이 잡아먹히고, 순식간에 소모 될 것이다.

그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입만 벌

어질 뿐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너 무 급한 나머지, 너무 고통스러운 사실인 나머지. 억, 억, 하는 소리 만 나올 뿐이었다.

"너, 그게 뭔 줄 알고 몸으로 받 아. 잘못되면 어떡하려고……!"

"그런가? 근데 이상한 점은 잘 모 르겠는…… 어?"

안유수가 제 손을 바라보며 이상 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 어어......

손이 바스라지고 있었다.

'영혼이 잡아먹히고 있어.'

내게 똑똑히 보였다. 모래시계가 게걸스럽게 안유수의 영혼을 집어 삼키는 게.

"뭐, 뭐야. 왜 이래? 언니. 방금 그게 대체 뭐길래……

제대로 된 실험 내용을 모르는 탓 에 안유라가 혼란스러운 얼굴로 날 올려다봤다.

나는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몰라 말 을 골랐다.

'곧 안유수가 죽을 거라고? 그 모 래시계가 영혼을 잡아먹고 있다 고?'

그러나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아도 전해지는 게 있기 마련이었다.

심각한 얼굴로 침묵하는 날 보면 서, 안유라도 느낀 게 있는 것 같 았다.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말도 안 돼."

절망 어린 혼잣말이었다.

"에이……. 그런, 그런 고작해야 B 급인 아이템이…… 그게 어떻게 사 람을 죽여."

" 유라야."

"거짓말이지."

안유수는 어느새 손목까지 바스러 졌다. 그는 제 운명을 이미 예상했 다.

"얼른 좀 뱉어봐. 입 안으로 들어 간 거야? 왜 보이지가 않아."

"유라야."

"아, 입 좀 다물어. 아니, 입 열어 봐. 삼킨 거 아냐? 돼지 새끼. 먹을 게 없어서 그런 걸 먹어."

"유라야."

안유수가 반대쪽 손으로 안유라를 붙잡았다. 막 안유수의 턱을 우악스 럽게 벌리려던 것이 가까스로 멈춰졌다.

"안유라. 마지막까지 이렇게 짜증 나게 굴래?"

"누가 마지막이래?"

안유라가 날이 선 목소리로 웅수 했다.

"누가 마지막이래! 마지막 아냐! 언니. 아까 그 총알 한 방 얘한테 먹여줘. 실탄이어도 좋고. 암튼 대 가리에 총 맞은 거 같으니까 다를 건 없겠네."

구원을 바라는 신자처럼, 간절한 눈망울이 날 향했다.

그러나 내게도 뾰족한 수가 없었 다.

'지금까지 쓴 총알은 총 5발. 아직 한 발 쏠 수 있지만……

아까부터 내 심장에 반응하며 울 리는 알림들이 시끄러웠다.

[알림: '찬동하는 목책'이 '노이트 리볼버'를 강하게 지탄합니다!]

[알림: '노이트 리볼버'가 이미 육 신의 붕괴가 진행되어 탄환을 써봤 자 의미가 없다고 항변합니다.]

[알림: '관통하는 철화'가 안타깝

지만 이번은 어쩔 수 없다며 단념 하라 이릅니다.]

[알림: '찬동하는 목책'이 그럴 순 없다고 저항합니다.]

노이트 리볼버의 입장은 강경했다. 아까와 달리, 안유수와 아이템의 거 리가 너무 가깝고 융합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거다.

'게다가 영혼을 심하게 소모해서 육신이 바스러지고 있으니……

이런 경우엔 제아무리 특수 탄환 이라 해도, 어쩔 도리가 없는 법이 다.

나는 안유라에게 대꾸하는 대신, 안유수의 옆에 가 그의 머리를 쓰 다듬었다.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누나가 미안할 건 없지. 나도 헌 터고…… 언젠가는 이런 순간이 올 거라 생각했어."

그가 바스러지는 속도가 너무 빨 랐다. 어느새 허리까지 차올라 있었 다.

안유라가 멍한 눈빛을 했다. 너무 도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야. 너무 슬퍼하지 말고."

처음이자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 넨다. 안유수는 안유라가 그랬던 것 처럼, 입꼬리를 어색하게 말아 올렸 다.

"그래도. 우리 둘 중 누군가 죽어 야 한다면."

안유라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 다.

"내가 죽는 게 맞는 것 같다."

"누가!"

안유라가 따져 물으려 했으나. 사 르륵, 안유수가 그보다 더 먼저 먼 지처럼 흩날렸다.

"아......

데구르르, 주인을 잃은 모래시계가 바닥을 굴렀다. 안유수의 옷가지와 모래알 같은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사라지는 질량감에 그저 통증만이 일었다. 구하지 못한 목숨이 강하게 심장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내가 너무도 부족해서. 널 죽게 만들었구나.'

만약, 영혼이 전부 소모되고 바스 러지기 전에 탄환을 쐈더라면. 그럼 널 구할 수 있었을까.

목이 타는 듯이 홧홧했다. 울음이

넘칠 듯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렇다고 이대로 엎어져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언니."

안유라의 상태가 더 심각했기 때 문이다. 벌겋게 실핏줄이 터진 눈으 로 날 올려다본다.

"언니. 이게……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너무 위태 로웠다. 안유라의 정신 상태가, 점 점 극한으로 치닫고 있었다.

"내가……. 안유, 수가……

"유라야! 날 봐. 날 봐야지. 응?"

"언니. 방금, 방금 봤어? 안유수 가……

안유라의 뺨을 양손으로 붙잡고 날 정면으로 바라보게 고개를 고정 시켰다. 안유수의 옷가지를 보면 더 큰 사달이 날 것 같았다.

"어…….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는데……

작게 중얼거리는 말들은 이미 반 쯤 넋을 놓았다. 제정신이 아닌 것 처럼 발을 구르고, 손톱을 물어뜯 고, 중얼중얼 허공에 대고 말을 걸 었다.

"언니. 안유수가 죽었어?"

안유라가 뒤돌며 내게 물었다.

"안유수가, 죽었어?"

나는 차마 그렇다고 답하지 못하 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어.. 어어어....w

처음에는 작은 감탄사로 시작했으 나.

"o}. O'|'O]"O}o]".| 0]'0]0'|"0]'

으]1 아으}! 아아아아아!"

끝내는 사지를 뒤틀며 몸부림치는 것으로 이어졌다.

"유라야!"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스스로를 다치게 할까 걱정되어 사지를 결박 하려 했다. 그러나 어디서 나온 힘 인지, 나보다 근력 스탯도 낮은 애 가 힘으로 제압되지 않았다.

"안유라!"

"아아아아아악 I"

내 목소리도 전혀 닿지 않았다.

'안 돼……. 영혼에, 금이 가고 있 어.'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안유라의 정 신이 흔들리면서 그 여파로 영혼마 저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유리구슬 모양의 영혼에 쩌적, 실 금이 생겨났다.

"유라야! 제발 진정해! 내 말 좀 들어봐!"

"아아아아아아악!"

진정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이 와중에도, 영혼은 점점 망가지고 있 는데!

'노이트!'

그렇다면 마지막 방법을 쓸 수밖 에 없었다.

'한 번만 더……! 제발, 한 번만 더 창천을 쓰게 해줘!'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둘 다 이렇 게 잃을 순 없었다. 그렇게 가혹할 순 없는 거다.

'이건 할 수 있잖아! 안유라는 내 가 구할 수 있잖아!'

절절하게 애원했다. 이 애만큼은 내가 구할 수 있지 않느냐고. 6발 중 5발을 사용했으니, 아직 내겐 한 발이 더 남지 않았냐고.

[알림: 특수탄환 '찬동하는 목책' 이 시전자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언제나 내 의지에 찬사를 보내는

탄환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알림: '찬동하는 목책'이 '노이트 리볼버'에게 간절히 부탁합니다.]

[알림: '노이트 리볼버'가 심각한 후유 장애가 남을 수 있다며 경고 를 고합니다.]

'그래도 상관없어.'

[알림: '노이트 리볼버'가 영혼에 금이 간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고 조언합니다.]

'죽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되겠지.'

[알림: '노이트 리볼버'가 후회하 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묻습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 탄환을 사 용하면 내겐 거대한 후유증이 남고, 안유라에겐 중요한 기억 하나가 통 째로 사라질 것이다.

'그 기억이 나에 대한 기억일 수도 있겠지.'

그렇다 해도, 이대로 둘 순 없었 다.

영혼에 금이 간 채로 안유라가 어 떻게 더 살아갈 수 있겠는가. 살아 도 산 것이 아니고, 죽은 것만 못 한 삶일 텐데.

'후회하지 않을게.'

이것은 오롯이 나의 선택이었으니.

책임도 내가 지는 게 맞다.

[알림: '노이트 리볼버'가 당신을 아둔한 자라 칭합니다.]

노이트의 비판과 함께, 그 탄환이 개방됐다.

[알림: '노이트 리볼버'의 잠금이 제한적으로 해제됩니다.]

[알림: 특수 탄환 '바로잡는 창천' 이 열렸습니다.]

"유라야."

나는 아직도 내 말을 들은 체도 않는 안유라에게 다가갔다.

안유라는 반쯤 넋을 놓은 표정으 로 바닥을 손톱으로 긁고 있었다. 손톱 사이로 핏물이 배어나왔다.

"A, 이, 이거 놔! 이거 놔아아!"

억지로 몸을 뒤집고 그 위에 올라 탔다. 허벅지 위에 앉아 움직임을 제한하고 어깨를 짓눌렀다.

"뭐 하는 짓이야! 이거 얼른……!"

철컥.

총구가 안유라의 이마에 닿았다. 그제야 맑게 갠 눈빛이 드러났다.

"유라야. 나 믿을 수 있어?"

이 총알이 널 구원할 총알일지, 널 죽일 총알일지. 그건 아직 아무도 모른다.

차라리 실탄이 널 구원하는 방법 일지도 모르겠으나, 내 이기적인 마음이 너마저 잃을 수 없어 붙잡고 있었다.

"하하.…"

안유라가 작게 웃었다. 손끝으로 노이트의 총신을 타고 내려와, 방아 쇠에 닿아 있는 내 손 위에 자신의 것을 겹친다.

"믿어."

안유라가 낮게 속삭였다.

"그래. 차라리 날 죽여줘."

탕!

총알이 안유라의 이마를 꿰뚫었다.

[알림: '바로잡는 창천'이 대상자 를 복구합니다.]

[알림: 대상자(개체: 안유라)는 그 대가로 일정 부분 기억을 상실합니 다.

-키워드: 안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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