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알림: 새로운 특수 탄환 '바로잡 는 창천'이 열렸습니다!]
[5. 바로잡는 창천: 잘못된 것, 부 정한 것을 사용자의 정의에 맞게 바로잡습니다. 대상은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1회 한정).]
열렸다. 1회 한정이지만, 새로운 특수 탄환이.
"커.......
숨이 막혀 손아귀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지만, 바들바들 떨리 는 손끝으로 노이트를 겨눴다.
철컥.
"아직 포기 안 했어?"
이찬송의 비웃는 목소리가 웅웅 울렸다.
'저건 잘못됐어.'
내 시야에 이찬송의 심장 부근이 잡혔다. 이찬송의 영혼과 모래시계가 가느다란 선으로 연결되어 있었 다.
'저런 건, 내 정의에 합당하지 않 다고.'
그러니까.
바로잡아야 했다.
"잠깐만. 뭔가 또 수를 쓰려고 ...
내 결연한 표정에서 이찬송은 뭔 가 이상하단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방아쇠는 이미 당겨졌다.
탕!
은은한 빛을 내는 총알이, 이찬송
의 이마를 꿰뚫는다.
[알림: '바로잡는 창천'이 대상자 를 복구합니다.]
[알림: 대상자(개체: 이찬송)는 그 대가로 일정 부분 기억을 상실합니 다.
- 키워드: 어머니]
이찬송의 손아귀에서 힘이 풀리고, 산소를 기쁘게 들이마시는 그 사이.
나는 누구의 것인지 대충 가늠이 가는…… 그 틈새의 기억을 읽어냈다.
- 어머니.
- 교주님이라 부르라 했잖니.
- 교주님.
- 그래.
어린아이가 중년의 여성에게 물었 다. 아들이라기엔 나이 차이가 너무 많고, 손자라기엔 적었다. 기묘한 관계였다.
- 교주님. 다른 친구들은 제가 사 이비종교를 믿는대요.
-무시하렴.
- 저보고 같이 교회에 가자고 했어 요.
여자가 멈칫했다. 아이가 겁에 질 려 황급히 둘러댄다.
- 그런데 안 가기로 했어요. 걱정 하지 마세요.
여자는 아이를 한번 쓱 훑고는 그 대로 고개를 돌렸다.
-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네. 교주님.
그대로 둘의 대화는 끝이 났다. 그 다음 장면은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였다. 어느새 아이가 자라, 지금이찬송의 얼굴 형태를 제법 갖췄다.
'중학생 정도?'
그러나 탈색한 머리는 여전했다. 교복도 대충 꿰어 입고, 어울리는 무리는 껄렁껄렁하게 걸었다.
그 가운데 이찬송이 있었다.
-야. 뉴스 봤냐?
- 왜?
-아니, 그 사이비종교 있잖아. 새 하나굔가? 거기서 뭐라 시위하던 데. 지구가 망할 거라나 뭐라나.
-어어, 나도 봤어. 겁나 웃기던데.
그들이 낄낄대는 모습을 이찬송은
감흥 없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 다.
-야, 안 그래? 너 평소에 그 사이 비라면 질색을 했으면서.
누군가 이찬송에게 그렇게 물었고, 그는 삐뚜름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러게. 그깟 거 망하면 뭐 어떻 다고.
어딘가 핀트가 나간 대답이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 도 없었다.
그들은 금방 다른 주제로 넘어가, 어제 게임에서 누가 잘했고 누가 트롤짓을 했는지 따지며 언성을 높였다.
그들과 어울리다 한참 늦은 새벽 에나 집에 들어섰다.
-왔니. 좀 늦었네.
조금 더 나이를 먹은 여자가 이찬 송을 맞이했다. 이제는 노인이라는 칭호가 더 어울리는 나이였다.
노인은 늦은 시간까지도 두꺼운 책을 들여다보며 골머리를 앓고 있 었다. 그를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 는다.
이찬송은 대답 없이 방으로 들어 갔다.
그다음은 한참 더 시간이 지나, 그 가 성인이 된 이후였다. 방탕하게 생활하던 그는…… 어느 날, 정말 갑자기, 게이트에 휘말리고 말았다.
'연화도 게이트야.'
익숙한 배경이 빠르게 지나갔다. 약간의 고생 후 그가 현실로 돌아 왔을 때.
-돌아가셨습니다.
노인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남은 것은 그녀가 평생을 바쳐 일 군 사이비종교와 유서 한 장뿐이었 다.
...어머니.
이찬송은 유서를 들여다보다가 겨 우 그 한마디를 꺼냈다.
"허억!"
숨을 들이켜며 자리에서 벌떡 일 어났다. 차가운 바닥을 나뒹굴고 있 었다.
"서하 누나!"
"언니, 괜찮아?"
날 걱정하는 쌍둥이들을 발견하자, 상황이 그제야 좀 파악됐다.
'아. 나는 분명…… 새하나교의 2 대 교주가 된 이찬송과……
한 손에 쥔 노이트가 느껴졌다. 그 래. 일시적으로 해방된 '바로잡는 창천'으로 이찬송을 쐈다.
'아까 본 기억은…… 이찬송이 잊 은 기 억들 중 일부인 건가.'
영혼이 복구되는 대가로 기억의 일부를 소실한다 했고, 그 키워드가 '어머니'라고 했다.
'그 모자의 관계가 여러모로 정상 적인 것 같진 않았으니까……
키워드가 '새하나교'가 아니라 '어
머니'라고 뜬 것을 보면, 이찬송에 게 더 의미 있는 키워드는 그쪽이 었던 모양이다.
고개를 돌리자 마찬가지로 바닥을 나뒹구는 이찬송과 그 옆에 떨어진 다른 물체가 보였다.
'모래시계!'
나는 그것을 움켜쥐었다.
'영혼에서 분리되어 나온 건가.'
모노클로 보던 것과 똑같은 모양 새였다. 화려하진 않지만 고풍스러 운 느낌을 주는 모래시계였다.
[아이템을 확인합니다.]
〈아이템 수리용 모래시계〉
등급: B
설명: 아이템을 사용하기 전 상태 로 되돌려 내구성을 회복합니다. 1 회용 아이템입니다.
'1회용이지만 아이템의 상태를 회 복하는 모래시계였구나.'
그래서 영혼과 결합하면서 그 능 력이 증폭되어 아이템에서 벗어나 인간과 사물에게까지 영향력을 행 사한 것 같았다.
"언니?"
"아. 아니야. 일단 깨어나기 전에 대충 묶어두자."
깨어난다고 해도 이미 모래시계와 그 영혼이 분리된 이상 대응할 방 법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까 말이다.
"알겠어. 저기 찾아보면 대충 쓸 만한 게 있을 것 같아."
안유수가 주변을 살피더니 쓰러진 연구원들의 옷가지를 찢어 결박용 천을 만들어냈다.
"이 정도면 됐겠지?"
"아마도."
손목, 발목을 단단히 묶고 파이로 까지 옆에 붙여둔 다음에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래. 이제 끝났다.'
안도감이 물밀 듯이 쏟아졌다. 쌍 등이들을 지켰고, 이찬송도 제압했 다.
'계속해서 쫓던 헌터 실종 사건이 드디어 끝난 거야.'
오랜 시간 쫓아왔던 만큼 후련함 이 컸다. 그 과정에서 몇몇 사람들 의 밑바닥을 보기도 했지만, 반대로날 도운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왜 찬송 오빠가 이렇게 된 건 데?"
쌍둥이들은 아직 전후 사정을 제 대로 듣지 못해 많이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어디까지 얘기해줘야 하지?'
이들이 한 실험에 대해서 자세히 알 필요는 없겠지. 밖으로 새어나가 지 않는 게 나았다.
'다른 무리가 또 헛된 생각을 하며 따라할 수도 있으니까.'
대충 간추려서 설명했다. '헌터 실 종 사건을 개인적으로 조사하고 있 었는데, 알고 보니 이 사이비종교에 서 일으킨 일이었다. 그리고 그 교 주가 이찬송이었다.' 그 정도로.
"와……. 아니, 그럼 우릴 일부러 납치한 건가? 서하 누나 끌어들이 려고?"
"그렇지 않을까? 우리 얼굴을 모 르는 것도 아닌데."
둘은 충격적인 사실에 입을 쩍 벌 렸다. 김기택이나 권성민에 대한 내 용은 아직 꺼내지도 않았는데.
'어차피 나가면 알게 될 테니까.'
아직 완전히 마무리된 것도 아니 니, 사태가 일단락된 뒤에 더 자세 히 알려줘야겠다.
"으음.…"
그때 이찬송이 깨어났다. 나는 등 뒤로 노이트를 장전했다.
"어? 뭐야……. 쌍둥이들이랑, 한 서하 아냐?"
그가 우릴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 을 지었다.
"여긴 어딘데?"
이찬송을 가운데 두고, 쌍둥이들과 나는 시선을 주고받았다.
'완전히 모르는 눈치야.'
우릴 못 알아보진 않는 걸 보면, 연화도 게이트를 잊은 건 아니다. 아마도…….
'어머니라는 키워드와 밀접한 기억 들. 그러니까, 새하나교에 대한 걸 잊었겠지.'
연기일 수도 있으니 완전히 안심 할 순 없지만. 최소한 지금의 이찬 송은 무력적으로도 최약체니, 조금 은 긴장을 풀어도 괜찮을 것 같았 다.
"혜원 언니랑 다른 사람들이 여기 로 내려오고 있을 거야. 엇갈리지않게 잠시 기다렸다가 합류하 면……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달칵.
스위치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고.
우우우우웅!
"뭐지? 갑자기 바닥이!"
바닥에 새겨져 있던 마법진이 은 은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 손에 들려있던 모래시계가 공중 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찬송!"
반사적으로 이찬송을 바라봤지만,
그는 사지가 결박된 상태로 버둥대 고 있었다.
'이찬송이 아니야. 그럼?'
공간 간섭을 펼쳐도 기감에 걸리 는 인물은 없었다. 바닥에 쓰러진 연구원들과 우리를 빼면 여긴 아무 도…….
' 연구원들!'
쌍둥이들을 방어막 안에 집어넣고 총을 쏘느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 한 이들이 많았다.
'대부분 방어막이 깨진 이후 싸움 여파에 휘말려 목숨을 잃은 줄 알 았는데?'
파이로가 커졌던 탓에 벽 이곳저 곳이 그을려 있었고, 연구원들도 불 에 탄 시신들이 많았다.
'설마. 저들 중 하나가……?'
온통 심증뿐이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우우웅!
모래시계가 하늘 높이 치솟는다.
마법진의 빛무리가 서서히 바닥에 서 천장까지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 다.
'모래시계로 빛이 모이고 있어.'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여길 빠져나가야 해!'
하지만, 어떻게? 황급히 문 쪽을 바라보자 서서히 닫히고 있었다.
"흐흐흐……. 이대로 끝낼 순 없 지."
가운을 입은 노인이 문 틈새로 웃 었다. 아까, 이찬송을 눕히고 뭔가 실험을 마무리하려고 했을 때 우두 머리 행세를 했던 노인이었다!
쾅!
문이 닫히기 전에 막아보려 했지 만.
공간 간섭으로 코앞까지 달려갔으 나 실패했다.
'문이 안 열려!'
밖에서 그 노인이 뭔가 수를 쓴 게 분명했다.
그 사이에도 빛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모래시계가 새로운 그릇을 찾는 것처럼 천장을 빙글빙글 돌았 다.
"언니라도 여기서 나가!"
"그럴 순 없어!"
공간 간섭으로 나 혼자 이 밖으로 나가는 건 쉬운 일이겠지만. 어떻게그럴 수 있단 말인가!
"얼른 도망치라고!"
안유수도 거들었으나,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우우우우웅!
모래시계가 맹렬하게 바둥거렸다. 점점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 었다.
'이찬송은 지금 기억을 잃은 상태 인데.'
그는 도대체 이게 뭐냐고 따져 묻 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이찬송에게 다시 가서 붙으려는 건가?'
아니면.
최악의 경우도 있었다.
'……내 영혼도 좋은 먹잇감이겠 지.'
내 영혼을 스스로 살필 수 없어 확신할 순 없지만, 지금 이렇게 멀 쩡한 걸 보면 내 영혼은 이찬송의 것이 복구되면서 같이 원상회복된 것 같았다.
그도 아니면 손상된 정도가 적어 서 큰 부작용이 없거나.
우우우웅!
마침내 모래시계가 튕기듯이 날아 갔다.
" 어?"
안유라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