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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109화 (109/361)

109화

한쪽 다리가 균형이 무너지자 절 로 몸이 휘청였다.

- 삐 이 이 J

"괜찮아. 넌 가서 쌍둥이를 지 켜……

파이로가 걱정된다는 듯이 소리를 냈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등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저런. 많이 아파 보이네."

애석하다는 듯이 말하는 게 가중 스러웠다.

"이러면 또 어때?"

뭐? 의아해하기도 전에 몸에서 이 상이 느껴졌다.

"허억……

사지의 근육이 뻣뻣하게 굳었다. 폐까지 멈추진 않았지만 손가락 하 나 까딱하기도 어려웠다.

쿵, 몸이 바닥에 꼬꾸라졌다.

'고통도 느껴지지가 않아.'

이건. 꽤 최근에 겪었던 부상이다. 오로굴드의 탑 게이트를 클리어하 기 직전에 겪었던!

'내 육신의 시간을 되돌려서 다쳤 던 때를 재현하는 건가?'

이런 괴물을 어떻게 상대하란 말 인가!

완전히 속수무책이었다.

나 흘로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 니다. 그가 말한 대로, 지금 이찬송

'살아있는 신이 되기 직전……!'

으득, 이를 갈 수도 없었다. 어떻

게 해야 하는 걸까.

'아직 혜원 언니네는 올 기미가 보 이질 않아.'

이운우, 전청운을 비롯한 혜원 언 니 무리를 아직도 급하게 내려오고 있는 것 같고.

'쌍둥이들을 지키기엔 파이로 혼자 서는……

어?

아니. 아니다.

'이찬송의 공격이 시간을 되돌리는 것뿐이라면.'

파이로는 정반대의 케이스 아니던

가.

"반항은 끝났겠지."

이찬송이 천천히 걸어가며 나를 짓밟았다. 콰직, 등을 밟고 지나가 지만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

- 삐 이이!

파이로가 그의 앞을 가로막는다. 겁도 없이, 고작해야 비둘기만 한 크기면서.

"아까부터 거슬렸다니까. 처음 보 는데, 이 불닭은 뭐야?"

이찬송의 비웃음에 파이로가 분하 다는 듯이 삐이이! 하고 울었다.

파이로가 날갯짓하자 불길이 치솟 으며 이찬송을 가로막았다.

"자꾸 짜증 나게 구네."

이찬송이 가볍게 손짓하자 불길은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되돌아간다.

그리고 한 번 더.

이찬송이 모래시계를 되돌린다.

파이로를 향해!

- 삐 이이 이 이!

'걸렸다!'

후욱, 뜨거운 열기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으드득, 벽면이 부스러지기도 했다. 다시 이 모습을 보게 되 다니.

'원래의 네 모습을 말이야.'

연금술사의 공방에 빠져서 안 될 존재. 공방의 주인, 영원히 타오르 는 고대의 불길.

'아타노르!'

비현실적이게도, 그 거대한 몸체에 지하벙커가 완전히 꽉 찼다.

"이게, 뭐야……!"

이찬송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외 쳤다. 현재보다 과거가 더 강한 존 재는 드문 법이지.

- 삐이 이

파이로가 커다란 날개로 날 덮었 다. 분명 눈으로는 타오르는 불길이 보였는데, 내 옷자락 하나 타는 기 색 없이 멀쩡했다.

'계약자인 내겐 해를 끼치지 않는 구나.'

이 고대의 생명체가 등장하자 이 찬송은 주춤했다. 아마 상성이 최악 일 거다.

'끝없이 회복하는 괴물과 영원히 타오르는 불꽃이라. 볼만한 대결이 겠어.'

파이로가 제 날개 아래 나와 쌍둥 이를 감추었다. 적으로 보았을 땐 위압감에 주춤했는데, 아군이 되니 포근하기 그지없었다.

-삐 이이 이 이!

파이로가 되찾은 힘에 기뻐하며 울부짖었다. 퍼드득, 날갯짓을 하자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화르륵!

"으으윽!"

불꽃에 적중당한 이찬송이 작게 신음소리를 흘렸다.

'몸이…… 회복되고 있어.'

손끝 감각이 느껴졌다. 아타노르의 불꽃은 회복 효과도 있는 걸까? 굳 었던 몸이 서서히 풀리고 있었다.

"아직 컨트롤이……! 으으윽!"

이찬송은 시간을 다시 돌려 파이 로를 비둘기만 하게 만들고 싶어 했지만, 컨트롤이 쉽지 않은 것 같 았다.

'이 정도면 됐어.'

아직 감각이 둔하긴 해도 사지를 마음대로 움직일 정도로 회복됐다.

"웅……?"

노이트를 쥐고 나갈 준비를 하는

데, 옆에서 자그맣게 웅얼거리는 소 리가 들렸다.

"으음……. 어……. 서하 언니

..2"

"뭐야……. 으, 더워……

쌍둥이들이 깨어나고 있었다!

"여긴......?"

"분명 우린 게이트 안에……. 아!"

퍼뜩 기억이 떠올랐는지 둘이 눈 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바라봤다.

"납치당했어!"

"이상한 사람들이 막 나왔었지!"

상황파악이 끝난 모양이다. 안타깝 게도 둘이 수다를 떨게 내버려둘 시간이 없었다.

"무기는?"

"누나가 왜 여기 있어?"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까. 무기 는?"

내 말에 둘은 기억을 되짚기 시작 했다.

"바로 기절했던 것 같은데……

"어렴풋하지만 그 전에 빼앗아 간 것 같기도 하고……?"

하긴. 제물로 쓰려고 데려왔는데

주무기인 활을 그대로 같이 둘 리 가 없겠지!

'활 없는 레인저라.'

전력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

"아. 우리가 말 안 했던가?"

"우리 그 스킬 얻었는데."

둘이 손을 앞으로 내밀자, 활이 턱 하고 생겨났다.

'핸드보우 스킬!'

일전에 한국대학교 게이트에서 본 적이 있었다. 카피캣이 실력 있는 레인저의 몸을 빼앗고 사용하는 걸.

'핸드보우. 손아귀에 활이 없어도

가장 손에 익은 형태를 소환해내는 고급 스킬인데……

언제 이렇게까지 성장했지? 새삼 스러운 기분이었다.

"이거면 됐지? 근데 누나, 저기 저 사람……

"……찬송 오빠 맞아?"

둘이 파이로의 날개 틈으로 보이 는 이찬송을 목격한 것 같았다. 상 황 파악을 하고도 생글생글 웃던 둘의 얼굴이 굳었다.

"……이찬송 맞아. 너흴 납치한 것 도, 죽이려고 한 것도. 전부 저 녀 석이 한 짓이야."

내 동의에 둘은 잠시 침묵했다.

실내 체육관에서 동고동락했던 사 람이 자신들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 은 분명 충격적일 거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자. 힘들 겠지만…… 너희가 아는 그 이찬송 이라 생각하면 안 돼."

모노클을 건네진 않았다. 이것까지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새하나교의 교리, 모래시계, 영혼 의 격 그리고 인체실험까지…… 설 명할 건 많지만, 일단은 입을 다물 수밖에.'

지금 당장은 눈앞의 적을 해치우 는 게 우선이었다.

- 삐 이이 이!

그 순간 위에 드리워 있던 그림자 가 사라졌다.

"깨어났네?"

이찬송이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작게 변한 파이로가 다시 참새 정 도 크기로 날아와 내 어깨에 앉았 다.

"고생했어."

파이로는 할 만큼 했다. 내가 아니 라 쌍둥이들까지 있어서 마음대로싸우기도 어려웠을 테고.

'나는 계약자라 뜨겁지 않았지만, 쌍둥이들까지 멀쩡한 건 온도 조절 에 애를 써서 그렇겠지.'

이제부터는 우리가 상대해야 했다.

'영혼이 얼마 안 남았어.'

모래시계를 뒤집을 때마다 영혼을 빨아 먹힌 탓이다. 모노클을 통해 바라본 이찬송의 영혼은 위태위태 할 정도로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 돼!'

내가 눈짓하자 쌍둥이들이 좌우로 흩어졌다.

'이 둘을 가르친 건 나야. 내가 어 떤 전술을 사용할지, 어떻게 명령할 지. 이미 어느 정도 손발이 맞아.'

그래. 그러니 할 수 있다.

"셋이서 하면 뭐 달라질 것 같 아?"

"해보면 알겠지!"

이찬송에게 대꾸하며 노이트를 장 전했다. 철컥.

훅, 후욱!

화살이 양옆에서 날았다. 영혼의 낭비를 막기 위해선 피할 수밖에 없을 거다.

그 두 화살을 피하기 위해 움직이 면.

탕!

내 총알의 궤도 앞에 놓이게 될 테지만.

"으윽!"

일반 총알이지만 회복이 굼뜨다. 그래. 이거면 승산이 보인다!

"유라야!"

"응!"

내 부름이면 충분했다. 그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

"첫 발은 내가!"

안유라가 화살을 장전하고 쏘아냈 다. 한 발의 화살은 약하지만, 그 뒤가 따라붙으면 말이 달라진다.

"추진력은, 이렇게!"

안유라의 화살 뒤꽁무니에 안유수 가 한 발 더 가격했다.

슈욱!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살벌 하게 울렸다.

그러나 이찬송은 고개를 돌리며 피해냈다. 화살이 적중하지 않았다 고 좌절할 건 없었다.

'시선 끌기용이니까!'

철컥.

화려한 쌍둥이들의 화살 피하기에 급급한 순간, 나는 공간 간섭으로 이찬송의 뒤통수를 노린다.

노랗게 탈색한 머리에 구멍이 뚫 리려는 순간.

턱!

"수가 빤히 보인다니까."

"커흡!"

목덜미를 붙잡혔다.

'뭐야? 분명 뒤돌아 있었는데 어떻 게……!'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알 수 있었 다. 등 한복판에 팔이 돋아나 있었 다.

"으윽……! 큽, 커 억……!"

목을 잡아챈 손아귀 힘 때문에 숨 이 막혔다.

슈욱!

"어딜."

화살이 두어 대 날아왔지만 이찬 송은 다른 손들로 잡아냈다. 아이템 으로 강화된 육체가 그 진가를 드 러 낸다.

"우욱……!"

철컥.

탕!

"소용없어. 하……. 배가 고팠거든. 이제야 좀 먹겠네."

총알이 박혀도 전혀 상관없는 것 처럼 군다. 모노클로 보기에는 영혼 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의문은 금방 풀렸다.

"하아아……

뭔가를 음미하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이찬송 가슴팍에 푸른 안개가 늘어나고 있었다!

'이건…… 충전하고 있는 거야. 배

터리처럼.'

그것도 다름 아닌.

'내 영혼으로!'

그것을 깨닫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대로 내 영혼을 뽑아먹으면, 어떻 게 될까.

-당신을 재료로 삼았으면 좀 달랐 을 수도 있겠어. 배터리 없이 몇 년이고 버틸 수 있었을 테니까.

이찬송이 했던 말대로 되면, 그것 보다 끔찍한 일이 더 있을까.

'안 그래도 타임어택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상대인데!'

이렇게 되면 완전히 승산이 없어 진다. 막아야 했다.

"으으으윽! 커헉……

내 목을 감싸 쥔 이찬송의 팔을 붙잡고 떼어내려 해봐도 꿈쩍도 하 질 않았다.

'어떻게, 어떻게든……!'

힘으론 상대할 수가 없다. 쌍둥이 들이 화살을 사방에서 날려보지만 그보다 내 영혼을 빨아먹고 회복하 는 게 더 빨랐다.

'뭔가. 뭔가 방법이 없을까.'

제발! 나는 노이트를 쥔 손에 꽉 힘을 줬다. 숨이 부족해 점점 정신 이 아득해져간다.

'제발! 내게 응답해!'

[알림: 특수탄환 '찬동하는 목책' 이 시전자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알림: '찬동하는 목책'이 '노이트 리볼버'를 재촉합니다.]

내 간절한 소망에 찬동하는 목책 이 먼저 일어났다. 부르르, 노이트가 떨린 것처럼 느꼈다면 내 착각 일까.

탄환의 의지가 알림으로 나타났다. 에고 리볼버. 제 의지를 가진 그 무기의 진가가 드디어 발휘되고 있 었다.

'깨어났구나. 이제 의사를 표현할 정도로 성장한 거야.'

[알림: '찬동하는 목책'이 '노이트 리볼버'를 다시 재촉합니다!]

[알림: '노이트 리볼버'가 아직 때 가 아니라고 응답합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응답하겠다는 건데!'

당장 정신이 아득해져 가고 있는 데 말이다.

[알림: '노이트 리볼버'가 잠시 침 묵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알림이 울렸다.

[알림: '노이트 리볼버'의 잠금이 제한적으로 해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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