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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108화 (108/361)

108화

챕터: 돌이킬 수 없는

이찬송이 손짓하자 쨍그랑,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저 방향은…… 쌍둥이들!'

쌍둥이들을 둘러싸고 있던 반구형 의 방어막이 산산조각 나 있었다.

'대체 무슨 아이템이랑 결합한 거

야?'

지금껏 아이템과 결합하며 육체까 지 붕괴됐던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처음엔 기이한 반응을 보였지만, 지 금 이찬송은 예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후욱!

다시 한번 이찬송이 손짓하자 쌍 둥이들이 침상째로 드르륵 끌려왔 다. 순식간에 이찬송의 손아귀 안에 들어간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나는 노이트를 장전하며 물었다. 대답에 따라 총알을 곧장 날릴 수도 있었다.

"흐음……. 어떻게 해야 이해시킬 수 있을까. 그래! 이렇게 하면 되겠 다."

이찬송이 빙그레 웃었다. 그러더니 불쑥.

서걱!

투두둑.

제 한쪽 팔을 잘라낸다.

"뭐 하는……!"

말을 제대로 끝마칠 수가 없었다. 이찬송이 손날을 세워 가르자 팔이 떨어져 나간 것도 놀라웠지만, 그이후가 훨씬 충격적이었다.

'다시, 재생되고 있잖아.'

바닥에 떨어진 팔이 거짓인 것처 럼, 새로운 팔이 솟아나고 있었다.

그 끔찍하고 기괴한 모습에 절로 속이 울렁였다.

"자, 이걸 이렇게, 하면!"

잘라낸 팔을 주워 검지와 엄지로 둥근 모양을 만든다. 그러고 이찬송 이 손으로 쓰윽 훑자 그 모습이 바 뀌기 시작한다.

'저건…… 외알 안경?'

렌즈가 하나뿐인 안경, 모노클이었

다. 검지와 엄지로 만든 동그라미가 눈구멍이 되어 모노클처럼 변했다.

원래 사람의 팔이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저 안경테에 기묘 한 주름이 독특한 단안경처럼 보였 다.

"여기."

이찬송이 내게 그걸 내밀었다.

"어서, 겁먹지 말고."

내가 망설이자 얼른 받으라며 부 주겼다.

[아이템을 확인합니다.]

〈얄궂은 영혼의 모노클〉

등급: SSS

설명: 영혼을 들여다보는 모노클 입니다. 재료에 인간의 영혼이 함유 되어 있습니다. 기묘한 분위기의 모 노클입니다. 단, 사용자 본인의 영 혼은 볼 수 없습니다.

설명부터 불길하고 찝찝한 내용이 붙어있었다.

인간의 영혼을 들여다본다니. 공격 력도 뭣도 없지만, 등급이 SSS급이 나 됐다.

나는 조심스럽게 모노클을 오른쪽 눈에 장착했다.

"이제 좀 보이겠지."

이찬송을 바라보자 전에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때?"

어깨를 으쓱하는 그에게, 나는 어 떤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선명하게 보였다. 그의 심장 언저 리에서 꿈틀거리는 푸른색의 연기 같은 게.

'단순히 영혼만 있는 게 아니야.'

그 푸른 연기와 가느다랗게 이어

진 푸른 실이 보였다. 아주 얄팍해 보이지만, 분명히 연결되어 있었다.

'모래시계.'

그래. 모래시계였다.

'이찬송이 제 영혼과 연결한 아이 템이, 저 모래시계였어.'

그리고 난 이전에도 모래시계를 본 적이 있었다.

-가능성은 적지만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힌트야. 내 목숨 하나 희 생해서 시험해볼 수 있으면 수지맞 는 장사지. 안 그래?

회귀 전의 내가 삐뚜름하게 웃으 며 내뱉던 말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오로굴드의 탑 게이트 직후 정신 을 잃었을 때. 그때 깨어나기 직전 에 봤던 것도 분명…… 모래시계였 어.'

찬란하게 빛나던 그 모래시계와는 조금 다른 모양이지만, 이 타이밍에 이찬송이 다시금 모래시계를 언급 하는 건 무척 기묘한 일이었다.

"전에 본 적 있지? 예언의 돌. 그 석판 말이야."

나는 잠시 기억을 떠올렸다.

-세상이 타락하고 오염하여 그 끝 이 보일 때, 시간의 수레바퀴를 거 꾸로 행하라!

연설자는 분명 그렇게 외쳤었다. 시간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행하라. 그 말에 어찌나 간담이 서늘했던지.

"시간의 수레바퀴……라는 게 분 명 뭘 가리키고 있긴 한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찾다 가 포기했어."

대신, 이찬송이 짧게 침묵하다 말 을 이었다.

"대신. 가짜를 만들기로 했지."

이찬송이 양팔을 쫙 펼쳤다. 그의 영혼을 대가로, 효과를 극대화시킨 아이템을 이용해…… 인위적인 '시 간의 수레바퀴'를 만들겠단 소리였 다.

'끔찍한 일이군.'

적어도 내겐 그렇게 느껴졌다. 기 계장치 위의 신. 만들어진 존재가 되겠단 말이었다.

'단순히 우연인가? 하필이면 이찬

송이 택한 아이템이 모래시계인 건……

나의 것이되, 내가 잊었던 기억들. 그리고 그곳에서 봤던 모래시계. 예 언의 돌이라는 석판과 그 석판을 읽고 택한 아이템이 하필 모래시계 인 것까지.

그 모든 게, 단순히 우연일까?

"보여? 내 영혼이, 이 아이템에 잡 아먹히고 있는 게."

이찬송의 말대로였다.

그의 심장께에 있는 모래시계는 모래 대신 푸른 안개를 담고 있었 다. 아무래도 저건 이찬송의 영혼인것 같았다.

"이래서 마무리가 중요한 건데. 이 대로면 나도 얼마 살지 못하고 죽 을 테니까. 기껏 목숨 걸고 신이 되기로 했는데 그렇게 되면 억울하 잖아."

"그래서. 그 애들의 목숨으로 무슨 짓을 하려고?"

이찬송의 앞에는 아직 쌍둥이들이 침상에 누워 있었다. 이 소란에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찬송은 그 둘을 살짝 내려다봤 다.

그도 실내체육관에서 생활하면서

이 쌍둥이들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런 짓을 생 각할 수 있는지.

"……나중에 그 모노클을 들고 밖 으로 나가봐."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영혼의 격……. 처음에는 안 믿었 는데, 그게 정말 있더라고."

"그래서?"

"단순히 죽을 위기를 여러 번 넘 겼다고 격이 생기는 게 아니야. 그 렇다면 은퇴한 1세대 헌터들을 납 치했겠지. 영혼의 격에는 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모노클을 낀 채로 쌍둥이들을 보 자, 둘의 영혼도 눈에 들어왔다. 견 고한 유리구슬 안에 푸른 안개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구슬의 크기가 달라. 저게 그 격 이라는 건가.'

둘은 분명 쌍둥이로 자라 같은 위 협을 느꼈겠지만, 안유라의 영혼이 안유수의 것보다 조금 더 컸다.

"영혼은 소모품에 가깝지. 일종의 건전지 같은 거야. 격이 높은 영혼 은, 좀 더 효율이 좋은 배터리인 거고."

이찬송 자신의 영혼이 죄다 먹히

기 전에 타인의 영혼을 제공한다는 의미일 거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영혼이 필요한 거겠지.

"자기 자신의 영혼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쉽네. 당신은 영원히 이걸 못 보겠어."

이찬송이 똑바로 날 응시했다.

"대체 무슨 짓을 해온 거야? 이건 좀 심하잖아."

"무슨 소리야."

"당신 영혼 말이야."

그가 날 꿰뚫어보는 듯했다. 아마 크게 다를 바 없을 거다. 내 영혼을 들여다보고 있을 테니.

"이렇게…… 이렇게 거대한 영혼 은 본 적이 없어."

그는 조금 멍한 어투로 중얼거렸 다.

"당신을 재료로 삼았으면 좀 달랐 을 수도 있겠어. 배터리 없이 몇 년이고 버틸 수 있었을 테니까."

사람의 목숨을 배터리처럼 취급하 는 어투에 소름이 돋았다.

"뭐.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 지."

이찬송이 혀를 가볍게 찼다.

"그럼 나도 미처 못 한 마무리를 지어야지!"

그가 쌍둥이들을 향해 손을 뻗었 을 때. 나는 기다리고 있던 이에게 소리쳤다.

"파이로!"

외침과 동시에 불길이 화르륵 치 솟았다.

-삐 이이 이!

내 마력을 먹고 조금 회복한 파이 로가 참새보다 조금 더 커진 모습 으로 나타났다.

O O 으I

불길이 이찬송과 쌍둥이들 사이를 갈라놓은 틈을 타 재빨리 움직였다.

탕, 탕!

노이트로 두어 발 이찬송을 맞혔 다. 하지만 예상한 대로 금방 회복 되면서 총알이 툭툭 튀어나와 바닥 을 굴렀다.

'하지만, 목표는 그게 아니지.'

이찬송이 총알을 막기 위해 잠시 나마 두 팔을 들어 방어 자세를 취 하는 사이. 나는 이미 쌍둥이들이 누운 침상을 뒤로 끌고 있었다.

"네 헛소리를 듣느라 힘들었어."

이찬송이 여유롭게 흘리던 웃음을 지우고 날 매섭게 노려봤다.

"네가 술술 불어준 덕분에 시간도 끌고, 대처법도 생각났거든."

나는 그를 도발했다. 사람의 영혼 을 배터리처럼 쓴다고?

그럼, 만약 그 영혼이 바닥나면?

"네 영혼이 다 집어삼켜질 때까지. 누가 먼저 쓰러질지 해보자고."

말은 당당하게 했으나 여전히 상 황은 내게 불리했다.

나는 파이로에게 슬쩍 눈짓했다. 그러자 파이로는 훌쩍 날아 쌍둥이들이 누운 침상에 자리 잡았다.

'파이로에게 기본적인 방범을 맡길 순 있지만, 일단 이쪽은 쌍둥이들을 지키면서 싸워야 하는 형편이야. 아 직도 내게 불리한 싸움이다.'

최대한 내 쪽으로 시선을 끌어야 했다. 안 그래도 그가 말하지 않았 던가. 내 영혼이 아주 탐난다고.

"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이찬송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 리며 웃었다.

"그래야 한서하지."

그 순간, 모노클을 낀 눈에 특이한

광경이 보였다.

'모래시계가…… 회전했어?'

그의 심장 언저리에 놓여있던 모 래시계가 휙 돌아갔다. 이찬송의 영 혼을 재료로 하는 푸른 안개가 아 래로 가라앉는다.

푸른 안개가 전부 아래로 내려앉 은 그 순간.

후우욱!

바람이 귓가를 스친 것 같은 착각 이 들었다.

그래. 착각이었다. 실제로는 바람 한 조각 불지 않았으니까.

그건 아주 기묘한 감각이었다.

순간적으로 모든 것이 슬로모션처 럼 느릿하게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마치……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우리는 모두 멈춰있는데, 쌍둥이들 이 실린 침상만 도르륵 굴러 이찬 송의 앞으로 향했다.

탓, 다시금 몸에 중력이 가해진다. 동시에, 바닥을 박찼다.

"어딜."

푸욱!

스틸레토가 이찬송의 팔뚝을 뚫고 멈췄다.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지만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철컥.

탕, 탕!

반대편 손으로 쥔 노이트가 불을 뿜었다. 이찬송은 피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소용없어."

뭉개진 신체는 모두 빠르게 회복 되고 있었다.

'완전히 칼로 물 베기야!'

그렇다고 물러설 순 없었다. 쌍둥 이들의 영혼을 빼앗길지도 모른다.

철컥.

이찬송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

우우우우웅.

에너지가 응집되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타앙!

'관통하는 철화!'

총알이 머리를 관통한다.

아무리 이찬송이라 해도, 뇌가 정 지하면 회복할 때까지 움직이지 못 할 테지.

관통하는 철화가 만들어낸 구멍이 다 채워지기 전까진!

드르르륵!

"이건 좀 성가시네."

쌍둥이들을 겨우 빼내자, 언제 그 랬냐는 듯이 멀쩡한 얼굴의 이찬송 이 서 있었다.

'괴물이다.'

이길 수 있을까?

어떤 공격을 가해도 회복해내는 괴물을, 어떻게 상대해야 한단 말인 가.

'시간만 끌면 되겠다 생각했는 데……

이런 괴물을 대상으론, 시간 끌기

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대체…… 대체 뭘 어떻게 해 야……!'

노이트를 꽉 쥐고 그를 응시하자, 이찬송은 슬며시 비소를 흘렸다.

후우욱!

다시 한번 시공간이 무너지는 소 리가 들리고.

"어……?"

정신을 차렸을 땐, 허벅지에 동그 란 구멍이 뚫린 상태였다.

'이건…… 칼날들쥐에게 당했던 상 처……?'

연화도 게이트 안에서 생겼던 상 처가, 다시금 생겨나고 있었다.

"으윽……

울컥. 허벅지에서 핏물이 새어나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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