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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102화 (102/361)

102화

훅!

김기택이 손짓하자 강력한 힘이 나를 끌어당겼다.

'미리 능력을 복사해뒀구나!'

인력과 관련된 능력인 것 같았다. 잡을 곳이 없어서 버티는 데 한계 가 있었다. 균형을 잡고 바닥에 몸을 낮췄는데도 서서히 끌려가고 있 었으니까.

' 그렇다면.'

팟! 허공에 도약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몸이 김기택 쪽으로 끌려갔다.

휘익!

날 향해 칼을 휘두른다.

그러나, 그 전에 그의 어깨를 딛고 공중에서 한 바퀴 빙글 돌았다.

칼날이 빈 공간을 헤집고, 나는 허 공에서 그를 향해 총을 겨눴다. 이 정도 근거리면 총을 쏴도 되겠단 생각에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팟!

"윽!"

나와 김기택 사이를 가로막으며 등장한 사내 때문에 도중에 멈춰야 했다.

김기택의 뒤편에 착지하자, 그가 비열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 사람들이 제 살아있는 방패가 되어줄 겁니다. 절 지키기 위해 몸 을 불사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죠. 충직한 방패 아닙니까?"

욕지거리가 절로 입 안을 맴돌았 다.

멍한 눈빛의 사내가 김기택을 제 몸으로 가리고 있었다.

'이래선 총을 쏘기가……!'

한번 발사된 총알은 멈추지 않으 니까. 노이트를 잘못 쏘면 피해자가 속수무책으로 생겨날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딱!

김기택이 손가락을 튕기자 멍하니 서 있던 헌터들이 획, 동시에 날 향해 고개를 돌린다.

"꽤 귀찮게 굴기도 하죠. 상태가 저러니 유효타를 넣긴 어려워도, 말

그대로 성가실 겁니다."

훅, 후욱!

날 향해 휘두르는 주먹질은 서툴 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성을 잃고 이빨로 깨물 려고 달려드는 이들을 상대하자니 무척 곤혹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하지?'

공간 간섭으로 이동하면 그곳 근 처에 있던 헌터들이 또 내게 달려 든다.

"옥!"

결국 천장 부품에 대롱대롱 매달

려 버틸 수밖에 없었다. 좀비 떼처 럼 내 밑에서 서성이는 이들이 한 가득이 었다.

'이 사람들이 죽지 않을 정도로만, 행동 불능으로 만들고 싶은데.'

일전에 조종당하는 박현종을 보지 않았던가. 관절이 뒤틀려도 어떻게 든 일어서서 걸어가던걸. 이들도 비 슷하게 굴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광범위 공격인 쏟아 지는 불꽃을 사용할 순 없지만, 다 른 방법이 한 가지 있었다.

"당신 뜻대로 되진 않을 거야."

한 손으로 천장 부품을 붙잡고, 다 른 한 손으로 노.이트를 쥐고 김기 택에게 겨눴다.

"글쎄요?"

비아냥거리는 소리와 함께, 김기택 의 앞을 또 다른 헌터가 제 몸으로 가로막는다.

철컥!

우우우웅!

떨리는 총구 앞에 에너지가 모이 기 시작한다.

'관통하는 철화!'

빛무리가 모여들고, 한 손으로 견

디기 어려울 정도의 에너지로 총구 가 덜덜덜 떨려왔다.

"이렇게 나오시는군요. 역시."

김기택이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저 남자와 함께 자신까지 공격하려 는 줄 알고.

'웃기지 마!'

김기택의 수작에 놀아날 생각은 없었다!

"그쪽이 아니거든!"

우우우우웅!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총구를 다른 곳으로 겨눴다.

"한서하 씨, 거긴 아무것도……!"

타앙!

아무도 없는 빈 벽을 향해 총알이 날았다.

아무 것도 없다고? 그럴 리가. 공 간 간섭으로 파악한 바에 의하면, 이 바로 옆방에는…….

우드득!

촤아아아악!

물이!"

꽤나 큰 수조가 있거든.

물탱크였는지, 아니면 거대 인큐베

이터였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 무튼 물과 비슷한 액체가 가득 들 어있는 수조를 맞혀 깨뜨렸다.

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 거대한 힘으로 벽 틈새를 더욱 넓게 벌린 다.

촤아아아악!

흡사 해일이 이는 것 같았다.

"으윽!"

김기택도 서둘러 천장을 향해 손 을 휘둘렀다. 그가 천장 쪽으로 쑤 욱 당겨져 올라간다.

"으……어어……

김기택은 피했을지 몰라도 다른 이들은 그러지 못했다. 허리춤까지 차오른 물속에서 느릿느릿 움직이 고 있었다.

"아쉽게 됐군요. 물이 좀 부족했습 니다."

물이 목 끝까지 찼다면 모를까. 허 리까지 차오른 물은 움직임에 큰 방해가 되지 못했다.

"아뇨. 딱 제가 원했던 높이예요."

" 네?"

평소의 내게 이런 재주는 없지만.

파지직!

푸른 전격이 물속을 휘저었다. 찌 릿한 감전이 일어나고, 천천히 움직 이던 이들의 움직임이 멈춘다.

잘게 떨며 근육의 경련이 일어나 는 수준이다.

"전기……? 그 팔찌, 아이템이군 요."

김기택이 그제야 내 팔목에 걸린 화려한 문양의 팔찌를 발견한 모양 이었다.

〈뇌신의 팔찌〉, 가짜 이운우에게 서 강탈한 아이템이었다.

부가 스킬로 '전격'이 달려있고, 전기로 700-800 가량의 대미지를 입힌다. 사람을 단번에 죽일 정도는 아니지만, 전투 불능으로 만들 순 있었다.

"자. 이제 당신과 나뿐이네요."

완전히 데스매치였다. 바닥으로 떨 어지면 그대로 리타이어다. 전기가 흐르는 물속에 빠지면 우리도 무사 하지 못하리라.

천장의 부품을 움켜쥔 손에 땀이 배었다. 미끄러지면 그대로 끝장일 수 있었다.

반면에 김기택은 인력을 이용해

아예 거꾸로 서 있었다. 중력이 위 아래로 뒤바뀐 것처럼. 덕분에 천장 에 붙어있으면서도 두 팔이 자유로 웠다.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타다닥!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싸움이 재 개됐다. 김기택은 날 향해 달려오면 서 검을 휘둘렀고, 나는 다시 노이 트를 쥐었다.

탕, 탕!

김기택은 총구의 방향을 보고 능 숙하게 내 공격을 피해냈다.

후욱!

근접하게 다가와 김기택이 검을 휘두른다. 그는 거꾸로 서 있었기 때문에 내 다리 쪽을 향한 검격이 었다.

'흐읍!'

유연하게 다리를 뒤쪽으로 크게 들어 올리고, 그 반동으로 다시 쏜 살같이 앞쪽으로 향했다.

칼을 휘두르느라 텅 빈 김기택의 하반신을 노린다.

다리를 그의 허리를 틀어쥐고 강 하게 아래로 잡아당겼다.

"으윽!"

김기택은 순간적인 압박에 신음을 냈지만 금방 내 다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탓!

빠르게 풀어내고 검을 피했다. 김 기택의 검은 이번에도 허공만 갈랐 다.

한 수, 한 수. 우리는 상대가 싸우 는 방식을 지켜본 적이 많았기 때 문에 제대로 들어맞는 공격이 없었 다.

'서로가 예측 가능하다.'

그게 치명적이었다.

딱!

김기택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와 동시에, 바닥을 향해 강하게 끌어당겨졌다.

'인력!'

저 바닥은 전기가 흐르는 물웅덩 이다. 빠져선, 안 돼!

딱!

다시 한번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우드득!

내가 붙잡고 있는 부품이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지고 있었다.

' 그렇다면.'

공간 간섭. 빠르게 스킬을 발동하 자, 눈을 떴을 때 나는 김기택의 등 뒤에 서 있었다.

이번에는 나도, 거꾸로!

탁!

빠르게 천장의 부품을 발에 끼워 매달리고.

철컥.

노이트를 김기택의 뒤통수에 겨누 려는 순간.

텁. 김기택이 내 손목을 붙잡고 자 신 쪽으로 당겼다.

발로 천장 부품을 끼고 있는 게 고작이었던 내 몸은 고정되지 못한 채 그대로 끌려갔고, 뒤통수가 아니 라 김기택의 어깨 너머 앞쪽으로 총구가 쏠렸다.

"잡았네요."

게다가, 김기택의 손이 내 손목을 잡고 있었다.

' 베껴진다!'

곧장 공간 간섭을 발휘해 빠져나 가려 했으나.

'생명체와 접촉 중에 이동하면

함께 이동된다. 빠져나가려는 시도 가 무산될 뿐만 아니라, 김기택이 공간의 틈새에 껴 그대로 산산조각 날 수도 있었다.

'김기택의 죽음도 죽음이지만 그보 다 더 치명적인 건……

잠깐 망설이는 사이, 김기택이 먼 저 손을 뗐다.

'인력이 사라졌어.'

탁! 김기택이 눈앞에서 사라졌다가 저 멀리서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그가 천장 부품을 부여잡고 있었다.

'내 능력을 가져갔다.'

하지만, 왜?

'이런 환경에서 내 능력보단 김기 택이 갖고 있던 능력이 더 효율적 일 텐데?'

의문을 느끼면서도 피가 얼굴로 몰리는 탓에 다시 몸을 원래대로 돌렸다.

'혹시…… 시간제한이 있는 건가?'

그렇다면 이해하기 쉬웠다.

내가 그의 능력에 대해서 아는 건 '10초 이상 접촉하면 능력을 복제한다' 정도지만. 뒤에 숨겨진 내용 이 더 있다면?

'복제한 능력을 사용하는 데 시간 제한이 있어서 내 능력을 베낄 수 밖에 없었다면?'

이 방에 등장한 시점으로부터 15 분이 지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제한 시간은 최소 15분. 김기택의 능력 을 복제한 후 나를 기다리고 있었 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좀 더 길 것이다.

"아하

김기택의 눈동자에 푸른빛이 깃든 다. 남이 내 능력을 사용하는 걸보고 있다니. 기묘한 감각이었다.

"언제나 느끼지만, 당신이 보는 이 세상은 참 비현실적입니다."

다른 이들은 영원히 이해하지 못 하리라 생각했던 내 영역이 침범당 했다.

머릿속에 욱여 들어오는 과잉 정 보에 김기택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 면서도 환희에 차 있었다.

"하하……. 다른 사람들은 당신이 왜 모든 걸 관조하는 신처럼 구는 지 이해할 수 없을 텐데. 이걸 그 들이 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입 니다."

"말이 많군요."

나는 그가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하는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김기택 은 그런 날 바라보더니 툭 내뱉었 다.

"쌍둥이들이 어디로 끌려갔는지 알고 싶다면 따라오는 게 좋을 겁 니다."

팟!

김기택이 그대로 사라졌다.

공간 간섭을 펼치자 아까까지만 해도 없던 존재가 허공에 갑자기 생겨나는 게 보였다.

김기택이 공간 간섭으로 이동한 것이다.

'주변에 또 실험체들이 있어.'

제길. 이래서 복제해 간 건가?

'기껏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었는 데 장소가 바뀌면 리셋이잖아.'

따라가면, 아까처럼 곤혹스러운 상 황이 펼쳐질 게 뻔하다.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 지.'

쌍둥이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고 싶다면 쫓아오라니. 안 따라갈 수 없는 미끼였다.

결국 나는 눈을 감았다 떴다.

눈앞에는 다시 김기택이 보였다.

'주변에 실험체는 별로 없다.'

딱 5명. 대부분을 아까 있던 장소 에 모아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상대할 만해.'

아까보다 공간이 넓어 이 다섯 명 이 날 공격한다 해도 피하기 쉽고, 이 정도면 적당히 손봐서 전투 불 능으로 만들 수도 있을 법한 숫자 였다.

그리고 그 순간, 김기택이 시야에 서 사라졌다.

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 었기 때문에 뒷목이 서늘해졌다.

타악! 반사적으로 발을 굴렀다.

콰직!

내가 서 있던 자리에 검이 꽂힌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 생각에 등줄 기를 따라 식은땀이 흘렀다.

검을 뽑아내자, 바닥이 부서지면서 석판 가루가 후드득 떨어졌다.

검을 쥔 손을 따라 시선을 올려보 니 김기택이 있었다.

내 능력을 사용하는.

'날 상대하던 적들이 느끼던 감각

을 이제야 알겠어.'

신출귀몰하다. 언제, 어디서 나타 날지 모르니 사방을 경계해야 했다.

인기척을 느낀 다음은 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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