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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94화 (94/361)

94화

내 말에 테오도르가 침음성을 냈 다. 이 논리에 반박하긴 어려울 거 다.

그 방법이 어쨌든, 나는 아타노르 를 일깨워냈으니까!

-크으……. 도로 내가 당했구나.

테오도르는 심술을 부려 날 도발

한 걸 후회하는 듯했다. 그래야지.

[알림: 3단계에 걸친 '황금의 시 험'이 모두 끝났습니다.]

[알림: '황금의 서'가 자신의 주인 을 선택합니다.]

그래. 그럼 이제 차준이 황금의 서 를 받겠지.

내가 아타노르를 깨우긴 했어도,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니었으니까.

이 시험도 채점 기준이 있을 테니 적합한 방법으로 깨워낸 차준이 분명 주인으로 선택받을 거다.

허공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 오며 '황금의 서'가 등장했다.

-삐이이…….

잔뜩 화가 났던 아타노르도 황금 의 서가 등장하자 퍼덕이던 것을 멈췄다.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제 화덕 위에 앉더니 다시 화가 나는 지 삐이, 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화려한 빛깔이 황금의 서를 감싸 고 있었다.

'쌍둥이들이 왜 멍하니 저걸 만졌 는지 알 것 같네.'

사람을 흘릴 것처럼, 마치 이 세상 의 것이 아닌 듯 비현실적인 분위 기가 흘렀다.

황금의 서는 허공에 파라락, 책장 을 넘기더니 이내…….

내 쪽으로 향했다.

응?

두 눈을 감았다 떠봐도 똑같았다. 서서히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 다!

'아니, 잠깐만. 이펙트 뿌리지 말아 봐!'

천장에서 한 줄기 빛이 내려오며

날 비춘다. 영락없이 날 주인으로 선택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잠깐!"

이대로 연금술사가 될 순 없다!

'난 현장직이 체질이라고!'

선두에 서서 적장을 베어 넘기는 미래면 몰라도, 공방에 틀어박혀 연 금술 공장을 돌리는 모습은 생각해 본 적 없었다!

-황금의 서야! 이게 무슨 짓이냐! 내가 알려준 3단계 시험 통과자는 다른 사람이잖나!

테오도르도 전혀 의도한 바가 아

니었는지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냈 다.

그러나 황금의 서는 들은 체도 하 지 않았다.

내 앞에 두둥실 떠오르더니, 책갈 피로 제 속지 한 곳을 가리킨다.

「연금술은 소우주, 즉 인간이 행 하는 것이니. 연금술사가 될 자질을 따질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 들이 있다. 인간은 무릇 영, 혼, 육 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중 '혼'은 불변한 것이니 고귀하고 단단해야 한다.J황금의 서가 다시금 그것을 입에

올렸다.

'혼의 격.'

성녀의 쇳소리 섞인 음성이 들리 는 듯했다.

-안 돼, 안 돼!

테오도르가 강하게 반대하자 황금 의 서도 맞서 화내는 것처럼 거칠 게 책장을 넘겼다.

-안 돼!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 까지!

팔랑, 팔랑.

둘의 싸움이 끝날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난 한 가지 묘안을 제시 했다.

"추가 시험을 보죠."

내 말에 둘이 싸우던 것을 멈췄다.

"둘의 의견이 다른 것 같으니, 한 번 더 시험을 보자고요. 그래요. 이 렇게 하죠."

나는 불사조 쪽을 힐끗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연금술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아 타노르라 했죠? 그렇다면…… 아타 노르와 얼마나 마음이 잘 맞는지 측정해 보면 되잖아요. 협동 미션을수행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런 시험이라면 분명 내가 지겠 지!

저 불사조는 날 끔찍이도 싫어할 테니까.

잘 자고 있는데 불쑥 총알비를 내 린 인간을 좋아할 턱이 있나.

-좋은 생각이다! 좋아! 이거라면 너도 이견이 없겠지.

테오도르도 그걸 눈치챘는지 좋다 고 맞장구를 쳤다. 황금의 서도 책 갈피로 '응'이라 쓰인 부분을 가리 켰다.

-그렇다면 재시험을 치르도록 하 지!

테오도르가 선언했다.

-마지막 시험이다!

[알림: '황금의 시험'이 시작됩니 다.]

[히든 퀘스트: 황금의 시험 3단계 (재시험)

등급: AA

내용: '황금의 서'가 자신을 오랜 잠에서 깨운 도전자들을 시험합니 다. 총 3단계 중 3단계(재시험)입니다. 아타노르와 협력하여 시험을 통 과하십시오.

성공 시 '황금의 서'가 주인을 선 택합니다.]

다시 한번, 시험이 시작됐다.

차준은 엉거주춤 자신이 깨운 아 타노르 앞에 섰다. 부드럽게 타오르 는 불꽃이 차준 주위를 감싼다.

-삐 이이 이!

반면 내 쪽의 아타노르는 날 쳐다 보지도 않았다.

-시험 내용은 이렇다! 아타노르와

가계약하여, 정해진 약물을 '먼저' 완성해내는 것이다!

과연. 이번엔 조건을 섬세하게 걸 었다. 약물을 먼저 만드는 것이라면 차준이 훨씬 유리할 테니.

완성도 있는 약물이 아니라 다행 이다. 나도 약물을 만드는 시늉을 하느라 진을 빼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데…… 가계약이라?

테오도르는 분명 '주인 없는 아타 노르'는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없 다 했지. 그런데..

'가계약을 한다면?'

불사조를 닮은 그것 역시 같은 생 각을 했는지 내 쪽을 바라보고 있 었다.

'……약물을 만드는 게 문제가 아 닌데.'

저 녀석과 싸울 준비를 해야겠다.

-그럼 가계약을 맺도록 하지! 둘 이 서로를 보고 나란히 서 보거라.

나는 긴장감이 서린 채로 가계약 을 준비했다. 내 손목에 상처를 내 핏물을 흘리고 그 위로 아타노르가 제 순수한 불꽃을 심는다.

혈액이 타오르는 신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마냥 넋을 놓고 있을 순 없었다. 저 핏물이 다 타올라 재가 되는 순간, 나는 어떻게 전개가 흘 러갈지 예상이 갔다.

은근슬쩍 손을 뒤로 빼 노이트를 쥐었다.

_삐이이…….

녀석도 날 응시하며 타오르는 깃 털을 고르고 있었다.

[알림: 아타노르(파이로)와의 가계 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일시적으로연금술사와 유사한 권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화아아악!

알림이 울리자마자 내 쪽으로 화 염이 쏟아졌다. 예상했던 바다.

녀석이 공격했을 때, 나는 이미 공 중을 날고 있었다!

내가 있던 자리는 새까맣게 타 잿 더미만 남았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가장 뜨거운 불……이라고 했던 가.'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우와악! 허, 헌터님!"

"넌 얼른 시험이나 쳐!"

이건 어디까지나 '가계약'이니. 시 험이 마무리되면 저절로 계약은 만 료되고, 아타노르는 다시 주인 없는 아타노르가 될 것이다.

'차준이 약물을 완성할 때까지 버 티기만 하면 된다!'

젠장. 테오도르! 그 녀석이 이 사 태를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냥 어떻게든 버텨라 이거지 ...

화르륵!

불사조, 그러니까 알림에 의하면 '파이로'라는 이름의 아타노르는 쉴 틈도 주지 않고 불을 뿜어냈다.

공간 간섭이 아니었으면 진작 불 타 재만 남았을지도 모른다.

탕, 탕탕!

총을 쏴보지만 불꽃 장벽이 녀석 의 주변을 감쌌다. 총알마저 타들어 간다.

'가까이 다가가서 쏴야 하는데

불꽃이 너무 거세서 접근할 수가 없었다. 다가가면 나까지 화상을 입을 거다.

' 일단은.'

총을 두 손으로 뒤고 겨눴다. 허공 에서 쏘면 반동 때문에 다치기 쉽 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관통하는 철화!'

우우우웅-

타앙!

가로막는 것이 있다면, 뚫어내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삐이이이익! 삐이이!

놈이 만든 장벽이 꿰뚫리고, 그 뒤 에 있던 것에 닿았다.

-삐 이이 이 이 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른다.

"으윽……

덕분에 열기가 더욱 강해졌다. 꽤 나 거리가 있는데도 피부가 화끈거 릴 지경이었다.

"차준! 그쪽은 문제없어?"

"으으……. 뜨겁긴 하지만…… 견 딜 만해요!"

차준은 자신을 감싼 아타노르의 품 안에서 안전하게 작업 중이었다.

좋아. 걱정할 필욘 없겠군.

-삐 이이 이!

녀석이 날개를 거세게 퍼덕이자, 깃털이 날리는 것처럼 불티가 거세 게 튀었다.

말 그대로. 쏟아지는 불꽃이었다.

쿠당탕!

급하게 책상 뒤에 숨었다. 아까까 지 말린 약초들이 널려 있던 곳이 었지만, 이젠 방패에 불과하다.

탕, 탕!

책상 뒤에 숨어 간간이 총을 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의 전부였 다.

'어떡하면 좋지?'

맨몸으로 다가가면 화상을 입을 게 뻔한데, 원거리에선 제대로 된 공격이 들어가질 않는다.

'이대로 5분 더 기다려서 한 번 더 특수 탄환을 써?'

그러나 2단계 시험에서 샹들리에 를 떨어뜨리면서 한 번, 저 녀석을 깨우면서 한 번, 그리고 아까 관통 하는 철화까지.

'하루 6번 중 벌써 3번이나 사용 했어.'

남은 기회는 3번뿐이다.

화르르륵!

나는 바닥을 구르며 불꽃을 피했 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른다. 가만히 있었으면 책상과 함께 나까지 불탔 을 거다.

잿더미가 된 책상의 꼴이 처참하 기 그지없었다.

-삐이이!

그만 도망치고 덤벼보라는 듯, 녀 석이 자신만만하게 울었다.

'아늑한 바람으로 대미지를 무효화 시킨 다음에 근접으로 총을 쏘면?'

하지만 일반 탄환으로는 대미지가 간에 기별도 안 가는 것 같았다. 가까이서 쏜다고 달라질 것 같진 않다.

'찬동하는 목책은 응답이 없고.'

아직 내가 그 정도로 간절하진 않 은 모양이지.

탓, 발돋움을 했다.

'우선은 시간 끌기부터!'

칭호 역천의 별, 그 아래서 하늘의 가호를 받는 나를 따라잡을 수 있 는 존재는 많지 않다.

-삐 이이 이!

날 노리면서 여러 번 불꽃을 뿜어 내지만 내 속도를 따라잡을 순 없 었는지 번번이 놓쳤다. 화가 난 녀 석은 다시 몸집을 부풀렸다.

'범위 공격!'

아까 봤던 공격 패턴이다. 화염 깃 털을 사방에 뿌리는 무작위 공격 말이다.

'이번엔 숨을 곳도 없어!'

여러 번의 화염 공격으로 일반 책 장과 책상들을 죄다 엉망이 된 지 오래였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그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놈이 불꽃 깃털을 뿌리기 직전, 나 는 마지막 발돋움을 했다.

후욱! 다음 순간, 타오르는 불꽃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뜨거워!'

하지만 물러날 순 없다.

녀석도 내 존재를 눈치챘는지 삐 이이이, 하고 거세게 울었다.

마지막 한 방이다.

'관통하는 철화!'

우우우우웅!

에너지가 응축되는 소리가 들렸다. 화염에 휩싸인 팔이 고통을 호소한 다. 손끝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으으으으윽!"

나조차도 참아내기 어려운 고통이 었다.

"헌터님!"

- 지구인아!

날 향하는 외침이 들렸으나, 대꾸 할 정신은 없었다.

'조금만 더!'

우우우우우웅!

조금만 더 응축하면, 정말로 이 싸 움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사이에 녀석이 불꽃을 내뿜었다. 정면을 향해 날아오는 불덩이가 보 였다.

' 아.'

일순 정신이 멍했다.

'포기하고 움직여야 하나?'

그렇지만 심한 화상을 입은 팔을 하고서 다시 이 공격을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피하고 시간을 끌까?'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당

장 이 상황도 시간을 끌 여건이 되 지 않아 생긴 일 아닌가.

더 이상 시간을 끈다는 선택지는 없다.

'이번에 결판을 내야 해!'

이미 내 팔은 물러설 곳이 없었다.

눈앞까지 치솟은 불꽃을 막아내는 대신,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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