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75화 (75/361)

75화

- 키에에엑!

몬스터의 눈알에 화살을 쑤셔 박 았다. 아직 노이트를 제대로 꺼내기 엔, 들어야 할 것들이 좀 있었다.

"생각보다 끈질기네. 넌 레인저보 다는 탱커를 해야 했어. 힘만 무식 하게 강해선!"

"여기서 실종된 초보 헌터들! 다 당신들 짓이었어?"

"이제 알면 뭐 하나? 얼른 죽기나 하셔. 우린 아이템 줍고, 선금도 꿀 꺽하고. 다시 나가서 또 초보 헌터 물고 두세 탕 뛰면 게이트보다 더 돈이 되는데!"

아주 제 악행을 술술 불고 있었다.

'백목련이 말한 건 허탕이었나.'

새하나교와 연관된 게 아니라 이 질 나쁜 범죄자들 짓이었던 모양이 다.

탕!

노이트가 드디어 불을 뿜었다.

"그렇단 말이지."

"마지막 발버둥을 치는 모양인데, 그 정도로……

탕, 탕!

연달아 총알을 쏘자 얼음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개중 날카로운 조 각이 내 뺨을 향해 튀었지만 가볍 게 피해냈다.

"무슨 총이 저렇게 위력이……

역할놀이는 끝났다.

"그 총…… 설마."

"설마…… 역천의 한서하……?"

몬스터들이 녹아내리면서 생긴 물 웅덩이를 뒤로하고 놈들을 바라봤 다.

대답은 필요 없었다. 화려한 외형 의 노이트는 내 상징과도 같았으니.

"……민서준!"

"네."

도망칠지 말지 눈빛을 교환하던 놈들은 이내 싸울 준비를 갖추고 내게 대적했다.

견고한 방패, 그 뒤의 창지기. 거 기다 와이어를 다루는 어쌔신에 전기 마법을 쓸 수 있는 아이템을 가 진 가짜 마법사까지.

'잘 갖춰진 파티 대 개인이라

누가 봐도 내가 불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자 신이 있었다.

'내 전문은, 일 대 다수 대인전이 거든.'

스르륵!

와이어가 날아오는 소리였다. 이들 의 전투 패턴은 파악했다. 민서준이 마크하고, 최평화가 와이어로 감싸면 국태민이나 자칭 이운우가 마무 리한다.

안타깝게도.

"어, 어디 갔어!"

내가 놈들보다 빠르다.

"뒤!"

자칭 이운우가 먼저 눈치챘지만, 이미 늦었다.

툭. 국태민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 다.

"허억!"

갑작스러운 무게 변화에 국태민이 휘청일 때 다시금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다시, 다시 진형을 갖춰!"

내가 놈들의 한가운데를 파고들면 서 진형이 완전히 무너졌다.

본래 나를 마크해야 하는 민서준 이 홀로 동떨어져 아무것도 못 하 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늦었어.'

나를 중심으로 파티가 반으로 갈 라졌다.

밸런스 있는 파티 조합이 이렇게 갈라지면 치명적이다. 물몸인 딜러 는 노출되고 탱커는 놀게 되니까.

'죽일까?'

최평화의 뒤편에 착지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총구를 겨눴다.

'이놈들이 죽인 사람 수가 한참 더 많아.'

그러니 죽어 마땅한 놈들이다.

죽어나간 초보 헌터들도 버스를 탄 점에서 도덕적 책망을 피할 수 없겠으나, 그 점을 이용해 제 욕심 을 채운 이 녀석들의 책임이 훨씬 막중하다.

'아니. 이대로 쉽게 가면 아쉽지.'

옥살이도 하고 게이트 출입 자격 도 몰수당한 다음, 헌터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삶을 살아봐야 뼈저 리게 후회하지 않겠는가.

겨눴던 총구를 거두고 최평화의 허리춤에서 와이어를 뺏어 들었다.

"헉!"

놈이 허전함을 느끼고 날 잡으려 했지만 이미 난 그곳에 없었다.

"잠깐만 시간을 벌어봐! 내가 해치 울 수 있으니까……!"

"쥐새끼같이 움직이네!"

"와이어를 뺏겼어! 난 이제 싸울

수가……으악!"

태연하게 작당 모의하는 걸 들어 줄 필욘 없겠지.

최평화에게서 빼앗은 와이어로 놈 을 휘감았다.

옆에 있던 국태민이 그 틈을 타 내게 창을 꽂으려 휘두르지만, 적당 한 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창지기는 굉장히 약화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창지기를 상대하는 법이라면 지긋지긋할 정도로 잘 알거든!'

회귀 전에 질릴 정도로 싸웠던 녀

석. 그 귀 뾰족 자식이 토 나올 정 도로 강한 창지기였으니까.

창대에 기울여 총신을 기댔다. 창 대에 살짝 힘을 가하는 것만으로도 창은 쉽게 방향성을 잃는다.

"윽!"

강하게 힘을 싣고 있었다면 더욱 효과적이다.

순식간에 흐트러진 무게 중심에 국태민이 휘청인다. 그 틈을 타서 총구를 겨눈다.

'창대에 한 방.'

탕!

"내 포세이돈의 창이!"

거창한 이름도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반 토막 나서 창이라 하기 도 어렵게 됐지만.

국태민이 나가떨어진 사이 빠르게 와이어로 최평화를 마저 휘감았다.

휘리릭!

물론 난 와이어를 다룰 줄 모르니 까 마구잡이로 휘감았다. 그 덕분에 풀기 더욱 어려운 모양새가 됐다.

퍽!

"으윽!"

최평화를 발로 차자 사지를 제대

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한 명 끝.'

고개를 들자 그사이 다시 진형을 갖췄는지 제일 앞에 민서준이 서 있었다.

나는 그와 눈을 마주했다.

'내게 미안하다고 했지.'

흉악 범죄자 주제에 동정심은 있 는 모양이지. 같잖은 사과로 제 죄 악이 덜어질 거라 생각하다니. 어리 석을 뿐이다.

"그냥 보내줄 생각은 없는 겁니까.

돈도 돌려주고 원하는 보상이 있다 면 하겠습니다."

"뭐? 무슨 소리야! 누구 맘대로?"

민서준은 뒤에서 들리는 항의에 대꾸도 하지 않고 날 바라보고 있 었다.

'그나마 눈치가 빨라.'

내게 상대가 되지 않는단 걸 알아 챈 모양이다.

"당신에게 살려달라고 빌었던 사 람들도 있었겠죠."

180은 되어 보이는 민서준이었기 에 나는 그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내겐 그 검은 눈동자가 또 렷하게 보였다.

"그 말에, 응답해준 적이 있나요?"

"……대답은 잘 알았습니다."

응답한 적 없겠지. 속으로 미안하 다 생각하며 외면했겠지.

그렇다면 당신도 내게 자비를 구 할 수 없다.

쿵!

방패가 바닥에 내리꽂히며 육중한 소리를 냈다. 버텨내겠다는 의지였 다.

내 앞에선 아무 의미가 없지만.

'공간 간섭'

미안하지만,

내겐 정직하게 정면 승부를 할 필 요가 없었다.

부웅-

허공을 날았다. 눈을 떴을 때 내 눈앞엔 민서준이 아니라 자칭 이운 우가 서 있었다.

파지직-

전기가 튀는 소리가 들렸다.

'너도 머리가 없는 건 아니다, 이

거지.'

내가 이쪽으로 달려들 줄 알고 미 리 준비해뒀던 모양이다.

"아무리 너라도 이건 못 피할걸!"

자신만만한 목소리였다.

솔직히 말하면 피할 수 있었다. 다 시 민서준 쪽으로 이동하면 될 일 이었으니까.

그러나 굳이 그러지 않아도 상관 없었다.

'아늑한 바람'

탕!

콰지지지직!

번개가 내게 적중하기 직전에 내 게 총구를 겨누고 아늑한 바람을 발동시켰다.

"자기 머릴……!"

내 행동에 움찔했으나 이내 내가 멀쩡히 움직이는 것에 더욱 크게 놀랐다.

"이익!"

자칭 이운우가 입을 떡 벌리고 있 는 사이에 부러진 창을 쥐고 국태 민이 달려들었다.

철컥.

국태민의 이마에 총구를 겨눴다.

탁, 창을 쥔 손을 발로 걷어차자 허공을 날아 바닥에 떨어졌다.

"더 싸우고 싶은 사람?''

전의를 상실했는지 아무도 대답하 지 않았다. 나는 남은 와이어로 국 태민과 자칭 이운우를 칭칭 동여매 고는 홀로 남은 민서준에게 물었다.

"얌전히 따라오시는 게 좋을 겁니 다."

"……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민서 준은 항복했다. 딜러진이 죄다 자빠 졌으니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처음부터 격차를 느끼는 것 같았 고.

" 아참."

나가기 전에 할 일이 있었다.

나는 자칭 이운우의 손목에서 팔 찌를 빼냈다.

"아, 안 돼!"

미약한 반항이 있었으나 가볍게 무시했다.

[아이템을 확인합니다.]

〈뇌신의 팔찌〉

등급: C

설명: 아름다운 문양의 팔찌입니 다. 전기의 신이 숨결을 불어넣은 팔찌라는 전설이 있습니다.

부가 스킬: 전격(액티브/전기로 700-800 만큼의 대미지를 가합니 다. 마나는 300만큼 소모됩니다).

생각보다 괜찮은 아이템이었다. 마 나 소모량이 생각보다 좀 커서 내 가 사용하긴 좀 비효율적이지만.

마나통이 큰 마법사가 사용해도

좋고, 탱커가 비장의 일격으로 갖고 있어도 좋을 거다.

'쓰임새는 나중에 생각하고.'

나는 멍하니 날 바라보고 있는 민 서준에게 말했다.

"뭐 해요? 갑시다."

결국 나는 와이어에 감긴 최평화 를 질질 끌었고, 나머지 둘은 민서 준이 집어 들고 밖으로 향했다.

"즐거운 던전 탐험…… 웅?"

"아. 경찰 좀 불러주세요."

" 예'?"

"청사의 이운우 사칭범에, 계획적

인 살인이 던전 내에서 수차례 반 복된 정황이 포착됐거든요."

우리를 맞이하던 안내소 직원이 당황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지만 진 실이었기 때문에 어깨를 으쓱했다.

"아. 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출동했 다. 이들을 인계한 다음, 추후 진술 을 하러 경찰서에 방문해달란 얘길 들었다.

알겠다고 답한 다음 나는 곧장 백 목련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여전히 피곤에 찌든 목소리였다.

"아, 백목련 씨. 저 한서하입니다. 저번에 말했던 던전 들어갔다 왔는 데…… 우리가 생각했던 거랑은 관 계없는 모양이에요. 상습적인 강도 살인이었거든요."

-그렇군요……. 수고했어요. 다음 에 또 알려야 할 일이 생기면 연락 할게요.

"네. 알겠어요. 많이 바쁘신가 보 네요."

-못 들었어요? 아……. 방금까지 던전에 있었다 했죠.

백목련의 목소리와 함께 던전 입 구 근처 건물에 놓인 커다란 전광 판이 눈에 들어왔다.

심각한 얼굴의 아나운서들이 게이 트 전문가들을 데려다 놓고 뭔갈 열심히 얘기하고 있었다.

-게이트 변형이 일어났어요.

"그건…… 외국에서나 몇 차례 보 고되고 국내에선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케이스잖아요."

-알고 있네요. 맞아요. 근데 이제 우리나라에도 생겼어요.

"설마. 이번에 열린 그…… 게이트

말입니까?"

제발 백목련이 아니라고 말해주길 바랐으나. 그런 소원은 좀처럼 이뤄 지는 일이 없다.

-맞아요. 기존 등급은 B정도였는 데…… 클리어팀 투입 후 게이트가 변형을 일으켰어요. 아직 정확한 등 급은 측정 중이지만. 최소 A등급이 라는 예측이 있어요.

"……그럼 클리어팀은요?"

-글쎄요……. 생사가 불확실한 모 양이에요. 국내 첫 사례라 연구소도 한창 난리고요. 덕분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집에 들어간 지도 일주일이 넘었어요.

백목련의 노고도 노고였으나,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물들이 따로 있었다.

이운우.

그리고 전청운과 김기택.

이번 클리어팀으로 들어간 헌터들 중엔 그들도 있었다.

'생사를 알 수 없다고……?'

-이번 게이트 변형 사례는 국내에 서 최초로 보고되는 사안인데, 현재 투입된 클리어팀 헌터들의 명단을 공개됐습니까?

-전체 명단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주요 클리어 헌터는 공개되었습니 다. 우선 청사의 이운우 헌터, 홍염 의 전청운 헌터가 대표적입니다. 둘 다 최근 활약을 많이 보여준 신인 헌터들이고, 거대 길드에서 에이스 로 꼽혀 차세대를 이끌 헌터들로 기대가 높았는데요. 현재 게이트 내 부와 연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 아 최악의 사태까지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멍하니 전광판을 올려다봤다.

뉴스는 제멋대로 떠들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