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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73화 (73/361)

73화

챕터: 이상한 조짐

"내가…… 있었다고?"

이운우도 모르는 처음 보는 기억. 거기다 내가 나오는 기억이었다고?

그럴 리가. 내가 봤던 기억은 그야 말로,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던 순 간이다.

'평범한 학생에서 헌터로 전향하게 된 계기이자 시작점이었으니.'

내겐 그런 중요한 기억이었는데, 이운우는 기억도 나지 않는 걸 봤 다고?

'잊어버린 건가?'

의심해볼 만한 건 이운우 본인의 머릿속에 기억의 공백이 있는 것이 다.

타의나 자의에 의해서 기억을 잊 었다면 그럴 수 있으니까. 간혹 있 지 않은가. 너무도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 도리어 그것을 잊어버리는 사 람들이.

"내 기억은 멀쩡해."

"장담할 수 있어?"

"나도 처음엔 내 기억에 구멍이 뚫린 줄 알았어. 당연히 의심했고. 그런데 너도 날 처음 보는 것처럼 행동했잖아. 나만 모르는 기억이 아 니라 너도 모르는 기억인 거잖아."

나는 조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왜냐면 이운우의 예상과 다르게, 내게는 꽤 많이 있었다. 이운우는 모르고 나는 아는 기억들이.

'회귀 전 기억……?'

하지만 그럴 확률은 낮았다. 지금

까지 회귀 전을 기억하는 것처럼 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혜원 언니도, 심지어 회귀 전에 나 와 10년도 넘게 같이 역천을 꾸려 나갔던 표연원도.

'그런데 이운우만 기억을 한다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

애당초. 여러 일들이 몰아치면서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시간을 거슬러 이곳에 존재 하는 것이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설을 말이다.

"왜 그래?"

"어? 아니…… 이상한 일인 것 같 아서. 나까지 같이 나왔다고 하니까 좀 신기하네."

"아무튼. 처음엔 그래서…… 네가 날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알아보려고 접근했고, 그 다음엔 네 능력이 탐 이 났어. 그것뿐이야. 아직까지 내 가 겪은 게 무슨 현상인지 알지 못 하니 옆에서 지켜봐야겠다는 생각 정도 하고 있어."

이운우가 답지 않게 솔직하게 말 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는 방식이 다.

'더 중요한 걸 숨기고 있는 건가?'

이운우가 처음에 왜 내게 인위적 으로 접근했는지 이해가 갔다. 그렇 다면 한 가지 더 묻고 싶은 게 있 었다.

"네가 본 기억이 무슨 내용이었는 데?"

내 질문에 이운우는 잠시 침묵했 다. 이윽고 생긋 웃었다.

아주 불길한 미소였다. 저 녀석이 저렇게 웃을 때마다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곤 했는데.

"별거 아니었어. 같이 게이트를 클

리어하는 기억이었거든."

거짓말이다. 이건 분명 거짓말이 다.

녀석도 내가 자신의 거짓말을 눈 치챘다는 걸 알면서도 부러 이러는 것이다. 묻지 말라는 우회적인 표현 이었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 겠지."

"그래서. 이번 게이트에 함께 가는 건 어떻게 생각해?"

"미안하지만 거절이야. 저번에 청 사 틈에 껴서 게이트 들어갔다가 숨 막혀 죽을 뻔했거든. 거긴 손님

을 너무 극진히 대접해서 문제야."

"쌍둥이들이 보고 싶다고 징징거 리던데."

"……그래도 안 돼. 일단은, 내 주 변 사람들부터 챙기려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표연원도 문 제지만, 혜원 언니도 동생 걱정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런 혜원 언니 때문에 조연호도 상당히 피폐 해졌고.

나라도 두 발로 굳건히 서서 곁을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네 의견이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네. 언제든지 생각이 바뀌면 연락

해."

"무사히 다녀와. 연락 기다리진 말 고."

깔끔하게 끊어내며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홀로 남자 생각할 거리들이 많았 다.

그동안 여러 사건들에 치여 잠시 잊고 있던 것들 말이다.

'나는 왜 회귀했고, 그 과정에 대 체 무엇이 개입했는가?'

확실히 이건 이상하다. 시간을 거 슬러 과거로 되돌아온 경우는 단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지금까지 아무도 회귀 전을 기억 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왜 이운우만 그 기억을 떠올린 거지?'

혼자 골몰히 생각해도 답이 나오 지 않았다. 내가 갖고 있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띠링-

그때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액정 을 들여다보니 오랜만에 보는 이름 이 적혀 있었다.

'백목련.'

「실종 사건에 대해서 할 말이 있

어요. 다음 주 수요일 오전 10시, 늘 만나던 곳에서.J짧고 간결한 메시지였다.

그래. 아직 이 문제도 해결되지 않 았다.

* * *

"오랜만에 보네요."

"그러게요. 잠깐 빠져나온 거라 오 래 시간을 내긴 어려워요. 본론부터 말하죠."

그런 것 같았다. 백목련은 잠을 제

대로 청하지 못했는지 눈 밑이 퀭 했다.

평소의 세련된 차림이 아니라 편 한 복장에 가운만 대충 벗어 팔에 얹은 모습이었다.

"실종 사건을 그 뒤에도 나 혼자 추적했어요. 국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이걸 봐 요."

백목련이 서류를 하나 꺼내 건넸 다.

빠르게 훑어보니…… 생각보다 충 격적이 었다.

"새하나교요?"

"네. 실종된 헌터 중 하나를 추적 했을 때, 그쪽과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가 나왔어요."

정신이 멍했다.

새하나교라고?

-곧 지구가 멸망할 거야!

-이세계의 침공이 시작될 겁니다! 지구가 곧 멸망합니다!

불현듯 이전에 보고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지구가 망할 거라고 확신 에 차 외치던 목소리와, 톨룩을 암 시하는 것 같았던 팸플릿의 문구가 말이다.

"사이비 종교에 불과한데…… 그 런 힘이 있다고요? 정치계와 연관 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야 당연히 그 정치인들이 갑자 기 사이비 종교에 빠진 건 아닐 테 고, 자금줄이라 그런 거겠죠. 사이 비 종교는 돈이 되잖아요."

백목련이 시니컬하게 답했다.

"하지만…… 대체 무엇 때문에 요?"

그래. 그걸 모르겠다.

새하나교가 어떤 경로인지 몰라도 톨룩의 존재를 눈치채고 그걸 교리로 이용해 먹는다고 치자.

그들이 헌터를 빼돌려 어디다 쓴 단 말인가.

'사병이라도 육성해서 전쟁을 대비 하려고?'

어리석은 일이다. 정신조작계 스킬 을 가진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그 많은 헌터를 다 조종할 순 없을 텐 데.

"좀 더 조사해보고 싶은 게 있는 데, 그래서 당신이 '얼음고성' 던전 에 가줬으면 해요."

"가서 뭘 하면 되죠?"

"그 던전에서 최근 실종 헌터가 급격히 늘었어요. 초보 헌터들이요. 지금까지 납치 사건은 중견 헌터들 을 대상으로 하긴 했는데, 혹시 타 깃을 바꾼 걸 수도 있으니까요. 당 신이 가서 헌터들이 왜 사라지는 건지 조사해줬으면 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백목련이 내게 중요한 정보를 제 공했으니, 나도 그에 상웅하는 일을 해줘야 수지타산이 맞겠지.'

승낙의 기색을 보이자마자 백목련 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바빠서 이만 가봐야겠어요."

정말 그래 보였기 때문에 불만은 없었다.

나도 바로 준비를 해야 했다. 던전 으로 향할 준비를 말이다.

* * *

푸른 갈대 던전 외의 다른 던전을 찾는 건 오랜만이었다.

푸른 갈대 던전과 달리 얼음고성 던전은 초보 헌터들에게 활성화된 던전이었기 때문에 입구에 사람들 이 북적거렸다.

"던전에 들어가려고 하는데요."

"얼음고성 던전의 권장 인원은 4 인인데 혼자 입장하시겠습니까? 던 전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사고의 책임은 모두 본인에게 있기 때문에 어떤 보상도 약속드리지 못 합니다."

"알고 있어요. 상관없……

"잠깐, 잠깐!"

던전에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끼어 들었다. 뭐지?

고개를 돌려보니 처음 보는 헌터 가 서 있었다. 장비는 나쁘지 않고,잘 갖춘 편이었다.

"보아하니 혼자 들어가려는 것 같 은데, 위험하지 않겠어요? 동료가 없으면 우리랑 같이 들어갈래요?"

그가 슬쩍 뒤편으로 고개를 까딱 했다. 뒤를 보니 그럴듯한 구성을 갖춘 파티가 있었다. 탱커 하나, 레 인저인지 어쌔신인지 하나에..... 눈앞의 사내는 창지기다.

'탱커, 근딜, 원딜. 나쁘지 않은 밸 런스야.'

힐러는 애초에 만나기도 어려운 직종이니 제외한다면 저들이 갖춘 무기와 파티 구성은 이 던전엔 조금 과한 감이 있다.

'그런데 딱 봐도 원거리 딜러인 나 를 끼워 넣겠다고?'

이상한데.

"잠깐 저쪽으로 가서 자세한 얘길 나눌까요?"

"……아뇨. 제안은 감사하지만 너 는 혼자로도 괜찮습니다."

"이것 참. 이거 비밀인데…… 살짝 말해줄게요."

그가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우린 청사 쪽 사람들인데, 이운우 님을 모시고 잠깐 나들이를 온 거

예요."

이것 봐라?

"아시죠? 그 낙뢰의 마법사, 이운 우 님."

" 알죠."

저번 주에도 걔랑 같이 차 한잔했 는데.

"그분이 취미로 한 번씩 이렇게 나들이를 오세요. 초보분들을 많이 챙겨주고 싶어 하셔서알죠?"

"아, 예……

"그래서…… 그 뭐냐. 소정의 성의 만 보이시면…… 버스 태워드릴 수

도 있고…… 뭐 그런 거죠〜."

아하. 이게 목적이시구만.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던전 버스라. 아주 고질적인 문제 다.

무소속인 신인 헌터들은 마땅히 들어갈 클리어팀이 없어 던전을 떠 돌게 되는데, 던전 클리어도 일종의 이력이 되기 때문이다.

몇 명이서, 얼마 만에, 어느 던전 의 보스 몬스터를 잡았다. 이 한 줄이 곧 스펙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스펙 조 작도 일어나는 거지.'

개중 하나가 던전 버스다. 나름 실 력이 좀 있는 헌터들이 급 안 되는 신규 헌터 몇 끼워다가 던전을 클 리어하게 도와주는 것 말이다. 스펙 을 돈 주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 다.

'당연히 진짜 이운우가 여기 있을 린 없고. 걘 게이트 클리어하러 들 어갔으니까.'

버스에 사칭까지. 아주 이중으로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었다.

"어때요. 나쁘지 않은 거래죠?"

"그렇네요."

그래. 어차피 안에 들어가기만 하 면 조사는 할 수 있으니, 굳이 혼 자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어디. 사칭범들 실력이나 한번 볼 까.'

어떤 식으로 낙뢰의 이운우를 따 라할 수 있을지 흥미가 생겼다.

"할게요. 금액은 어느 정도 되죠?"

"아이고, 현명하셔라. 자그맣게 이 정도……

사내가 활짝 웃었다. 나도 마주 보 며 웃었다. 어디까지 하나 구경이라 도 해볼까.

* * *

[알림: 게이트에 입장하셨습니다.]

[사용자를 확인합니다.]

[개체 '한서하(각성자)'를 확인했습 니다.]

[시스템에 접속합니다.]

"자, 던전에 오신 걸 환영하고요. 저는 창지기인 국태민!"

"저는 어쌔신인 최평화라고 해요."

"민서준입니다. 탱커입니다."

순서대로 처음에 내게 말을 건 남 자, 그리고 가느다란 눈매의 남자. 마지막으로 큰 키에 커다란 방패를 든 남자가 말했다.

그리고 그들 뒤에 선 남자.

제법 으리으리하게 차려입었다. 푸 른색의 고급스러운 옷감으로 만든 로브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머리는 은색으로 탈색한 모양이다. 어떻게 모양새는 갖췄다.

"마지막으로. 이분이 그 청사의 이 운우 님이십니다!"

같잖은 역할놀이의 서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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