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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66화 (66/361)

66화

남학생은 제 이름을 강우중이라 밝혔다. 한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2 학년생으로, 신입생 환영회 공연을 준비하느라 학교에 매일 출석하고 있었다 한다.

" 밴드부?"

"댄동이에요. 춤 동아리요."

뭐, 그런 게 있나 보다.

"그래서. 다른 동아리원들은?"

" 그게......

혜원 언니가 묻자 대번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멀쩡히 살아있길 바라 긴 어려울 것 같았다.

"게이트에 입장하고 나서…… 계 속 동아리실에만 있었거든요. 밖에 나가긴 무섭고, 동아리실도 지하라 나가려면 빙 돌아 나가야 하고……. 다행히 가끔 끼니 거를 때 먹으라 고 동아리실에 컵밥이랑 맥주 몇 캔씩 채워 뒀거든요. 그걸로 어떻게 든 버티려고 했죠."

하지만 게이트가 생각보다 장기화 됐을 거다. 게이트가 열린 지 오늘 로 정확히 4일. 식량이 부족할 때 가 됐다.

"문제는 식수였어요. 조금만 걸어 나가면 복도에 정수기가 있어서 저 희끼리 돌아가면서 물을 떠오기로 했어요. 아까도, 민창이랑 지예가 같이 갔다 오기로 했는데……

뒷말은 눈물에 젖어 어물거렸다.

대충 예상은 갔다. 이 안은 쉐입쉬 프터의 공간이고, 놈은…… 이렇게 고립된 소수부터 공략하는 게 주특 기니까.

"둘 중 하나는, 몬스터가 됐겠어."

"맞아요. 하지만 저희는 몰랐죠! 지예가 달려와서는 민창이가 몬스 터한테 당했다고…… 그렇게 말하 면서 울었어요. 그래서 저흰 그런 줄 알았죠! 그 애를 달래고 있었는 데 뒤이어서……

민창이가 문을 두드렸어요.

음성이 나지막하게 울려 퍼졌다.

"둘 다 서로가 몬스터라고 주장했 고. 맞지?"

"네……. 저흰, 도저히, 누굴 고를 수가 없어서, 그냥…… 지예가 몬스터가 아니길 간절히 빌었죠......

이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았으니 문 밖에 있던 아이는 그대로 죽었 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 애가 몬스터였 지."

강우중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애가 여기 나와 있는 것만으로 도 답은 뻔했다. 안에 들어와 있던 애가 몬스터였고, 동아리실은 비극 의 장소가 됐겠지. 그 안에 있던 강우중은 혼자 어떻게든 빠져 나왔 으나…… 밖에 있는 몬스터들에게 쫓겨 죽을 위기에 처했고 말이다.

"생각보다 더 지능적이야."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고립된 학 생들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것 같네 요."

강우중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내 소매를 붙잡았다. 그를 내려다보자, 눈물을 잔뜩 머금은 눈으로 호소한 다.

"제발…… 제 친구들을 도와주세 요……. 동아리실에 다시 가보면, 어쩌면, 살아있는 애들이…… 있을 지도…… 모르잖아요……?"

가망 없는 소리인 줄은 본인도 알 것이다.

김우중은 운 좋게 우리에게 발견 되어 살아남았다. 나머지 아이들 은…… 제아무리 잘 탈출했다 하더 라도 이 밖에서 살아남진 못했겠지.

"네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우리도 해야 할 일이 있어."

"네? 우리부터 구해야 하는 거 아 니에요? 헌터들이 하는 일이 그거 잖아요……. 우리 같은, 그냥 시민 들을 구하는 거……

글쎄다. 많이들 그렇게 착각하지 만, 헌터의 주요 임무는 시민의 구 출이 아니다. '게이트의 클리어'다. 구출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일이었다.

빠른 클리어가 최고의 구조니까.

"잘 들어. 우린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이 게이트 안에 들어왔어. 목숨 걸고 들어온 건 우리도 똑같 아."

혜원 언니가 작게 으르렁거렸다.

"우린 정부 지원도 안 받았고, 시 민을 구할 의무는 더더욱 없어."

"하지만 당신들은 힘이 있잖아요!"

강우중이 울먹이며 소리쳤다.

"아까 그 괴물도 단번에 죽여버렸 잖아! 우릴 구하는 건 당신들에게

별것도 아닌 일이잖아요! 그런 힘 을 갖고 있으면 우릴 좀 도와줄 수 도 있는 거 아니에요?"

제 친구들을 뒤로하고 도망친 비 겁한 청년이 외쳤다.

아직 어린 아이였다.

어쩌면 죄책감을 덜고자 우리에게 매달리는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우 리 일을 가볍게 생각해 함부로 지 껄였을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숙련된 헌터인 우리 가 동요할 일은 아니었다.

화를 내려는 혜원 언니를 가로막 고 서서 강우중에게 차분히 경고했다.

"우리가 널 구한 걸 감사하게 여 긴다면, 우리 질문에 대답만 해. 우 리도 너한테 그 이상은 요구하지 않을 테니까. 네 친구들은 네가 구 하든가 하고."

강우중은 무어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게이트 시스템 과학부가 어디서 새터를 하는지 알아?"

"……그 과인진 모르겠지만, 오늘 어떤 과가 새터를 한다곤 들었어 요."

"장소는?"

"……제가 알아요."

이 정도면 됐다. 강우중을 데리고 가면 귀찮긴 하겠지만, 어차피 여기 에 그냥 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 었다.

"안내해. 가는 동안은 먹을 것도 주고 네 안전도 보장해줄게. 이건 시민을 지키는 자원봉사가 아니야. 네 정보랑, 우리의 자원을 거래하는 거지. 알겠어?"

"……알겠어요."

다행히 수긍은 빨랐다.

그는 이 게이트 안에서 철저하게

약자였으니. 제 친구들이 어차피 무 사하지 못하리란 건 어렴풋이 알 것이다.

'게이트에 휘말린 일반인의 비극이 지.'

평범하게 대학 생활을 즐기던 강 우중에게 왜 이런 시련이 닥쳤을까. 단순히 운이 나쁘다고 말하기엔, 참 으로 가혹한 운명이었다.

"가요. 언니."

"......그래."

"연원이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고개를 푹 숙인 강우중을 스쳐 지

나가면서 그를 흘깃 바라봤다. 쉐입 쉬프터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도망쳐 나온 가련한 학생인 척 기회를 엿보는 몬스터일 수도 있지 않은가.

'좀 더 두고 봐야겠어.'

일단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 었다.

'누가 쉐입쉬프터인지 의심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기엔, 할 일이 있으니 까.'

* * *

" 뭐?"

누군가 황당하다는 어투로 되물었 다.

"그러니까, 네 말은…… 찬준이 가…… 죽었다고?"

"내가 똑똑히 봤어! 몬스터한테 물 어 뜯겨 죽었다고!"

"무슨 헛소리야……. 찬준이는 분 명 아까 들어와서 먼저 쉬고 있는 데."

불길한 생각이 모두의 머릿속에 스쳤다. 애써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악에 받친 목소리가 다시 처절 하게 외쳤다.

"그 자식은 가짜야!"

온통 상처투성이에 피를 뒤집어쓰 고선 악을 썼다.

"몬스터가 사람 행세를 하는 거라 고!"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방금 들어온 김찬준에게 말 이다.

그러나 그곳에 김찬준은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흔적 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

모두 서로를 마주 보았다.

오싹한 깨달음이 그들 사이로 번 졌다.

몬스터였던 것이다. 아까 들어온 그것이! 그럼, 지금은 어디로 사라 졌는가?

누가, 진짜 행세를 하는 가짜일까?

침묵 속에서 모두가 같은 두려움 을 품고 있었다. 혹여나 제 옆에 있는 사람이 인두겁을 뒤집어쓴 몬 스터라서 언제 자신을 공격할지 모 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그 가운데서 표연원은 침묵하고 있었다.

그의 관심사는 그것보다도 다른 데 있었다.

자꾸만 그의 머릿속으로 이상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웅성웅성,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분명 귀로 들려오는 소리는 없는데, 혼자 시장바닥에 놓인 것처럼 소란 스러움이 느껴졌다.

-일이 재밌게 흘러가는데?

-아무도 모르나 봐! 다들 못 봤나 봐!

-우린 다 아는데, 그치?

-저기 쟤 말이야. 파란 셔츠에 검 은색 뿔테 안경.

-쟤가 가짠데. 아무도 모르나 봐!

-웃긴다, 웃겨.

꺄르륵, 꺄르륵. 가벼운 웃음소리 가 들렸다.

표연원은 저도 모르게 슬쩍 시선 을 흘렸다. 파란 셔츠에 뿔테 안경 을 쓴 남자는 한 명뿐이었으니까.

남자는 겁에 질린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천연덕스러운 모습이었다.

'진짜로 저 남자가 몬스터일까?'

이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믿어도 되는 걸까?

-어라? 쟤 좀 봐!

-가짜를 보고 있어!

-뭔가 아는 걸까?

목소리들이 수군거리자 표연원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이상하다, 이상해.

- 그치?

-응, 이상해.

-아무래도 쟤...

그들이 작게 속살거렸다.

-우리 목소리가 들리나 봐.

* * *

강우중을 데리고 이동한 지 얼마 나 됐을까. 어느 건물 앞에 설 때 까지 몬스터를 몇 마리나 죽였는지 모른다.

사람은 하나도 안 보이는데 죄 몬 스터뿐이었다. 탕, 탕! 총성이 울릴 때도 있었고 서걱, 하고 목을 자를 때도 있었다.

"오늘은 이 건물 안에서 하루 지 내야겠는데."

"그 편이 낫겠어요."

건물 안이나 밖이나 몬스터는 있 겠지만, 아무렴 사방이 벽으로 둘러 싸이고 천장 있는 실내가 하루 지 내긴 더 편했다.

"이 건물 안에 생존자들이 있는지 한번 확인하자."

우리가 당장 구하긴 어렵더라도 하나 더 구비해둔 무전기로 다른 헌터들에게 위치 정도는 알려줄 수 있었다.

"나랑 상준이랑 같이 갈게. 서하랑 연호가 같이 가고. 우린 1층부터, 너흰 꼭대기부터 찾자. 학생들 만나 면 최대한 경계하고! 암구호 잊지 마."

" 알겠어요."

"넌 어떻게 할래?"

혜원 언니가 강우증에게 물었다.

"여기 그냥 두고 갈 순 없어. 미안 한 말이지만, 네가 몬스터일 확률도 배제할 수 없으니까. 나랑 서하, 둘 중 어느 쪽을 따라갈지는 네가 정 해."

"저는…… 저분을 따라갈게요."

그는 눈앞에서 벌어진 몬스터 학 살극에 다소 질렸는지 피곤한 기색 이 역력했다. 일반인인 그를 이끌고 빠르게 이동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 그럼 서하가 잘 챙겨주고, 이따 보자!"

"네, 알겠어요!"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작동했다. 우 리는 5층으로 향했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5층은 아주 조용했다. 몬스터도 없을 정도였다.

"이쪽부터 한 바퀴 돌자. 안에 생 존자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니까 하 나하나 문 열어보고 잠겨있으면 문 짝이라도 뜯어."

"난 힐러라는 걸 좀 기억했으면 좋겠네."

"문도 못 뜯어?"

"보통은 못 뜯어!"

아무리 힐러라지만 문도 못 뜯는 다니. 너무 약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그럼 학생이라도 데리고 있어!"

그렇게 외치곤 가까이 있는 곳부 터 문고리를 돌려봤다. 철커덕, 다 행히 강의실들이 대부분 열려 있어 서 문짝을 뜯을 일은 없었다.

"5충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아래로 내려가자."

계단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어디선 가 큰 소리가 들렸다.

"너지! 네가 몬스터잖아! 발뺌할 생각 마!"

살아있는 학생들이 내는 소리 같 았다. 그런데 내용이 영 심상치 않았다. 조연호와 잠시 눈을 마주했다 가 서둘러 뛰쳐나갔다.

"야, 잠깐만!"

힐러인 조연호보다 내가 좀 많이 앞서긴 했다. 하지만 그 사정을 봐 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소리가 난 곳으로 향하자 대형 강 의실이 보였다. 문고리를 돌려보았 지만 끄떡도 없었다.

-쿠어어어, 쿼어…….

탕!

귀찮게 구는 몬스터를 대충 정리 하고 문고리에 다시 한번 총을 쐈다.

탕!

문고리가 박살나면서 서서히 문이 열렸다. 끼이익.

"어.?"

옅은 피비린내가 났다. 총을 쥔 손 에 힘을 주면서 안을 들여다봤다.

어..헌터?"

" 헌터세요?"

10명가량의 학생들이 강의실 안에 모여 있었다. 그런데, 피비린내가 난 이유는…….

"헌터 맞죠! 우, 우릴 구하러 오신

거죠!"

"헌터 맞습니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표정 관리를 하기가 어려웠다. 바 닥엔 학생 두어 명이 처참한 몰골 로 쓰러져 있었으니까. 몬스터에게 당한 건 아니다. 애초에 문이 잠겨 있었다. 두드려 맞은 흔적은 분 명…… 사람이 한 짓이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내 질문에 학생들이 시선을 피했 다.

" 그게......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이들 사이 로, 누군가 입을 열었다.

"이 안에…… 몬스터가 숨어있어 서 그랬대요……

다 죽어가는 목소리였다. 퉤, 하고 피가 섞인 침을 뱉어낸다.

온통 피 칠갑을 한 얼굴이었다. 바 닥에 널브러진 학생들처럼 되기 일 보 직전이었던 모양이다. 한껏 두드 려 맞은 모양새로 절뚝거리며 걸어 나온다.

"웃기죠……. 진짜 몬스터 같은 게 누군데……

대충 무슨 일인지 가늠이 되었다.

"어, 어쩔 수 없었어요! 이 안에 몬스터가 있는데 누군진 모르겠 고…… 다 같이 죽을 순 없는 노릇 이잖아요!"

"그래서…… 마녀사냥으로 한 명 몰이해서…… 다 같이 때리는 게…… 잘한 짓입니까?"

그 말에 다들 침묵했다.

나는 어떤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참혹한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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