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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61화 (61/361)

61화

-널 제외한 나머지 인간들을 네 눈앞에서 처절하게 죽여주마! 그게 그분께서도 원하시는 일일 테 니……!

놈이 내뱉었던 협박 어린 말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 말에 대한 반 중일까. 지금 녀석은 이운우의 목숨을 쥐고 내 앞에서 웃고 있었다.

"후후후후. 방심했구나."

젠장. 녀석의 말대로였다.

잠깐 전략을 가다듬는 시간이었는 데. 만화 영화와 달리 현실의 적들 은 우릴 기다려주지 않는단 걸 잊 고 있었나.

"으극……윽!"

목이 졸린 이운우가 고통 섞인 신 음을 내뱉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운우를 구출하려면!

탕, 탕탕!

"후후! 어리석구나! 어림없는 짓

총을 쏘아보지만 박쥐에게 가로막 힌다. 한두 마리 맞히면 그 위력을 잃고 바닥에 떨어진다. 닿지 않았 다.

'젠장! 어떻게든……. 어떻게든!'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총을 연사해보지만 의미는 없었다. 퍼드 득, 바닥에 내려앉는 박쥐들이 늘어 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날아올랐다.

"이 녀석을 어떻게 죽여야 네가 고통에 몸부림칠까……. 즐거운 고 민이구나!"

후후, 녀석이 작게 웃었다. 소름끼 치는 녀석.

'공간 간섭!'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녀석 의 머리 위로 공간 이동을 했다. 슈욱, 바람을 가르며 허공에서 자세 를 잡았다. 한 바퀴 빙글 돌며 총 구를 겨눈다.

탕!

돌연 나타난 박쥐 한 마리가 대신 맞아 떨어졌다. 그렇다면!

탕탕, 탕탕탕탕!

탄환을 난사해보지만.

'수가 너무 많아!'

쏘는 속도보다 박쥐들이 모여드는 게 더 빨랐다!

'특수 탄환은……

[알림: 재사용 대기시간(5분)입니 다.]

젠장! 그럼 다른 방법을 쓸 수밖 에.

'허공에서 떨어지는 가속도에 무게 까지 싣는다면?'

빙글, 돌아 다리가 아래를 향하도 록 방향을 틀었다. 박쥐들이 이것까 지 견딜 수 있을까? 이건 총알이아니라 한두 마리 쓰러진다고 멈추 지도 않을 테니까!

"그 정도도 막아내지 못할 것 같 나?"

예상했다는 것처럼 녀석이 씨익 웃었다.

박쥐들이 여러 겹 겹치며 날 가로 막았다. 그대로 튕겨나가 바닥을 굴 렀다.

치직, 옷감이 바닥에 쓸리며 거친 소음을 냈다. 고개를 들어 놈을 바 라보니, 부러 앞면을 뚫어 내게 잘 보이도록 이운우를 움켜쥐고 있었다.

탕!

총알을 갈겨보지만 역시나 박쥐가 맞았다. 빌어먹을 자식.

"이런. 이게 전부인가?"

"개자식."

"칭찬으로 듣겠네."

으득, 이를 갈았다. 이운우는 산소 부족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 었다.

"일어나! 살고 싶으면 마법이라도 쓰라고!"

"우욱......

소리를 질렀지만 도무지 그럴 상 태가 아닌 것 같았다. 안색이 창백 하게 질리고 입술이 퍼렇게 물들었 다.

"아차. 죽으면 안 되지."

탁!

"헉! 허억, 허억…… 헉......

겨우 이운우가 풀려나고, 그가 바 닥을 기며 숨을 몰아쉬었다. 목덜미 를 부여잡고 숨만 쉬는 걸로도 버 거워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해내야 했다. 하지 못하면 죽으니까.

"이운우!"

"허억.…"

그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팔을 앞 으로 뻗었다. 마력을 섬세하게 조각 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으나.

"어딜!"

콰득, 놈이 그 손을 짓밟았다. 바 닥에 짓뭉개지며 스산한 소리가 들 렸다. 으득, 으드득.

이운우의 안색이 다른 의미로 창 백하게 질렸다. 마법사에게 가장 소 중한 것이 바로 저 손이었다.

"오……. 그래! 재밌는 생각이 났

구나."

불길한 예감은 항상 적중하는 법 이었다.

녀석이 이운우의 손목을 쥐었다.

"이걸 망가뜨리면 꽤 볼만하겠어."

그가 비열하게 미소 짓는다. 날 향 해.

탕, 탕탕!

"하하하하하! 하하하하!"

총알이 가로막히는 소리에 놈의 웃음소리가 뒤섞였다. 젠장, 젠장, 젠장!

"안 돼……. 안, 돼, 안 돼……!"

이운우가 고개를 가로저었으나, 막 을 방법이 없었다.

놈의 손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화 염이 피어올랐다. 화르륵, 불씨가 튄다. 그 열기가 이운우의 코앞을 스쳐지나가고…… 손목께에 머물렀 다.

꿀꺽, 나인지 이운우인지. 긴장 어 린 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침묵이 잠시 감돌았다. 팽팽한 긴 장감에 등골을 하고 진땀이 흘렀다.

"제발……

이운우가 저도 모르게 애원했다.

애석하게도. 놈이 멈추는 일은 없 었다.

치이이익-

"아아아아아악!"

살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났다. 무 력함에 손이 덜덜 떨렸다.

"아아아악! 그만, 제발, 윽, 으 윽…… 아아악!"

귀에 익은 목소리의 비명만큼 듣 기 끔찍한 게 없었다. 탕, 탕! 의미 없는 총성이 울렸다.

"……노리는 게 나라면, 차라리 날 죽여! 그러면 되잖아!"

쿵!

큰소리로 외치며 몸을 들이받았으 나 박쥐 떼에 막혀 튕겨나갔다. 단 검을 빼 들고 박쥐들에게 마구잡이 로 휘둘렀다.

"차라리 나한테 하라고! 네가 용건 있는 것도 나잖아!"

"후후후후……. 네 반웅을 보니 이 쪽이 맞는 것 같구나."

"벨제부브 그 개자식이 너한테 그 러라고 시키기라도 했어? 비열하게 굴지 말고, 나한테, 하라고!"

쿵, 쿵, 쿵! 온 힘을 다해 부딪쳤

지만. 박쥐 떼들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그분의 이름을 함부로 내뱉지 말 라고 했을 텐데. 학습능력이 없는 모양이구나."

"허억……헉……

이운우는 더 이상 비명을 내뱉지 않았다.

멍한 얼굴로 자신의 손목이 타들 어 가는 걸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 다. 신경이 손상돼 더 이상 고통도 못 느끼는 게 틀림없었다.

"걱정 말거라. 죽진 않을 테니. 출 혈도 거의 없을 거다."

대단한 은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굴었다. 아예 손목을 두 동강 낼 작정인 듯했다.

'그것만은 안 돼.'

그럴 순 없었다.

한쪽 손이 없다고 마법사가 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큰 약점이 되는 건 틀림없다. 게다가 낙뢰는 섬세한 컨트롤이 특히나 중요한 속성이었 다.

마법사가 아닌 이운우?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자꾸만 휘청이려 하는 다리로 일 어섰다. 억지로 힘을 주려니 자꾸만 몸이 꺾일 것만 같았다.

"그럴 순 없어."

나는, 죽음을 거슬러 와 이곳에 있 는데. 또다시 내 세계가 망가지는 걸 두고 볼 순 없었다. 내가 지켜 내야 했다.

"노이트!"

노이트를 꽉 움켜쥐었다.

SSS급 아이템인 노이트다. 비록 약화된 나와 함께하고 있어 그 진가를 드러내진 못하고 있으나. 잠금 중인 특수 탄환이라면, 일시적이라 도 본래의 힘을 끌어낼 수 있었다.

"허억……헉......

흐린 초점으로 날 응시하는 이운 우와 눈을 마주했다.

아까 박쥐들 사이를 헤집느라 손 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핏물이 노이 트를 적시는 순간, 간절한 마음을 담아 외쳤다.

"제발, 노이트!"

넌 내게 종속된 존재이니,

나의 부름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

"제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소리 질렀 다. 녹슨 쇠판을 긁는 것 같은 기 괴한 음성이었다.

우웅-

그 절실함에 노이트가 응답했다.

[알림: '노이트 리볼버'의 잠금이 해제됩니다.]

찬란한 빛이 노이트에 깃든다.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강력한 힘이

었다.

지금까지 개방됐던 특수 탄환들이 '보조'에 가까운 능력이었다면, 이 건 온전히 힘에 치중한 탄환이었다.

빛이 응축되는 것처럼 노이트를 중심으로 강한 에너지가 모이고 있 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탄환 의 이름을.

[아이템을 확인합니다.] 〈노이트 리볼버(귀속)〉 등급: SSS(잠금)

설명: 마력을 탄환 삼아 쏘는 리 볼버입니다. 소유자의 영혼에 귀속 되며 주인과 함께 성장하는 무기입 니다. 일반 탄환은 무제한, 특수 탄 환은 하루 최대 6번 사용할 수 있 습니다. 특수 탄환은 1회 사용 후 재장전까지 5분의 시간이 소요됩니 다.

부가효과: 특수 탄환의 효과는 아 래와 같습니다.

1. 아늑한 바람: 탄환에 적중 당한 대상은 일정 시간 대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숙련도에 영향을 받습니 다 (50s).

2. 쏟아지는 불꽃: 쏘아올린 탄환 이 다수가 되어 일정 범위 안에 대 미지를 입힙니다. 숙련도에 영향을 받습니다(3.5m, 40s).

3. 관통하는 철화: 응축된 힘으로 상대를 관통해냅니다. 일반 탄환의 8배에 달하는 대미지를 입힙니다. 숙련도에 영향을 받습니다.

4. (잠금)

5. (잠금)

'관통하는 철화'.

회귀 전에는 개방되지 않았던 탄

환인데.

노이트는 상황에 맞춰, 그야말로 '에고'를 갖고 나와 함께 발전하고 있었다. 온전히 날 위해 존재하는 맞춤형 리볼버였다.

심상치 않음을 놈도 눈치챘는지 내 쪽을 보며 당혹스러운 얼굴을 했다.

"너, 무슨 짓을 꾸미는 거냐!"

대답은 필요 없었다.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두 손으 로 총을 잡았다. 이번만큼은 반동이 걱정될 정도였다. 총에 담긴 힘이 주체되지 않았다. 총을 제대로 쥐고겨누는 것만으로도 힘겨웠다.

"같잖은 수를 쓰는구나!"

허세 어린 말을 내뱉는 게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파드득, 박쥐들 수백 마리가 날아 올라 시야를 가린다. 하지만 내겐 다른 방법이 있었다.

'공간 간섭'

눈에 푸른빛이 서리고 순식간에 모든 정보들이 머릿속을 파고들었 다. 수백, 수천 마리 박쥐들의 움직 임에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그 안에 숨은 진귀한 좌표를 알았다.

놈이 뻗은 손, 땅을 짚은 다리, 내 뱉는 숨결 하나까지도. 전부 내 권 한 아래 있었다.

이리저리 요동치는 총구를 강제로 고정시켰다.

단한 번.

그걸로 충분하다.

탕!

수많은 박쥐들이 탄환 앞에서 산 산이 부서졌다. 포탄이라도 맞은 것 처럼 총알이 지나간 궤적을 따라 둥근 구멍이 크게 뚫렸다.

박쥐 장벽 너머로 놈이 보인다.

단 한 번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놀라움으로 물든 얼 굴이 제법 볼만했다.

놈이 급하게 이운우를 들어 방패 막으로 삼으려 했으나 제대로 막아 내진 못했다.

푹!

이운우의 어깨를 꿰뚫고,

"크, 크아아아아악!"

놈에게 닿았다.

정확히 얼굴을 노렸다.

이마 한가운데 적중한다. 총알은 놈의 머리를 관통하고 그 뒤편에박혔다.

"아아..아...

이마에 동그랗게 뚫린 구멍으로 핏줄기가 주르륵 흘렀다.

털썩, 이운우가 놈의 손아귀에서 풀려나자 바닥에 쓰러졌다.

"이……인간……

언데드 계열답게 아직 목숨이 완 전히 끊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놈이 행동불능 상태인지라 박쥐들도 무 력화되어 있었다.

저벅, 저벅.

놈의 앞에 섰다. 다리가 반쯤 꺾

여, 이제는 내가 녀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허리춤에 묶인 성수를 풀어냈다. 손에 쥐고 뚜껑을 열자 놈이 애원 하는 말을 내뱉었다.

"제……발……

하지만.

놈이 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멈추는 일은 없었다.

주르륵-

치이이이익, 치익!

성수가 스며들자 놈은 빠른 속도 로 없어졌다. 솜사탕이 물에 닿아사라지는 것처럼. 마치 처음부터 그 곳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르 륵 녹아내렸다.

그게 놈의 끝이었다.

[알림: 보스 몬스터 '블루블러드' 가 죽었습니다!]

[알림: 게이트가 클리어되었습니 다.]

게이트 역시, 이게 마지막이다.

[기여도를 측정합니다.]

[기여도가 116,783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기여도 1순위를 달 성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아이템이 배분됩니 다.]

상처뿐인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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