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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59화 (59/361)

59화

우리는 보스 몬스터의 방 앞에 섰 다. 이 보스는 자신의 구역이 아주 명확하고 구조도 간단했다. 문을 열 고 들어가면 전투가 시작되는 것이 다.

"마지막으로 점검합니다! 방어구, 무기, 성수 그리고 진영 확인합니 다! 이상 없습니까!"

" 없습니다!"

"그럼 진입합니다. 다들…… 무사 히 돌아오는 걸 최우선으로 합니 다!"

끼이이익-

2층이나 3층 높이 정도는 될 것 같은, 높게 치솟은 문이 고전적인 소리를 내며 열렸다. 내부는 온통 어두컴컴했는데 꼭대기에 화려한 샹들리에가 달려있었다. 기이한 조 합이었다. 동굴 벽에 화려한 샹들리 에라.

그리고 한가운데 놓인 것이 단번 에 이목을 사로잡았다.

'……관!'

고전적인 모양의 관이 우뚝 서 있 었다. 저 문이 아직 열리진 않았으 나 우린 모두 알았다.

이 게이트의 보스 몬스터는 '뱀파 이어'다!

"한서하 씨!"

"준비됐어요!"

이번 전투에서 내 역할은 명백하 다. 성수를 이용해 놈을 공격하는 것! 이번에 내 역할은 거너가 아니 다. 서포터다!

"준비하십쇼!"

끼이이이 이

정진문의 외침과 동시에 관짝이 열렸다. 툭. 관 뚜껑이 바닥에 널브 러지고, 그 안에 손을 가슴께에 겹 쳐 얹은 채로 눈을 감고 있는 남자 가 보였다. 창백한 피부는 파란색이 돌고, 머리는 검었다. 귀족처럼 격 식을 차린 양복을 입고 있었다.

"오랜만에……

놈이 서서히 눈을 뜬다.

"……손님들이 왔군."

동시에 놈을 중심으로 바람이 휘 몰아쳤다. 그에 따라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바람 때문에 눈을 잠시 질 끈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놈 의 주변엔 박쥐들이 날아다니고 있 었다.

'사역마!'

꽤나 고위 몬스터인 모양이었다. 사역마를 부리다니. 물론 사역마는 지능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지 만…… 그림자로 만들어진 것처럼 마냥 새까맣기만 한 박쥐들 수십 마리가 놈의 주변을 감싸며 날았다.

"준비!"

정진문의 외침에 탱커들이 방패를 견고히 세웠다. 그가 손짓하자, 잘훈련된 군인들처럼 레인저들이 그 위로 활을 겨눴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에 성수를 바른 화살촉들이 화려하게 빛났다.

" 발사!"

휙, 휘휙!

슉!

화살들이 허공을 수놓았다.

하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팍! 파바박!

박쥐 떼에 가로막혔다. 박쥐들은 고통이라곤 모르는 것처럼 화살을 향해 몸을 던졌다. 덕분에 화살들은대부분 놈의 근처에 도달하기도 전 에 박쥐에 적중하고 말았다.

"간지럽지도 않구나."

놈이 도발하는 것처럼 하하, 웃었 다. 그가 손짓하자 다시 박쥐들 수 백 마리가 퍼드득 날아올랐다. 그림 자다. 놈은 제 그림자에서 박쥐를 뽑아내고 있었다.

"다시, 조준!"

정진문이 외치자 레인저들이 한 번 더 활시위를 당겼다. 하지만 다 들 말없이 예상하고 있었다. 저 박 쥐 떼를 뚫고 놈에게 닿기란…… 말 그대로 사막에서 바늘 찾기 수준이란 걸.

슉, 슈슉!

파박!

박쥐 떼에 몸이 가려 놈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저걸 뚫어 내야만 했다. 정진문도 그렇게 생각 했는지 마법사들에게 고개를 돌렸 다. 그들은 가능하다는 사인을 보냈 다.

"준비!"

외침과 동시에 첫 번째 마법사가 자신의 스태프를 휘저었다. 붉은색 마력석 안에 빛무리가 빠르게 돌아 가고 있었다. 우웅, 웅.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뻔히 보이는구나."

화르륵!

"윽!"

"후퇴, 후퇴!"

놈이 검지를 까딱하자 바닥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교묘하게도 탱커 들과 레인저 사이에 생겨난 불길이 었다. 덕분에 진영이 완전히 반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진영 재정비!"

정진문이 외쳤으나, 대체로 가벼운 방어구만 입는 레인저들은 이미 불길에 치명상을 입은 사람들도 있었 다. 부상자를 뒤로 빼내고 진영을 재정비하느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다. 그 과정에서 마법 구현은 실패 하고 말았다.

"웁! 으윽……

중간에 마력 배열에 실패하면서, 컨트롤을 잃은 마력들로 인해 내상 을 입은 것 같았다. 마법사 하나가 심장을 부여잡고 비틀거린다.

"더 해보거라! 난 아직 몸도 풀지 못했구나."

팟!

"으아아으}!"

맨 앞에 서 있던 탱커의 바로 아 래서 화염이 치솟았다. 화르륵, 붉 은 빛이 번쩍임과 동시에 살이 타 들어 가는 냄새가 났다. 주변에 있 던 사람들도 한 걸음 뒤로 물러날 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물! 물 마법!"

"준비하고 있어요……!"

촤아악!

마법사가 겨우 물줄기를 내 불을 껐지만, 부상이 심각해 생사를 가늠 하기 어려웠다. 얼굴이 뭉개지고 피 부와 옷감이 한데 엉겨 붙어 상태 가 심각했다.

"으으……어……

"……재정비!"

정진문은 부상자를 바라보며 살짝 얼굴을 일그러뜨렸으나 멈춰있을 순 없었다. 그의 외침에 탱커들은 방패를, 레인저는 활을, 마법사는 스태프를 바로 잡았다. 넋을 빼고 있을 때가 없었다.

"잠시만 멈추면 돼! 잠시만 멈추 면……!"

정진문이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처 럼 외쳤다.

잠시만 멈추면. 내가 그 위로 날아

들어 성수를 뿌릴 수 있을 텐데.

정진문은 놈이 들을까 봐 그 뒷말 을 잇지 못했지만, 우리는 전부 알 고 있었다. 성수를 적증만 시키면 우리의 승리였다!

"……마법 준비. 플랜C로!"

그 말에 마법사들은 바쁘게 마력 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다들 견제에 집중한다! 시선을 다 른 데로 끌어!"

파바박! 다시 한번 화살비가 들끓 었다. 하지만 박쥐 떼들은 아무리 맞히고 또 맞혀도, 그 수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박쥐 자체는아무런 공격력이 없지만 우리의 공 격을 모두 홉수한다는 점에서 치명 적이었다.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지?"

놈이 다시금 손가락을 까딱하려는 순간이었다.

탕!

총알 한 발이 천장을 향해 날았다. 이윽고, 수십 발의 총알이 되어 놈 의 주변에 꽂혔다.

퍼드득.

그중 대부분은 박쥐에게 틀어박혔 으나, 화살이 아니라 위에서 쏟아지는 총알 세례에 놈이 멈칫하는 게 느껴졌다.

" 호오......

놈의 시선이 내게 꽂힌다. 허리춤 에는 성수를 주렁주렁 달고, 한 손 에는 노이트를 쥔 나를.

흐름이 끊겼다. 반격을 하려면 지 금이었다.

"안유수! 안유라!"

"네엡!"

"갑니다!"

얌전히 화살만 쏘아대던 쌍둥이들 이, 앞에 있던 탱커들의 어깨를 밟고 뛰어올랐다. 곡예를 부리는 것처 럼 허공에서 한 바퀴 빙글 돈다.

안유라의 엷은 갈색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첫 방은 내가!"

슈우우욱!

거칠게 바람을 꿰뚫으며 화살이 날았다.

"추진력은, 이렇게!"

안유수가 그 화살의 뒤꽁무니를 정확하게 맞춘다.

특수제작한 화살은 정확하게 그 앞뒤가 꼭 맞으면서 하나가 되었다.

스킬은 아니지만, 둘만이 해낼 수 있는 협공 플레이였다.

"우리 특제 화살이지롱〜!"

그리고 그 둘의 화살이 제대로 적 중할 수 있게끔 다른 레인저들이 길을 뚫는다. 화살에 픽픽 쓰러진 박쥐들이 바닥에 쌓이고 빽빽하게 들어찼던 박쥐들 사이에 틈이 생겨 났다.

그 작은 틈새 사이로 놈이 보였다.

녀석이 씨익 웃었다.

탁!

"한참 멀었구나."

놈이 화살을 잡아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우리의 노림수 였다.

치이이익!

"으윽!"

화살에 바른 성수가 놈의 살점을 녹여냈다. 손아귀부터 빠르게, 피부 가 흐물거리고 핏물이 배어 나왔다. 놈이 빠르게 화살을 바닥에 던졌으 나 이미 늦었다.

손바닥을 타고 성스러운 기운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팔목과 팔뚝까 지 스멀스멀 녹아내리려 했다.

서걱!

"잔꾀를 부리는군……!"

놈이 망설임 없이 팔꿈치 부근을 잘라냈다.

"내가 너무 여유로웠던 모양이 야……

이 한 방으로 죽일 수 있을 리가 없지. 예상했지만 그래도 아쉬웠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성스러운 침식 이 팔을 타고 올라가 놈의 심장을 멈추게 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준비됐습니다!"

"바로 시작하라!"

그 말이 끝나자마자 쏴아아아, 비 가 내렸다.

우리가 있는 곳만 빼고. 놈과 박쥐 의 머리 위로 말이다. 보아하니 불 속성을 다루는 모양이니 이렇게 쫄 딱 젖는 게 유쾌하진 않을 거다.

" 비를……

놈이 작게 중얼거린다. 안타깝게도 단순히 비가 끝이 아니었다.

"이운우!"

그 이름을 외치며 뒤돌아보니, 그 가 서 있었다. 스태프의 마력석이 웅웅 푸른 빛을 내뿜고. 착각일지모르겠으나 형형하게 빛나는 눈매 를 한 사내, 이운우가 오랜 기다림 끝에 자신의 천재성을 드러내고 있 었다.

파직…….

허공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잘못 들은 건가? 싶을 무렵에.

번쩍!

쿠구구구궁!

낙뢰가 떨어졌다.

말 그대로, 번개가 하늘에서 내리 꽂혔다.

파지지지직!

물을 타고 빠르게 전기가 번졌다. 물에 젖은 박쥐들도, 바닥에 맺힌 물웅덩이에 발을 담그고 있던 뱀파 이어 놈도 그 전격에서 피할 수 없 었다. 파스스스!

낙뢰 마법은 우리가 뽑아낼 수 있 는 최대의 화력이었다. 물과 함께하 면 박쥐 떼를 뚫지 않고도 놈에게 직격타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이 가 장 큰 장점이다.

"한서하 씨, 보스가 무력화된 것 같으니 바로 성수를……!"

정진문이 내게 다음 수를 주문할 때였다.

이변이 나타났다.

퍼억!

누군가가.

이운우를 던졌다.

그 손의 주인이 누구인지 볼 여력 은 없었다. 부응, 뜨는 모습이 비현 실적이었다. 허공에서 그와 눈이 마 주친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찰나의 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 껴졌다.

펄럭이는 로브 자락과, 바닥에 널 브러진 스태프. 은발 머리카락이 빗 줄기에 젖어들며 착 달라붙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가 흐르는 물웅덩이에 그가 닿았다.

파지지직!

"으……윽, 아, 아아으}!"

그가 억눌린 비명을 질렀다.

낙뢰 마법사인 그이니 미리 절연 체로 이루어진 방어구를 골랐을 테 지만, 저렇게 물속에 빠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조금만 더 일찍 빠졌으면 박쥐들 과 함께 단번에 전기통구이가 됐을 지도 모른다. 저번에 죽은 그 사내 처럼…….

"다…… 당장 구해! 뭔가, 방법 이……!"

"하지만 저 안에 어떻게 들어가요! 불가능해요!"

"전기 내성 있는 분 없습니까!"

잠시간 소란이 일었다.

그러나 개중 누구도, 이운우를 구 할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위험하다. 이건 감전이고, 감전은 오랜 시간 전기 자극을 받기 때문 에 신경계나 심장이 망가질 확률이 높았다. 한시라도 빨리 구해내는 게 급선무였다!

"박현종!"

"으……나, 나도 이럴 생각은 아니 었는데……! 그, 그, 그냥 겁만 주 려고……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아 는 거냐!"

정진문이 사내의 멱살을 잡았다. 일전에 이운우의 낙뢰 마법에 죽은 남자의 친구였던, 바로 그 사람이었 다.

머리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노이트를 쥐고 시간을 체크했다. 아까 쏟아지는 불꽃을 쓴 다음, 5분이 지나있었다. 다음 탄환을 쓸 여력이 있었다. 촤르륵, 리볼버의 탄창 부분을 한 바퀴 돌렸다.

"정진문 씨. 제가 갈게요."

"예……?"

자세한 설명을 할 시간이 없었다.

보기 좋은 모양새가 아니란 건 알 지만, '아늑한 바람'을 장전한 채로.

머리에 총구를 겨눴다.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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