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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51화 (51/361)

51화

챕터: 까만 집 게이트

자료 분석에 바빠 거의 2주에 한 번던전을 나오는 수준의 일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모처럼 카페에 앉아 김태병을 마 주한 것도 거의 한 달 만의 일이었 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김태병이 앓는 소리를 냈다.

" o O 으 " ----1 .

"왜 그래?"

"아님다……. 요즘 훈련을 받고 있 어서 말임다."

그러고 보니 안색이 영 안 좋긴 했다.

"근육통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온 몸이 쑤심다."

연수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신인 탱커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려나.

"그런데, 다정 언니는?"

"못 들었슴까? 완전 잠수 탔슴다."

"무슨 소리야?"

"저번에 만난 이후로 저도 본 적 없슴다. 아마도 서하 씨가 말했던 그분을 찾아간 것 같은데, 그 이후 로 통 연락이 없슴다."

아하.

대충 예상은 간다. 장인이 괜히 장 인이겠는가. 그만큼 뼈를 깎는 고통 이 따르니 장인이라 불리는 거다. 그래도 지금까지 연락이 없는 걸 보면, 제자로 들어가는 덴 성공한 모양이다.

"잘하고 있겠지. 그보다 한결은 어 떤데?"

기사 집단으로 유명한 만큼 훈련 도 무척 고될 것 같단 생각은 들었 다.

"연수원 때가 행복한 거였슴 다……

"그 정도야?"

"이번에 신입이 저 혼자라 더 심 함다! 선배들은 하나같이 근육덩어 리에 훈련에 미친 사람들 같슴 다……

조금만 지나면 당신도 비슷하게

보일 것 같은데……. 원래도 덩치가 좋긴 했지만 부쩍 몸을 키운 것이 느껴졌다. 키는 그대로지만 부피가 커진 느낌?

"그래도 뭐, 나쁜 사람들은 아닌 모양인데."

"그건…… 그렇슴다. 부담스럽게 잘해줌다! 이 나이 먹고 생선살 발 라서 제 숟가락 위에 얹어 주는 건 좀 심하지 않슴까!"

그건 좀 징그러울 만하다.

"당분간 몸조심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툭 던졌다. 테오도르가 말한 게이트가 생기기까지 앞으로 2달이었다.

♦ * *

"이렇게까지 자료 분석에 매달리 는 이유는 무엇이냐?"

테오도르가 물었다.

일주일 정도 철야를 해가며 자료 를 분석하던 때였다. 짐가방엔 챙겨 온 건조식품들이 한가득이었고, 책 상은 이제 먼지 하나 없이 말끔했 다. 하도 사용하다 보니 내 손이 안 닿은 곳이 없었다.

"한 달 정도 매일 여기서 생활한 수준인데. 지구인들은 햇빛을 안 봐 도 되나?"

그럴 리가.

나는 무시할까 하다가 마침 집중 력이 떨어지기도 했으므로 펜을 잠 시 내려놓았다.

"앞으로 두 달 뒤에 게이트가 생 긴다 했지."

"그랬지?"

"거기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까, 그 전에 이 자료들은 정부에 넘기고 갈 거야."

"그런데?"

테오도르는 자기가 정부 중앙인사 다 보니 이해가 안 가는 모양이다.

"한번 자료를 그쪽으로 보내면 내 가 다시 볼 가능성이 얼마나 될 것 같아?"

"거의 없겠지? 넌 그냥 일반 헌터 라며."

"그래. 거의 없겠지. 그러니까 미 리 백업해 두는 거야."

그제야 좀 알겠는지 고개를 끄덕 인다.

"그렇군. 넌 정부에 반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거구나!"

"왜 얘기가 그렇게 되는 건데?"

"지구인들도 멍청이들만 있진 않 을 테니, 네가 아니어도 누군가 이 자료들을 해석할 게 아니냐. 그런데 도 네가 생고생을 하면서까지 자료 를 챙겨 두려는 건 네가 반란을 꾸 미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아니야!"

반란이라니. 대체 무슨 헛소리람.

"그런 게 아냐. 그냥, 나는 정부와 별개로 더 준비하고 싶어서 그래. 내가 고위 길드의 간부거나 정부의 고위층이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일

개 헌터이니 정보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잖아. 그러니 이렇게 정보 를 미리 빼돌리는 수밖에."

"그래. 네 말도 다 이해했다."

테오도르는 뒤쪽을 가리키며 다시 물었다.

"저걸 전부 해석하겠단 말인가?"

책장들에 꽂힌 수많은 서적들. 보 기만 해도 아득한 숫자였다.

테오도르도 그걸 아는지 '저걸? 정 말로?'라며 확인하는 눈빛이었고.

하지만…… 내겐 선택지가 없다.

"응. 전부 다. 두 달 안에."

내 말에 테오도르가 질린 표정을 했다. 그래. 누가 먼저 끝나나 시합 이다. 내가 쓰러지거나, 저 책들이 다 작살나거나 둘 중 하나다.

* * *

"안녕하세요. 게이트 연구소입니 다. 어쩐 일로……헉!"

짐수레에 싣고 오는 수많은 양의 책자에 데스크 직원이 놀라는 것이 보였다.

아니면 날 보고 놀랐을지도 모른

다. 나는 비쩍 말라 갈라지는 목소 리로 겨우 용건을 꺼냈다.

"던전에서 발견한 물건들인데 요……. 게이트 내 지적 생명체와 관련된…… 증거가 될 만한 자료들 입니다……

"저, 저기, 괜찮으세요?"

내 몰골이 말이 아닌 모양이지. 요 몇 주간 제대로 씻지도 자지도 못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네……. 괜찮습니다."

"아, 아닌 것 같은데……. 저 기…… 병원에 가셔야……

"이거나 먼저…… 받아주시죠

......

짐수레를 내밀자 직원이 얼결에 손잡이를 넘겨받았다.

"문자로 추정되는…… 것들이 있 습니다……. 고도로 발전된 문명 의... 단서가..

"네, 네네네! 알겠습니다! 전해 드 릴 테니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안내원이 창백한 낯으로 내 말을 끊어냈다. 안 그래도 수면 부족으로 머리가 아파 제대로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으니 잘됐다. 이제 얼른…… 게이트로 가야지.....

딱 오늘이었다.

"저기요! 기중자분 성함을 적고 가 셔 야 하는데...

'까만 집 게이트'가 열리는 날이.

몸 상태가 좀 좋진 않지만, 대부분 의 자료들은 해석본으로 따로 백업 하는 데 성공했다. 인간승리였다.

* * *

까만 집 게이트.

연화도 게이트가 클리어된 뒤 1년 후에 발생했던 비파동 대규모 게이 트다.

하지만 내가 들어간 적은 없다. 당 시 나는 다른 게이트에 참여하고 있었으니까. 대충 얘기는 들은 적 있다. 클리어 방법이 좀 골 때린다 고 했던가……?

'클리어 헌터가 저번에는 전청운이 었지.'

그는 자신의 일을 무용담처럼 떠 벌리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해당 게 이트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 전청운도 꽤나 오래 걸린 걸 보면 난도가 높을 것으로 추 정되긴 하지만.

'정부 데이터를 좀 뒤져볼 걸 그랬 어.'

그때는 당장 내일 발생하는 게이 트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바빴으 니, 다른 사람이 클리어한 게이트는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이 게이트에서 어떤 몬스터가 나 오는지는 대강 알지만 보스 몬스터 에 관한 정보가 없는 게 아쉬웠다.

몸 상태도 영 말이 아니었으나, 어 떻게든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 었다.

주변에 평상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민간인들이 어렵지 않게 보였다.

그들에게 무어라 말이라도 꺼내려 는 순간, 눈앞이 까맣게 점멸했다.

[알림: 게이트에 입장하셨습니다.]

[사용자를 확인합니다.]

[개체 '한서하(각성자)'를 확인했습 니다.]

[시스템에 접속합니다.]

새카만 공간 위에 홀로 떠도는 내

가 있었다.

손을 휘저어 보지만 기묘한 감각 만 느껴질 뿐이었다. 붕 뜬 것 같 은 느낌. 내게는 익숙한 것이다. 허 공을 부유할 때, 이렇게 귀가 먹먹 하고 어디론가 떨어질 것 같은 불 안감이 등골을 타고 기어오르곤 한 다.

하지만 내가 떨어지는 일은 없었 다. 그저 천천히 가라앉을 뿐이었 다. 아니, 가라앉는 게 맞나? 사방 이 까만 공간 속에서 좌우는 물론 이고 위아래도 잘 분간이 가질 않 았다.

그때 까만 하늘 위에 별들이 수 놓였다.

은하수가 흐르는 것처럼 머리 위 로 빛무리가 강물처럼 흐르기 시작 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저 정 체가 뭔지 알기 전까지는.

콰직!

빛의 흐름 사이에서 한줄기 빛 덩 어리가 떨어져 나와 내 앞에 섰다. 나는 가차 없이 그것을 잡아 죽였 다.

겉보기엔 신성하고 찬란해 보이는 저것들의 정체는 몬스터다. 그것도 개체 수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는무리 몬스터.

꿈반딧불이.

'저 정도 수면 족히 B급은 되겠는 데.'

서걱, 스윽!

내 쪽으로 다가오는 반딧불이들 몇을 칼로 썰어냈다. 그래도 내 쪽 으로 쏟아지는 꿈반딧불이가 수도 없이 많았다.

이놈들은 하나하나가 약해도 그 숫자가 무기다. 내구력도 약하고 공 격력도 심하지 않지만 문제는……!

"윽!"

피하지 못한 한 놈이 내 팔뚝에 자리 잡았다. 빛을 뿜는 홑껍질 아 래 숨겨진 갈고리가 팔뚝을 파고든 다. 하지만 아픔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도리어 아늑함과 편안함이 몰 려온다.

'안 돼!'

근육이 저절로 이완되면서 칼을 놓칠 뻔했다. 이 어둠 속에서 무기 를 놓치면 끝장이다. 다시 주울 수 도 없다.

스윽, 촥!

꿈반딧불이가 수에 따라 최대 A급 까지 그 난도가 치솟는 이유가 이거다.

놈은 화학 물질을 분비해 우리를 안정적인 상태로 만든다. 아니, 그 수준을 넘어서 그냥 바닥에 드러누 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 고 싶다는 생각만 하게 되는 것이 다. 거기에 넘어가면 꿈반딧불이들 의 숙주가 되어 평생 숨만 쉬며 살 게 된다.

촤악!

젠장. 최대한 빨리, 많이 베어내지 만 수가 비교도 되지 않는다.

한 마리 한 마리가 붙을 때마다 온몸이 휘청거렸다. 머리가 멍해지고 손발이 흐느적거렸다. 일전에 했 던 것처럼 칼로 손아귀를 베어보지 만 별 효능이 없었다.

'이 정도로 많을 줄은……

방심했다.

우쭐했던 거다. 지금까지 모든 일 이 술술 풀렸으니까. 내가 다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서.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했는 데…… 급하게 오는 바람에 컨디션 도 나빴고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갑옷이라도 철제로 갖추고 왔다면 좀 나았을 텐데.

정신이 점점 아득히 멀어진다.

아…….

-서하야, 이제 왔어?

혜원 언니가 아른거렸다.

-누나. 볶음밥 먹을래요?

표연원도 멀찍이 보였다.

꿈반딧불이가 보여주는 환상이다. 이 게이트의 이름이 '까만 집'인 이 유도 다 여기 있다. 개인이 가장 아늑하게 여기는 곳. 그러니까 주로 '집'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끔, 뇌 가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이론적으론 알고 있다.

이건 전부 환상이라는 걸.

멍한 감각 사이로 내 몸이 바닥에 닿는 게 느껴졌다. 다 가라앉은 건 가. 눈동자를 돌려보니 내 근처에도 꿈반딧불이에 감싸인 사람들이 보 였다. 꿈반딧불이들이 내뿜는 빛 덕 분에 뭐라도 보이고 있었다. 아이러 니하게도.

'……정신을 잃은 것 같군.'

내 앞에 눕혀진 사람은, 나처럼 저 항할 힘조차 없었던 모양이다. 온몸 이 빛반딧불이에 둘러싸인 채 눈만 멍하니 뜨고 있다. 행복한 꿈을 꾸 고 있겠지.

'안 돼……. 정신…… 차려야, 하는

한 마리가 척추 바로 위에 달라붙 었다. 시야가 흐려질 정도의 강력한 약효가 느껴졌다. 속이 뒤집힐 것처 럼 느글거리지만 기이하게도 머리 는 '난 지금 편안한 상태야!'라고 주장한다.

"으윽……

팔뚝에 붙은 꿈반딧불이를 강제로 떼어냈다. 갈고리 같은 것을 팔에 얕지만 여러 개 박아 넣은 탓에 피 부에 상혼이 잘게 생겨났다. 하지만 하나 뜯어내니 그나마 살 것 같았 다. 오른쪽 허벅지에 붙은 것에도칼을 찔렀다. 깜빡깜빡 빛이 흐려진 다. 하나둘, 속으로 숫자를 세고 확, 뜯어냈다.

콰직!

" 아악}"

허벅지에 뜨끈한 피가 타고 흐르 는 게 느껴졌다. 하아, 하아. 내가 거친 숨을 몰아쉬는 소리만 귓가에 울렸다. 고통 덕분에 그래도 아까보 다는 살 만했다. 나머지들도 제거하 자 그나마 멍한 기분이 가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빛무리가 덮치듯이 흩뿌려졌다. 탕 탕, 총을 되는대로 쏴보지만 맞는숫자보다 휩쓸려오는 숫자가 더 많 았다.

메뚜기 떼처럼 달려들어 날 뒤덮 는다.

"읍……

팔다리를 비롯한 온몸에 놈들이 들러붙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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