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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시작이 게이트라곤 안 했잖아요-9화 (9/361)

9 화

"아까부터 뒤에서 기다리길래 무 슨 볼일인가 했는데, 그런 얘기 할 거면 난 가고."

"잠깐, 잠깐! 에이, 성질이 너무 급하시다."

능청맞게 대꾸하는 건 일품이다.

"아까 우도 쌤한테 보고하는 거

들었지?"

" O "

흐-

"우리가 뭘 봤는지도."

목소리에 흥분이 배어있었다. 처음 으로 목격한 D급 몬스터이니……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했겠지. 인간 은 자신의 벽을 뛰어넘은 상대를 보면 경외심이 들기 마련인 거다.

"나 참……. 이런 건 진짜 안 물어 보고 싶었는데……

이찬송이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너, 그 케르베로스랑 싸워서, 이

길 수 있어?"

우리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내려 앉았다. 케르베로스를 이길 수 있느 냐……. 흥미로운 질문이다. 기본적 으로 내 능력은 변칙성이 강해 대 인전에서 더 강점을 발휘한다. 무식 하게 강한 몸뚱어리와 중량을 무게 로 내리누르는 타입의 몬스터는 내 게 카운터라고 할 수 있다.

내 능력의 강점은 두뇌싸움과 심 리전이 가능한 상대일 때, 허를 찌 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약점이 뚜렷한 상대를 한순간에 파고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케르베로스는 둘 다 아니 다. D급 중에서 지능이 높은 편이 라지만 인간을 상대로 심리전을 할 정도는 아니고, 뚜렷한 약점이 있지 도 않다. 케르베로스의 공략법은 그 단단한 몸체를 뚫고 심장을 부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내게 그 정도 화력은 아직 없다.

날 바라보는 이찬송의 눈빛이 간 절하다. 내가 '그렇다'고 말하길 진 심으로 바라는 모습.

"……이길 수 있어."

"정말로?"

"웅."

내 대답에 그의 얼굴이 확 풀어졌 다. 안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다행이다……

나지막이 읊조리는 목소리가 부드 러웠다.

거짓은 아니다. 나는 케르베로스와 싸워 승리할 생각이었으니까.

안유수와 안유라는 바닥에 드러누 워 숨만 쌕쌕 쉬고 있었다. 저 둘 은 아직 체력이 약해서 문제다. 장기전으로 가면 필패할 것이다.

"흐읍.…"헉......누나.…"

"..후우... 우리 죽겠어..

"안 죽어. 일어나."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둘 은 시위라도 하듯 바닥만 데굴데굴 굴렀다. 아무리 실내체육관이라도 바닥 청소를 할 여유는 없어서 천 막 밖은 더럽기 그지없는데, 비위도 좋았다.

"언니는 어떻게 그렇게 세……?"

"맞아. 우리랑 겨우 두 살 차이면 서."

둘이 상체만 바로 세워 자리에 앉 은 채로 묻는다. 글쎄, 뭐라고 대답 해야 할까. 나는 이미 이 게이트에 서 3년이나 보냈다고? 기껏 고생하 면서 클리어했더니 다시 돌아왔다 고?

"……너희도 어른들보다 강하잖 아."

"아니, 우리는 양궁 국대 후보였다 니까?"

"국대는 아니고 후보긴 하지만."

대뜸 활을 무기로 고른 데는 이유 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따져 물으니 할 말은 없었다. 카람빗 국가대표 같은 건 없을 거고, 난 정 말 평범한 학생이었을 테니까.

"성민이 형한테 들어보니까 누나 는 처음부터 엄청 강했다던데."

"맞아. 몬스터를 혼자 잡았다며."

"어떻게 그러지?"

"그러게?"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척하면서 압박을 가하는 솜씨가 아주 일품이 다. 하여튼 잔머리는 좋다니까. 저 잔머리 굴리는 법을 익히면 대인전 에서도 따라올 이가 없을 텐데. 아 직 싸우면서 머리 쓸 만한 연륜이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저번에 밤에 몰래 나갔다 온 것 도 아주 수상해……

"그치? 저 요상한 단검을 구해왔 잖아……

목소리를 낮춰 얘기하지만 내 귀 엔 다 들렸다.

"일어나. 한 번 더 해야지."

내 말에 둘이 찔끔하는 표정을 지 었다. 한 번만 봐달라며 아양을 떨 기 시작했지만 무시했다. 다른 생각 을 할 정도로 아직 머리가 돌아가 는 모양이니 정신없게 만들어줘야 지.

" 일어나!"

"하아……. 네엡〜

"네엥."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눈빛이 확 돌변한다. 시작, 이라는 말도 없이 동시에 내게 달려든다. 나뭇가지를 손에 들고 가볍게 둘의 이마를 톡 톡, 쳤다. 그리고 공격은 다 흘려보 낸다. 바닥에 우당탕탕 넘어지더니 곧장 일어나 다시 뛰어왔다.

"둘이 협공을 할 때는, 좌우나 상 하로 나눠서 공격하라고, 내가, 말 했잖아."

말이 끝나자마자 좌우로 한 명씩 훅 들어왔다. 높이 뛰어 순간적으로 둘의 위를 점했다. 양손으로 등을 훅 밀치며 그 반동을 이용해 공중 에서 자세를 잡고 안전하게 착지했 다. 대신 쌍둥이들은 또 한 번 바 닥에 널브러졌다.

"다시, 한 번 더."

내 말에 둘이 동시에 한숨을 내뱉 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으니, 스파 르타로 가르칠 수밖에.

나는 떠날 사람이다.

내 목표는 처음부터 하나였으니까. 내 스승, 영원히 가슴속에 묻었던그녀를 만나 속죄하는 것. 살아 숨 쉬는 모습을 단 한 번이라도 목격 하는 것. 기회가 된다면…… 그녀를 살리는 것까지.

그저 어깨 위에 얹힌 사람들이 많 아 잠시 미뤄뒀을 뿐이다. 이들 하 나하나가 나중에 큰 전력이 될 수 도 있으니 잠시 관리한 것이기도 하다. 고작 몇 년 뒤면 헌터 한 명 한 명이 귀한 시기가 오니까. 그때 는 정말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지경일 테니, 이 게이트에서 살아 나가 무사히 헌터가 된다면 큰 전력이 되어줄 사람들이 많을 거다.

케르베로스를 잡고 나면 이곳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쌍둥이들도 조금만 더 훈련하면 괜찮은 수준까지 올라올 테고, 지금 도 나를 제외하고 이 체육관 내에 서 이 둘의 협공을 쉽게 받아칠 사 람은 없다. 내부 분열이 일어나도 이 쌍둥이들이 최우도를 지키며 잘 제압할 수 있을 거다.

나머지, 그러니까 권성민이나 설민 준, 송다정 같은 경우도 이곳에 남 는 편이 더 낫다. 초보자들이 경험 을 쌓고 차근차근 성장해나가기 딱 좋은 환경이니까. 이 무너지지 않는 성곽만큼 훌륭한 요새가 또 어디있겠는가.

그러니 남을 사람은 남고, 떠날 사 람은 떠나는 게 맞는 거다.

* * *

케르베로스의 토벌대가 꾸려졌다.

그다지 많은 인원은 아니었다. 본 대는 요새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각기 특출한 장기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제법 그럴듯한 토벌 대가 완성됐다.

탱커는 김태병, 레인저는 안유수와

안유라. 거기에 총괄로 권성민. 정 찰은 나나 쌍둥이들이 대신할 수 있으니 설민준이 따라오진 않았다.

더해서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먹 을거리와 필요한 짐을 챙겨 나르는 걸 도와줄 정찰조 두어 명.

위험성 때문에 그냥 요새에 숨어 서 놈이 지나가길 바라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터럭벌 레가 도망가면서 빈집이 된 이 땅 을 그냥 스쳐지나갈 리 없다. 이 근처에 놈이 터를 잡으면 정찰에도 지장이 생기고 다른 몬스터가 얼씬 도 않을 테니 식량 수급이 힘들어 진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가 해결해 두고 떠나는 편이 훨씬 안정적이다.

"여기, 발톱 자국이 있네."

안유라가 무너진 콘크리트 덩어리 사이로 돋아난 나무를 살피다 말했 다. 게이트화가 진행된 지 한 달 정도지만, 기이하게도 나무들은 벌 써 우거져 거의 숲속에 서 있는 것 만 같았다. 안유라의 말대로 나무줄 기에 발톱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 었다.

"터럭벌레가 남길 수 있는 흔적은 아니지."

권성민이 짧게 평했다.

"이 근처를 주로 어슬렁거리는 것 같은데..

안유수가 놈의 배설물로 보이는 것을 가리켰다. 명백한 생명체의 혼 적이다.

"좀 더 수색하고 슬슬 잘 곳을 찾 아야 할 것 같아."

권성민이 정찰대원 둘에게 슬쩍 귓속말하자 그들은 잘 만한 곳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와 쌍둥 이는 케르베로스의 흔적을 찾아 좀 더 돌아다녔지만 녀석이 모습을 드 러내는 일은 없었다. 그대로 날이 어두워지자 불을 지피고 잠자리를폈다.

저녁은 몬스터 고기를 송송 썰어 넣은 수프였다. 정확히 말하면 잡탕 죽이 더 맞겠지. 조리도구를 들고 다닐 순 없는 노릇이니, 짐을 줄이 기 위해 식사는 이런 것들로 대체 하곤 했다.

사실 따뜻한 음식만으로도 감지덕 지해야 한다. 목숨을 부지할 실력이 없으면 몬스터의 이목을 끌 수 있 는 불을 피우지도 못했을 테니.

"좀 먹을 만해?"

"어. 그냥 맨날 똑같지."

정찰 나갈 때 먹는 요리도 이것과

비슷하다. 익숙한 맛이었다. 권성민 이 웃으며 옆에 앉았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 지? 한 번 더 집에 다녀와야 하려 나."

"이번에 끝내야지. 내일은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가 보자."

권성민이 수프를 떠먹는 옆모습을 슬쩍 바라봤다. 그에게도 이번 토벌 이 꽤나 중요할 거다. 아마 최우도 에게 시험받는 느낌이겠지.

"D급 몬스터는 처음 보는데, 도급 과 많이 다를까?"

"응. D급이면 노말에서 벗어난 등

급이잖아. 흔히 볼 수 있는 몬스터 는 아니란 뜻이겠지."

E, F, 언랭크, 이렇게 셋은 합쳐서 '노말'이라 부른다. 어느 게이트에 서나 흔히 나오는 몬스터란 뜻이다. 덕분에 부산물도 값어치가 거의 없 고.

"그리고 D급부터는 고유 능력이 있잖아."

"케르베로스의 고유 능력이 뭔지 알아?"

"내가 기억하기론 아마……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케르베로스 는 특정 조건을 만족한 서식지에서만 사는 몬스터라 자주 마주한 적 은 없었다. 하지만 가물가물한 기억 을 더듬어보자면, 고유 능력이…….

"……결계야."

아우우우우!

그때 문득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권성민이 검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 나 주변을 살폈다.

이런.

"다들…… 어디 갔지?"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결계에 갇힌 것 같다?"

"그럴 가능성이 커."

놈이 우두머리급인 케르베로스가 아닌 이상, 우리를 제외한 인원을 모조리 결계에 넣을 순 없었을 거 다.

'결계'란, 외부와 단절된 오롯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물 론 공간 창조같이 거창한 개념은 아니고, 결계로 둘러싸인 공간을 다 른 개체들이 인식할 수 없는 정도 다.

원래 내 공간 간섭 능력이면 이 정도 결계를 깨부술 수 있었는데,

'회귀하면서 숙련도도 잠겼나?'

전부터 느꼈지만 묘하게 컨트롤이 둔탁했다. 날카로운 감각에 의지해 먼지 하나 단위로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훨씬 못한 실 력이 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빠져나갈 수 있는데?"

권성민이 긴장 어린 목소리로 물 었다. 극적인 해결책을 간절히 바라 는 말투였으나, 안타깝게도…….

"그야 케르베로스를 쓰러뜨려야 지."

파훼법은 정공법뿐이다. 시전자를 물리칠 것. 이 경우엔 케르베로스 다.

이 고유 능력은 케르베로스가 그 이름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기도 했다. 지옥문을 지키는 파수꾼이었 던 케르베로스처럼, 이 몬스터 역시 결계를 이용하니까. 지키는 쪽이 아 니라 공격하는 쪽이긴 하지만.

"지금도…… 이 근처에 있을 거 야."

아까부터 뭔가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카람빗을 쥔 손을 등 뒤로 숨겼다. 몸이 긴장하고, 근육들이 수축하며 바짝 조여들었다. 언제든 튀어나갈 수 있게 공간 간섭을 발동한다. 눈 동자에 푸른빛이 감돌고, 놈이 다가 오는 움직임이 선명하게 인식됐다.

"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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