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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파 역대급 천재-214화 (214/288)

214화

다시 화산으로(2)

“산동성 보광현? 아니, 그곳에는 대체 왜?”

***

공두베는 정답을 개조하는데 일 년을 이야기했었다.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었다. 그는 과거 스스로 역사 이래 최고의 명검이라 자부하는 신검 두베를 제작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이 시대의 유일한 신검 장인인 셈이다.

하지만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때.

그는 여전히 정답의 개조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어떻게 보자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신검 두베를 만들었던 것을 ‘자신의 힘’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일정부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공이 온전히 두베 개인의 것이었는지를 따지자면 결코 그렇지 않았다.

제국의 지원.

중원을 지배하던 달자들을 저 북방으로 몰아낸 제국의 기세는 어마어마했다. 지금에야 구파일방이니 칠대세가니 하는 호족들과 세 개의 대장군부가 각자 자신의 지역에서 큰 소리를 치고 있다지만, 당시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막 중원을 통일한 제국의 막대한 역량이 총동원됐다. 말 그대로 중원 전역의 귀물들이 사정없이 공출된 것이다. 어지간한 호족 집안의 가보마저도 그 공출을 피해갈 수 없었을 정도다.

그리고 신검 두베. 그러니까 황실수호검인 황룡검은 그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두베가 일 년 내로 성공을 확신했던 것은 이미 한 번 걸었던 길과 흡사한 길이라는 점. 그리고 ‘정답’이라는 가장 중요한 재료가 이미 갖춰져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답의 핵을 분리해내고 새로운 신검의 몸체에 그것을 이식하는 그 작업은 실패하고, 실패했으며, 또 실패했다.

새로운 신검을 만드는 일에 비하자면 아무것도 아닐 것 같았던 신검의 개조는 그에 못지않게 터무니없이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점에 공두베의 아들 공야자가 자신의 기량을 발휘했다.

통일 제국 초창기와 같은 자원의 집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것은 통일 제국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폭력 위에서만 가능했던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에게는 폭력에 못지 않은, 아니 어떤 의미에서 폭력 이상으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존재했다.

금력.

폭력은 강제로 사람을 움직이게 하지만, 돈은 자발적으로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인맥.

공두베는 천재였다. 그것도 시대에 족적을 남길 만큼 대단한 천재였다. 하지만 그의 재능은 그 스스로로 인해 완성되는 종류의 것이었고, 그렇기에 그에게 타인은 불필요했다. 따라서 그는 혼자였다.

하지만 그의 아들인 공야자는 달랐다.

그는 남경에서 가장 거대한, 아니 어쩌면 전 중원에서 가장 거대한 공방의 주인이었다. 그 영향력의 크기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금력과 인맥.

공야자는 자신이 쌓아 올린 그것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리고 그 결과 신검의 몸통이 될 소재의 후보들이 끝없이 모여들었다.

강성, 탄력, 반응성.

그 모든 것들이 실험으로 소비됐고 최종적으로 그 결과물이 나오는 데는 공두베가 처음 예상했던 시간의 배가 넘어가는 시간이 소비됐다.

강아현은 그 시간을 매우 충실하게 보냈다.

초절정의 고수가 끊임없이 무공을 점검해준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의 무공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녀의 경지는 이미 절정. 스스로 완성하여 초월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경지다. 그것은 남의 도움으로 이룰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다만 기연을 통해 급격하게 상승한 경지였기에 그것을 단단히 하고 가는 효과는 존재했다. 그것은 아마 앞으로 그녀의 발전에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녀가 보냈던 충실한 시간의 의미에는 무공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운호의 몰골은 여전히 형편없었다. 그녀가 몇 차례 음식을 권해봤지만 그저 허허롭게 웃을 뿐 벽곡을 제외한 음식을 절대 입에 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그나마 단단하게 박혀있던 근육들은 더욱 쪼그라들어 이제는 팔의 뼈가 앙상하게 보일 지경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운호의 무공은 퇴보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발전했다.

그것은 아현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물론 초절정의 고수가 종종 인세의 법칙을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찌 됐거나 그들은 아직 육체를 벗어버리지 못했다. 그렇기에 모든 움직임의 근본은 단단한 근육이다. 헌데 그 근육이 사라졌음에도 운호는 더 빨라졌고, 더 강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운호의 두 발은 여전히 땅을 밟고 있었다.

또한, 강아현이 생각할 때 둘의 관계 역시 이전보다 확실히 더 가까워졌는데, 비록 연인들의 그것과 같은 단계로는 나가지 못했지만, 거의 그 직전의 단계까지는 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아마 조금만 더 시간이 있다면······.

“이제 끝이다!!”

-꽝!!!

마지막 망치질이 신검을 내리쳤다.

-우우우우웅!!!

그리고 그 순간 거대한 공명음이 공방을 휩쓸었다.

이야기로만 전해지던 용울음이 이와 같을까? 기이한 현상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칠채의 서광이 모루를 중심으로 뻗어 나갔다.

신검의 탄생이었다.

***

무족지언비천리(無足之言飛千里). 말에는 발이 없지만 천리를 움직인다. 강호의 소문 역시 다르지 않다. 아니, 몇몇 소문에 관해서는 천 리를 넘어 만 리, 십만 리도 너끈히 날아간다.

무공, 영약, 보물.

강호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들이다. 강호 어딘가에 그것들이 출현했다는 소문만 돌면 떠돌이 낭인부터 호족, 심지어 대문파의 무사들까지 모여든다. 그 물건에 주인이 있건 없건은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강호에는 그 유명한 격언도 있지 않던가. 사람에게는 죄가 없지만, 보물에게는 죄가 있다는.

“조가야, 그 이야기 들었느냐?”

“무슨 이야기? 만련공방에 신병이기가 출현했다는 이야기?”

“잘 알고 있구나. 허면 지금 여기서 뭘 하는 것이냐. 당장 보광현으로 달려갈 준비 하지 않고?”

“쯧, 가서 뭐 어쩌려고. 이미 주인이 있는 귀물인 것을.”

“어허, 그거야 모를 일이지. 게다가 주인이 있으면 또 어떠냐. 가서 구경이라도 좀 하는 거지. 뭐, 그러다가 혹시 아느냐? 인연이 닿으면 우리가 새로운 주인이 될지?”

“아서라. 아서. 그것도 뭐 어느 정도여야 기대를 하지. 상대가 무려 그 신검(神劍)이다. 우리 깜냥으로는 근처 기웃거리다가 눈먼 칼 맞고 죽기 딱 좋다. 무려 백 리 밖에서 어검술로 사람의 목을 댕강댕강 해버렸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그런 욕심을 부리는 데도 정도가 있다.

약관을 갓 넘긴 나이에 초절정. 천하에 가장 강력한 고수로 손꼽히는 활불을 격살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그 신검이 보물의 주인이다.

멍청이가 아니고서야 어찌 욕심을 낼 수 있을까.

-쾅!!!

“또야?”

“어.”

“에휴······. 이 사람들은 대체 학습능력이라는 게 없는 건가?”

강아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강호에 부나방과 같은 멍청이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무려 초절정의 고수가 품고 있는 보물을 훔쳐 가겠다고 달려드는 놈이 사나흘에 한 번 꼴로 출몰한다고?

물론 그 가운데 제대로 된 놈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하류 잡배 중에서도 하류 잡배들뿐.

운호가 초절정인 것조차 모르거나, 초절정이라는 사실을 들었지만, 고작 이십 대의 애송이가 초절정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 인간들. 최소한의 감각조차 없는 녀석들이다.

어느 정도 세력이 있거나, 돈이 있거나, 혹은 둘 다 있는 자들의 경우는 오히려 다른 곳을 주목했다. 운호가 든 신검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만련공방. 신검의 제작자.

사람들의 발길이 보광현으로 이어졌다.

***

“뭐라고? 신검이라고?”

거대한 덩치. 부리부리한 호안. 두꺼운 주걱턱.

화려한 장포를 걸친 사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시 말해봐라. 지금 신검이라고 했느냐?”

“네, 지금 강호에 소문이 파다합니다. 보광현에 신검이 등장했다고요.”

“보광현? 보광현이면 공영감이 있는 곳 아니더냐. 설마 그 영감이 또 다시 신검을 제작했다고?”

“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쾅!!!

사내의 주먹 아래 극품의 자단목 탁자가 반으로 쪼개졌다.

“감히!! 평소에도 할바마마의 유언만 믿고 방자하게 구는 것이 참으로 고까웠는데 그 늙은이가 미쳐도 아주 제대로 미쳤구나!! 내가 개인적으로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음에도 불가능하다는 소리나 늘어놓던 주제에!!”

정난의 변.

당시 황실의 유일한 초절정 고수였던 연왕 주체. 그러니까 영락제는 자신의 조카인 건문제를 몰아내고 스스로 황위에 올랐다.

남경의 호족들 대부분은 건문제의 편에 섰었고, 그 가운데는 만련공방의 주인인 공두베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영락제는 자신의 아비처럼 자비를 모르는 철혈의 폭군이었다. 건문제 편을 들었던 남경의 호족들 대부분이 그의 손 아래 고혼이 됐다. 하지만 공두베는 그 숙청을 피해갔다.

그에게는 명 태조가 내렸던 사면철권이 무려 세 개나 존재했으며 영락제 본인과도 제법 깊은 친분이 존재했던 덕분이었다.

“신검을 가진 이가 누구라고 하더냐. 아니, 아니다. 어차피 강호의 무뢰배 중에 하나겠지. 가서 내 검을······. 아니, 아니다. 신검을 상대하려면 역시 신검을 들고 가야지. 형님을 만나러 가야겠다. 가서 연락을 넣도록 해라.”

“네, 전하. 명을 따르겠습니다.”

조왕 주고수.

영락제의 셋째 아들이자,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황족 가운데 하나. 그리고 태조 주원장과 태종 주체의 뒤를 잇는 황실의 유일한 초절정 고수.

그가 몸을 일으켰다.

***

그날의 싸움 이후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권신 청무진인은 자신의 무공을 갈고 닦았다.

검왕 남궁벽 역시 새로운 무공을 창안했다.

초절정 고수를 잃어버린 문파들은 새로운 초절정 고수를 탄생시키기 위하여 심혈을 기울였으며 몇몇 문파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 한 사람.

그날의 싸움에서 가장 열심히 싸웠던 노인이 있다.

걸왕 소진평.

천하제일의 대방인 개방을 대표하는 초절정의 고수.

젊었을 적 얻었던 기연으로 천하에서 가장 방대한 내공을 소유했다 알려졌던 그는 그날의 싸움에서 실로 거대한 피해를 입었다. 전면에서 대제사장의 공격을 받아낸 것이 몇 차례였으며 완성된 호신강기가 파괴된 것이 몇 회였는가. 게다가 한 번에 전신의 진력을 모조리 소모하는 항룡유회의 초식만 대체 몇 번을 펼쳤던가.

만약 그가 이십 년만 젊었더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싸움을 펼칠 당시 그는 이미 그 자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인물 가운데 하나였다. 쇠락해진 육체를 오로지 내공으로 지탱하던 몸이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날의 싸움은 그런 노인의 내공을 크게 흔들었다.

그날의 싸움 이후 7년.

걸왕 소진평은 매일매일 약해졌으며,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착실히 걸어가고 있었다.

“찾았다!!”

하지만 걸왕 소진평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오직 개방의 용두방주만이 할 수 있는 형태로 싸움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 결과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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