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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파 역대급 천재-171화 (171/288)

171화

누구의 잘못인가(19)

영휘현은 대장군부 최고의 미녀였다.

사실 이 시대 여인에게 미모라는 것은 항상 좋은 것일 수만은 없다. 어중간한 집안에서 태어난다면 한 집안을 쫄딱 망하게 하는 원흉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여인의 미모다. 하지만 청해 대장군부는 중원 전체를 통틀어 손에 꼽을만한 명문가고 그런 가문의 여아가 이런 미모를 타고 태어났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보다 확실하게 더 아름다운 이를 본 적이 없었다.

물론 그녀의 행동반경이 청해성의 대장군부 인근과 북경에 한정되기 때문이긴 했지만, 청해성이라면 몰라도 북경은 제국의 수도로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것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것들이 몰려드는 초거대 도시다. 그곳에서조차 그녀에 비견될만한 미인은 두 명 정도뿐이었고, 그나마도 하나는 이미 시집을 간 유부녀였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태어나 세 번째로 그녀에게 비길만한 미인을 마주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그녀를 그토록 거절하던 백 장군이 그 여자와는 친밀하게 붙어서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고향에 두고 왔던 연인인가? 아니, 분명 듣기로는 그런 거 없다고 들었었는데······.

‘흥, 뭐야? 그래도 내가 훨씬 낫네. 촌스럽게 옷이 저게 뭐람? 머리는 또 저게 뭐고.’

그녀가 입을 삐죽였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저토록 잔뜩 묻은 흙먼지에도 가려지지 않는 미모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게다가 저 여자가 입고 있는 옷은 그녀도 언젠가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화산파라고 했던가? 섬서 지역에서 가장 커다란 도관이자 무력 집단이라고 들었다.

“돌아가자.”

“네? 하지만 여기까지 나오셨는데······.”

“내 말 못 들었어? 돌아가자니까. 지금 급히 나온다고 옷도 엉망이고, 머리도 엉망이고. 내 이런 모습을 본다면 장군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곧바로 시비들을 준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를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는 시녀장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사실 지금까지 그녀는 더없이 좋은 주인이었다.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난 양갓집 규수 그 자체였으니까. 하지만 최근 부쩍 짜증이 늘었다. 이유는 뻔했다.

백운호.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녀가 살면서 원하는 남자를 얻지 못하는 광경을 보게 될 줄 말이다. 물론 처음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그녀의 아버지인 좌장군이 나가보라고 해서 나간 것에 불과했다. 아마도 그녀의 언니 둘이 줄줄이 딱지를 맞았다는 사실도 그녀의 흥미를 돋웠을 것이다.

첫 번째 거절.

그때는 그저 보는 눈이 없는 이상한 남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군부 내부에 그에 관한 이야기가 더 크게 돌기 시작하고, 마침내 포달랍궁의 삼장로인 텐진을 단신으로 제거하며 전 중원에까지 이름을 떨치게 됐을 때부터는 이야기가 또 달라졌다.

영휘현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점점 눈이 갔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 잦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완강하게 그녀를 밀어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휘현에게는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었다.

사람은 본래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할 때, 더 애가 타는 법이다.

영휘현 역시 그러했다.

“아가씨, 혹시 소소하게나마 연회를 여시는 건 어떠신가요?”

“뭐? 지금 상황 알면서 그게 무슨 소리야. 아버지도, 오빠들도, 백 장군도 모두 정신없는 거 잘 알잖아.”

“네, 알지요. 그러니까 권유드리는 겁니다. 본래 커다란 전쟁을 앞두고는 모두의 의지를 다지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전통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어차피 연회를 열어봤자 백 장군은 바쁘다며 오지도 않을 게 뻔하잖아.”

“연회를 여시고 지금 저 화산에서 온 아가씨까지 초대를 하시는 겁니다.”

“뭐라고? 저 아이를? 대체 뭐가 예쁘다고!!”

시녀장이 웃으며 휘현에게 설명했다.

“백 장군을 만나러 동향에서 온 아가씨입니다. 어찌 백 장군이 혼자 보내겠습니까. 게다가······.”

“게다가?”

“본래 주연이 빛나려면 아름다운 조연이 있어야 더 빛나는 법 아니겠습니까? 다른 별들이 없다면 저 하늘의 천랑성이 가장 밝게 빛나는 별임을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천랑성? 하지만······”

“아가씨. 물론 백 장군님과 함께 온 아가씨도 매력적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봐야 먼 곳에서 찾아온 손님입니다. 북경의 일을 떠올려보세요. 여인의 아름다움은 타고남도 있지만 어떻게 꾸미는 지도 만만치 않게 중요하지요.”

북경에 잠시 여행을 갔던 당시, 휘현은 북경의 휘황찬란한 여인들에게 잠시 기가 죽었던 적이 있었다.

“맞아. 그건 그렇지.”

“그러면?”

“그래, 준비해줘. 그러면 내 옷은······.”

“안 그래도 지난주에 새로 맞추신 궁장이 내일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에 어울리는 장신구도 미리 준비해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아!! 맞다. 혹시 모르니까 종 숙부에게도 미리 이야기 좀 해두고.”

“아무렴요. 차질 없이 모두 잘 준비해두도록 하겠습니다.”

***

영휘현을 비롯한 대장군부의 몇몇 여인들이 운호와 함께 도착한 아현에게 집중하는 사이 대장군부의 일인자인 대장군 영보. 그리고 실질적 관리자인 좌장군 영무결이 집중한 쪽은 다른 쪽이었다.

“화산금정이라······.”

사실 영무결도 그리고 영보도 본래는 강진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중원 최고를 다투는 연단사라고는 하지만 그래 봐야 강호의 인물이다. 저들이 말하는 중원 최고는 어디까지나 관부를 제외하고다.

영약을 연성하기 위해서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결국 귀한 재료가 필수다. 그리고 전 중원의 물산 가운데 가장 귀하고 가장 좋은 것은 일단 북경으로 향한다. 그것은 공납의 형태일 수도 있고, 혹은 가장 비싼 값을 치룰 사람을 찾아서일 수도 있다. 황실은 중원 3대 상단 가운데 2개 상단의 최고 주주로 명실상부 중원 최고의 부자다.

만약 같은 재능을 타고 태어났다면 더 많은 실험을 하고, 더 많은 연습을 하는 쪽이 더 뛰어난 실력자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실험의 결과는 대를 이어 내려갈수록 차이를 보이게 된다.

즉, 개국 이후 백 년이라는 긴 세월을 이어온 황실이야말로 연단술에 있어서는 제국 최고이며, 그에 맞먹을만한 곳은 남과 북 그리고 서의 3대 대장군부밖에 없다.

“그래, 분명 그래야 했지.”

하지만 운호를 만난 이후 그들의 생각은 달라졌다. 운호가 밥 대신 섭취하는 벽곡단을 몰래 대장군부의 제약당에서 분석한 적이 있었다. 삼 개월에 한 번씩 오는 표물이었고 딱히 보안에 신경을 쓰는 물건도 아니었기에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만성 독입니다.”

“만성 독?”

“네, 형태를 보아하니 그 연단사 일맥의 선단이라는 것의 일종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 묘하군요.”

“잠깐만. 연단사 일맥이라면 설마 그 황제 시해자들을 말하는 것인가?”

“네, 그들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800년 전.

이 중화를 최초로 통일했던 위대한 황제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황제라는 칭호 자체가 그에게서 시작됐다.

진왕 영정.

지금에야 전조의 초대 칸이 진정한 의미의 세계제국을 이룩함으로써 그 위대함이 조금 바래졌다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세계라 함은 결국 중화의 일곱 개 대국을 의미했고, 최초의 황제인 영정은 세계를 하나로 합쳐낸 대영웅이었다.

하지만 그런 위대한 대영웅의 말로는 참으로 비참하였으니, 당시 연단사 일족은 영정에게 인간을 초월하여 천상으로 들 수 있는 길이라며 저 ‘선단’을 권했고 영정은 그것을 장복한 끝에 타고난 총명함을 모조리 잃어버린 바보 천치가 되어 길에서 사망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이것만을 먹고 살아가고 있고, 실제로 효과도 보고 있다.”

“네, 그럴 겁니다. 사실 연단사 일족은 황제 시해자라는 명성이 워낙에 강렬하긴 합니다만, 당시 통일 제국의 국고를 빨아들여 최고의 영약을 만들었던 일족입니다. 실제로 진시황 이후로도 한 제국, 수 제국, 당 제국까지 꾸준히 그들이 중용됐던 것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실력이나 실효성이 없다면 그럴 수는 없지요.”

“하지만 송태종 조광의도 그들 때문에 사망하지 않았나. 그들이 황제 시해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시황제보다는 그 때문이고.”

“네, 맞습니다.”

지금과 같이 무공이 발전하지 못했던 시절, 초절정의 무인이 갖는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했으니 육백 년 전 당시 천하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던 송태조 조광윤은 초절정의 무인으로 가히 천하제일인이라 부를만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천하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동생인 조광의와 그 부하들의 손에 의해 사망했다.

물론 조광의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그 역시 초절정의 무인이었기에 조광윤을 죽일 수 있었지만 그 싸움의 여파로 가진 내공의 대부분을 잃어버렸다.

“선단은 분명 독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약이기도 하지요. 독성을 버텨낼 수만 있다면 정말로 그들이 말하는 그 우화등선에 이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기간이 터무니없습니다. 물론 송의 태종 황제도 자신했을 겁니다. 초절정에 오른 무인이었고 자신은 다를 거라고요.”

“하지만 버티지 못했다는 이야기로군.”

“네, 이건 그만큼 터무니없는 약입니다. 당장은 머리도 맑아지고 몸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 겁니다. 하지만 장복할 경우, 수족의 운신에 제약이 오기 시작하고, 그것조차 무시하고 계속 섭취하면 오성에도 문제가 생길 겁니다.”

청해 대장군부의 수석제약사는 그렇게 단언했다.

영무결 역시 그 말에 동의했다. 그는 약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지만, 운호의 몸을 타고 도는 기운의 흐름은 명확하게 읽고 있었다. 그것은 몸의 탁기를 거의 완벽하게 제거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사람이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한 기운조차 함께 파괴하고 있었다.

물론 그 모든 것이 제거될 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다면 어쩌면 그 연단사 일족이 말하는 우화등선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무결이 보기에는 죽음이 찾아오는 속도가 그 우화등선이라는 녀석보다 더 빠르게 보였다.

그렇기에 당연히 운호를 말렸다. 하지만 운호의 의지는 완강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거세게 말리지도 않았다. 그래, 물론 이것이 운호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딱, 초절정에 다다를 때까지만······.”

대장군부는 포달랍궁을 지도에서 지우는 것으로 평왕부로 승격된다. 그리고 초절정 고수 하나의 힘은 일개 군단에 필적하고 지금 그들은 포달랍궁과의 싸움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충분한 보상도 생각해두었다.

이제 곧 영보가 물러나고, 영무결 자신에게는 명확한 후계자가 없다. 그의 후계자가 되건, 혹은 첫째인 영초벽의 후계자가 되건 어느 것을 선택한다고 해도 운호는 평왕부로 승격한 이곳을 물려받을 수 있다.

맨손으로 태어나 일국의 왕이 된다.

무릇 사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 아닐까?

“장군, 화산의 연단사 강진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래, 들여보내라.”

영무결이 강진을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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