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파 역대급 천재-165화 (165/288)

165화

누구의 잘못인가(13)

운호는 이전에도 여러 가지 소문을 몰고 다니기는 했었다.

최연소 절정 고수로 인급의 마두 열넷을 홀로 처단했다는 말도 있었고, 금의위 교위 자리를 내놓고 대장군부에 왔다는 말도 있었다. 게다가 대장군부의 차기 대장군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거나, 심지어 대장군부, 아니 청해성을 넘어 중앙까지도 그 미모가 자자한 대장군부의 아홉째 영휘현을 거절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러한 이전의 소문들과도 감히 비교할 수 없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덕분에 처음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십중팔구 이런 반응을 보였다.

“예끼, 이 사람. 농이 너무 지나치구만.”

“농이 아닐세.”

“농이 아니라니. 그게 지금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러니까 정말로 이제 고작 열여덟 된 소년이 포달랍궁의 삼장로인 단증을 홀로 추살 했다고?”

포달랍궁의 삼장로 단증(丹增)이 누구인가.

그의 무서운 점은 숫자로 그를 압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었다. 대장군부의 병력 편제에 따르자면 천인대 하나는 개활지에서 정면으로 맞붙을 때 초절정 고수 하나를 능히 감당할 만했다. 하지만 단증은 그 무공의 특성상 개활지, 그리고 적의 숫자가 다수일수록 그 살상력이 극대화된다. 그는 그것을 이용하여 지금까지 대장군부의 정예 고수 수백을 추살한 초절정의 고수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도망은 또 어찌나 잘 치는지.

헌데 그런 그를 이제 부임한 지 여섯달 남짓 된 열여덟의 애송이가 단독으로 처리를 했다고?

“아니, 대체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그러니까 최근에 수색 3대에서 수색 병력을 이상할 정도로 과하게 보냈었잖나.”

“그래, 그랬었지. 원래 비번인 이들까지 모조리 내보낸다고 그치들 잔뜩 투덜거렸던 게 기억이 나는구만.”

“글쎄, 그게 전부 미끼였다지 뭔가.”

“미끼라고?”

다수의 고수를 포함함으로써 단증을 유인하고, 다른 수색대의 병력을 빌려 그를 완벽하게 포위했다.

“하지만 단증 그 작자는 숫자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작자 아닌가. 헌데 어떻게?”

“당연히 그 병력들은 그냥 포위망. 적들의 잔챙이들을 처리하는 용도였고, 단증을 상대한 것은 백 천인장 혼자였다고 하더군.”

“미쳤군. 미쳤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절정에 불과한 자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무슨 생각인지는 결과가 말해주지 않나.”

장족의 병력들을 물리치고, 반죽음 상태이던 왕효와 장당의 안내를 받아 운호에게 찾아왔던 수색대의 병사들이 목격한 것은 혼절한 자신들의 대장과 그 곁에 있던 비쩍 마른 시체였다.

그들은 처음에는 그 시체가 단증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몸 곳곳에 박혀 있던 월륜과 몸에 비해 너무 거대한 화려한 장포. 무엇보다 혼절한 채 목숨을 건진 운호를 보고 사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절정의 고수가 초절정의 고수를 홀로 추살했다.

그 믿기 힘든 소식은 발 없는 말을 타고 순식간에 대장군부를 넘어 청해성 전체에 퍼져나갔다. 소문의 퍼지는 속도를 생각한다면 전 중원이 이 사실을 알게 되는 것도 그리 멀지 않았다. 이번 일은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다행히 잘 풀렸기에 망정이지. 이번에는 정말 죽을 뻔했다.

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무모했다. 사실 본래 운호는 그들만을 구해 곧바로 빠져나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단증을 보는 순간 왠지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본래 날개에 솜털이 좀 사라진 응추(鹰雏)들이 자신이 날 줄 안다고 착각해서 둥지에서 떨어져 죽는 법이지.

“하지만 둥지에서 몸을 날리지 않는 응추는 평생 하늘을 나는 법을 모르는 응추로 남는 법이기도 하죠. 응추가 신응(新鷹)이 되기 위해서는 둥지에서 몸을 날려야 하는 법입니다.”

-흥, 말이나 못 하면. 이번에는 운이 좋아 어미새가 곁에 있어 목숨을 건졌다지만 언제까지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이번에 거의 날 뻔했으니, 다음번에는 하늘을 훨훨 날아가지 않겠습니까.”

다른 모든 이들은 운호가 홀로 초절정의 고수를 추살했다고 알고 있었다. 물론 의구심이야 있었지만, 상황이 그러하다. 사방이 수색대의 병사들로 포위되어있고, 운호가 홀로 그를 상대하는 것을 본 증인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운호는 절정이지만 이기어검과 검강을 사용하는 이해 불가의 고수였다.

다수의 하수를 상대로는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삼 장로 단증. 하지만 장당의 말에 따르자면 왕효가 목숨을 걸고 만들어낸 상처로 인하여 그 몸 상태가 온전치도 않았다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믿기 힘든 일임은 사실이다.

“비겁한 놈들입니다. 틀림없이 야료가 있었을 겁니다.”

“맞습니다. 부대 단위의 움직임이 있었을 겁니다. 그래놓고 그 자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하여 홀로 승리했노라 거짓말을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포달랍궁과 장족.

그리고 청해성의 일부 중원인들은 이것이 활불이 폐관 수련을 끝내고 나오는 것을 앞두고 청해대장군부 병력의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한 청해대장군부의 술수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고작 열여덟. 얼마 후 생일이 돌아온다고 해도 열아홉이다. 단증으로 말할 것 같으면 평생 무공을 수련한 기간만 하더라도 그 세 배에 가깝다.

“참으로 곤란한 분이로군요.”

물론 운호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었던 것이, 일단 자신이 기절했을 때, 자신의 검이 그 모든 것을 봤다고 이야기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사실은 기절한 척, 대장군 영보가 싸우는 것을 지켜봤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영보가 떠나기 전에 읊조렸던 말.

“군의 사기를 위해서도 늙은이가 나선 것보다는 젊은 신성이 직접 처리한 것이 더 좋은 일이겠지.”

이렇듯 대장군의 의지가 자명한데 그것을 자신 마음대로 망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덕분에 종자명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대체 어떻게 단증을 상대로 승리했는지를 물었는데, 그때마다 둘러대는 것 역시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한 이후, 운호의 삶에는 또 한 번 커다란 변화가 생겨났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그가 거절했던 여인들이 은근슬쩍 그의 근처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영무결이 맞선을 주선했을 때 운호는 화산파의 평제자로 가문의 배경은 없지만 그래도 재능은 있는 유망주이자 아버지인 영무결이 맞선 상대로 들이민 남자였다. 인급의 마인 열넷을 처단했다고는 하지만, 그 가운데 종자명이 봤다고 ‘주장’하는 것은 여섯. 나머지 여덟은 그 전리품만을 들고 왔을 뿐이고 심지어 종자명과는 개인적인 친분까지 있던 사이였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수백에 달하는 수색대. 그것도 3대와 딱히 사이가 좋지 않은 1대와 2대가 증인이었으며, 그 상대 역시 무려 그들의 생사 대적인 포달랍궁의 초절정 고수다.

물론 그 여인들만 운호의 주변에 알짱거리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대장군부의 수많은 권력자들. 인근의 마을에 떵떵거리는 호족들. 여기저기서 운호에게 줄을 대기 위하여 무수히 많은 인사들이 귀한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

-나도 해룡방을 차리는 게 아니라, 차라리 여기 데릴사위로 들어왔어야 했나?

‘만약 그러셨다면 좌장군님과 사생결단을 내셨겠죠.’

운호는 그 선물들을 딱히 거절하지 않았다.

물론 그들의 기대처럼 대장군부에 적을 두려는 것은 아니었다.

파검이 말했다.

-받고 아무것도 안해도 상관 없다. 이건 어차피 저들에게는 그저 보험과 같은 것이니까.

‘보험이요?’

-그래, 네가 혹시 나중에 높은 자리에 가더라도 자기들은 인사치레는 했다. 뭐 그런거지. 혹시라도 나중에 진짜 제대로 된 청탁 같은 게 있을 때 이런 걸 했던 사람과 아닌 사람은 얼굴을 들이미는 난도 자체가 달라지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제법 귀한 것들이······.’

-네 위치가 그만큼 높아진 거다. 화산파가 아무리 천하제일의 대문파라고 해도 위기 시 청해성과 감숙성 전체에 징발권을 가진 청해대장군부만 하겠느냐. 그런 곳의 후계자로 거론되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와야지. 받고 입 싹 씻어도 아무 탈 없는 물건들이니 사양하지 말고 챙겨둬라. 돈은 무공과는 다른 종류의 힘이다. 많아서 나쁠 건 없다.

확실히 말년까지, 아니 사후에도 돈 때문에 못 볼 꼴 많이 보여준 인물의 말이라 그런지 가슴 깊숙한 곳까지 확 와닿는 말이었다.

그리고 뜻밖에도 영무결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운호를 한번 살피고는

“그러길래 내가 마공을 익히라고 하지 않았더냐. 그랬다면 훨씬 나았을 것을. 쯧.”

이라며 한 번 혀를 찼을 뿐이다.

“그래도 잘했다. 안 그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 초전치고는 매우 훌륭하구나. 그리고 조만간 좋은 소식이 갈 테니 기다려라.”

운호 역시 그 좋은 소식이 무엇인지 굳이 묻지 않았다.

굴불신마는 허언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가 조만간이라면 정말 조만간이다.

“여어, 백장군님. 영전 축하드립니다. 젠장, 이거 배가 아파서 살 수가 없군요.”

“종 장군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어이코, 장군님이라니요. 이 졸자(拙者). 감히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고작 천인장 나부랭이가 어찌 오천인장. 대장군부의 당당한 장군님 앞에서 장군을 자처한단 말씀입니까.”

“네? 오천인장이라니요? 종 장군님. 장난 그만 치시고 제대로 말씀 좀 해주세요.”

수색단의 단장은 운호가 자리를 비운 틈에 몇 가지 사실을 조작하려 했다. 물론 운호에게 뭔가를 뒤집어 씌우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럴 수도 없었다. 보급대장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만큼 가까운 사이다. 그저 자신이 운호에게 보고를 받은 이후 조치를 취하려 했으나 시일이 너무 촉박하고, 일이 너무 갑작스럽게 발생했다는 정도의 조작이었다.

실제로 운호가 보고를 하고 나흘 후 출발하는 수색대의 규모를 키운 것이었으니 딱히 거짓말도 아니었다. 물론 수색단의 단장은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애당초 운호의 말을 완벽히 무시할 생각이기는 했었지만 말이다.

“그때 좌장군께서 그 작자 앞에 홀연히 나타나서 이렇게 말씀하셨던 거지. ‘판단을 틀린 것은 어쩔 수 없다. 완전히 어처구니 없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을 조작하려 한 것은 용서하기 어렵다.’ 참, 대단한 양반이라니까. 아주 모르는 게 없어요.”

“그래서 설마?”

“그래, 수색단은 이번에 한 칸씩 밀고 올라가는 걸로 인사 적체가 크게 해소됐지. 그게 아니었다면 공로가 아무리 대단했어도 허직이라면 몰라도 실직으로 오천인장 자리를 받기는 힘들었을 거야. 물론 여전히 이래저래 말이 많긴 한데 공로가 워낙에 확실하니까.”

천인장에게 사람들이 장군이라고 하는 것이 일종의 예의에 가까운 말이라면, 오천인장부터는 품계상으로도 확실히 장군이다.

이제 며칠 안 남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열여덟에 불과한 나이에 장군. 그야말로 백년 전 제국의 개국기에나 있었을 법한 초고속 승진이었다.

어차피 아무것도 못 먹으니 여기서 술값만 한턱내겠다는 운호의 제안에도 한사코 술자리로 끌고 가서 자리에 앉아 있게 만들었던 종자명이 술에 취해 쓰러졌다.

“쯧쯧쯧, 하여간. 이 모양이니 아직 무공이 그대로지. 참으로 안타깝다. 품성이 재능의 반만이라도 따라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꼬.”

“오셨습니까.”

“놀라지 않는구나?”

“집주인이 찾아오셨는데 객이 놀랄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영보가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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