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파 역대급 천재-108화 (108/288)

108화

강호행(6)

“심법과 무공의 경지가 상승하며 몸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는데, 거기에 혼원단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 같다. 본래라면 백과 육에 커다란 효과를 일으켰어야 했는데, 혼원단이 백에 미친 효과가 조금 적었던 대신, 육에 미친 효과가 더 컸던 것 같다. 이 부분은 추후 조금 조정을 해봐야 할 것 같구나. 어쨌든 자세한 부분은 조금 더 면밀한 측정을 해봐야 알겠다만 지금 봐서는 환골탈태까진 아니더라도 환골탈태의 약 일 할 구 푼? 그 정도의 효과는 보인 것 같다.”

운호의 몸에 나타난 효과는 강진이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그가 예측한 혼원단의 약효, 그리고 운호의 체질을 고려한다고 해도 그렇다.

또한 강진으로서는 그의 약이 설마 운호의 몸에 거주하던 파검의 백에까지 영향을 미쳤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것은 그가 해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물론 현실은 그저 운호의 몸이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반응을 보인 것이었지만 말이다.

덕분에 자소단의 복용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본래라면 오 년 전에 복용했던 자소단의 휴지기가 아직 상당히 남아있었겠지만, 운호의 몸을 진단한 강진은 지금 당장 복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금 전 워낙에 압도적인 약효를 경험한 덕분일까?

분명 자소단이 품고 있는 기운은 거대했다. 심지어 오 년 전 운호가 복용했던 자소단은 강진의 엄격한 기준에 따르자면 불량품이었던데 반하여, 지금 운호가 먹은 것은 양품 가운데서도 고르고 고른 물건이다. 약효의 차이가 거의 반 배는 훌륭했다.

하지만 별다른 감흥은 일지 않았다. 격렬하게 약동하는 내공을 훌륭하게 수습했다. 아마도 한동안은 내공을 수련할 때마다 이런 현상을 경험할 것이다.

이전의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약 삼 개월? 아마 그 과정이 다 끝나면 운호의 진기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평균적인 절정 고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턱걸이 하는 수준까지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 밤.

“내가 조금 이상다.”

파검 좌부원의 백(魄)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상하시다니요?”

“그러니까······. 내가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네? 그게 무슨? 생각은 평소에도 늘 하시는 거잖습니까.”

좌부원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그러니까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이런 쪽은 내 전문이 아니라 어렵군. 차라리 그 목운평이라는 양반이었다면 더 쉽고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었을 텐데. 도사들은 그런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줄줄 꿰고 사니 말이다.”

사람을 구성하는 것은 영혼백육(靈魂魄肉)의 네 가지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상위 차원의 것이라 볼 수 있는 영과 혼이 천상으로 떠나며 남긴 것이 지금의 파검 좌부원이다.

사람의 백(魄)이란 결국 그 사람의 생전에 해왔던 행동 양식의 총집합이다. 그의 생전을 그대로 모방하지만, 그 이상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그것은 오롯하게 영과 혼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금 말씀대로라면 마치 영혼이 돌아온 것 같다. 뭐 그런 말씀이신건가요?”

“아니, 그 정도까진 아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생전의 나는 문일지십의 천재였으며 항상 번뜩이는 영감으로 가득했었다. 그에 비하자면 지금은······. 마치 우화등선을 목전에 둔 초절정의 고수와 노쇠하여 죽기 직전의 허약한 노인만큼이나 차이가 난다고 봐야겠구나.”

당연하다. 생전의 파검은 결국 우화등선을 이뤄낸 한 세기에 하나도 나오기 힘든 대단한 존재였다. 또한, 아무리 혼원단이 대단한 단환이라고 해도, 탈태환골의 이 할도 미치지 못하는 효과를 보여줬다. 그것은 그 효과를 나눠 받은 파검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오직 백밖에 남지 않은 파검에게 영성을 가져다 주었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대단한 일이었다.

“그거 보십쇼. 사람 잡는 돌팔이들이라고 욕 잔뜩 하시더니 효과 보셨잖습니까.”

“하지만 사람 잡을 뻔했던 것도 사실은 사실이지. 마지막에 정말 위험했다. 아마 그대로 뒀더라면 네 내공 적어도 오 할은 소실됐을 거다.”

“아······, 하긴. 그건 좀 위험하긴 했습니다. 덕분에 위기를 넘겼습니다. 감사합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냐? 감사하다니?”

“파검 어르신이 도와주신 거 아닙니까?”

“내가 무슨 힘이 있어서? 나도 그때 약효 때문에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난 네가 뒤늦게 정신 차리고 한일인 줄 알았는데?”

운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도 그때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렇다면 네가 무의식중에 한 일이겠지.”

“그럴까요? 그게 가능한 일일까요?”

“본래라면 불가능하겠지만, 네가 지금까지 보여준 걸 생각하면 이보다 더한 불가능도 해결해왔으니······. 생전의 나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그보다 얼른 검이나 휘둘러 보자. 모처럼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해져서 그런가?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잔뜩이다.”

* * *

“이게 다 무엇이냐?”

“미리 말씀드렸던 자운검과 광음검에 관한 주해입니다.”

“이걸 벌써?”

“다행히 워낙에 충격적인 일이었던지라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었습니다. 게다가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해서요.”

“그게 무슨 소리냐? 시간이 부족하다니? 폐관에라도 들어갈 생각이더냐?”

운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무래도 이번에 장문인의 행사에 따라가게 될 것 같습니다.”

“뭐라고? 장문인의 행사라면 설마 북경에서 열리는?”

이 년에 한 번.

황실에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거대한 도교 행사인 초제(醮祭)를 개최했는데, 화산과 무당, 종남, 공동, 곤륜의 장문인은 국가에서 공인된 면세권을 가진 도관의 수장으로써 기본적으로 이 행사에 참석할 의무가 있었다.

물론 이것은 표면상의 이유라고 볼 수 있었고, 실제로는 강호에서 가장 강한 힘과 영향력을 가진 문파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었다. 실제로 곤륜의 경우 그 거리와 상대하는 적의 강성함을 고려하여 매번 황제령으로 참석을 면제해주고 있었으며, 공동이나 종남 역시 종종 면제를 받곤 했지만, 화산과 무당은 건국 이래 단 한 번도 면제를 받은 적이 없었다.

또한, 불교에 기반한 문파들 또한 격년으로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네. 이번 일 때문인지 북경에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외당주이신 굉명 사숙조님도 함께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굉명 사숙까지?”

실제로 이번 일로 인해 황실에서는 정말 분주한 움직임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에야 서로를 견제하고 으르렁거리는 것이 일상인 강호와 황실이지만, 기본적으로 황실은 구대문파와 칠대세가를 우호세력으로 구분하고 있었다. 애당초 이 넓은 중원을 지방 호족의 도움 없이 다스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구대문파나 칠대세가를 처리한다고 해도 그를 대신할 세력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황실의 대전략은 적당히 그들의 체면을 세워주지만, 세력에서는 감히 황실을 위협할 수는 없을 정도로 적절히 조절하는 데 맞춰져 있다.

하지만 마교는 다르다. 그들은 애당초 타협이 불가능한 존재들이다. 실제로 황실의 가장 큰 적은 북방의 달자들과 서장 세력. 그리고 남방의 마교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이번 무한 혈사는 우방으로 분류되던 세력이 타협할 수 없는 적에게 크게 손해를 본 사태였다.

“그들을 크게 벌해야 합니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무한에서!! 게다가 애당초 무한은 황실의 직할령으로 무뢰배들이 설치지 못하게 법으로 정해둔 지역 아닙니까.”

“물론 그렇기는 합니다만 한구부는 본래 무한이진에 속하지 않는 지역으로 엄밀히 말하자면 황실의 직할령이라고 볼 수는 없지요. 게다가 이번 일은 남방의 악적들이 몰래 제국의 영토에 들어와 제국의 신민들을 해한 사건 아닙니까. 저는 광서대장군부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가 참으로 의심스럽군요.”

“흥, 그 칼을 찬 자들이 어디 제국의 신민이긴 한 겁니까? 게다가 듣자 하니 그 남쪽에서 올라온 자들의 숫자가 고작 열이 채 되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소수의 인원까지 일일이 검사하기에는 아무리 백기 대장군이라도 무리가 있지요.”

“지금 고작 열 명이라고 하셨습니까? 이번에 무한에서 그 고작 열 명이 벌인 일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는 들으셨습니까? 천무십칠성 가운데 일곱이 모여 그중 다섯이 죽고 그에 필적하는 고수 둘이 더 죽었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거기 모인 절정 고수의 숫자만 물경 삼백에 달하는데 그 가운데 오 할이 죽거나 크게 다쳤답니다.”

“크흠······. 아니 뭐 그거야.”

“만약 그들이 황성으로 왔다고 상상해보세요. 천무십칠성이라면 저희 십이신에 필적하는 자들입니다. 게다가 절정이라면 금의위와 동창의 조장급에 해당하는 고수들이고요. 최악의 경우······. 으, 감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불경하여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로군요.”

“아니, 천무십칠성이라는 자들이 우리 십이신에 필적한다는 것은 그들의 주장이고, 우리의 정예한 병력들이라면!!”

그렇기에 북경에서도 이번 사태는 그저 무림의 분쟁이라 치부할 수가 없었다. 마교의 미치광이들을 포위하고 있는 포위망에 커다란 구멍이 발견된 셈이니 어쩌면 황실의 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태다.

그리고 언제나 그런 중대한 사태라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기회다. 또한, 자리가 한정돼있는 제국의 관료 체계에서 기회란 언제나 피를 동반하는 법이다.

북방, 남방, 서방.

그리고 중앙의 이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초제(醮祭)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 * *

“오래간만이야.”

“어? 강아현? 네가 어쩐 일로 여기를?”

“어쩐 일이기는. 아니, 본산에 돌아온 지가 벌써 일주일이 넘었는데 어떻게 얼굴 한 번 보러 안 오니? 심지어 너 홍매당도 두 번이나 다녀갔다며.”

“아하하, 미안. 내가 요즘 너무 경황이 없어서 미처 생각을 못 했네. 그나저나 아현이 너 몇 달 사이에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성취가 있었나 봐?”

빈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강아현에게서 느껴지는 기도는 놀랄 만큼 좋아진 상태였다. 확실히 운호가 이런저런 기연으로 급격하게 강해진 덕분에 조금 묻히는 감이 있었지만, 이준형이나 강아현 역시 이번 세대 화산이라는 대문파를 대표할만한 재능들이었다.

“그렇긴한데 누구누구씨가 워낙에 발군의 성취를 보여주신 덕분에 자랑하는 게 영 부끄러워져버렸네?”

“하하, 뭐 운이 좋았지. 그나저나 정말 어쩐 일이야?”

“왜? 아무 일 없이 찾아오면 안 되는 거야?”

강아현이 한 걸음 성큼 다가왔다.

본래 계집아이는 사내아이보다 먼저 피어나기 마련이다.

열일곱.

아현이의 미모 때문일까?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던 남궁혜의 마지막 모습이 머릿속을 스쳤다.

“아······,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

꽃다운 처녀가 돼버린 동기의 한걸음에 운호가 자신도 모르게 주춤 물러났다.

“쳇, 재미없기는.”

강아현이 쌜쭉한 표정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장문인의 명이야.”

“장문인의 명?”

“그래, 비급을 함께 연구해줄 학문에 능한 사람이 필요하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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