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파 역대급 천재-90화 (90/288)

90화

무한 혈사(9)

-으아아아아!! 단악도 팽불청이 폐부 깊숙한 곳에서 기합성을 내질렀다.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

본래 모용세가의 그저그런 가전 무공이었던 이 도법이 하북 팽가를 상징하는 도법이 된 데에는 필설로 형용하기 힘든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 중요하랴.

지금 중요한 점은 이 오호단문도를 휘두르는 팽불청의 무학이 눈 앞의 마인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열 초식.

팽불청이 계산하는 이 마인을 처리하는데 필요한 초식의 수였다.

몰아붙일 만큼 몰아붙였다.

저기서 추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남궁벽이나 수세를 면치 못하는 청공 청허와는 다르다. 그는 오직 자신의 힘만으로 마교의 팔대제사장보다 자신이 우위임을 증명했다.

팽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 남연무황도(南燕武皇刀)를 움켜쥔 팽불청의 팔이 불끈 달아올랐다.

그리고

“어?”

항룡십팔장(降龍十八掌)

비룡재천(飛龍在天)

늙은 거지의 갈퀴 같은 손가락이 마인의 머리끝부터 엉덩이 끝까지를 단박에 할퀴고 지나갔다. 초절정고수의 완벽한 기습. 물론 이 모든 것은 팽불청이 마인을 극한까지 몰아붙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싸움의 결과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역시 걸왕······.”

“벌써 팔대제사장 중 둘을 제거하다니.”

팽불청의 콧구멍이 커졌다.

이거야말로 좌향기성(坐享基成)이요 계주생면(契酒生面)이 아닌가.

다 잡아둔 마인을 낼름 낚아채버리다니.

“거지 영감.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아무리 거지라고 해도 사람이 상도덕이라는 것은 있어야지.”

“눈이 있으면 저길 좀 봐라. 지금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다.”

파검의 위용은 대단했다.

죽어 나자빠진 무사들의 품에서 솟구쳐 날아오른 검들이 파검의 주위를 떠돌았다. 극에 다다른 이기어검의 술수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그 검의 수준이 파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곳에 모인 무사들은 구대문파와 칠대세가 소속의 무인들이다. 그들에게 지급된 검, 혹은 그들 개인이 소장한 검은 양품 혹은 명품에 가깝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파검과 가면인의 공방을 버텨내기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했다.

고작 몇 번의 공방에 검이 박살났다.

검과 검을 바꿔드는 그 찰나의 시간.

무신 모용경의 거체가 가면인을 감당했다.

-퍼버벅

아니, 이것은 감당이라기보다는 그저 버텨낸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그야말로 목불인견의 참상.

곧바로 파검 좌부원이 그 공방에 끼어들었다.

잠깐의 시간.

모용경이 자신의 상처를 되돌리려 애썼다. 하지만 완성을 넘어, 지고의 경지를 바라보던 화석신공은 이제 없었다. 뭉텅이 채 사라져버린 신공은 이전의 그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쾅!!!

또한 파검의 검이 박살이 나는 시간 역시 짧아지고 있었다.

단순한 검의 문제가 아니었다. 파검의 마음이 점점 저 가면인을 버텨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백의 고수를 사로잡았던 거력을 갈무리한 가면인의 공격은 매서웠다.

그저 다른 고수들이 합류할 때까지 버텨내는 것을 목적으로 했음에도 쉽지 않았다.

항룡십팔장(降龍十八掌)

진량백리(震諒百里)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

노호도강(怒虎渡江)

두 초절정고수의 공격이 가면인에게 날아들었다.

가면인이 자신의 좌수를 크게 휘둘렀다. 사실 비상식적인 일이었다. 한계를 넘어선 고수 둘의 절초를 상대로 저런 무성의한 대응이라니.

하지만 한차례 무성의하게 휘두른 그 가면인의 손짓은 정확하게 동시에 두 초고수의 절초를 막아냈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백번 양보해서 저 가면인의 실력이 천의무봉하여 저런 무성의한 손짓으로 절초를 막아낼만한 위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두 고수의 공격은 정확하게 같은 시간에 상대의 약점을 노리는 공격이었다.

사람의 손은 두 개이니 양손으로 하나씩 공격을 감당했다고 하면 그것은 그것대로 이해해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손이 어떻게 같은 시간에 서로 다른 공간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사술? 아니면 단순히 매우 빠르게 움직였다? 초절정 고수의 감각을 초월할만한 속도로?

뭐가 됐건 무서운 일이었다.

걸왕과 단악도가 한걸음 물러나 가면인을 포위했다.

“거지, 늦었군.”

“지금 피똥 싸며 달려와 줬는데 대뜸 늦었다고 타박인가?”

“모용 숙부님, 저 괴물은 대체 뭡니까.”

“마교의 대제사장이다.”

대제사장?

단악도 팽불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다면 저 터무니 없는 사술도, 저 괴랄한 무공도 모두 납득이 된다.

“삼두육비의 괴물일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구나.”

“글쎄, 차라리 삼두육비가 더 나을지도.”

파검이 쥐고 있던 검을 내팽개치고 등 뒤에 둥둥 떠다니던 검을 움켜쥐었다.

“사술을 깨는 방법은?”

“사술이 아니다. 사술처럼 보이지만 경지를 넘어선 마음의 무공이다.”

“경지를 넘어선 마음의 무공?”

“그래.”

파검의 이야기에 단악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같은 천무십칠성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이 가운데 걸왕과 무신은 그보다 한 배분 높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파검은 아니다.

“쯧쯧쯧, 중원인들이란, 아라한의 경계에 들었음에도 여전히 속세의 미망에 사로잡혀있구나. 이것이 정법이 아닌 사법으로 경계에 들어선 부작용이겠지.”

“사법? 지금 마도의 잡졸, 아니 잡졸은 아니지. 하여간 마공이나 익힌 쓰레기 같은 놈이 사법을 운운하는 거냐?”

“인간도에서 태어나 수라도와 천상도의 가르침을 추구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사법 그 자체겠지.”

“그게 무슨 개소리야.”

단악도 팽불청이 남연무황도를 크게 휘둘렀다. 무려 1,000년 전. 남연 제국 시절부터 내려오는 전설의 명도가 공간을 갈랐다.

“팽불청!!”

그것을 신호로 걸왕과 무신, 파검이 가면인에게 달려들었다.

대제사장이 호흡했다.

아라한의 경계를 두드리는 자들.

누군가는 그 경계를 슬쩍 넘어왔고 누군가는 그 경계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경계를 넘은 자를 마중을 나갔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붓다가 살아있었다면 이자 역시 이렇게 검을 들고 악귀처럼 달려드는 대신 그들의 가르침에 감화되었을 것을.

상대가 들고 있는 작은 검을 바라봤다.

본래는 무엇보다 단단하고 예리했을 그 검은 한계를 넘어서는 시련 속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래, 인간의 마음이란 이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으니 어찌 기특하지 않겠는가.

대제사장의 손이 파검의 검을 가볍게 밀어냈다.

두 번째로 겁에 질린 아이를 찾아갔다.

평생을 두려움 속에 살아온 아이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이 참으로 인간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인간이란 본래 그렇게 발버둥 치다 죽어가는 법이다.

대제사장의 오른발이 그 아이를 두들겼다.

세 번째로 악취 지독한 늙은 거지를 바라봤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척하지만 가장 많은 것을 욕망하는 지독한 오물 덩어리다. 이 와중에도 눈알을 뒹굴뒹굴 굴려가며 요령을 피우는 것이 제법 귀엽긴 하다.

대제사장의 손바닥이 늙은 거지의 뺨을 후려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라한과를 절대 얻지 못할 거짓 아라한.

자비는 없었다.

대제사장의 하얀 손이 팽불청의 남연무황도를 파고들었다.

‘무······, 무슨!!’

마치 진흙을 가르는 것처럼.

대제사장의 손이 초절정고수 필생의 무학이 담긴 천년의 명도를 가르고 들어왔다.

-푸욱

수십 년을 단련한 진기도, 그 진기를 담은 단단한 육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대제사장의 손끝이 팽불청의 늑골을 바수고 그 속에 담긴 내용물을 파헤쳤다.

걸왕은 오직 오른 뺨의 통증만을 느꼈다.

무신은 무언가 잘못됐음을 그저 직감했다.

찰나(刹那)

파검은 지금이야말로 남은 힘을 모조리 끌어낼 시간임을 직감했다.

파검은 천재였다.

아니, 천재다.

그의 인생은 불가능의 연속이었고, 그는 그 모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왔다.

파검류 오의

천하(天下)

단 일검에 가르지 못하는 것이 없다 자신했던 절세의 검공.

하지만 그 자신은 이미 깨어졌다. 그 앞에 선 괴물은 그의 마음으로도 베지 못하는 거대한 존재였다.

대제사장이 팽불청의 가슴을 파헤치는 그 찰나의 순간.

파검이 자신의 오른손에 쥔 검을 휘둘렀다.

-빠드득

수백의 절정 고수를 묶어뒀던 거대한 기운은 천하제일인의 검을 박살 냈다.

예상한 대로다.

그의 왼손이 자연스럽게 등 뒤에 떠 있던 검을 낚아챘다.

파검류 오의

천하(天下)

한 번이 안 되면 두 번.

두 번이 안 되면 세 번.

세 번이 안 되면 네 번.

그야말로 시간을 가장 미세한 단위로 나눈 그 틈의 사이.

천하에 가르지 못하는 것이 없다 자신했던 파검의 절초가 무려 여덟 번이나 대제사장을 두들겼다.

그리고 그 직후.

걸왕이 자신의 어금니 하나가 부러졌음을 인지하는 그 시간.

무신의 몸이 포효했다.

그동안 쌓아 올린 신공의 삼 할이 소실됐다?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이미 무당의 벽산이, 소림의 공조가 한차례 보여주지 않았던가.

파검의 공격은 그의 인지 너머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기에 무신은 그것을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근거 역시 없었다.

졸수(卒壽)를 앞둔 나이. 누군가는 살 만큼 살았다 하겠지만 어찌 늙었다 하여 목숨에 미련이 없겠는가.

하지만 오직 직감.

무신 모용경이 오직 자신의 직감을 믿고 거기에 그를 이루던 진원을 아낌없이 불태웠다.

-쿠과과과광!!

경지를 넘어선, 어쩌면 그 다음을 엿볼지도 모르던 무인의 생명을 불태운 공격이 대제사장을 두들겼다. 수만 근의 화약이 터지는 막대한 충격량.

-퉷

부러진 어금니를 뱉어낸 걸왕이 거기에 합류했다.

현재의 상황을 이해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다.

지금이다.

오늘 하루 혹사당한 늙은 몸이 비명을 내지른다. 본래 비장의 기술은 한 번 쓰면 며칠은 누워서 쉬어줘야 하기에 비장의 기술인 법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순간에 무리하지 않는다면 대체 언제 무리를 하겠는가.

항룡십팔장(亢龍十八掌)

항룡유회(亢龍有悔)

마교의 악적을 삭제시켰던 절세의 무공이 또 다시 펼쳐졌다.

“빌어먹을!!”

검왕 남궁벽이 모처럼 얻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짜증을 냈다.

늑장을 부려 합류한 몇몇 절정 고수들의 도움 덕분에 마인을 몰아칠 기회를 잡았지만 지금은 거기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기의 충돌.

오늘 승부를 결정짓는 곳은 바로 저곳이었다.

제왕검형(帝王劍形)

천뢰(天雷)

남궁벽의 검극에 황금빛의 강기가 뭉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터져나갈 것처럼 요동치는 검강의 뭉치. 분명 완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불완전하다고 해도 분명 검환(劍環)이었다.

남궁벽의 검환이 가면인에게 쏘아졌다.

-쿠과광!!

물론 그 대가로 초절정의 마인을 잡고 있던 소림승 셋의 머리가 박살 났지만 이 모든 것 역시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다.

“내가 해치웠다!! 나 검왕 남궁벽이 적의 수괴를 해치웠다!!”

남궁벽이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뻐억!!

가면인의 오른손이 모용경의 복부를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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