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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파 역대급 천재-27화 (27/288)

27화

서안행(5)

통증 따윈 느끼지 못한다는 것일까?

-큭큭큭

자신의 손, 그리고 조금 전까지 펄떡펄떡 뛰고 있던 부하의 심장. 그것들을 한 번에 꿰뚫은 나의 검을 바라보며 마인이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이것 참, 재밌구나. 그래, 그렇다면 어디 얼마나 더 재밌어질 수 있을지 한 번 해볼까?”

-서걱

고기를 써는 감각이 칼을 타고 전해졌다.

핏물이 비산했다.

녀석의 오른손. 중지와 약지가 거의 손목까지 쩍하고 벌어졌다. 내가 베어낸 것이 아니다. 녀석이 스스로 그렇게 검을 뽑아냈다.

그리고 그렇게 비산하는 핏속에서 녀석의 하얀 이가 빛났다.

-우욱

조곽이 구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비위가 그렇게 약한 것일까?

아니다.

마공의 영향이다. 사람의 심지를 흔들어 놓는다. 이것으로 조곽은 그 나름의 무공을 익힌 무사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제압당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녀석의 노림수였다.

넘어가지 않는다.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여러 가지 과장된 동작과 말들로 그것을 감추려고 했지만, 녀석이 노리는 바는 명확했다.

심장의 섭취.

마공 가운데는 인육을 섭취하는 것으로 놀라운 공능을 발휘하는 마공이 존재한다고 들었다. 아마 저 마인이 익힌 것 역시 그런 종류이겠지.

방해하겠다.

나의 모든 신경을 오직 마인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필요 없는 정보를 차단하고, 그의 움직임이 의미하는 것을 읽어낸다.

-부웅

빠르다.

백회혈을 타고 내려오는 막대한 기운에도 불구하고 마인의 움직임 쪽이 명백히 빠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막대한 기운이 흐른다고 해도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결국 내 몸뚱이다. 한 번에 사용 가능한 총량은 결국 내 몸의 기맥이 버텨낼 수 있는 한계까지다.

‘아쉽게도 네 녀석의 수준이······.’

태사조님의 말씀이 의미하셨던 것 역시 이런 것이겠지.

하지만 괜찮았다. 그럼에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사람의 모든 움직임에는 징조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을 읽어낸다.

머릿속이 불타오른다.

최초, 나는 강아현과의 비무에서 비슷한 일을 하다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었다.

포원공을 익힌 지금은 그보다 훨씬 나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감히 거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녀석의 근육이, 관절이. 그리고 그 움직임까지도!! 모두 손에 잡힌 것처럼 세세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마치 내가 저 마인이 된 것 같은 감각이다.

그의 모든 의도가 읽힌다.

검을 움직였다. 막고, 막고, 또 막아냈다. 녀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여전히 힘의 차이는 명백하다. 하지만 그렇게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상대가 번번이 자신의 공격을 벗어난다. 모든 공방에서 조금씩 손해를 누적시킨다.

그렇기에 이대로는 안된다고 판단하겠지.

마침내 녀석이 커다란 손해를 감수하고 심장을 삼키려 했다. 아니, 할 것이다. 나의 계산에 따르자면 앞으로 정확히 일곱 수 후의 이야기다.

그러니 허점을 보여준다. 물론 어설프게 해서는 넘어오지 않을 것이다. 확실한 허점이다. 녀석이 짐승과도 같은 기세로 치고 들어왔다.

-퍼억

그리하여 녀석의 손끝이 스치고 간 어깨가 시큰하다. 하지만 이 한 번의 손해로 나는 두 쪽이 났던 심장을 네 조각으로 갈랐다. 이제 녀석이 손에 쥔 심장은 고작 사 분의 일 토막.

“감히!!!”

먹이를 빼앗긴 짐승이 사납게 포효했다.

더 빠르다.

그리고 더 강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래, 어쩌면 이대로라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상했다.

대체 왜? 어째서?

태사조님은 녀석을 최소 인급의 마인이라고 했다.

절정 고수. 그러니까 사조님들에 준하는 고수라는 의미다. 헌데 그런 고수가 이렇게 멍청한 선택을 거듭하고, 일방적으로 밀린다고?

태사조님이 틀린 것일까?

아니면 역시 뭔가 제약이 있는 건가?

서안부는 종남의 안마당이다. 물론 나야 마인의 정체를 한눈에 꿰뚫어 보지 못했지만, 종남의 고수들에게까지 그것을 들키지 않고 버틴다는 것은 특별한 방법이 있다는 의미다. 어쩌면 거기서 뭔가 제약이 걸린 것이 아닐까? 그리고 심장을 섭취하는 것이 그 제약을 해제하는 방법이고?

그렇기에 방심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녀석을 막아냈다.

하지만 나는 알수 없었다. 마공이라는 것이 얼마나 기괴한 것인지를.

그리하여 나의 생각을 아득히 벗어난 영역에서 승부의 추가 움직였다.

-푹

녀석의 두 부하 중 나머지 하나.

대체 사람이 자신의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뽑아 바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명백한 사실은, 나의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었다.

칼을 휘둘렀다.

그리고 동시에 판단했다.

이건 늦었다.

“빌어먹을 애새끼가. 나를 여기까지 몰아붙이다니. 그래, 칭찬해주마. 화산이 정말 대단한 녀석을 키워내고 있었구나. 그래, 그런 녀석의 심장이라면 이 정도 손해는 충분히 벌충할 수 있겠지.”

전력을 다한 나의 검이 마인의 오른쪽 어깨를 꿰뚫었다. 마치 가죽 갑옷처럼 질긴 피부를 뚫었고 금석처럼 단단한 살을 갈랐으며 강철 같은 뼈까지 부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녀석이 심장을 씹어 삼켰다.

그리하여 그 순간, 칠흑과도 같은 어둠이 펼쳐졌다.

화산의 기운을 닮은 청아한 진기가 나의 정신을 보호했다. 포원공의 진기가 나의 몸을 끊임없이 순환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몸이 떨려왔다. 그래, 이것이야말로 진짜 인급의 마인이다.

나의 검이 심장을 씹어먹는 녀석의 몸을 몇 차례 할퀴고 지나갔다.

소용없었다.

마치 찰흙이 붙는 것처럼, 쩍 벌어졌던 오른손이 꿈틀대며 들러붙는다.

오른손의 상처만이 아니었다. 부서지다시피 한 어깨의 상처도, 그리고 그 외 마인의 몸에 나 있던 상처들이 빠르게 아물었다.

빠르게 세 걸음 뒤로 물러났다.

도망? 어림없다. 이런 상대로부터 등을 돌리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다.

저항한다.

“상황 판단은 제법이로구나.”

더 빠르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슬아슬하게 예상할 수 있었다.

-쾅!!

하지만 해일이 오는 것을 안다고 하여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 혹은 화산이 폭발하는 것을 안다고 해서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 안다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불합리하게까지 느껴지는 항거불능의 압도적인 폭력이 나를 향했다.

막아냈다는 표현이 과연 어울리기나 할까?

포원공으로 보호되는 기맥이 진탕됐다. 공격의 충격만으로 내장 일부가 상한 것일까? 비릿한 핏물이 울컥 올라왔다.

마인이 나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이것까지 막아내? 흐흐, 참으로 맛있겠구나. 그래, 이토록 정순한 기운을 쌓은 무인의 절망은 얼마나 맛있을까. 아, 그러고 보니 음식이 하나 더 있었구나. 그렇다면 괜히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입맛을 버리는 것보다 저것을 먼저 먹는 것이 낫겠지?”

녀석의 시선이 조곽으로 향했다.

“소······, 소협!!”

여전히 주저앉아 움직이지 못하는 그가 비명을 내질렀다.

-쾅!!!

오지랖이었다.

차라리 한 걸음이라도 더 멀어졌다면 몇 초라도 더 살았을 것을. 하지만 참을 수 없었다. 아니, 참아서는 안 됐다.

어느 경우에도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저러해서는 안 된다.

“쯧, 하여간 정파 놈들이 꼭 이럴 때마다 뭐라도 된 것처럼 구는 것이 참으로 재밌단 말이지. 어차피 조금만 벗겨내면 제 놈들도 다 똑같은 놈들인 것을.”

코와 입에서 핏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백회를 타고 내려오던 청량한 기운도 어느새 종적을 감췄다. 두 다리가 덜덜 떨린다. 이를 악물었다.

“헛소리 그만하고 덤벼.”

가장 익숙한 납매검의 기수식으로 녀석 앞에 섰다.

아직이다. 적어도 삼 초식. 나는 녀석의 공격에 죽지 않을 자신이 있다.

한 번의 공격과 이어지는 또 한 번의 공격.

녀석의 시선에 넘실되는 광기가 나의 심장을 자극했다. 이것은 사람을 상대하는 사람이 아닌, 먹이를 바라보는 맹수의 시선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녀석의 오른손이 나의 검을 박살냈다.

끝인가?

아니다. 나는 포기하지 않겠다. 기적은 오직 마지막까지 발악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법이라는 사실 정도는 이미 알고 있지 않았던가.

그리하여 바로 그 순간.

-푸욱

녀석의 등허리에 기적과 같이 한 자루 검이 꽂혔다.

“거기서 중요한 것은 그래도 벗겨내기 전까지는 다른 놈이라는 점이다. 괴물.”

붉게 상기된 피부와 이글거리는 눈동자.

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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