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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파 역대급 천재-26화 (26/288)

26화

서안행(4)

그들이 두목이라고 데리고 나온 자는 왼손 약지 한 마디가 없는 애꾸의 건장한 사내였다. 대충 보기에 칠 척 육 촌 정도?

고작 열세 살이던 장광이 팔 척이나 되는 괴물이라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건 그 녀석이 괴물이고, 사실 저 정도만 해도 충분히 거인이라고 부를 만했다.

애당초 잘 먹고 자란 호족 집안의 자제가 아닌 이상에서야 칠 척이 넘는 키는 쉽게 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역시 타고난 신력에 의지하는 유형인가? 대부분 이 바닥 인생들이 그렇듯 녀석에게서는 딱히 내공을 익힌 기색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무언가 한 가지를 년 단위로 꾸준히 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녀석이 아닌 이상에서야 그런 성실함을 갖췄다면 이런 밑바닥을 전전하는 일은 드물다.

녀석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대략 열 걸음정도 거리?

헌데 그 순간, 예상하지 못했던 급박한 목소리가 나의 머릿속에 울렸다.

-마인이다!!

태사조님의 목소리였다.

눈앞의 세상이 변했다.

흩날리는 꽃잎. 그리고 그 사이로 야차와 같은 표정으로 선 태사조님이 보였다.

몽원경이다.

하지만 어떻게? 지금까지 내가 몽원경에 들어온 것은 잠에 들었을 때뿐이었다. 유일하게 예외라면 강아현과의 싸움에서 기절했을 때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아예 상황이 달랐다.

게다가 마인이라니.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네?”

“저 녀석, 마공을 익혔다. 그것도 제법 높은 수준으로.”

마공, 그리고 마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다. 나 역시 화산을 들어가기 전, 저자를 떠도는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사람의 피와 살을 탐하는 괴물이자 절대 마주쳐서는 안 되는 재앙.’

그리고 화산에 들어와 조금 더 제대로 알게 된 그들은 저자를 떠도는 그 소문들이 오히려 축소된 것이라고 여겨도 무방할 만큼 사악한 존재들이었다.

일반적인 무공이 자연의 기운을 담아내는 것이라면, 마공은 사람이 만들어낸 혼탁한 기운을 몸에 담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혼탁한 기운은 부정적인 기운일수록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마인들은 그 부정적인 기운을 얻기 위해 무슨 짓이든 벌인다. 그들이 사람의 피와 살을 탐한다는 것이 과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네? 마인이라고요? 아니, 하지만 마인이 대체 여길 왜!!”

“그거야 나도 알 수가 없는 일이지. 하지만 확실하다. 저 녀석 최소 인급의 마인이다.”

“맙소사.”

인급의 마인이라면 절정의 고수에 준한다. 최소 본문의 일대제자, 장로급이라는 뜻이다.

헌데 잠깐만?

“태사조님. 그런데 제가 갑자기 어떻게 몽원경에 들어온거죠? 지금 잠이 든 것도 아닌데요. 게다가 저자가 마인이라는 것은 대체 어떻게 확신하시는 거고요.”

“그것이 나에게 허락된 일이니까. 아니, 허락이라기보다는 의무이지.”

“네? 의무요?”

“그래, 이것이야말로 이곳 몽원경의 목적이며 이렇게 너와 내가 마주 보는 이유다.”

당혹감.

나는 바보가 아니다. 그렇기에 내 나름대로 태사조님이 이렇게 나에게 나타난 이유에 대하여 추측하는 바가 있었다.

검종과 기종. 검술일성과 선심후수.

현재의 화산파는 본문을 구성하는 양대 축 가운데 하나가 완벽하게 부러져 나간 상황이다. 그렇기에 나는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화산을 되돌리기 위해 우화등선하신 태사조님이 나의 꿈에 현몽하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마인이 이렇게 나를 마주하는 이유라고?

매우 당황스럽다.

“당장은 자세한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다. 일단 힘을 빌려주마. 당장 여길 빠져나가거라.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저 녀석을 썰어버리고 싶다만, 아쉽게도 네 녀석의 수준이······.”

태사조님의 그 말씀을 끝으로 순식간에 다시 세상이 뒤집혔다.

몽원경 속에서 제법 긴 대화를 주고받았음에도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마인과의 거리는 여전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조금은 달라 보인다.

녀석이 마인이라는 것을 모를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띄었다. 눈에는 두려움이 엿보였지만, 호흡은 침착하다. 또한, 내공을 익힐 만큼 부지런하지 않은 하류 잡배가 단순히 천생 신력만 믿고 날뛴다고 하기에 옷에 가려진 몸이 과하게 탄탄하다. 내공을 익힐 부지런함은 없지만, 저렇게까지 몸을 단련할 만큼 부지런하다고?

모순이다.

-후읍

크게 한 호흡.

그 순간 나는 태사조님이 말씀하신 힘을 빌려준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이게 필요할까? 어차피 상대는 서안부. 구파 중 하나인 종남파의 안방까지 몰래 침입한 마인이다. 그런 마인이 고작 나 때문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까?

열한 걸음.

마인의 눈빛이 변했다.

‘젠장.’

찰나의 시간.

차고 있던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본산에서 사용하던 무인검이 아니다. 출산 할 때에 받아온 날카롭게 날이 선 진검이다.

나의 몸이 빠르게 녀석에게 쇄도했다.

-쾅!!

하지만 소용없었다.

마인의 팔뚝이 나의 검을 가로막았다.

“어린 놈이 감이 제법이로구나. 어떻게 알았지?”

“그렇게 살기를 풀풀 풍기는 데 모르면 그게 이상하지. 그러는 너야말로 잘 숨어있던 놈이 갑자기 무슨 생각인 거냐.”

“그야 화산 놈들은 때려잡는 게 제맛이니까. 게다가 네깟놈 하나 죽여 없애는 것이 무에 그리 대수라고.”

내 곁에 서 있던 조곽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물었다.

“소협, 갑자기 무······, 무슨?”

“마인입니다.”

“마······, 마인이라고요?”

그의 안색이 시퍼렇게 변했다. 안색이 변한 것은 그를 데리고 온 졸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짓도 제법 재밌었는데, 아쉽게 됐구나.”

옷 아래 감춰진 녀석의 근육이 부풀었다.

온다!!

-퍼억!!

“이게 무슨!!”

아니었다. 녀석의 손이 향한 곳은 내가 아닌 그 바로 옆에 사색이 되어 서있던 자신의 졸개였다. 마치 두부를 으깨듯 사람의 가슴을 파고 들어간 녀석의 손에 펄떡펄떡 뛰는 사람의 심장이 뽑혀 나왔다.

“어린 주제에 어울리지 않게 제법 한가닥 하는 녀석인 것 같으니, 아껴뒀던 비상식량은 먹고 시작해야겠구나.”

녀석이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자신의 입가로 가져갔다.

자신의 앞에 선 나 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오만함.

하지만 그럴 만하다. 녀석이 풍기는 기운은 그토록 막대했으니까.

뒤편.

조곽이 아예 자리에 주저앉았다. 당장에 등을 돌려 도망이라도 쳐주는 것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련만.

매캐한 악의와 탁기가 가득한 빈민가.

포원공의 진기가 나의 몸을 보호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백회혈. 마치 화산을 연상케 하는 청량한 기운이 솟구쳤다. 그것은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막대한 힘이었다.

-푸욱!!

검극이 녀석의 오른손을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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