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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78화 (78/150)

78. 신기의 능력

“오, 생각보다 기특한 놈들이었네?”

성으로 접근하던 요한은 때마침 정면에서 이쪽으로 몰려오는 군대를 보고 미소를 그렸다. 아마 도망친 병사들의 보고를 받고 몰려온 지원군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가서 때려잡든, 오는 걸 때려잡든, 때려잡아야 할 놈들인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넓은 대로였지만 기마대가 우르르 몰려오자 취객들조차 술이 깼는지 분분히 옆으로 비켜서는 게 보였다.

물론 그조차도 마약과 술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는 놈들은 가차 없었다. 기사들은 그런 놈들까지 신경 써 줄 만큼 상냥한 인간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마대는 약과 술에 찌들어 거리에서 퍼질러 자고 있던 놈들을 밟아 으깨며 빠른 속도로 요한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어이, 형씨! 거기 있다간 밟혀 죽어! 얼른 옆으로 비켜서라고!”

“형씨, 미쳤어? 나오라고!”

그래도 아직 인정이 남아 있는 사람들은 요한을 걱정해서 소리치기도 했지만 요한은 그저 말없이 짧게 손을 흔들어 줄 뿐이었다.

그사이, 철갑을 덧댄 기마대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제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도 없다는 뜻이었다.

“젠장, 사람 하나 또 죽겠군.”

“하여간 저 빌어먹을 새끼들…….”

영주군에 대한 백성들의 민심은 결코 좋지 않았다. 정규군이란 명칭과 다르게 백성들을 수탈하고 뺏어 가는 것은 도적들보다 더 했으니 결코 평판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저항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지금 저 기마대만 해도 그렇다. 전원 오러 비기너급 유저로 구성된 기마대가 속도를 붙여서 돌진하면 그 자체로 거대한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파도나 산사태에 대고 검이나 창 따위를 휘둘러 막을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그저 고개 돌려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이어질 참사를 외면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

콰아아아아아앙!

“……!”

“……미친.”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요한이 한껏 잡아 당겼던 오른 주먹을 힘껏 내지르자 엄청난 굉음이 터지면서 충격파가 일대를 휩쓸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폭발한 건 요한의 주먹이 아니라 기마대의 선열이었다.

말에, 기사에, 갑주와 마갑까지 족히 300킬로그램 이상은 거뜬히 넘어갈 기마대 열댓 명이 추풍낙엽처럼 부서져 흩날리는 모습은 경악을 넘어 현실감을 상실한 것 같았다.

그런데 더 경악스러운 사실은 요한의 몸에서 전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요한은 뇌전의 마나를 전혀 쓰지 않고 맨몸으로 이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말이다.

‘나노. 문제없지?’

[마스터의 육체와 본 시스템 모두 손상률은 한없이 0%에 가깝습니다.]

애초부터 초인을 아득히 능가한 요한의 육체에 그런 몸뚱이의 내구력을 증폭시켜 준 나노 크리에이터와 완력을 증폭시켜 준 빅벤의 반지.

그 세 가지가 삼위일체를 이루면서 마나도 없이 이런 경이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으아악!”

“피, 피해!”

기마대를 따르던 병사들은 조각난 말과 기사들의 잔해가 머리 위로 쏟아지자 피하기 급급했다.

하지만 뭉쳐서 뒤를 따르던 병사들은 되레 저들끼리 엉키면서 도망치지 못하고 결국 잔해를 얻어맞았다.

일부는 부상으로 그쳤지만 큰 덩어리나 날카로운 쇠붙이에 잘못 맞은 병사들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요한은 흩어진 병사들의 무리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마른침을 삼키거나 흔들리는 눈동자로 요한을 지켜보면서도 섣불리 그를 막아서지 못했다.

“뭐, 뭐 하고 있어? 놈을 막아!”

“적을 그대로 보내 주는 놈들이 있다면 그 자리엣 참수할 것이다!”

결국 살아남은 기사들의 독촉에 병사들은 무기를 질끈 꼬나쥐고는 악을 쓰며 요한을 향해 덤벼들기 시작했다.

요한은 병사들의 무기를 피하지 않았다. 피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병사들이 전력으로 휘두른 창검은 요한의 몸을 맞고 부러지거나 이가 나가기 일쑤였다. 요한은 그런 병사들에게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가 신경 쓰는 병사들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길을 열어주지 않는 병사들이었다.

“비켜라.”

필요하면 메르큐리의 신발을 써서 병사들을 피해 하늘을 날아갈 수도 있었지만 요한은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 요한의 기분은 매우 더럽고 상쾌했으니까.

“놈을 막아! 절대로 여길 통과시켜선 안 된다!”

“그러시겠지.”

꽈드득! 꽈득……!

“마, 막아!”

요한은 다시 한번 바짝 주먹을 당겼다. 그 행위가 무엇인지 눈치챈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육탄 돌격으로 요한의 팔다리를 붙잡았지만 상관없었다.

후우웅!

콰아아아아앙!

요한은 병사들이 팔에 매달리건, 다리를 붙잡건 개의치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방금 전과 같은 충격파가 정면을 휩쓸었고 병사들이 추풍낙엽처럼 흩날렸다.

이번에는 벽이 되어줄 기마대도 존재하지 않았던 만큼 병사들의 피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요한은 자신의 앞으로 뻥 뚫린 대로를 보다가 제국이 있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

‘너도 이런 기분이었냐, 헥토르?’

요한은 전장에서 헥토르가 암흑의 마나를 쓰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쓸 필요가 없었으니까.

애초에 수십만 대군을 뚫을 수 있는 병력이나 전사도 드물었을 뿐더러 설령 뚫는다 해도 그 뒤에 기다리는 건 원소의 마나를 주축으로 한 정예 부대원이었다.

그들의 뒤에는 요한과 마자현이 있었고 그 모든 것을 뚫고서야 간신히 헥토르의 얼굴을 보는 것이 가능했다.

적이라면 그야말로 하늘 위의 하늘 같은 존재…… 그게 바로 헥토르였던 것이다.

터벅터벅…….

요한이 홍해처럼 갈라진 병사들 사이를 지나가는데 그 누구도 요한을 막지 못했다.

오히려 얼어붙어 있다가 요한이 근처를 지나가면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 실금을 하는 병사들도 보일 정도였다.

그런 병사들을 책망할 기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요한의 주먹에서 뿜어져 나온 권풍에 휩쓸려 전부 죽었기 때문이었다.

“발사!”

“놈을 고슴도치로 만들어 버려라!”

그렇게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문 앞에 도착하자 이번에는 성벽 위에서 화살들이 쏟아져 날아왔다.

그러나 요한에게 집중된 화살들은 마치 잔잔한 호수에 화살을 쏟아붓는 것처럼 작은 파문을 남기며 허무하게 사라질 뿐이었다.

그렇게 성문 앞까지 도착한 요한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선 한껏 당기더니 그대로 성문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쩌엉!

“허억……!”

“중심 잡아!”

“이, 이건 악몽이야…….”

성벽 위에 서 있던 병사들은 성벽이 흔들리자 자리에 넘어지거나 난간에 기대며 버티고 섰지만 그들이 받은 충격은 결코 작지 않았다.

아니, 그 어느 누구라도 성문을 맨주먹으로 후려 갈겨서 성벽을 뒤흔들 수 있는 괴물이 출현한다면 겁을 먹지 않을 수 없겠지.

하지만 요한도 나름 감탄하고 있는 중이었다.

크게 흔들렸다고는 해도 여전히 성문은 굳게 버티고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몇 방 더 갈기거나 오러를 쓰면 부술 수도 있었지만 요한은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블랙, 그것 좀 빌려줘.”

요한이 자신의 그림자로 손을 벌리자 그림자 손에서 투박하고 거대한 시꺼먼 몽둥이가 튀어나왔다.

바로 아다만티움 몽둥이였다.

‘확실히 묵직하구먼.’

압실론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아다만티움 몽둥이도 상당한 무게를 자랑했다.

하지만 빅벤의 반지를 착용하고 있는 요한에게는 한 손으로 들어도 적당할 만큼 가벼운 무게에 불과했다.

“퉤! 그럼 간다!”

후우웅!

손에 침을 바른 요한이 몽둥이를 크게 휘둘러 성문을 후려갈겼다.

콰아아아아앙!

그러자 엄청난 굉음과 함께 맥없이 박살 나며 산산조각으로 흩어지는 성문의 잔해들…….

아무리 엄청난 내구력을 자랑하는 성문이라 하더라도 아다만티움 몽둥이 앞에선 얄짤없었던 것이다.

그림자 속으로 다시 몽둥이를 집어넣은 요한이 내성으로 침입하자 더 많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그에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군주를 지키고자 하는 충성심보다는 자신들의 부귀영화를 지키고자 하는 탐욕 섞인 초조함이 더 간절해 보였다.

요한은 그렇게 몰려드는 기사와 병사들에게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둘렀다.

쩡! 퍼억! 콰직! 콰드득!

요한이 아무렇게나 휘두른 주먹조차 그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제대로 맞으면 폭사하면서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고, 권풍의 영향권 안에만 있어도 사지가 부서져 비명을 지르며 최후를 맞이했다.

그 밖에 멀리서 화살로 요한을 견제하던 녀석들은 그들이 쏜 화살에 더해 성문 앞에서 수거한 화살들로 되돌려 주며 말끔하게 정리했다.

요한 혼자서 성 하나를 접수하는데 고작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것이다. 그것도 마나조차 쓰지 않은 상태로 말이다.

그렇게 내성에 들어서 영주실로 향하던 요한의 앞을 익숙한 얼굴의 누군가가 가로막았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마시죠. 당신의 만행을 기행 정도로 봐줄 수 있는 건 딱 거기까지니까.”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사내를 확인한 요한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젊었을 적엔 그래도 조금 더 멀쩡한 상판대기를 가지고 있었네?”

“호오, 저는 당신을 모르는데 당신은 마치 저를 안다는 듯이 말씀하시는군요. 그 복면 속 얼굴이 더욱 궁금해지는데요?”

“자신 있으면 와서 벗겨 보든가.”

“그러도록 하죠.”

로이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각기 다른 그림자 속에 숨어 있던 암살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와 요한을 기습했다.

그 순간!

번쩍!

요한의 주변에서 한 차례 빛이 번쩍였다. 뇌전의 마나로 인한 푸른빛의 번개가 아니었다. 그것은 황금빛에 더 가까웠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요한의 손에는 어느새 오리하르콘 검 한 자루가 들려 있었고 검이 만든 궤적을 따라 조각난 암살자들의 몸뚱이가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그건……!”

그 순간, 로이드의 부릅뜬 눈이 크게 흔들렸다.

상대방에게서는 마나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에 반해 암살자들은 전원 오러 익스퍼트 중급에서 상급에 이른 강자들.

당연히 놈들이 가지고 있던 독이 발린 단검에도 익스퍼트 오러가 피어 있었다.

그런데 요한이 휘두른 황금빛의 검은 암살자들의 몸뚱이는 물론이고 익스퍼트 오러로 무장된 단검 역시 가리지 않고 잘라 버렸다.

오러로 무장하지도 않고 황금 검으로 그런 짓은 설령 검의 신이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만약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그건 황금으로 만든 검이 아니라…….

“설마 그 검이 오리하르콘 소드라고?”

로이드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로한 황가에서 오리하르콘 소드를 가지고 있는 건 오로지 황제뿐이었다. 그만큼 귀한 검을 듣도 보도 못한 인간이 가지고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뭘 그렇게 놀라고 있어? 정신 안 차리냐?”

“……!”

어느새 요한이 자신의 코앞으로 다가오자 로이드는 서둘러 마나를 끌어 올려 검을 휘둘렀지만 요한에게 손목이 잡히고 말았다.

으드득!

“크윽……!”

그대로 힘을 주자 오러로 강화된 로이드의 손목이 속 빈 갈대처럼 부러지며 그의 입에서 옅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요한이 입꼬리를 씨익 말아 올리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벌써부터 약한 모습 보이지 마.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니까.”

<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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