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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74화 (74/150)

74. 비밀 공방의 유산

쿵!

호로모스의 거대한 거체가 바닥에 쓰러지자 요한 일행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녀석을 지켜보았다.

혹시라도 녀석이 다시 움직일 가능성을 대비해서 말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쓰러진 호로모스가 다시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서걱!

요한은 죽은 호로모스에게 다가가 녀석의 팔목을 잘랐다. 그리고 빅벤의 반지를 잘린 팔목에서 분리하여 자신의 허리에 착용하였다.

거인왕 빅벤에게는 반지였던 것이, 호로모스에게는 팔찌가 되었고, 요한에게는 허리띠가 된 것이다.

[신마 시대의 유물, 빅벤의 반지를 등록하시겠십니까?]

‘당연하지.’

그렇게 빅벤의 반지가 나노 크리에이터에 등록되자 본격적으로 그 능력이 발휘되기 시작하였다.

‘이건……!’

요한은 몸 안쪽에서부터 끌어 오르는 강대한 기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나로 신체 능력을 강화시키는 것과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뇌전의 마나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지만 육체는 확실히 변화가 생겼다.

요한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주먹만 한 바위 하나를 들어 힘을 주었다.

콰직!

뇌전의 마나를 쓰지 않고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을 바위가 단순한 악력에 무슨 빵처럼 부스러져 손아귀에서 흘러내렸다.

심지어 별다른 힘도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거 힘 조절 잘못하면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겠는데?’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요한이 라거에게 다가갔다.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부축해 드릴까요?”

“이, 이 정도는 가볍게 몸이나 푼 거지, 뭐!”

요한은 라거의 허세에 피식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허세를 부리기에는 누가 봐도 지쳐 쓰러지지 않은 게 신기할 만큼 라거의 상태가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릴리안도 마찬가지였다.

“우웩……!”

그 자리에 쓰러져 속에 든 것을 토해 내는 릴리안.

특히 체력적으로 라거보다 약한 릴리안은, 바람의 마나가 고갈되며 그 빈자리를 강력한 화기가 침투하기 시작해서 더욱 힘들고 괴로울 터였다.

“여기 더 있다간 싸움이 아니라 쪄 죽게 생겼네요. 얼른 챙길 것만 챙겨서 나가도록 하죠.”

요한은 쓰러진 호로모스를 향해 다가갔다. 생체 전기가 완전히 소실되었다는 건 녀석의 완벽한 죽음을 의미했기에 딱히 걱정거리도 없었다.

그런데…….

“도망쳐!”

그 순간, 뒤에서 폐부를 쥐어짜듯 블랑카의 외침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호로모스와 싸우고 있을 때만 해도 기운이 없어 화이트 위에서 반쯤 죽어 있던 녀석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필사적인 외침이었다.

“뭐지?”

“무슨 일 있어요?”

다만 블랑카의 능력을 모르는 라거와 릴리안만이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주변을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둘러볼 뿐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아니었다.

“모두 화이트를 따라 도망쳐! 지금 당장!”

당장은 몰라도 블랑카가 필사적으로 소리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것도 피를 토할 만큼 필사적으로 소리친 것을 보면 자신들은 상상도 못 할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는 반증이겠지.

요한의 다급한 외침에 라거와 릴리안은 영문도 모르고 일어나 요한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까지도 별다른 변화나 징조는 보이지 않았다. 그에 라거와 릴리안의 의문이 깊어지던 바로 그 순간!

고오오오오오오오오……!

“뭐, 뭐야? 이건?”

“말도 안 돼…….”

“돌아보지 말고 뛰어!”

두 사람은 뒤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불의 마나에 경악하며 뒤를 돌아보려다가 요한의 제지를 받고 필사적으로 달음박질쳤다.

그사이에도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하는 불의 마나.

‘젠장! 어쩐지 쉽게 간다 했다……!’

“너희들은 신경 쓰지 말고 화이트만 따라가! 길 안내는 블랑카 저 녀석이 해 줄 거다. 다른 건 몰라도 제 목숨 하나는 끔찍하게 생각하는 놈이니까 믿고 그냥 가!”

“알파 경?”

파지직! 콰릉!

요한은 그 자리에서 달려오던 반대편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어디에 이 정도로 거대한 불의 마나가 팽창하고 있는 것인지 그 근원지가 한눈에 보였다.

‘호로모스의 심장?’

그곳은 다름 아닌 죽은 호로모스의 심장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녀석의 심장에서 이 정도로 강대한 불의 마나가 뿜어져 나오는 것일까?

심지어 살아생전에는 한 번도 못 느꼈던 불의 마나가 아닌가?

‘그러고 보니 녀석은 이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쓰지 않았던 거지?’

[추론, 암석을 섭취할 수 있는 거인족인 호로모스는 이곳에서 마그마를 식량 대신 섭취한 것으로 추정. 그리고 섭취한 마그마에 포함된 불의 마나가 호로모스와 융화되지 못하고 심장에 축적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심장에 축적되어 있던 불의 마나가 심장이 활동을 멈추고 나니까 폭주하기 시작했다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노 크리에이터의 추론은 정답 여부를 떠나서 지금 팽창하는 불의 마나는 정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막말로 이 일대 전체…… 아니, 화산 그 자체를 날려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일단 심장을 먼저 꺼내야……!’

그렇게 요한이 빠른 속도로 호로모스의 시신에 접근한 순간!

번쩍…….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눈이 멀 것 같은 엄청난 광원이 먼저 터져 나오고 그 뒤에 상상을 초월한 폭발이 이어서 터져 나왔다.

“이런 젠장!”

파지직, 콰릉!

요한은 두 손을 펼쳐 전면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오러 막을 펼쳐 폭발을 막았다. 자신의 뒤에는 아직 도망치지 못한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폭발은 한 방향으로만 일어나지 않으니까. 곧, 폭발이 천장과 벽에도 영향을 미치며 미로 전체에 큰 지진이 일어났다.

나무뿌리처럼 어지럽게 뻗어 나가기 시작한 균열은 순식간에 벽과 천장을 집어 삼켰고, 균열의 틈새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꾸역꾸역 마그마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요한이 서 있던 땅도 폭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탓인지 크게 흔들리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콰아아아앙!

심지어 균열이 더욱 커지며 버티지 못한 벽과 천장이 무너져 내리자 용암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단 것이다.

용암 호수 위로 쏟아져 내린 어마어마한 마그마 때문에 마그마의 수위가 높아지고, 반대로 요한이 서 있던 지반은 침식되면서 용암이 빠르게 땅 위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후욱, 후욱……!”

폭발이 잠잠해지자 오러 막을 거둔 요한이 뒤를 돌아보았고 동료들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었다.

쏟아지는 마그마에 휩쓸린 건지, 무사히 탈출한 건지 지금 당장 확인할 여유는 없었다.

‘일단 먼저 탈출해야…….’

탈출을 고민하며 주위를 살피던 요한의 눈에 순간, 붉은 빛의 강렬한 화기를 내뿜고 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은 놀랍게도 육체를 날려 버리고 남은 호로모스의 ‘심장’이었다.

‘왜 이게…….’

당연히 흔적도 없이 소멸했을 줄 알았던 호로모스의 심장은 요한의 눈높이에서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엄청난 마나의 방출 때문에 지상에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한차례 폭발 덕분에 마나가 많이 줄어들어 더 이상 폭발의 위험은 없어 보였지만 그럼에도 아직 징글징글할 정도의 마나가 느껴졌다.

물론 그 자체로 순수하고 강대한 불의 마나라 잘못하면 손에 쥐기만 해도 손이 타 버릴…….

‘잠깐? 순수하고 강대한 불의 마나의 덩어리라고?’

그 순간, 요한의 머릿속에 마자현이 스쳐 지나갔다. 만약 마자현이 이 호로모스의 심장을 먹고 그 안에 남은 불의 마나를 흡수할 수 있다면?

그 생각이 스치자마자 요한의 손은 본능적으로 호로모스의 심장을 챙기고 있었다.

‘일단 밖으로…….’

콰우우우우우!

그 순간, 들어왔던 입구 쪽은 용암의 폭포로 막혀 버렸고, 천장도 무너지며 마그마가 그야말로 집어 삼킬 것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지반까지 무너지자 요한은 메르큐리의 신발을 써서 허공에 몸을 띄웠다.

그런데…….

‘구멍?’

무너진 지반의 아래쪽으로 용암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곳에 인위적으로 만든 것처럼 거대한 구멍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차오르는 용암 호수에 천장에서는 쏟아지는 마그마까지…….

더 이상 고민할 시간도 사치였다. 요한은 구멍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낙하를 시작했다.

‘이런 곳에 이런 인공 건조물을 만들었다는 건 분명 이유가 있다!’

메르큐리의 신발에 뇌전의 마나를 주입하자 다행히 끈적하게 쏟아지는 마그마보다는 빠르게 하강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하강했을까?

‘이건?’

구멍 벽면에 또 다른 통로의 입구를 발견한 요한의 눈이 번뜩였다. 조금만 늦었어도 마그마에 가려져 입구를 찾지 못했을 테지.

‘선택지가 없나…….’

요한은 마그마가 입구를 덮기 전에 서둘러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간발의 차이로 마그마가 입구를 집어 삼키며 끊임없이 아래쪽으로 쏟아져 내려갔다.

쏟아지는 용암 폭포를 뒤로하고 어두운 통로를 걷기 시작한 요한.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요한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광경에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드워프 장인의 공방으로 추정됩니다.]

“그건 나도 알거든? 문제는 누가 이런 뜬금없는 곳에 공방을 만들었냐는 건데…….”

요한은 공방 한구석에 마치 전시한 것처럼 남겨져 있는 무구들이 보였다.

‘열 자루의 검, 다섯 자루의 창, 세 자루의 도끼, 한 자루의 활이라…….’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그것들은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날카로운 예기를 전혀 잃지 않고 있었다.

“설마 이걸 전부 황금으로 제조한 건가?”

[분석 결과, 해당 무구들의 주원료는 황금이 아니라 순도 99.9997%의 오리하르콘인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

나노의 분석 결과에 요한이 눈을 부릅뜨며 눈앞의 무구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설마 눈앞의 무구들이 전부 신의 금속이라고 불리는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졌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후!”

요한은 검 한 자루를 집어 들어 먼지를 불더니 가볍게 뇌전의 마나를 주입해 보았다.

파지직, 파직!

그러자 오리하르콘 검은 평범한 검이었다면 진즉에 녹아내리거나 깨졌을 수준의 뇌전의 마나를 무리 없이 쭉쭉 집어삼키며 검에 예기를 더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게 전부 통짜 오리하르콘 무구라면 여기 있는 것만 가져다 팔아도 작은 나라 하나 정도는 거뜬히 살 수 있겠네.’

요한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더니 조금 더 공방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책상에서 공방의 주인이 썼을 것으로 짐작되는 일기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노, 번역 가능할까?’

[네, 마스터.]

그렇게 나노 크리에이터가 번역해 준 이곳 주인의 인기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고대의 드워프 대장장이 불칸은 이곳의 광물을 채취하다 우연히 거대한 오리하르콘 원석을 발견했고 원석에 눈이 멀어 가족도, 친구도, 나라도 버린 채 이곳에 공방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공방을 만들어 원석을 가공하는 데 전심전력을 기울였지만 아무리 드워프 대장장이라 하더라도 오리하르콘을 가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결국 평생에 걸쳐 남긴 유산이 저 무구들이란 건가……. 응?’

요한은 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상한 구절을 발견했다.

-……그렇게 나는 평생에 걸쳐 최고의 무구를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그 빌어먹을 것을 보기 전까지는…… 그건…… 그것이야말로 신의 걸작! 아니, 악마의…….

< 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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