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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7화 (7/150)

〈 7화 〉 7화 사람으로 사는 긍지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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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님!”

“그래, 어떻게 됐느냐?!”

도모스 자작은 허겁지겁 달려온 총관이 숨을 고르기도 전에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닥달했다.

“그, 그것이··· 필립 행수와 고용한 용병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난 뒤였답니다. 상품도, 도적들도 전부요······.”

“아이고, 아이고 나 죽네······!”

“헉! 영주님! 괜찮으십니까?”

도모스 자작이 뒷목을 잡으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총관이 깜짝 놀라 그를 부축하였다.

하나 총관의 진심어린 걱정에도 그에게 돌아온 건 짜증섞인 따귀 뿐이었다.

짝!

“야 이 멍청한 새끼야! 네놈 눈에는 이게 괜찮아 보이냐?! 그 마차에 실린 상품들의 가치만 자그마치 3만 골드다. 3만 골드! 그게 코앞에서 털렸는데 너 같으면 제정신이겠니?”

3만 골드면 도모스 자작령의 석 달치 운영비와 맞먹는 금액이었다. 도모스 자작이라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그런 돈이 아닌 것이다.

‘그러길래 정규군을 보내서 호위 하자니까! 내부에서 정보가 새면 오히려 위험하다고 반대한 인간이 누군데 이제와서 나한테 화풀이야, 썅!’

“죄, 죄송합니다. 그럼 지금 당장이라도 놈들의 아지트를 들이칠까요?”

총관의 질문은 마치 그들이 애초부터 레지스탕스의 아지트를 알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레지스탕스의 본거지를 알면서도 그냥 놔두고 있는 것일까? 거기에 대한 해답은 이어지는 자작의 대답에서 알 수 있었다.

“아직은 아니야. 놈들의 규모가 생각보다 커졌다. 좀 더 일찍 파악했다면 모를까, 지금 우리가 선수를 친다해도 피해가 상당할 거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내 사병들의 숫자를 줄일 수는 없는 일이지.”

영지를 가진 영주의 입장에서 보유한 사병의 숫자는 곧 권력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얼마든지 강제징집으로 채울 수 있었지만 그렇게 모은 녀석들을 훈련시키는 것도 결국 돈이었기에 되도록이면 쓸데없이 잃지 않는 게 가장 좋았다.

“아참, 그리고 살아남은 필립이 한 얘기입니다만 도적들 중에 뇌전의 마나를 쓰는 놈이 있었다고 하던데요.”

“뇌전의 마나? 그게 뭔데?”

“저도 잘 몰라서 조사해봤더니 무슨 신의 마나니, 마나의 왕이니, 순 전설같은 이야기들 뿐이었습니다. 과거 세상을 뒤흔든 대영웅이나 대악당 중 대부분이 이 마나의 소유자였다고······.”

도모스 자작의 표정을 보고 총관은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자 도모스 자작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대꾸했다.

“그러니까, 전설 속에서나 나올법한 대영웅, 혹은 대악당께서 친히 이런 촌구석에 왕림하시어 내 보물들을 싹 쓸어갔다 이 말이지 지금?”

“그게 제가 그런 건 아니고······. 필립이······.”

“하아······. 필립이란 새끼 어딨어? 일단 그 새끼 이빨부터 몽땅 뽑아버려야 속이 좀 풀리겠다.”

도모스 자작이 분개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순간이었다.

“영주님! 영주님!”

그때마침 부총관이 헐레벌떡 뛰어오자 도모스 자작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이번엔 또 뭔데!”

“첩자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무래도 놈이 최소한의 인원만 데리고 굴밖으로 나올 모양입니다!”

“뭐?! 그게 사실이냐?”

부총관은 서둘러 가져온 밀서를 그에게 건냈고 다급히 밀서를 확인하던 도모스 자작의 입꼬리가 해맑게 말려 올라갔다.

***

깊고 어두운 밤, 심야의 숲속을 은밀하게 이동하는 무리가 있었다.

약속된 시간에 맞춰 약속된 장소를 찾아가는 이들은 다름아닌 레지스탕스 대장과 그의 호위병들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한 결정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시는 게······.”

호위 중 한 명인 빅스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대장을 설득했지만 대장의 굳은 결심은 꺾이지 않았다.

“위기없이는 기회도 없는 법. 만약 그자가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대가로 충분히 협상을 해볼만 하다. 그리고 만에 하나, 내가 잘못된다고 해도 렉스가 충분히 내 역할을 대신해 줄 거다. 설마 렉스의 능력을 의심하는 건가?”

“그런 게 아니라는 건 대장께서 더 잘 아시잖습니까!”

“그럼 잔말말고 가자. 상대가 먼저 와서 기다릴 수도 있으니.”

그들이 조심스럽게 찾아온 곳은 숲속에 버려진 작은 오두막이었다. 이따금 사냥꾼이나 나무꾼이 비를 피하려고 찾는 곳일 뿐이라 오두막 안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직 오지 않은 모양이군.’

약속된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지만 상대방의 모습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일찍 도착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러나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상대방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호위들은 초조해져갔다.

“대장, 더 기다리실 생각입니까?”

“아직 약속 시간도 되지 않았다. 똥마려운 강아지도 아니고 얌전히 좀 기다려.”

대장의 엄포에 빅스는 한숨을 내쉬며 옆을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대장의 뒤에서 차분히 요한을 기다리고 있는 헨더슨이 있었다.

“네가 왠일로 얌전히 있냐? 지금쯤 나보다 더 난리를 쳤어도 이상하지 않을 녀석이.”

“대장이 말씀하셨잖아. 얌전히 기다리라고. 그리고 이런 걸로 사기를 칠 인물처럼은 보이지 않았거든.”

“증거는?”

“없어. 감이다.”

헨더슨의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빅스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그렇게 약속한 시간이 찾아왔다.

“뭐야, 일찍들 왔네?”

저렴한 말투와 함께 등장한 복면인을 보고 빅스와 대장은 살짝 식은땀을 흘렸다.

밖에는 추리고 추린 레지스탕스의 정예 호위병들이 철통같이 경계를 서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상대가 눈앞에 소리소문없이 나타났으니 당연히 식겁할 수밖에······.

‘마음만 먹었으면 우리는 진작에 죽은 목숨이라 이건가.’

“밖에 있는 친구들은 호위병? 꽤나 경계가 삼엄하던데 실력 좋은 친구들로 추려서 왔나보네?”

“헨더슨에게 말씀은 전해 들었습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대단한 분이신 것 같군요. 현재 부족하나마 레지스탕스를 이끌고 있는 겔러핀이라고 합니다.”

겔러핀이 악수를 청하자 요한은 악수를 나누면서 물었다.

“어라? 내가 알고 있는 이곳 자작령의 기사단장도 같은 이름을 쓰고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우연인가?”

“우연이 아닙니다. 알고 계신 겔러핀 더글라스 기사단장과 저는 같은 인물이니까요. 이제는 전 기사단장이지만요.”

“자작령의 기사단장직을 걷어 차고 도적 대장을 하고 있을만큼 기사단장직이 박하던가? 아니면 도적 대장이 잘 버는 직업이 된 건가.”

‘이 작자가 근데!’

빅스는 시종일관 자신의 대장을 무시하는 듯한 요한의 태도에 발끈하여 나서려고 했다. 자신이 모욕당하는 건 상관없지만 겔러핀이 모욕당하는 건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윽······.

‘헨더슨? 너······.’

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대장을 존경하며 중증 다혈질이라 툭하면 사소한 일에도 욱하던 헨더슨이 도리어 자신을 막아섰다.

그에 빅스는 울분을 가라앉히며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제 목적은 처음부터 하나였습니다. 이런 엿같은 영지를 조금이라도 살기 좋게 바꾸는 것. 그걸 위해서 죽어라 수련하고, 죽어라 공부한 끝에 평민에서 기사단장이라는··· 분에 넘치는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죠. 하지만······.”

“거기서 자신의 무능함만 확인한 모양이군.”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저 혼자서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더군요. 오히려 제가 그 자리에 올라가지 않았다면 제 여동생이 사잔같은 짐승 새끼의 눈에 띌 일도 없었을 텐데······.”

시종일관 차분하던 겔러핀의 표정이 그때서야 조금 변화를 보였다.

고된 원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그날······.

자신의 여동생을 겁탈하려고 기를 쓰던 사잔의 모습과 울부짖으며 저항하던 여동생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영주의 장남을 개처럼 팬건가? 근 세 달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 할만큼?”

“그래서 지금도 후회합니다.”

“참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아뇨. 아예 패죽였으면 지금처럼 찝찝한 기분은 안 들었을 텐데. 그때 당시에는 그래도 주군의 아들이라고 목숨을 구걸하는 녀석의 얼굴을 보니 더 이상 주먹이 올라가지 않더군요. 물론 지금이라면 녀석의 면상을 아주 박살내줬을 겁니다.”

“푸하하하!”

겔러핀의 가식없는 솔직한 속내에 요한은 웃음을 참지 못 했다.

“아, 웃어서 미안. 조금 궁금했거든. 그래도 이곳에서는 도모스 자작가문을 제외하면 제법 이 땅에서 떵떵거리고 살 수 있는 기사단장께서 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건지 말이야.”

‘이후 레지스탕스가 토벌된 이후에도 그 부분이 쏙 빠져 있었던 이유를 알만하군. 충성을 바친 기사의 가족을 겁탈하려 하다니··· 그 사실이 알려지면 어떤 기사도 사잔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겠지.’

요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기사단장직을 박탈하고 추방하는 것으로 덮으려고 한 거구만. 너를 사형시키면 결국 사잔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크림포드 백작가에서 알게 될 테니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확실히 죽는다는 걸 알고 다시 돌아가도 저는 똑같은 선택을 할 테니까요. 아니, 그때는 사잔을 반드시 제 손으로 죽여버릴 겁니다.”

“미친놈이네. 하기야, 이 정도로 미치지 않고서야 기사단장의 신분으로 레지스탕스를 조직하고 뒤에서 후원하지는 않았겠지.”

“거기까지 알고 계셨습니까?”

겔러핀이 놀라서 묻자 요한은 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레지스탕스가 소탕되고 난 이후에는 누구나 알게되는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한은 이 사실을 감추고 적당한 이유를 둘러댔다.

“기사단장이 원수나 다름없는 레지스탕스의 대장으로 나타났는데 납득이 가는 이유는 그것 뿐이잖아? 아니면 실력이 조금 좋다고 원수를 대장으로 추앙할만큼 레지스탕스가 동네 깡패들이나 별반 다를 바 없는 녀석이었나?”

“더 이상은 못 참겠습니다!”

“빅스!”

“야, 임마! 너···!”

빅스가 결국 성질이 폭발하자 곁에 있던 헨더슨과 겔러핀이 다급하게 그를 나서서 말렸지만 빅스는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저는 말입니다! 사람처럼 살고 싶어서···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레지스탕스가 됐습니다! 개처럼 땅을 기어다니면서 영주의 발바닥이나 핥아 먹고 살 생각이었으면 참고 또 참았겠죠! 하지만 레지스탕스에 와서 몇 배나 위험한 임무를 맡고, 셀 수 없이 많은 목숨의 위기를 경험했지만 저는 이곳에 있는 동안만큼은 사람이었습니다!”

“그걸 누가 모르냐? 지금은 좀 닥치고 가만히 있으라고!”

헨더슨이 진땀을 뻘뻘 흘리며 요한의 눈치를 살폈다. 요한은 그 어느때보다 냉담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빅스는 그런 요한의 눈빛에 기죽기는커녕 더욱 열을 올렸다.

“놔, 이 새끼야. 내가 레지스탕스에 들어와서 가장 기쁜 게 뭔 줄 알아? 바로 할 말을 할 수 있다는 거다. 할 말도 못 하고 살면 그게 재갈물고 사는 가축이지 사람이냐? 이보쇼.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 헨더슨도 대장도 빌빌거리는지 솔직히 난 알지도 못 하고 관심도 없소. 봐서 알겠지만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빅스! 더 이상 경거망동하면 이 자리에서 널 베겠다!”

스릉.

겔러핀은 검을 뽑아 빅스의 목에 대면서 한편으로는 요한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 부하가 워낙 배움이 얕은 터라 본의아니게 큰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놔 둬. 틀린 말도 아니잖아?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은 하면서 살아야지. 그리고 내가 그쪽한테 무례했던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하지만 그런 상황을 오히려 종용한 사람은 다름아닌 요한이었다.

요한의 허락이 떨어지자 빅스는 용기를 내서 그에게 도전했다.

“나랑 한 판 붙읍시다. 당신이 이기면 평생동안 당신의 노예든 뭐든 시키는 건 군말없이 다 하겠소. 하지만 내가 이기면 당신이 깔봤던 내 동료들에게 사과해 주시오.”

“빅스!”

“야, 임마!

겔러핀과 헨더슨이 그런 빅스를 뜯어 말리려 했지만 빅스의 결심은 확고했다.

한데 빅스의 행동을 불쾌하게 여길 줄 알았던 요한은 오히려 그런 빅스의 모습을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헨더슨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레지스탕스에는 겁 없는 녀석들이 꽤나 많은 모양이야. 그런 정신나간 녀석들이 많을수록 나야 좋지만. 좋아. 네 녀석의 도전을 받아주지. 다만 그 전에 쓰레기들 좀 치우자고.”

“그게 무슨······.”

그때였다.

“대장! 큰일났습니다! 병사들입니다! 아무래도 주변 일대가 완전히 포위된 것 같습니다.”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부하의 외침에 장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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