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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도련님이 살아가는 법-6화 (6/150)

〈 6화 〉 6화 내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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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나타난 요한의 어처구니없는 요구에 뒤에서 지켜보던 필립이 분개하여 소리쳤다.

“이런 정신나간 미친놈을 봤나? 보아하니 거기있는 도적 나부랭이들과 한패인 것 같은데 죽기 싫으면 대가리 박고 용서를 구하는 게 좋을거다! 여기 계신 이분이 누군줄 알아? 쾌검의 바테르라고 하면 우는 애들도······.”

“······쳐.”

“네? 바테르 씨, 방금 뭐라고······.”

“닥치라고!”

딸꾹!

갑작스런 바테르의 고함에 깜짝 놀란 필립이 입을 가렸다. 그러나 꽤나 놀랐는지 딸꾹질까지 하면서 바테르를 쳐다보는 필립.

그제서야 필립은 눈치챌 수 있었다. 바테르의 얼굴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는 식은땀과 극도의 긴장감을······.

“쾌검의 바테르? 뭐야? 너 유명한 놈이었어?”

그러나 요한은 바테르의 이름에도 겁을 집어먹긴커녕 여전히 능글맞은 태도로 이죽였고, 거기에 대해서 바테르는 한 마디도 하지 못 했다.

“바테르 씨, 대체 왜······.”

“닥치고 잘 들어. 살고 싶으면 상품이고 뭐고 죽을 힘을 다해 도망쳐. 나와 내 부하들이 최선을 다한다면 1분 정도는 시간을 끌 수도 있을 거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필립은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바테르가 왜 이런 태도를 보이는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파지직!

필립은 요한의 몸에서 스파크가 방전하는 것을 보았다.

‘응? 방금 뭐지 그건? 스파크? 에이 설마··· 인간의 몸에서 어떻게 전기가··· 잠깐? 어디서 그런 비슷한 경우를 본 것 같은데 그걸 어디서 봤더라······.’

머릿속에서 불이 나게 정보를 검색하던 필립의 두뇌가 이윽고 해당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순간, 그의 눈이 찢어질듯 커졌다.

“서, 설마 뇌전의 마나?! 말도 안 돼!”

상인으로서 식견이 넓었던 필립은 금방 그 원인을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머리는 이해했어도 심장은 납득하지 못 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있어도 이런 곳에서··· 자신의 적으로 나타나선 안 되는 존재였다.

“어서! 시간이······!”

파직.

“한눈 팔 여유가 있나?”

“······!”

공간을 관통했다. 그 표현 이외에 딱히 어울리는 표현은 없을 것 같았다. 눈앞에서 사라진 요한의 모습이 어느 순간, 바테르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바테르는 눈을 부릅뜨며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쾌검의 바테르라 불리는 그가 낼 수 있는 최선의 반응속도였다.

헨더슨에게 보여줬던 검술은 준비운동에 불과했다는 듯, 그가 전력으로 검을 휘두르자 스무 개가 넘는 검의 잔상이 요한의 주변을 촘촘히 애워쌌다.

도망칠 구멍도, 막을 방도도 없어 보이는 완벽한 쾌검이었다.

하지만······.

“이상하네. 분명 쾌검의 바테르라고 하지 않았나?”

파직!

순간, 요한의 몸이 방전하면서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피할구석따윈 없을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요한에게는 활짝열린 대문과 같은 모양이었다.

검의 잔상이 순식간에 허공을 난도질하는 동안, 손쉽게 바테르에게 접근한 요한이 그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쩌엉!

“커헉!!”

새우처럼 허리가 꺾인 채로 왈칵 피를 쏟아내는 바테르. 그가 입고 있던 흉갑의 철판은 흉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바테르의 수하들은 작금의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적수라고는 없을 줄 알았던 자신의 대장이 저렇게 허무하게 패배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해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용기로 두려움을 억누르며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대, 대장을 지켜라!”

“일점진으로 상대한다! 진형을 흐트리지마!”

“부상자는 밖으로! 싸울 수 있는 놈들은 이 꽉 깨물어! 상대는 괴물이다! 목숨을 건란 말이다!”

바테르의 수하들은 빠르게 진형을 구축하며 요한을 압박했다.

‘다수의 약자들로 소수의 강자를 상대하는 진형인가? 나쁘지 않군. 보아하니 이 녀석이 직접 가르친 것 같은데······.’

그러나.

“상대가 나라서 어떡하냐. 미안하게.”

요한의 모습이 사라진 순간, 주변에는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번개가 방전했다.

동시에 사람들의 눈에는 가죽북을 찰지게 두들기는 소리와 빠르게 엉망이 되어가는 병사들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이게 대체······.”

“우리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혀, 형님!”

쟝의 외침에도 헨더슨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자신도 눈앞에 있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저 이 자리에서 단 한 사람, 필립만이 눈앞의 상황을 이해하고 충격에 빠져 있었다.

‘극히 희귀한 마나 유저들 중에서도 드물게 발현된다는 원소의 마나. 그것들은 불, 바람, 물, 대지와 같이 속성의 차이는 있어도 하나같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은 일반적인 퓨어 마나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하지. 하지만······.’

필립은 추풍낙엽처럼 휩쓸려 나가는 병사들을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찢어진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도 깨닫지 못 한 채······.

‘그중에서도 신의 원소라는 이명을 가진 뇌전의 마나는 다른 원소의 마나와 비교해도 격이 다른 힘이다! 대륙에서 그 힘을 각성한 자들은 역사를 뒤져봐도 손으로 꼽을만큼 극소수였지만 그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세상을 뒤흔들었던 엄청난 괴물들이었지.’

“문제는 그런 터무니없는 괴물이 왜 지금 내 앞에 나타난 거냐고!”

파지직!

필립이 발작하듯 소리치는 순간, 부른 번개와 함께 요한이 그의 앞에 나타나 이죽였다.

“글쎄다. 근데 벼락이 언제 예고하고 떨어지든?”

딱.

“꺽······!”

털썩······.

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겨버리는 요한. 그러자 필립이 눈을 까뒤집고 자리에 쓰러졌다.

“대충 끝난건가?”

나머지 상인들과 병사들도 정리한 요한. 그는 쓰러져 있던 헨더슨의 앞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더니 헨더슨의 상태를 살폈다.

“어디보자. 보기보다 많이 상한 것 같지는 않네. 생각보다 튼튼하구나. 너.”

“다, 당신은 뉘시오? 도대체 왜 우릴 구해준거요?”

“혹시 죽고 싶었어? 그런 거였으면 진작 얘기하지.”

파지직, 파직!

요한이 손날을 들어올리자 푸른 뇌전이 그의 손을 감쌌다.

“혀, 형님!”

그에 쟝이 놀라서 소리치자 헨더슨이 식은땀을 흘리며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우리 목숨을 살려준 이유가 궁금했을 뿐이오! 굳이 죽여달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잖소!”

“아, 그래? 난 또. 왜 살려줬냐고 따지는 것처럼 들려서. 나 혼자 저걸 오늘밤 안에 다 옮길 수는 없잖아. 아직 움직일 수 있는 놈들 많지? 해 뜨기 전에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자.”

요한은 마차를 가리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헨더슨은 마른 침을 삼키더니 큰 용기를 내서 부탁했다.

“자, 잠깐만! 목숨도 구제받은 주제에 염치없는 말이지만 한 가지 부탁이 있소!”

“뭔데?”

“저 마차에 실린 사치품들은 모두 우리 가족들의 목숨값이요. 누군가에게는 굶어죽어가는 자식들의 일용할 양식이었을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아파서 죽어가는 아내의 약값이었을 수도 있소. 도모스 자작은 그런 백성들의 고혈을 뽑아서 저 쓸모없는 것들을 사들인 것이오. 우리가 목숨을 걸고 이 상단을 습격한 이유이기도 하고.”

헨더슨의 말에 다른 도적들의 표정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 분노가 향하는 곳은 도모스 자작뿐만 아니라 무능력한 자기 자신들도 포함이었다.

충분히 동정이 갈만한 사정이었지만 애석하게도 요한에게는 씨알조차 먹히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라고? 도적놈들이 같은 도적한테 도적질한 걸 기부해달란 거야?”

요한이 도적들과 자신, 마지막으로 마차를 가리키며 묻자 헨더슨은 침통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더니 두 손으로 땅을 짚고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흘렸다.

“부탁이오! 저것들을 팔면 아지트에서 굶고 있을 가족들과 아픈 병자들의 약값을 어느정도 충당할 수 있소. 당신 정도의 능력이라면 더 큰 돈도 훨씬 쉽게 벌 수 있을 것이 아니오!”

이제는 반 억지를 부리고 있었지만 그만큼 헨더슨은 절박했다.

그러나······.

“내가 쉽게 벌 수 있는 거랑 저걸 너희들한테 양보해야 하는 이유가 무슨 상관인데? 귓구멍파고 잘 들어. 난 내 손에 들어온 건 콩 한쪽도 양보 못 해. 내 손에 들어온 건 그게 똥이 됐든 금이 됐든 반드시 지킨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가지고 싶으면 힘을 써서라도 빼앗던가. 방금 전에도 위세는 좋더만. 구걸하는 것보다 그쪽이 더 빠를 것 같지 않아?”

헨더슨은 주먹을 불끈 틀어쥐었다.

그럴 수 있었다면 진작에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이미 체력도 바닥나고 부상도 심해서 전투는 무리였다.

그런데 상대는 자신을 가지고 논 바테르를 비웃으며 한 주먹에 기절시켜버린 괴물 중에 괴물이었다.

마차를 습격한 것도 가능성이 희박하나마 있었기 때문에 무리를 한 것이다. 지금처럼 가능성이 전혀 없는 자살 행위에 자신과 부하들의 목숨을 갈아넣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 자식, 덩치에 안 맞게 귀여운 구석이 있네.’

애써 분을 삭히면서 침착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헨더슨의 모습에 속으로 풋웃음을 터트린 요한.

‘장난은 이쯤 할까.’

“그렇게 내 보물이 필요하다면 영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한데 말이야······.”

“그게 무슨··· 아니,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방금 말해 줬잖아. 그 방법.”

“예? 대체 언제······.”

헨더슨은 아무리 요한과의 대화를 되짚어봐도 마땅히 그럴만한 대목을 찾지 못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쟝이 조심스럽게 손을 올리더니 발언권을 구했다.

“저기······. 혹시 본인 손에 들어온 건 뭐가 됐든 지킨다는 말씀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이해력이 빠르네. 이름은?”

“쟝···이라고 합니다.”

“그래, 쟝. 네 말대로다. 나는 너희들을 원한다. 너희들이 내것이 되겠다면 이깟 장물 쯤은 얼마든지 양보해줄 수 있어. 아니, 양보라기보다는 투자라고 할 수 있겠지.”

요한의 대답에 헨더슨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저희는······.”

“알아. 너희들뿐만이 아니라는 거. 내가 원하는 건 너희 조직··· 도모스 자작령의 그림자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레지스탕스 전원의 운명이다.”

“······!”

그 순간, 모든 도적들이··· 아니, 레지스탕스 대원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요한을 쳐다보았다.

자신들을 도적이 아닌 레지스탕스라고 불러주는 외부인은 그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

어두운 방, 등잔 불빛만이 주름진 사내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주름마다 사연과 아픔을 담고 있는 듯한 그의 얼굴은 이곳, 레지스탕스를 대표하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장물을 그자가 지시하는 곳까지 운반해주고 돌아왔다?”

“예. 대장. 후에 가서 확인해보니 장물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따로 옮긴 것이겠죠.”

헨더슨의 보고를 받은 사내는 팔짱을 끼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죄송합니다. 형님. 제가 더 강했더라면······.”

“네가 더 강했어도 별 수 없었을 거다. 듣자하니 뇌전의 마나를 사용했다면서? 너희들이 살아돌아온 것 자체만으로 기적이다.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요구를 따른 건 올바른 판단이었어.”

“그게 뇌전의 마나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사람 몸에서 번개가 튀기는 건 엄청 신기하더군요. 그리고 괴물같이 강했고요. 그런데 뇌전의 마나라는 게 도대체 뭡니까?”

헨더슨의 의문에 사내가 답했다.

“대륙 곳곳에 전해지는 민담, 신화를 보면 이야기는 전부 달라도 가장 강한 신은 마치 짠 것처럼 번개라는 자연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사용하지. 때문에 사람들은 뇌전의 마나를 신의 마나라고 부르기도 한다더군. 또한 이 뇌전의 마나를 다루는 주인을 사람들은 신의 대리자라는 의미로 ‘아바타’라 부르기도 하지.”

“신의 마나? 아바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겁나게 강하다는거죠?”

헨더슨의 대꾸에 사내는 피식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 남자가 나를 만나보자고 했다고?”

“예. 자신의 부하가 되면 장물을 넘겨주겠다고 했습니다. 만날 장소와 일시까지 정해줬고요.”

그러자 다른 레지스탕스의 간부들이 다소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떡하실 생각이십니까? 대장.”

“가겠다.”

“대장!”

“나도 알아.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 쯤은. 하지만 이번 기회가 우리에게는 다시 없을 천재일우의 찬스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이대로는 도모스 자작을 칠 수 없다는 건 누구보다 우리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아니,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아무것도 못 해보고 말라죽게 되겠지.”

“그렇지만······.”

간부들의 표정이 무거워지자 그들의 속내를 짐작한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네들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 잘 알고 있네. 그 점까지 포함해서 확실하게 그 자와 담판을 짓고 오도록하지. 그만한 능력자가 우리같은 이들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면 충분히 협상의 가능성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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