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아델과 디안의 신경전2021.05.29.
시종이 돌아간 뒤, 아델은 이를 갈며 황궁법 총서를 꺼내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한 지점을 손으로 짚어 가며 진지하게 읽었다.
“‘추경과 관련한 권한은 황제에게 있다. 다만, 연말에 다음 연도 총예산편성을 할 때는 황제와 황후에게 공동결재권이 있다.’”
그러니까 처음 예산을 짤 때엔 황후인 그녀가 참견할 수 있으나, 한 번 편성된 예산은 오직 황제만이 건들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 개 같은 상황을 올해 말까지 견뎌야 한다, 이 뜻이로군.”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욕에 흠칫 놀란 긱스 부인이 황후를 바라보았다. 아델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뭔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에흐몬트의 역대 황후와 황제들이 개싸움을 벌이며 변기 모양까지 법으로 제한해 둔 이유가 이제야 이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뭐든 명과 암이 있는 법! 누더기처럼 덧대어진 궁법은 역대 황제와 황후가 서로의 이권을 제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즉, 오른손으로 얻어맞아 주고 그 틈에 왼발로 상대의 허벅지를 타격하고자 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황후에게 위임된 궁법을 잘만 이용한다면 틀림없이 묘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좋아. 찾아보겠어.”
아델은 전의를 불태우며 이글거리는 눈으로 궁법 1장을 펼쳤다. * * * 한편, 여기저기 휘둘리고 있는 불쌍한 시종은 디안에게 달려가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다시 해 오라 하셨습니다.”
그 말에 쥘부채를 팔랑팔랑 흔들던 디안이 과장된 태도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황후께서 사치를 하고 싶으신 모양이로구나. 충분한 금액을 드렸거늘. 쯧쯧, 그렇지 않으냐?”
“예, 궁주님.”
가까이 있던 시녀가 재빨리 맞장구치며 고개를 숙였다. 선대 황후의 늙은 개가 들어왔다더니, 아니나 다를까 디안이 손수 황후를 위해 고른 멋진 드레스들을 모두 폐기해 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최근에야 안 것이지만 황후는 결혼식에서 디안이 골라 준 왕관도 쓰지 않았다고 했다. 뭐, 그따위 것은 상관없지. 디안 푸아티에는 싱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넌 수고했다. 가 봐도 좋아.”
“……예? 아, 네!”
앞으로 몇 번을 더 왔다 갔다 해야 할지 암담해하던 시종은 갑작스러운 디안의 말에 깜짝 놀라며 혹시라도 그녀가 말을 바꿀까 도망치듯 사라졌다. 디안은 로레인 한 사람만을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내보냈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수수한 드레스를 입고 화장기를 지운 다음 로레인에게 은밀히 명했다.
“너는 지금 폐하께 달려가 황후께서 예산 추경 문제로 나를 불러들였다고 전해라. 내가 두려워 떨고 있다고 전해.”
“예? 하지만 궁주님, 황후께서 궁주님을 직접 부르신 것은 아니……,”
“멍청하기는.”
디안은 눈살을 팍 찌푸리며 시녀를 나무랐다.
“폐하께서 황후께 날 불렀느냐고 대놓고 물으시겠느냐? 그런 사소한 것은 더 생각하지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빨리 가서 전해, 어서!”
디안의 다그침에 잠시 망설이던 로레인이 밖으로 달려갔다.
“하나같이 멍청한 애들밖에 없어.”
디안은 로레인이 나간 문을 노려보다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하긴, 이 궁에 똑똑한 애들이 많아도 안 되지.”
그녀는 크게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그럼, 검은 짐승을 잡으러 가 볼까?”
* * * 그 시각, 황후궁. 총서를 이 잡듯 뒤지던 아델은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단서를 찾아냈다.
“그렇지!”
그녀는 흡사 기합을 넣듯 두 주먹을 움켜쥐며 짧고 묵직하게 환호했다. 그렇지! 어우, 진짜! 저를 위해 안배해 놓으셨던 것인가요?! 아델은 이미 몇 세대 전 타계한 얼굴 모를 선대 황후를 향해 감사에 감사 인사를 날렸다. 그녀가 환호한 대목은 바로 이것이었다. [황궁 거주 자격 취득의 단독결재권은 황후에게 있다.]
“이런 조항이 있었군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황궁 총관리인으로 부임하였던 긱스 부인마저도 이 누더기 같은 궁법서를 모두 외우지는 못했다. 찾아보는 것도 버거울 정도라, 읽다 보면 한심해서 한숨만 쉬게 되는 탓이었다. 하지만 아델에겐 한 줄기 빛이요 한 줌의 소금이라.
“그러나 조심하셔야 합니다. 황궁법은 양날의 검이지요. 잡고 휘두르시려면 자기 손도 베일 각오를 해야 하시는 겁니다.”
긱스 부인의 염려에 아델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쓰레기통을 가리켰다.
“황후임에도 황제의 정부에게 예산 증액을 해 달라 청하는 내 꼴을 좀 보시오. 딱 은괴 하나만큼 증액되어 왔더군. 장난하나? 양날 검은 황제께서 먼저 쓰셨소. 나는 이미 충분히 베이고 있다, 이 말이오.”
“……예, 황후 폐하. 반론의 여지가 없군요.”
“이미 처리된 안건을 뒤엎으려면 어찌해야 하오?”
“단독결재권이 있는 문서를 되돌리고자 하신다면, 직접 문서를 회수하실 수 있습니다. 회수하시고, 다시 명령을 내리시면 됩니다.”
그 말에 아델이 씩 웃었다. 금빛 눈이 달처럼 매혹적으로 휜다. 답변이 참으로 마음에 드신 모양이었다. 황후가 긱스 부인에게 속삭이듯 명했다.
“부인, 어서 가서 디안 푸아티에에 대한 상아궁 거주 허가서를 가져오시오.”
긱스 부인이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정중히 고개를 조아렸다.
“알겠습니다, 황후 폐하.”
* * * 황후의 힘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하나로 정의 내릴 수가 없다. 왜냐하면 무수히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황후는 친정의 힘과 후계 생산으로 권력을 획득한다. 에흐몬트 황후는 여기에 더불어 보좌관이라는 제도를 통해 권력을 보완했다. 드물게 황후 개인이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기도 했지만, 이것은 황후가 인정을 받을 만한 특출한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황후와 황제의 사이가 좋아 서로가 서로에게 득이 되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지만, 에흐몬트 역사상 그토록 바람직한 황제 부부는 드물었다.
“친정의 힘? 없음.”
아델은 첫 번째 안을 미련 없이 폐기했다.
“후계 생산? …….”
‘안아 달라면 안아 주겠소.’
그 염병할 말이 또 귓가에서 울려 댔다. 아델은 고개를 거칠게 흔들며 손가락을 접었다.
“당장은 무리일 듯.”
가장 빠르고 편하며 보편적인 두 가지 방법이 눈 깜짝할 사이에 폐기되었다. 그럼 남는 것은 두 가지.
“보좌관, 혹은 독자적인 세력 구축.”
아델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좌관을 들이든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든 일단은 황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 뒤에 생각해 보려 했으나, 오늘 새벽 부로 아델의 결심은 굳어졌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상아궁에서 날아온 예산 추경서가 결심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고. 황족으로 태어나 한때 고트로프 제국의 후계자로 키워졌던 아델라이드였다. 아버지인 고트로프 선대 황제는 국사를 볼 때 늘 그녀를 대동할 정도로 아델을 아꼈다. 결혼식, 첫날 밤, 결혼 연회에 이어 어제의 일까지. 아델로서는 참을 만큼 참은 것이었다. 물론 다른 방법도 없었지만. 아델은 궁법 총서를 꼼꼼히 정독하며 쓸 만한 조항들을 추려 내기 시작했다. 또 어떤 방식으로 역공을 맞을 수 있는지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개싸움이라고 했던 것 죄송합니다. 오죽하면 변기 모양까지 법으로 지정하셨겠어요?”
역시 이래서 사람은 직접 그 상황을 겪어 봐야 이해를 하는 것이다. 아델은 또 한 구절을 쓰기 위해 깃펜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검은 잉크가 묻은 펜을 종이에 가져다 대기 직전, 그녀의 움직임이 일시에 정지했다. 종이를 내려다보고 있던 시선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깃펜 촉에 묻은 잉크 한 방울이 떨어져 검은 자국을 만들었으나, 아델은 꼼짝도 하지 않고 매서운 눈으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찌릿, 하는 미세한 전율이 눈 깜짝할 사이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나갔다. 혈관 곳곳, 몸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마력이 무언가에 반응했다. 아델은 펜을 내려놓고 재빨리 창가로 달려갔다. 새파란 하늘은 이미 가을을 맞이할 준비가 된 듯했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분명 그것이었는데…….”
아델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기울이며 하늘을 더 넓게 살펴보던 찰나였다. 똑똑똑. 짧고 묵직하게 노크를 한 시녀가 조심스럽게 들어와 방문객이 있음을 고했다.
“황후 폐하, 디안 푸아티에 백작 영애가 황후 폐하를 뵙고자 합니다.”
그 말에 아델의 한쪽 눈썹이 산을 이루었다. 시종을 보냈는데도 직접 찾아오다니? 그녀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옷매무새를 매만지며 방문객의 입장을 허가했다.
“응접실로 안내해라.”
* * * 응접실에 들어가기 전, 아델은 머리를 차갑게 식혔다. 고트로프에서 어머니는 아버지의 정부들과 겸상도 하지 않았다. 정부들 쪽도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어머니와 마주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어머니 입장에서도 그들과 마주해 봐야 득이 될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웃으면서 대하면 관대한 것이 아니라 모자란다는 소리를, 그렇다고 잔뜩 날을 세우면 옹졸하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었다. 서로 얼굴을 봐 봐야 하등에 도움 될 것이 없으니 어머니는 아예 그들을 없는 사람 취급했었다. 그러니 지금 아델은 신중해야 했다. 돌려보낼지도 진지하게 고민했으나, 디안 푸아티에는 분명 증액을 다시 해 오라는 명령에 대한 답을 가져왔을 테니 황후가 만남을 회피했다는 소리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간밤 그녀가 속삭였던 말이 또 떠올랐다. 치미는 분노가 어찌나 검붉고 진득한지 자칫 정신을 놓으면 그것에 잠식될 것만 같았다. 아델은 배에 단단하게 힘을 주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분노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간밤의 기억을 밀어내며 이성을 날카롭게 다듬었다.
‘정신 차려라, 아델라이드. 큰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진흙에 더러워지지 않는 연꽃처럼.’
아델은 경구를 다시 한번 되뇌며 어깨를 반듯하게 펴고 간결한 어조로 명했다.
“문을 열어라.”
그녀의 명령에 시녀들이 정중히 고개를 조아리며 문을 열었다. 꼭 전쟁터에 들어서는 기분이 들었다. 평생 전쟁을 쉰 적 없다던 어머니 말씀은 사실이었다. 넓고 화려한 황후의 응접실.
“황후 폐하.”
아델이 들어오자 나긋하게 일어난 디안이 부드러운 어조로 그녀를 불렀다. 아델은 천천히 몸을 돌려 디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를 제외한 모든 것이 배경처럼 느껴졌다.
“푸아티에 백작 영애.”
묵직하고 힘이 실린 호명. 사정은 디안 쪽도 마찬가지였다. 칠흑 같은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늘어뜨린 황후는 방 안의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었다.
간밤 완전히 무너졌던 그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정부에 대한 일말의 못마땅함조차 보이지 않았다. 디안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고, 황후는 그런 그녀를 스쳐 지나가 상석에 앉았다.
“앉게.”
아델은 사뿐하게 자리에 앉는 디안을 감정 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썹과 미간이 움직여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신경 쓰며 무미건조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미사여구는 필요 없었다.
“시종을 보낸 일에 대한 답을 직접 가져왔는가?”
“예, 황후 폐하. 그렇습니다.”
계속해 보라는 듯 응시하는 황후를 보며 디안은 입술을 말아 물었다가 뗀 뒤 공손한 어조로 이렇게 물었다.
“송구합니다만 황후 폐하. ……무엇이 언짢으신지요?”
“…….”
순간 눈썹이 움직이려는 것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화를 내어서도, 흥분해서도 안 된다. 아델은 일부러 천천히 되물었다. 목소리가 떨릴까 봐서였다.
“무엇이 언짢으냐?”
“예.”
디안은 순진무구해 보이는 말간 얼굴로 고개를 기울였다. 아델은 혓바닥을 입천장에 딱 붙여 표정을 붙잡았다. 딱 말리기 좋은 질문이었다.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면 구차해지고, 화를 내면 속 좁은 사람이 될 것이다. 더구나, 이 질문의 핵심은 이 관계에서 현재 우위를 점한 자가 누구인지를 명백히 하려는 것이었다. 아델은 옆에 서 있던 시녀가 들고 있던 예산총액과 궁법서를 사무적인 태도로 받아 들었다. 디안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황후를 살폈다. 황후가 떨거나 흥분하였는지를 살피기 위해서.
“…….”
하지만 애석하게도 황후에게선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아델이 상아궁에 배치된 금액 내역을 펼쳐 디안의 앞으로 내밀었을 때, 긱스 부인이 돌아왔다.
“황후 폐하. 다녀왔습니다.”
“수고 많으셨소. 잠시 이리 오시오.”
긱스 부인은 눈치껏 문서를 품에 숨긴 채 황후의 오른쪽에 자리를 잡고 섰다. 디안은 오랜만에 만나는 긱스 부인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황후가 내민 예산안에 시선을 고정했다. 내용을 읽은 디안은 속으로 황후를 비웃었다. 결국, 황후는 제 지위를 이용해 공식적으로 디안에게 압박을 가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울까? 지위와 법이 최선이었다면 디안 푸아티에는 결코 상아궁의 주인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곳 에흐몬트가 누구의 것인데? 황후 본연의 권한이야 등극과 동시에 황후에게 이관되었다지만, 황제에게 귀속된 궁내부 권한은 여전히 디안이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황제는 그것을 회수하겠노라 말했으나, 오늘부로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더불어 황후를 두둔해 줄 귀족은 에흐몬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바로 지금이야말로 황후의 기세를 꺾어 놓을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황후 폐하. 외람되오나 이것들을 왜 제게 보여 주시는 것인지요?”
“그대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네.”
“무엇입니까?”
“상아궁 총 예산안엔 어찌하여 사용 내역이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
“소모품 지출비인지 급여지급비인지, 귀빈 접대금인지 등. 다른 기관은 모두 사용 내역이 존재하더군. 한데 어찌하여 상아궁 예산은 사용 내역 하나 없이 지급, 지출된 금액만 적혀 있는지 혹시 아는가?”
예상치 못한 추궁이었다. 황실 예산안은 열람 권한이 있는 사람만 확인할 수 있었다. ‘발드르 공가에서 상아궁 예산의 사용 내역을 작성하지 않은 것을 알면 길게도 물고 늘어질 것이다’라는 황제의 말이 있긴 했지만, 디안은 어물쩍 예산의 상세한 사용 내역 작성을 회피하고 넘어갔다. 어차피 이를 살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뿐이고, 사용 내역을 세세하게 짜면 그에 맞추어 지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자칫 드레스 한 벌도 예산 내역에 맞춰 품의 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텐데, 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다행히 황제도, 재무부 장관도 이 일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굳이 캐물어 상아궁 예산까지 관여하는 수고를 하고 싶지 않았으리라. 디안이 잠시 뜸을 들이는 사이, 황후는 의자에 깊숙하게 앉으며 찻잔을 들어 올렸다.
“한데 상아궁 예산 내역을 왜 물으시는지요?”
디안의 질문에 아델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만면에 지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디안은 황후의 웃음에 자신이 해서는 안 될 질문을 하고 말았음을 깨달았다. 사람을 홀려 간을 빼먹는다는 요괴의 웃음이 저러할까? 황후의 웃는 얼굴은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으나, 디안은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그야 상아궁에 배정된 금액을 황후궁으로 이관해야 하기 때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