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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허무검-144화 (144/152)

[연재]황정허무검(144)

임원영   2004-07-29 20:54:18, 조회 :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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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우웅!'

적무대주의 손에서 펼쳐진 권세는 역시나 하늘과 땅, 동서남북의 여섯 방위를 일시에 아우른다는 육합권(六合拳)이었다.

풍운만장(風雲萬丈)

양손을 들어올려 허공에 작은 원을 두개 그린후 두손을 눈앞에 열십자로 교차시키는 단순한 무공초식...

하지만 적무대주가 펼치니 정말로 풍운이 만장이나 치솟는듯한 기세가 담겨져 있었다.

손을 들어올리면서 서서히 집약된 내기가 미친 듯이 춤을 추다가 허공중에 말아 올려지며 만들어진 둥근 원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무저갱속에 빠져들었는지 잠잠하던 내기가 폭파되듯 분출되어 터져나가자  내기주변에 회오리가 일며 일장여 너비로 공간을 휩쓸고 뻗혀져 나갔다.

두 마리 광기에 찬 혈룡이런가.....

허공에 붉은 피가 자욱하니 터져 나왔다.

장세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진공이 걸렸는지 주변의 혈편복(血??)도 빨려들어와 비명을 내질렀다.

일장(一掌)에 수백여마리의 혈편복을 죽인 것이다.

한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잇달아 육합권을 난타했다.

하지만 아무 표식조차 없었다.

오히려 야천에는 혈편복이 더 늘어나 있었다.

자신의 외침을 듣고 선실에서 튀어나온 수많은 고수들의 모습이 혈편복에 가려져 거의 보이지 않았다.

번뜩이는 검기조차 이제는 희미해져 갔다.

혈편복들의 괴음사이로 가끔씩 들려오는 비명소리는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었다.

내기를 확 뿜어내 몸 주변에 밀려온 혈편복들을 또다시 수십여 마리 죽였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야천을 보니 혈편복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도저히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판단에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가던 적무대주의 눈에 이채가 뜨여졌다.

황금빛 둥근 광채가 하늘을 종횡무진 날며 혈편복들을 휩쓸고 다녔던 것이다.

서장 포달랍궁의 달뢰대라마 였다.

혈편복들은 금빛 광채에 닿는 즉시 형체도 없이 소멸되어지고 있었다.

그를 보자 적무대주의 눈가에 가는 희망이 피어 올랐다.

보이지는 않지만 초극고수를 포함한 숱한 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으악! 흡혈박쥐이다."

누군가 처절히 울부짓는 소리가 들려왔다

피를 빨리고 있는 듯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질러대는 비명이었다.

비명소리가 연이어 들려왔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자기 몸 하나 방어하기에도 벅찬 현실 때문이었다.

착잡한 심정으로 적무대주의 두 손이 부드러운 춤사위를 일으켰다.

육합권법을 펼치기 전에 근육과 몸의 이완을 풀기위한 간단한 기초 동작이었다.

하지만 혈편복들이 피할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손놀림은 아니었다.

살며시 휘돌고 부드러이 뒤집어지는 손짓사이로 내기가 도풍이 되고 검풍이 되어 사방을 유린하였다.

'후두두두둑'

횃불을 보고 달려드는 하루살이처럼 수많은 혈편복들이 죽어 발밑에 쌓여졌다.

그렇게 한참을 죽였지만 혈편복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 많은 혈편복을 다 죽인다면 배가 가라앉아도 열 번은 더 가라앉을 것이라는 비관된 생각마저 들어왔다.

그런데 절망이 깊어져 가던 적무대주는 어느 순간 공기의 파동이 급작스럽게 높아져 감을 느낄수 있었다.

'드드드드드드등...'

땅이 울리듯 대기가 울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혈편복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공기의 파동이 심해지자 혈편복들은 난잡하니 뒤엉켜들고 갈팡질팡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투투투투퉁.....'

지진이라도 난 듯이 주변 대기가 사납게 일렁이고 파도처럼 거센 파동이 몰아닥쳤다.

내기를 운용해 천근추의 수법을 발휘하는데 발밑에 쌓여있던 혈편복의 시체들도 회오리에 휩쓸리듯 공중으로 날아 올라갔다.

"찌직..케읔..킥"

그토록 악착같이 덤벼들던 혈편복이 두려움에 질린 눈빛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강물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일부는 검붉은 날개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강물이 혈편복의 시체로 가득한 것이 수십만 마리는 죽은 것 같았다.

시선을 올리니 허공에 붉은 기운은 희미해져 있었다.

그러나 그 많은 혈편복들이 다 죽어 희미해진 것은 아니었다.

공기의 파동이 적은 하늘높이 붉은 구름처럼 뭉쳐서 사나운 눈길로 이곳을 노려보고 있었다.

배도 망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이곳 저곳 죽은 혈편복과 함께 나뒹구는 시체들이 보였고 돛은 넝마로 변하고 돛대조차 우지끈 부러져 있었다.

대기가 격렬히 요동치는 선상위에도 아직 수만마리의 혈편복이 남아 있었지만 이 정도는 위협거리도 아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달빛이 구름에 가렸는지 시야조차 어두웠다.

내공이 무궁무진한지 아직도 허공에서 금빛 광채를 번뜩이는 달뢰대라마가 조화를 일으켰을 수도 있었다.

무형검으로 하늘조차 꿰뚫는다는 무상이거나 아니면 무림수호지문의 최고수이며 전대 무림맹주인 반전자 때문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인간의 경지를 벗어났다는 초극고수인 그들조차도 이러한 조화를 일으킬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도대체 누가 이런 신통력을.....

"콰과광!우지직 꽝!"

암초에 부딪힌 듯 배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오며 몸이 급작스럽게 앞으로

쏠려나갔다.

밀려나가는 힘을 역이용하여 몸을 회전시키며 여유롭게 자리를 지켰지만 적무대주의 안색은 핼쓱하니 변해 있었다.

이곳에 암초가 있을 리가 없었다.

배가 다니는 수로인데 땅속에서 갑자기 암초가 솟아 나왔을리도 전무하였다.

"쾅..콰광..우직!"

연이어 들려오는 충돌음.....

암초가 아닌 것이다.

무언가가 배 하부를 공격하고 있었다.

다른 배들도 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위치한 배는 심하게 파손되어 졌는지 벌써 옆으로 비스듬이 기울어져 있었다.

도대체 그 무엇이.....

절망이 겹쳐서인지 눈가의 근육이 저절로 떨려왔다.

심기(心氣)로 혈편복을 상대하던 은성은 뭔가 다른 대책이 필요함을 느꼈다.

심기는 허공을 날아다니며 무자비한 혈수를 전개하는 달뢰대라마 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혈편복들을 몰살시켰지만 하늘을 가릴 정도로 무수한 혈편복을 짧은 시간에 몰아낼수는 없었다.

사자후를 펼치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혈편복 뿐만이 아니라 혈편복에 둘러싸인 무림맹의 군웅들조차 위험한 것이다.

화룡검이 둥실 떠오르더니 검극을 중심으로 붉은 광채가 허공으로 퍼져 나가면서 광채속 혈편복을 순식간에 살상하였다.

붉은 피조차 증발되었는지 광채가 뻗어나간 근처는 태풍의 눈처럼 텅비어 있었다.

허공으로 튀어 오른 은성은 심기로 투명한 무형검을 만들어 검 끝을 하늘로 곧추세웠다.

허공으로 오르기전 화룡검으로 뚫어놓은 공간은 또다시 혈편복으로 메꾸어 졌지만 은성 주변 반장은 그 무엇도 가까이 하지 못하였다.

심기로 펼쳐놓은 심막에 닿는 즉시 녹아 재가 되고 있었다.

은성이 펼치고 있는 검식은 변형된 지일이(地一二)의 초식이었다.

땅속이 아닌 허공중에 무형검으로 펼쳐지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검강이 아닌 기파가 무형검을 기점으로 물보라처럼 퍼져 나갔다.

무형검의 검극을 축으로 미세하게 흔들리던 대기가 점차적으로 강하게 요동치더니 잠시후 지축이 무너지는 기세로 대기를 뒤흔들었다.

공기가 소용돌이 치고 기파가 부딪히는 방해물을 갈갈이 헤집었다.

다만 내공을 익힌 무인들이 충분히 방어할수 있을 정도의 세기였다.

요악질을 치며 죽어나가는 혈편복들이 무수하였다.

기파는 파도처럼 넘실대며 근방 삼백여장을 순식간에 휩쓸었다.

견디다 못한 혈편복들이 하늘 높이 도망쳐 남은 숫자가 조금밖에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서서히 심기를 거두었다.

기파에 영향을 받지 않는 달뢰대라마는 여전히 허공에 둥실 떠 저멀리 무리진 혈편복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들려오는 굉음소리.

아뿔사!

공격이 한 방향에서만 진행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선상으로 내린후 영안을 집중하여 물속을 투영해본 은성이 아연 실색하였다.

허공에서 이쪽을 노려보며 기회를 엿보는 혈편복 보다도 더 위험해 보이는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머리 크기에 비해 비 정상적으로 크게 자라난 이(齒)를 흉측하게 드러낸채 무리져 다니는 식인악잔어(食人惡殘魚)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머리통의 생김새와 그 단단함이 망치와 닮았으며 거대한 물고기도 머리로 들이받아 즉사시켜 잡아 먹는다는 독두철수사(禿頭鐵水蛇)가 수십마리나 있었다.

하나같이 엄청난 크기였다.

생명체가 아니면 공격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처럼 적대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광분하여 머리로 받고 꼬리로 후려치는 것이 누군가에게서 사주를 받은 듯한 행동이었다.

급히 물속으로 잠수하여 심기를 날려 두 마리를 즉사시켰지만 인간의 피 냄새를 맡았는지 식인악잔어가 새카맣게 몰려들었다.

식인악잔어 쯤이야.....

무시하고 독두철수사만을 상대하려던 은성이 흠찟 하더니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멀리 새카맣게 몰려오고 있는 괴어들.....

철갑묵린조(鐵甲墨鱗鳥), 독혈극미어(毒血極味魚). 적안괴화리(赤眼怪火鯉) 등 하나같이 무시못할 수중의 난폭자들이었다.

그중 철갑묵린조는 독두철수사 이상 가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위쪽에도 위험한 상황이 재현되어지고 있었다.

몇 백 몇 천 마리씩 혈편복이 무리지어 내려오더니 또다시 와르르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앞쪽으로 갈수록 강폭이 좁아지는 지형지세였다.

그러나 가파르고 물의 유속도 훨씬 빨랐다.

급류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였다.

미적거리다가는 엄청난 참변이 닥칠 것 같았다.

주변에 몰려든 식인악잔어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함인지 은성이 몸을 회전시키며 강물위로 떠올랐다.

수룡이 승천하는 기세런가?

와선형으로 회전하며 이장여 두께로 물을 끌고 튀어나오는 은성의 주변으로 무수한 식인악잔어들이 떨어져 나갔다.

배가 터져 나가고 하나같이 몸통이 잘려진 처참형국이었다.

[모두 귀를 막으십시오]

개방 방주인 만취개가 멸절된 천음곡(天音谷)의 비전절기에 비견될 정도라고 극찬하던 전음지공이 또다시 발휘되어졌다.

쩌렁쩌렁 울려나오지는 않았지만 귓가에 대고 얘기하는 것처럼 똑똑히 들려지는 소리였다.

그리고는 혈편복들이 덮쳐 내려오고 있는 쪽으로 마중나가며 그쪽에 대고 집중하여 사자후를 발했다.

인간의 귀로는 들을수 없는 고음이라서 조용한 것일까?

사자후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으나 반응은 엄청났다.

수천마리의 혈편복이 즉사하여 떨어졌다.

기절했는지 추락하다 정신을 차려 비실비실 날개를 퍼덕거리는 놈들도 수천마리나 되었다.

쫒아다니며 몇 번 더 사자후를 발하자 드넓은 밤하늘에 지휘계통이 없는 잡새마냥 혈편복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버렸다.

적의를 불태우던 혈편복들의 사기를 작신 분질러 놓은 은성이 맹주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음을 날렸다.

직후 무림맹주의 웅혼한 사자후가 사방으로 울려나갔다.

"배를 우측 뭍으로 이동하라! 화급하니 서둘러 이동하라!"

사자후를 발하자마자 공중으로 뛰어올라 수중에 장력을 날려 선수를 뭍으로 향하도록 비스듬이 돌렸다.

맹주의 행동에서 다급함을 감지한 수많은 고수들이 즉시 동참하였다.

고수들이 적은 배에는 초극고수들이 옮겨갔다,

배의 선수를 돌린 초극고수들이 선미에 서서 강물에 장세를 퍼붓자 배에 속도가 붙었다.

이미 기울어진 배위에 타고 있던 군웅들은 다른 배로 옮겨탔다.

옮겨 타고 육장여나 갔을까?

제일 뒤쪽에 남겨진 기울어진 배가 박살이 나고 있었다.

군웅들의 눈에 두려움과 초조감이 담겨졌다.

강물속에서 튀어나와 배 옆구리를 들이박고 있는 괴물들이 바다에만 산다는 철갑묵린조임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철갑묵린조는 물고기인데도 철갑(鐵甲)과 조(鳥)라는 명칭이 붙어 있었다.

물고기인데도 허공으로 도약하면 삼장여나 뛰어오르고 검은 색으로 반짝이는 검은 비닐 때문에 작살이나 도로는 상처를 입힐수 없기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이들이 무리져 이동함을 지켜보는 것은 장관이었지만 이처럼 공격을 받는다면 악몽이나 마찬가지였다.

"철갑 묵린조는 배 아래쪽이 약점이니 그곳을 공격하시오!"

어느새 쫒아왔는지 군협들이 탄 배로 뛰어오르는 철갑묵린조에게 장세와 검기를 뿌리는 고수들에게 맹주가 소리를 질렀다.

아마도 옆에 있는 문상이 조언을 해준 것 같았다.

득달같이 달려들어 배 옆구리에 큰 구멍을 뚫어놓는 철갑묵린조들에게 장세와 검기는 물론 검강까지 날아갔다.

일부고수들은 여전히 배를 뭍으로 몰기위해 수상에다 대고 장력을 날리는 중이었다.

허공에서 묵귀영의 신법으로 혈편복들의 혼을 빼놓던 은성이 흠찟 하더니 전속력으로 몸을 날리었다.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혈편복들 사이로 스쳐지나가는 거대한 홍영...

무림맹의 선박중 제일 후미에 있는 배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는데 그 빠름이 묵귀영에 비견될 정도였다.

'피하시오!"

이미 따르기에는 늦었던지라 목청껏 소리질렀으나 소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홍영은 선박위에 붉은 그림자를 덮어 씌우고 있었다.

다행히 늦지 않게 홍영을 발견한 풍령자가 상공으로 박차 올랐지만 올라가는 속도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튕겨져 강물위로 떨어져 내렸다.

홍영의 공격은 매우 특이하였다.

입으로 음공처럼 기파를 쏘아 보냈는데 둥근 기파가 퍼져 나가면서 크게 확산되어지고 있었다.

기파는 연이어 쏟아져 나왔는데 뒤쪽에 쏘아진 기파가 앞으로 밀려나며 자꾸만 중첩되어 그 위력이 증폭되고 있었다.

"콰드드드득 꽝!"

엄청난 굉음과 함께 선미가 종이조각처럼 터져 사방으로 비산되어 나갔다.

산산이 터져 바스라지는 선박 속에서 숱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단 한번의 공격으로 거대한 선박이 풍비박산(風飛雹散) 나 버리다니.....

'스스스스슷'

심기로 홍영의 등 뒤에 공격을 날렸는데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잽싸게 피하기까지 하였다.

[조심하게! 마교 만수괴왕(萬獸怪王)이네.]

몸을 날려 강물위에 떨어진 풍령자를 간신히 받아든 삼천진인이 은성에게 전음을 날렸다.

박쥐처럼 붉은 날개 같은 막이 등 뒤에 돋아난 홍영은 마교 십대장로중 한명인 만수괴왕 이었던 것이다.

번뇌마승등 마교 십대장로의 무공 경지를 견식해본 경험이 있는 은성의 눈에도 긴장감이 나돌았다.

만수괴왕의 가공할 빠르기와 엄청난 파괴력 그리고 심기조차 감지할수 있는 영성 때문에 두려움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뭍까지는 칠십여장이나 남아있었으며 남은 일곱척의 배도 심하게 파손되어 정상이 아니었다.

위로는 무자비한 철갑묵린조의 공격표적이 되고 아래쪽 독두철수사의 공격에는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

선미가 함몰되어 강물속으로 함몰되어지는 선박의 고수들을 구하기 위해 두척의 배는 뭍으로 나아가는 것조차 멈추고 있었다.

게다가 만수괴왕이 출현하자 혈편복들이 또다시 무리지어 선박위로 날아오고 있었다.

파손된 선박에서 강물속으로 떨어진 고수들에게서 소름끼치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흉악하기로 이름난 식인악잔어(食人惡殘魚)에게 물어 뜯기는 고통에 찬 비명소리였다.

다행히 배를 파괴하고 은성의 심기를 피하느라 멈칫한 때문인지 만수괴왕을 따라잡을수 있었다.

십장여까지 가까워진 은성이 또다시 심기를 날리었다.

조사지공중 최후의 절초인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의 초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만수괴왕은 은성의 공격을 감지하고 있었다.

아마도 천성적으로 영성이 뛰어난 존재인 것 같았다.

등뒤에 돋아난 날개를 접어 온몸을 감싸자 만수괴왕의 몸이 완전히 날개 안에 감싸여졌다.

"터엉..!"

짤막한 타격음 이었다.

하지만 연이어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있었다.

"키에엑!"

뒤쪽으로 엄청난 속도로 튕겨져 나가는 만수괴왕의 비명소리였다.

입으로 녹색의 피를 꾸역꾸역 뿌려대며 경악과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튕겨져 나가는 여세를 몰아 그대로 도망을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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