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정허무검-142화 (142/152)
  • [연재]황정허무검(142)

    해시(亥時) 초입

    강물을 따라 유유히 흘러가는 선상에서 뒷짐을 진채 천기를 살피는 도인의 눈살이 가늘게 찌푸려지고 있었다.

    자미성(紫微星) 주위로 엷게 깔린 홍운 때문이런가.....

    일반인들의 눈에는 뜨이지 않을 홍운(紅雲)이지만 그 성세가 심상치 않았는지 노도인의 눈자위가 파르르 떨려 왔다.

    "휴....."

    탈속한 선인의 모습을 하였건만 아직은 인과의 사슬을 초연해내지 못하여 한숨조차 토해내었다. 한참여 동안 하늘을 바라보던 삼천진인은 등뒤에 인기척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감정을 들키기 싫었는지..불안함이 고였던 눈빛을 황급히 털어 버린후 뒤돌아서는 삼천진인은 어느새 담대한 눈빛과 고요한 신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서 오시게나! 사방이 적막하니 야경조차 그윽하네 그려."

    시상에 빠진 시객인양 자못 애틋한 음성이었다.

    "혹시 마음이 적막하신 것은 아닌지요?"

    인기척을 발하지 않았다면 다가섬을 눈치챌수 없었을 정도로 소리없이 나타난 은성의 의미심장한 질문이었다.

    '마음이....?'

    듣고 보니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왔다. 눈은 사물을 바라보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눈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살필수도 있는데 그런 이유로 능한 자는 인간의 시선속에서 그의 마음을 읽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그에게 비춰지는 것은 실상 그 자신의 심상(心想)일수도 있었다.

    "자네의 눈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하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입니다. 아! 오늘따라 별빛이 무척이나 곱군요."

    평범하기 그지없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삼천진인의 귀에는 평범하게 들려지지 않고 있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짧은 구절이지만 은성이 '심망(心網)이 청정하고 고요하여 마음에 구속되어 걸러짐이 없고 흐트러져 흔들림이 없는 절대부동의 경지'에 이르러 있음을 엿볼수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는 젊은이였다.

    "그렇군. 오늘따라 별빛이 무척 밝구먼. 별(星)은 별이고 법(法)은 법이며 술(術)은 술이지. 자네! 낮에 못다 한 이야기나 들려주게."

    금접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설명할까?

    대답을 할려니 조금은 난감하였다. 정기신(精氣神) 뿐만이 아니라 귀신과 유령 그리고 술법에 대한 얘기까지 곁들여야 하는데 눈앞에 있는 삼천진인은 술법의 대가였다.

    천신(天神)조차 청해 부릴수 있다하니 이승 밖에 있는 세계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이 없을 터이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은성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드리워졌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거꾸로 삼천진인에게 질문을 하여 이승 밖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모르는 것을 배우고 말미에는 삼천진인의 상식에 준하여 금접을 탄생시킨 비법을 설명해주는 방법이었 다.

    "먼저 진인께 여쭈어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진인께서는 천신과 귀신을 다룰수 있다고 들었으며 또 직접 목격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천신과 귀신이 거하는 곳이 어느 곳인지요?"

    "....."

    은성이 묻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수 없었는지 삼천진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니 묻는 것은 알겠는 데 그 진의(眞意)를 파악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그러니까 자네 말은.....정말 몰라서 묻는 것인가?"

    설마 농담하는 것은 아니냐는 표정으로 물었지만 은성의 눈빛을 보니 진지하기 이를데 없었다. 장난이 아니라 는 것을 눈치챈 삼천진인이 차분히 마음을 가라 앉힌후 잠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완전히 모르지는 않을 것이 고 조금 부족하다 느끼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상세하게 대답해 주어야 할 것이었다.

    "음..일개 도인이 우주의 오묘한 구조와 인과를 어찌 다 알수가 있겠는가 마는 아는것까지 설명해 보겠네. 우 주가 공간과 시간으로 제약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일세. 그런데 공간은 하나가 아니라네. 물론 시 간도 일정하지는 않고 말이네."

    "공간이 하나가 아니라면 천상과 지옥처럼 또다른 세상이 또다른 공간을 이루고 있다는 말씀인지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설명을 편하게 하도록 배려하기 위함인지 은성이 뻔한 질문을 하였다.

    "맞네. 모두 다섯 개의 공간이 존재한다네.우리가 머물고 있는 하계(下界)를 기준으로 위로는 천상계(天上界)가 있고 아래로는 지옥계(地獄界)가 있는데 공간은 물론 시간조차 초월되는 곳이라네."

    "시간조차 초월된다면 그곳에는 천신과 천군 그리고 지옥의 사신과 마졸들이 머물러 있겠습니다."

    "그렇지. 그리고 천상계와 하계사이에 천간계(天間界)가 있고 지옥계와 하계 사이에는 지간계(地間界)가 있다 네. 이곳은 시간과 공간적 한계를 지닌 곳이지만 하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수 없는 세상이지."

    "그곳은 누가 거처하는 곳인지요?"

    "누구일 것 같은가? 천간계는 인간과 동물의 경지를 벗어나 신에 근접해가는 존재들이 거하는 장소라네. 선인 들과 영수(靈獸)가 살고 있으며 도력이 부족한 신들도 거하고 있는데 일부 선인들은 신에 버금가는 능력을 지 니고 있다네."

    "그럼 지간계에 거하는 존재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요?"

    "흠....."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봐서 지간계는 매우 복잡한 곳인 것 같았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삼천진인이 이번에는 되려 은성에게 물었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된다고 들었는가?"

    "육체에서 혼백이 분리되어 빠져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혼(魂)은 양의 성질을 띠고 있어 위로 오르고 백(魄)은 음의 성질을 띠고 있어 땅으로 가라앉는데 둘 다 저승으로 들어간다고 알고 있습니다."

    "맞네. 그 길만이 분리된 혼백이 만나 잃었던 자아를 되찾고 환생할수 있기 때문일세. 그런데 혼백이 반드시 저승으로 들어가는 것만은 아니라네. 저승으로 돌아가길 거부하는 혼백들도 있다네. 이들중 영원히 소멸되는 것들도 있으나 가끔은 기이한 방법으로 그 존재를 유지하고 키워가는 것들이 있네."

    말이 길어질 듯 한 호홉 멈추었다가 이내 다시 시작되었다.

    "양기를 지닌 혼이 그 양기를 오랫동안 유지할수 있으면 신(神)이 되는데 수행이 깊어져 영적 능력이 높아지 면 신령(神靈)으로 까지 취급되기도 하네. 그리고 음기를 지닌 백(魄)도 그 음기를 오랫동안 유지할수 있으면 귀(鬼)가 되는데 음허한 기운이 높아지면 악귀(惡鬼)가 되어 사악한 짓을 즐긴다네."

    "신령과 악귀라면 그 능력이 대단한 존재들이 아닌지요. 선인과 대적할수 있을 정도로 마력이 높은 악귀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네. 그리고 양기를 지닌 신(神)이 음기를 받아들이던지 음기를 지닌 귀(鬼)가 양기를 받아들이면 귀신(鬼神)이 되는데 이들은 혼백의 조화가 무너진 불완전체라서 극양(極陽)이나 극음(極陰)에는 견디어 내지 못 한다네."

    "그럼 지간계에는 저승으로 가지 못한 귀신들과 신령 그리고 악귀들이 존재한다는 말입니까?"

    "그것 뿐만이 아닐세. 정령이나 요괴 그리고 자네가 말한 유령들도 존재하는 매우 불완전하고 위험하며 복잡 한 곳이 지간계라네."

    "예....."

    "내가 천신을 다룰수 있다는 말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네. 천신이 아니라 천간계의 몇몇 선인들과 통함이 있어 어려움이 있을때 도와주십사 요청을 하는 정도네. 그래도 귀신 나부랭이들은 조금 다룰수 있다네. 물론 나보 다 영력이 낮은 귀신들에 국한되어지지만 말일세."

    "예! 아니 그럼 귀신중에 진인보다 영력(靈力)이 높은 것들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허허! 아니 그럼 귀신이라고 계속 지간계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 보는가? 귀신도 영력이 쌓이면 천간계에 오 르고 거기서 또한 도행이 높아지면 천상계로 오를수 있는 것이 우주의 이치라네. 뱀이나 여우가 수련을 쌓아 여의주를 얻으면 천간계로 오르고 용중의 왕인 사해용왕신(四海龍王神)은 천상계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말이 네."

    "진인께서는 유령을 다스릴수는 없습니까?"

    "유령! 글쎄, 천간계의 천선들과 지간계의 귀신들은 인간과 인과관계가 높아 영적으로 쉬이 소통할수 있는 반 면 정령이나 유령은 그렇지 못하지 않은가?

    잘 알겠지만 정령이나 유령은 천기와 지기가 우연히 신(神)과 결합하여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나는 것으로 실 체가 없다네. 그중 정령은 형상화된 물건속에 신체(神體)를 만들어 자리를 잡고 말일세. 유령은 실체가 없을 뿐더러 지저에 머물면서 인간들을 무조건 피하는 습성이 있고 이용가치가 떨어져서 지금까지 술사들의 관심에 서 소외되어온 존재이네. 그런데 자네를 보니 생각을 달리해야 할 것 같군."

    "유령을 소환하는 술사들도 있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령은 자력으로는 죽은 시신이나 영혼이 약한 동물에도 빙의(憑依)할수 없는 약한 존재이다 보니 땅속에 묻힌 보물을 찾아내고 죽은 시체에 술법으로 강신(降神)시켜 고향으로 옮기는 일에나 쓰이고 있다 들었습니다."

    "맞네. 유령은 예지력도 없을뿐더러 기껏 소환해도 특별한 능력이 없기 때문일세."

    "하지만 장점도 많이 있습니다. 물리력은 약하지만 동작이 빠르고 어떠한 형체로도 모습을 변화시킬수 있으며 강신이 되면 밝은 낮에도 자유로이 활동할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강신의 술법을 행한 술사의 명령에는 절대 복종하고요."

    "그건 알고 있는 사실이네."

    "그럼 유령에게 불괴에 가까운 강인한 물체, 그것도 형상화되어 있지 않아 물처럼 자유자재로 변형될수 있는 물체에 강신을 시켜주면 어떨 것 같습니까? 예지력은 없지만 전투력에는 절대적인 무위를 보일 것 같지 않습 니까?"

    "그걸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자네 말대로 형상화 되어 있지 않으면서 물처럼 자유자재로 변형 가능하고 불 괴에 가까운 물체가 있을 수가 없다는 말이지."

    "오늘 낮에 보셨지 않습니까? 바로 강기(剛氣)입니다."

    "강기(剛氣)....!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고 하는 말인가? 일단 몸 밖으로 배출된 진기는 시간이 지나면 당 연히 분해되고 흩어지는 것이 순리 아닌가?"

    낮에 금접을 보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긴 삼천진인이 아니라 그 누구도 믿지 못할 기 사(奇事)인 것이다. 강기로 금접같이 정교한 형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기사였고 그 강기가 형체를 계속하 여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더욱더 믿지못할 일이었다.

    "일반적인 진기는 불완전하여 몸 밖으로 배출되면 일정 시간후 대기중에 녹아드는 것이 당연한 순리입니다. 하지만 완전한 자연진기라면 어떨 것 같습니까? 진기 자체가 자연과 동화되어 있으니 그 형상이 변하지 않고 오랫동안 머물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그러니까 자네의 말은 자네가 익힌 내공이 자연진기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허....."

    믿을수도 그렇다고 믿지 않을수도 없었다. 믿고 싶지는 않았지만 증거가 있으니 억지로라도 믿어야 할 판인 것이다.

    "참으로 기사로군. 요귀라 불리는 유령을 그토록 신묘하게 사용할수 있다니.....술법의 새로운 경지를 보는 듯 하구만."

    "실은 저보다 먼저 유령을 이용할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자가 있답니다. 유령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 마교 의 야차귀노(野次鬼老)라는 자가 대규모의 유령들을 소환하여 무언가 음모를 획책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뭐라고! 야차귀노!"

    깜짝 놀란 듯이 목소리를 높이는 삼천진인 이었다.

    "야..야차귀노라고 했는가?"

    "예, 그렇습니다."

    "큰일이구만. 야차귀노가 유령을....."

    삼천진인의 표정이 매우 심각하게 변해져 가고 있었다. 은성이 보기에 너무나 과한 반응이었다.

    "야차귀노가 그렇게 무서운 존재인가요?"

    조용히 묻자 심각한 안색을 하던 삼천진인이 고개를 들어 은성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은성은 진지한 표정으 로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휴..,자넨 야차귀노에 대해서 전혀 들은 것이 없었는가?"

    "아닙니다. 사부님과 사숙님에게 들었습니다. 능력이 하늘과 땅을 뒤덮을 정도이며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지옥의 마수(魔獸)를 부린다고 하셨습니다."

    "정확하네."

    "예!"

    사부와 사숙께서 노파심에 조금 과장하여 설명을 해주신 것으로 알고 있었던 은성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이승 과 저승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는 말인가?

    게다가 흉악하기 이를데 없고 그 능력도 헤아릴수 없다는 지옥의 마수들을.....

    "사실 왠만큼 술법에 능하다 자부하는 술사들 대다수는 지간계의 악귀나 요괴들을 소환하는 정도라네. 나처럼 천간계의 천선들과 직접 소통하는 사람도 드물지. 하물며 천상계나 지옥계와 직접 통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정도이네. 연결되어도 큰 능력을 부여 받을 수 없고 말일세. 하지만 야차귀노는 다르네. 자네가 들은 것처럼 지간계는 물론이고 지옥계의 마수, 거기다 지옥계의 마신들에게 조차 소통되어질 수 있다고 알려진 인물일세."

    "그 정도면 천간계의 선인들보다도 더한 능력이 아닌지요?"

    "맞네. 사실 천간계의 마계에 머물던 마선(魔仙)인데 인간계에 내려와 악행을 일삼고 있는 것이네."

    "....."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은 은성이 입을 다문채 삼천진인을 바라보았다. 천간계에 마계가 있다니 처음 듣 는 말이었다. 또한 마선은 무엇이란 말인가?

    "천기누설(天機漏泄)이라 더 이상은 말 못하겠네. 하지만 천간계가 선계와 마계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만 알고 있게....."

    "알겠습니다. 인간의 능력은 참으로 보잘 것 없는 것이군요."

    "아닐세. 그 반대이네. 인간의 능력처럼 위대한 것은 없다네. 오계(五界)를 통털어서 그 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지 않은가?"

    "듣고보니 그런것도 같습니다. 술법이란 한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 천간계와 지간계는 물론이고 천상계와 지 옥계 까지 영능이 발휘되어지다니....."

    "허허! 왜 이곳 하계는 빼고 말하는 것인가? 하계에도 대단한 술법들이 많이 존재한다네."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자네가 날아다니는 것은 술법이 아니라고 쳐도 금색 영조를 부리는 것은 어떠한가?"

    "금아는 그냥 친구일 뿐입니다. 술법으로 부리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라고? 허허! 알겠네. 하지만 이것을 알아두게. 조그마한 능력이라도 극대화 되면 술법에 못지않을 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은 술법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을....."

    "....."

    낮에 곤륜산 방향으로 날아간 금아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천상초(天上草)인지 뭔지 하는 영약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유령왕에 대한 그리움이 물씬 들어왔다.

    결계안의 극락조단 술사들에 의해서 태극진기로 만든 강기가 사라졌기 때문에 형체를 잃었을 뿐이지 실상 유 령왕은 죽을 수도 없는 불사의 존재였다. 아마 지금쯤 무산(巫山)의 지하 석동(石洞)에서 영기를 흡수하고 있 을 터이었다.

    중요하고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대충 끝났다는 판단이 들자 은성은 주변에 펼친 심기강막(心氣剛膜)을 해제하 였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누구도 듣지 못했을 것이었다. 서로간에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두 명 다 선실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말없이 밤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별이 몇 개 인지 세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방금 나눈 대화속에서 깊이 생각할 것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삼천진인은 완전한 자연진기와 야차귀노에 대해서, 그리고 은성은 오계(五界)와 역시나 사문의 원수인 야차귀 노에 대해서.....

    '푸드드득'

    정적을 깨고 들려오는 소리. 먼길을 날아온 듯 힘없는 날개짓으로 문상이 머무는 선실 쪽으로 날아드는 전서 구의 소리였다.

    한 마리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일각도 안되어 이번에는 두 마리의 전서구가 거의 동시에 날아들었다. 무림 맹에서 무슨 소식이라도 전해오는 것일까?

    그런데 날아드는 전서구의 수가 계속 많아지고 있었다. 무림맹에 급박한 문제라도 발생한것 같았다.

    왠지 모를 불안한 느낌이 들어왔다. 그냥 느낌 정도가 아니었다. 예지(豫知)라고 할정도로 매우 선명하니 전 해지는 불안함 이었다. 더 이상 고요한 상념에 빠져들 수 없다는 판단이 든 은성이 삼천진인에게 예를 갖춘 후 자신의 선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삼천진인도 계속하여 날아드는 전서구에 내심 의혹이 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전서구를 잡아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짜피 조만간에 내용이 알려질 터이니 조급해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은성이 떠난지 반각도 안되어 삼천진 인도 선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이 올 것 같지는 않았으나 억지로라도 눈을 붙이려는 것이다. 불어오는 바람 에 실린 예기(銳氣)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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