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황정허무검(132)
임원영 2004-06-08 19:37:17, 조회 : 22, 추천 : 0
허공중으로 섬전처럼 몸을 날리는 은성의 뒤쪽으로 희끗하니 금빛 잔영이 어른 거렸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유령왕을 불러내 대동하고 있는 것이다.
은성에게서 천부경을 전수받은 후 검후의 능력은 몰라보게 향상되어 있었다.
현천교의 괴인과 일대일로 붙어도 최소 일백초 정도는 버틸수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최후의 순간에는 금접이 검후를 보호하여 줄 것이므로 굳이 유령왕이 없어도 일신상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지상과 지저를 망라하여 유령왕처럼 자유자재로운 존재는 없을터.....
유령왕의 활약에 거는 은성의 기대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저멀리 현천교가 보이자 잠시 허공중에 멈춘 은성이 또다시 둔신의 술을 펼쳐 내었다.
"천원지방(天圓地方).... 태을진인율령(太乙眞人律令)"
부적을 머리 위쪽으로 던져낸후 주문을 외우고 육합천서상의 '둔신법'을 펼치는 의식을 완성하자 은성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유령왕 조차도 형상을 감추고 땅속으로 내려와 은성을 따르자 잠입은 완전무결해지고 있었다.
결계 앞에 도착한 은성은 또다시 청령전 방향에 내려앉아 심안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적들의 음모가 어디까지 진행되어 졌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유령왕은 은성의 주변에 은잠하여 은성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령왕을 믿고 호신을 위한 심기조차 전부 동원하여 심안을 강화시키자 지저로 흐르는 법기(法氣)를 따라 심기가 흘러 나갔다.
그런데 심안을 펼치는 은성의 안색이 다소 심각해져 있었다.
어제의 법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어제 보다도 몇배나 위력이 강대해져 있었다.
아마도 법력을 펼치는 술법가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았다.
심신을 피폐시키지만 일시지간 법력을 증가시키는 금단의 술법이 가미되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쨌든 은성의 심기로써는 도저히 상대할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법기(法氣)이었다.
법기를 따라 가며 심안으로 보여지는 광경에 은성의 표정은 계속해서 굳어져 가고 있었다.
법기는 일곱 번째 봉우리를 넘어 여덣번째 봉우리까지 이르러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지저를 흐르는 지기(地氣)를 따라 수동적으로 탐색하던 경지를 벗어나 이제는 지기들을 조정하고 있었다.
지기들의 흐름은 은성이 어제 암기한 흐름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져 있었다.
산골과 산줄기를 따라 내달리던 지기들이 통합되고 일정한 방향성까지 띠고 있었다.
그 흐름의 끝은 하나같이 깊은 지저속으로 뻗혀 들어갔다.
지저로 내려갈수록 양강의 기운이 뻗혀져 나와 지기가 더 깊숙이 들어옴을 방해하고 있었지만 뭉쳐진 지기의 힘은 자연의 조화를 거스릴 정도로 이미 강성해져 있었다.
게다가 그 뒤로는 법기에 의해 끊임없이 힘이 보태어지고 있었다.
일곱 번째 봉우리까지 한결같은 상황이었다.
아직은 그나마 균형을 맞추고 있었지만 일곱 봉우리에 넓게 퍼진 법기들이 힘을 집중하여 한곳을 공략한다면.....
생각만 해도 등뒤에 식은 땀이 베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화산이 폭파하듯 산이 터져 나가고 지저 깊숙한 곳에 움츠린 용암이 엄청난 압력으로 분출되어 나올 것이었다.
법기가 아홉 번째 봉우리까지 파죽지세로 뻗혀나갈 것인가?
심안을 강화하던 은성은 현천교의 술사들이 뿜어내는 법기에 저항하는 기운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여덣번째 봉우리가 위치한 곳에서였다.
산 위쪽에서 청정지기(淸靜之氣)가 스며들어 법기의 진로를 방해하고 있었다.
엄청나게 위력적인 청정지기였다.
뻗혀져 나오는 시발지에서는 세가닥으로 분리되어 있었지만 곧이어 합쳐져서 거대하고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청정지기에 부딪혀간 법기들이 더 이상 나아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뭉쳐져서 몰려다니는 청정지기에 비해 법기는 너무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일부 법기들은 청정지기를 피해 교묘하게 파고 들어가고 있었다.
산속 깊숙한 지저속의 숨막힐듯한 접전을 바라보던 은성은 심기의 일종인 청정지기의 강대함에 놀랐지만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었다.
외외로 저항이 심해지자 일곱 개의 산속에 퍼져있던 법기들이 서서히 몰려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청정지기의 힘이 강해도 일곱 개의 봉우리에 퍼져 있던 법기들이 뭉친다면 저항치 못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서서히 청정지기들이 밀려남을 심안으로 살피던 은성이 청정지기를 상대하러 밀려드는 법기들을 방해하기 시작하였다.
이미 강력해질대로 강력해진 법기에 직접적으로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심기로써 지기(地氣)를 조정하여 법기를 막도록 유도하였다.
법기에 직접적으로 다가가서 이력타력의 수법으로 법기의 방향을 어긋나게 만들고 심기로 막아설수 있는 약한 법기는 교묘히 이동시켜 더 강한 법기에 충돌시켜 버렸다.
법기와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지기중 강한 흐름을 유도하여 법기를 파고 들도록 만들고 청정지기가 밀려드는 곳에 뛰어들어 힘을 보태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전세를 역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은성의 심기가 발휘될수 있는 역량도 감소되어 있었다.
수백명 술사들의 증폭된 법력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여덣번째 봉우리마저 법기에 서서히 점령당해지자 은성은 다른 방안을 시도할수 밖에 없었다.
결계를 부숴트리는 방법이었다.
그중 첫번째 방법은 결계를 펼치고 있는 술사들의 암살(暗殺)이었다.
심안을 강화하면 결계 바깥쪽에 있는 술사들의 모습을 희미하니 바라볼수 있음은 이미 확인한 사실이었다.
허공중에 몸을 띄운후 심안을 강화하고 어제처럼 심기를 집약하여 바늘같이 가는 무형검을 만들어 내었다.
'쉬릿'
미세하니 결계를 파고드는 소성.....
술사의 백회혈로 파고 들어갔으니 죽음을 피할 수는 없을 터이었다.
무형검에 당한 술사는 가부좌의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은밀한 죽음이었다.
또다시 들려오는 미약한 소성.. 그리고 이어지는 술사의 죽음.....
그런데 계속해서 무형검을 발사하던 은성은 이 방법에 더 이상 의존할수 없음을 절감하였다.
무형시처럼 심기를 쏘아 보낸후 회수하지 못하니 심기의 낭비가 심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심안과 무형검을 동시에, 그것도 극도로 운용하다 보니 적을 살상하는 속도가 너무 더디었다.
전력을 기울여야 내부가 간신히 투영될 정도로 심기조차 거부하는 난공불락의 결계가 가장 주된 요인이었다.
일각 동안에 십여명 밖에 살상하지 못했다.
결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백여명 이상의 술사들을 살상해야 할 것 같았는데 이처럼 장기간 심기를 낭비한다면 그 이후 버텨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현재 법기를 쏘아내는 자들은 결계 가장자리의 술사들이 아닌 것이 분명하였다.
결계 중심부쪽에 모여있는 수백명의 술사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아무리 심안을 집중하여도 형체가 거의 보이지 않고 있었다.
모습을 파악할수 없으니 그곳으로 무형검을 쏘아 보낼수도 없었다.
맞을 확률도 적었지만 백회혈등 치명적인 사혈이 아니라면 맞아도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었다.
바늘처럼 가는 무형검이니 사혈이 아니라면 몸을 뚫는다 치더라도 멀쩡할 것이고 또한 몇 개만 날려도 금새 자신의 존재가 발각당할것이 분명하였다.
첫 번째 방법의 효용성이 적음을 느낀 은성이 두 번째 방법을 강행하였다.
무식한 방법이지만 효과적일수도 있었다.
게다가 양면 공격이었다.
둘 중 한곳만 성공한다면.....
입술을 앙다물고 유령왕에게 심어를 날려 무언가 지시를 내린 은성의 몸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둔신법에 무형검.
아직껏 은성의 정체는 적들이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꽈르르르릉, 쩌저적, 번쩍'
뇌성벽력이 천지간을 떨쳐 울리는 것 같은 굉음과 함께 결계 한쪽이 거대한 충격으로 금이 가며 무너저 내리는 순간 사방은 아비규환 같은 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결계가 금이 가고 뚫렸지만 아직 사람이 출입할 정도로 크게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은성이 심기를 가다듬어 두 번째로 일자혜검의 초식을 펼치는 순간 은성 주위로 수많은 그림자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일자혜검은 순탄하게 펼쳐질수가 있었다.
바로 결계 하부 방향에서 지축을 뒤흔드는 기세로 부딪혀온 강한 충격음 때문이었다.
'콰과과과광!'
'쿠쿵!'
성난 황소마냥 쉼없이 파고드는 기세를 막아서기 위함일까?
지저로 빨려드는 법기의 거대한 흐름중 일부가 급하게 방향을 틀어 화룡검의 기세를 빌어 결계 아래쪽에서 공격하는 유령왕에게로 달려들었다.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법.
무형검으로 일자혜검을 연거푸 펼친 은성이 일각이 무너져 내린 결계 안쪽으로 바람인양 파고 들어갔다.
하지만 거듭되는 심기의 소모로 인해 경계심이 조금 풀어졌었던 것 같았다.
"큭!"
가슴을 부여잡고 뒤쪽으로 밀려나는 은성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지고 눈가도 고통으로 찌푸려졌다.
순식간에 덮쳐오는 일곱 개의 형상.....
청령전을 침입한 괴인과 같은 부류인 것 같았다.
몇 줄기 혈살지기에 호신공이 또다시 흔들리고 위기의 순간이 닥쳤지만 은성은 가까스로 이들의 포위망을 벗어났다.
묵귀영의 신법이 목숨을 부지시켜 준 것 같았다.
일수(一手)에 집채만한 바위도 가루로 만들 정도로 가공한 혈살지기였지만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태극진기의 반탄력과 그 위를 감싼 심기의 호신공을 꿰뚫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은성이 중상을 입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거듭되는 타격으로 내상과 함께 심기조차 크게 감소되어 있었다.
악착같이 따라붙는 일곱 괴인들을 피하느라 결계속에 있는 술사들을 살상할 엄두조차 낼수 없었지만 다행히 심어를 발휘할 수는 있었다.
혹시나 결계의 하부쪽은 약하지 않을까 생각하여 유령왕에게 공격하라고 시켰지만 천의무봉 인양 결계는 아래쪽마저 완벽히 방어되고 있었다.
법기가 빠져 나가는 구멍은 뚫려 있을 것이지만 그곳은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할 터이니 완벽한 방어 체계가 갖춰진 결계라 하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더 이상 아래쪽에서 공격함은 의미가 없음을 인지한 은성이 심어를 발해 유령왕에게 무너진 결계 안쪽으로 파고들 것을 명령하였다.
어쩔수 없이 무차별 살상 또한 허용되었다.
유령왕(幽靈王),
그 신법이 너무나 빨라 은성의 심안으로도 알아볼수 없는 영계의 제왕.
화룡검을 손에 든 유령왕은 지옥의 사신이었다.
스쳐 지나감을 느낄수 있는 것은 길게 이어진 붉은 핏자국 밖에 없었다.
일순간에 일백여명이나 되는 술사들이 죽어 나가 버렸다.
그 가공함에 감히 맞설 상대가 없었다.
은성을 상대하던 괴인 두명이 진로를 막아섰지만 잠시 유령왕의 행보를 늦춘 것 뿐이었다.
숨 서너번 몰아쉴 시간이 지난후 한명의 괴인은 화룡검에 두조각으로 분리되고 또다른 괴인은 처참하게도 허공중으로 분시되어지고 있었다.
허공중으로 터져 나가는 괴인의 한손은 유령왕의 가슴속으로 깊숙이 박혀 있었지만 몸이 터져 나간후 덜렁거리던 손목조차 스르르 밀려나와 땅위에 허무하니 떨구어져 버렸다.
깊게 파여졌던 유령왕의 가슴은 금새 복구되어지고 말이다.
중상을 입은채 필사적으로 몸을 피하던 은성은 두명의 괴인이 빠져 나가자 간신히 숨통이 트여졌다.
아직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보랏빛으로 창백하니 변해갔던 은성의 안색에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태극진기와 심기를 완성한 이후 불가사의할 정도로 빠른 회복력을 보유한 은성이었다.
괴인들과 대결을 벌이면서 심기가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잃었던 심기가 서서히 회복되어져 갔다.
무형검으로 일자혜검을 펼치는 것처럼 무리한 공격을 삼가고 묵귀영의 신법으로 방어에만 주력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허공을 가득 덮은 혈살지기를 심안으로 파악하여 묵귀영을 발휘하였지만 언제 날렸는지 눈앞으로 닥쳐드는 세줄기의 강기는 도저히 피할 방위조차도 없을 것 같았다.
보리패엽장중 패엽만장(貝葉萬掌)으로 간신히 막아낸후 또다시 진기가 흔들림을 느꼈지만 신형은 무사히 혈살지망 속에서 빠져 나올수가 있었다.
허공중에서 이형환위의 신법을 펼쳐 몸이 불가사의한 각도로 길게 뻗어 나가자 괴인중 한명이 흠칫하며 양손을 펼쳐 내었다.
하지만 사신권법중 청룡권 사룡투주(死龍投珠)의 초식이 이미 그 사이로 파고들고 있었다.
위기의 순간 양측에서 달려든 또 다른 괴인들에 의해서 공격을 성공시킬수는 없었지만 수비에만 쩔쩔매던 처음보다는 형세가 조금 유리하게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거침없이 현천교의 술사들을 도륙하는 유령왕의 기세라면 결계는 생각보다 쉽사리 파괴되어질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벌써 반은 파괴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칠팔백명이나 되는 술사들중 이미 백오십여명이나 화룡검에 잘리고 불타 죽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꽈광!'
화룡검을 든채 죽음의 신처럼 종횡무진 하던 유령왕이 공중으로 맥없이 튕겨져 나갔다.
엄청난 속도로 튕겨나가 결계에 부딪힌후 시체처럼 떨어져 내려 미동조차 없는 것이 감당할수 없는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술사들이 법기를 되돌려 결계 안쪽으로 폭사시켜 버린 것이다.
눈부신 속도였지만 허공중으로 무지개처럼 피어오르는 혈화로 인해 그 위치가 노출되어져 법기에 쉽사리 당했던 것이리라.....
곤륜산의 지저를 휩쓸며 용암조차 분출시키려는 엄청난 세력의 법기에 당했으니 무사할 리가 없을 터이었다.
하지만 유령왕은 상식이 통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잠시후 언제 무슨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소생되어 더욱더 기세 등등하니 날뛰었다.
이번에도 순식간에 일백여명의 술사들이 비명 횡사를 하였다.
화룡검에서 붉은 불꽃조차 피어올라 유령왕이 스쳐간 자리는 흩뿌려진 피가 증발되고 매캐하니 시체 타는 냄새조차 흘러 나왔다.
하지만 술사들의 법력이 집약된 법기 또한 상식적인 살인지기(殺人之氣)가 아니었다.
곤륜산으로 뻗어 나갔던 법기들이 대부분 회수된 듯 그 기세 및 강도 또한 몇배나 강해져 있었다.
'푸샥!'
법기에 부딪힌 유령왕의 신형이 허공중에서 폭파되어 산산히 분해되어져 버렸다.
조각난 시체들이 운무처럼 자욱하니 바닥으로 떨어져 내려왔다.
화룡검도 힘없이 떨어져 내려왔다.
이번에야 말로 완벽히 처치하였으리라.....
유령왕을 처치한 법기가 이제는 은성을 목표로 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은성이라도 몇백명의 술사들이 법력을 집약한 법기에 대항할 수는 없었다.
위기를 느꼈는지 은성의 신법이 더욱더 절정으로 발휘되어져 갔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법기에 행적이 노출되지 않고자 애쓰는 은성이 도망가지 않음은 한가지 믿음 때문이었다.
바로 불사의 존재인 유령왕에 대한 믿음이었다.
역시나 은성의 예상 대로였다.
법기에 당해 처참히 분사된 유령왕의 조각들이 녹아들어 물처럼 흘러 신형이 모여들더니 형체를 형상화 시켜 가기 시작하였다.
분사되어 땅에 떨어진 조각들이 모여든 곳은 영악스럽게도 땅속이었다.
형상이 완전해진후 뛰쳐나온 유령왕의 한손에는 땅에 떨궈진 화룡검이 들려져 있었다.
다시금 터져나오는 비명과 자욱한 혈무.....
이번에도 순식간에 오육십명의 술사들이 비명횡사를 하였다.
하지만 또다시 법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 공격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었다.
강한 타격으로 형체를 파괴시키는 공격이 아니라 거대한 힘으로 사로잡아 움직이지 못하도록 법기를 운용하고 있었다.
아마도 유령왕의 정체에 대해서 나름대로 파악해낸 것 같았다.
유령왕이 사로잡히고 화룡검이 떨어져 내려올때 은성은 이번에는 요행을 바랄수 없음을 여실히 느낄수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유령왕의 신체를 이루고 있던 태극진기가 소멸되어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기의 소용돌이 속에 태극진기가 법기속으로 스며들어 갈수록 은성과 유령왕을 잇고 있던 생령도 희미해져 갔다.
태극진기가 사라져 가자 요괴소환술의 술법이 파괴되어 버렸는지 유령왕의 존재도 희미해졌다.
은성이 진력으로 탄생시킨 분신이 소멸되어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