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정허무검-131화 (131/152)
  • [연재]황정허무검(131)

    임원영   2004-06-07 19:51:28, 조회 : 933, 추천 : 12

    그런데 내려서던 은성의 안색이 미미하게 변화되어졌다.

    알 수 없는 기운이 자신이 내려서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진기는 아닌 것 같았다.

    살랑이는 미풍처럼 조용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내려서는 주변의 자연지기를 흐트려 놓으며 서서히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고요하고 부드러우면서 막힘이 없고 부족한 것 같으면서도 일점 모자람이 없는 진기...

    태극진기처럼 완전한 자연지기인 것 같았다.

    자연지기의 경지조차 초월돼 있었다.

    심기일런지도 몰랐다.

    아니, 분명히 심기이리라.....

    심기속에 살기는 전혀 깃들여 있지 않았지만 은성도 호신공을 운용하였다.

    무림에 출도한후 심기를 사용하는 자는 아직 한번도 보지 못한 은성이었다.

    암중에 심안을 발휘하여 광장에 모여있는 군웅들을 살펴보았지만 심기를 펼치는 자를 찾을 수는 없었다.

    이미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존재이라서 심기를 펼쳐도 아무런 표식이 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심안으로도 분별할수 없었지만 은성은 심기를 펼치는 사람을 찾을수가 있었다.

    수뇌부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무상과 삼천진인 그리고 풍령자의 앞에 은발에 은빛 수염을 길게 늘여 트린 사람이 있었는데 처음 보는 노인이었다.

    그 외 다른 수뇌부들이 두어 발자국 뒤에 서있는 것으로 보아 배분이 대단한 노인인 것 같았다.

    '음.....'

    노인이 자신을 시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참으로 난처한 상황이었다.

    정파의 대선배를 공경한다고 심기에 밀려 날아갔다가 뒤돌아 온다면 선배를 기만하고 사부님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심기를 집중시켜 전력으로 대항한다면 정파의 대선배인 노인을 무안케 할수도 있었다.

    그런데 노인은 은성이 판단할 여유를 주지 않고 있었다.

    잠시 망설인 순간 갑자기 밑에서 밀어 올리는 힘이 대처키 힘들 정도로 강해지고 있었다.

    어쩔수 없이 심기를 다해 대항하였지만 노인의 심기를 거슬릴수는 없었다.

    이러다가는 허공으로 떠밀려 쓸려갈 것이라는 판단조차 들었다.

    할수 없이 호신공을 운용하고 있는 심기조차 끌어내서 노인의 심기에 저항하였다.

    "....."

    반각여나 지났을까?

    노인에게서 밀려오는 압력이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안색이 조금 붉어진 은성이 서서히 떨어져 내려왔다.

    바람에 몸을 날리듯이 하며 노인의 앞으로 떨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은성을 놀란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노인의 붉은 안색도 서서히 정상을 회복해 가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해동 동방파의 이은성 이라고 합니다."

    노인의 앞에 부드럽게 착지한 은성이 포권을 하며 예를 갖추었다.

    "모두들 눈이 있어도 진인을 알아 뵙지 못하고 있어나 보이. 선연(仙連)이 뿌리박히고 선실(仙實)이 무르익어 경지를 넘어섰으니 탓할 일만도 아니지만 말일세."

    입을 열어 말을 하는 것도, 그렇다고 혜광심어로 은성에게만 말을 전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선명하고 정기어린 목소리였다.

    신기조차 서려서인지 인간의 목소리 같지 않았다.

    "아직 하나의 깨우침도 없는 말학 후배입니다. 과분하신 평가입니다."

    "허허허! 하나를 깨우치면 만상이 따르고 하나를 잊으면 천지를 벗어나는데 너무 과한 욕심이 아니신가?"

    나직이 말을 한 후 은성의 눈을 잠시 주시하고는 노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자네의 선기(仙器)를 보니 과한 욕심도 아닌 것 같구만. 유일무이한 절대진리를 깨우칠 날이 올 것일세....."

    기뻐하면서도 조금은 씁쓸한 목소리였다.

    "선배님께도 그런 기회가 오지 않겠습니까? 하늘은 스스로 구하려 하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아닐세, 천지간의 오묘한 이치는 갈길이 이미 정해져 있다네. 이백년 적공으로도 자네만 못한데 누백년에 가능하겠는가? 지계의 선인(仙人)만 되어도 만족할수 있을 것이지만 그도 여의치 않구만..... 곧이어 닥쳐올 마겁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점궤이었다네."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나이를 떠나 금새 허심탄회하게 서로를 대함은 마음을 비워 선도를 추구하는 동도(同道)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왠지 모를 깊은 인연의 끈을 서로가 가슴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배님, 절대적 진리는 영원무궁으로 변함이 없지만 진리를 싸고도는 외피는 가변이라서 변화의 속성이 내포되어 있고 불운에서 길운으로 바뀌어 지기도 합니다. 혹시 아십니까? 저와의 인연으로 점궤가 바뀌게 될지....."

    말을 하고도 쑥스러운지 은성이 얼굴을 살짝 붉히었다.

    "허허! 그랬으면 좋겠네. 그런데 무엇을 하다 이제야 오는 것인가?"

    은성과 대화를 하는 동안 노인의 표정이 한결 밝아져 가고 있었다.

    "현천교의 무리들이 무언가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세한 전말은 알수 없었지만 심상치 않습니다."

    "이대협! 자세히 물어도 되겠는지요?"

    한쪽에 서있던 문상이었다.

    "예. 어젯밤 ....."

    은성이 괴인을 쫒아간후 발견한 결계와 결계에서 흘러나오는 수상한 기운이 곤륜산 쪽으로 뻗혀져 나온다는 간략한 설명이 끝난후 주변에는 잠시 침묵이 멤돌았다.

    지중(地中)으로 뻗혀져간 기운을 살펴보았다는 은성의 놀랄만한 능력에 대한 침묵이요, 수백명의 술사들이 펼치고 있다는 언뜻 들으면 황당하고 무모한 법술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적하진인님, 혹시 곤륜산의 지저에 요괴(妖怪)나 흉수(兇獸)들이 거하고 있는지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주진인이 역시나 그들의 음모를 짐작키 어렵다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주진인의 물음을 듣고서야 은성은 지금껏 대화한 노인의 별호를 알수가 있었다.

    "곤륜은 신성한 성산으로 요괴나 흉수들이 버텨낼수가 없었을 것이네."

    혹시 하는 생각으로 물었지만 단호한 적하진인의 대답에 주진인의 미간에 골이 더욱 깊어졌다.

    하긴 신선들이 노닐고 신선지경에 이른 도인들이 누대로 이어져 왔던 곤륜산에 요괴나 흉수라니.....

    아무리 사술이 높은 요괴라도 진즉에 사라졌을 터이었다.

    그래도.....

    "흉악한 괴물들이 날뛴다면 신선분들께서 처치했겠지만 만의 하나의 가정이지만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지저 깊숙이 몸을 도사리고 때만 기다리는 미지의 괴물이나 요물이 있을지요. 만약 현천교에서 발견하고 수백명의 술사를 동원하여 그 흉성을 드러내게 만든다면....."

    상상력을 동원하면서도 비약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주진인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었다.

    "글쎄, 전혀 불가능한 생각은 아니지만 억측이 심한 것 같네. 수백명의 술사들이 힘을 모을수 있다면 가능할수도 있겠지만 괴물이 누천년간 정체를 숨긴채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상상이네."

    "그렇다면 도대체....."

    적하진인의 확고한 단언에 주진인이 말끝을 흐렸다.

    적들이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이유를 알수가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적하진인님, 곤륜의 성정(性情)은 어떻습니까?"

    은성의 얘기를 듣고 이제껏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문상이 다시 나섰다.

    "성정?"

    문상의 물음에 갑자기 적하진인의 표정이 급변하였다.

    거의 신선지경에 이르렀다는 곤륜파의 신비속 인물인 적하진인의 얼굴색이 변하다니 믿기 힘든 일이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구만. 당장 대책을 세워야겠네."

    다급한 표정과 목소리로 보아 평정심이 흐트러진 것 같았다.

    반선지경에 이른 사람조차 평정심을 잃을 정도의 다급한 사정이라니 도대체 '성정'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건데 .....

    군웅들의 한결같은 의문이었다.

    은성도 문상의 '성정'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퍼뜩 떠올려 지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해짐을 느낄수 있었다.

    음양이 분화되어 사상으로 변했는데 음양 상생의 원칙에 따라 사상도 유지되고 변화되어졌다.

    태음(太陰)의 반대쪽에는 태양(太陽)이 머무르며 보조 보완해주고 견제하며 변화의 속성을 가미시켜 주고 있었다.

    그것이 변함없는 우주의 대원칙이자 자연의 섭리이었다.

    유난히 음기가 짙어 지음지기가 넘쳐나는 곤륜산맥의 성정이 태음이라면.... 곤륜산 깊은 지저속에는 태양의 성정을 지닌 그 무엇이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상생상극으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성산으로 일컬어지고 있지만 만약 인위적인 술법으로 음양조화를 허물어트린다면 상상키 힘든 사태가 벌어질 것은 명약관화 한터.

    결계속에 머물던 수백명의 술사들이 꾸미고 있는 음모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맹주! 조만간 적들의 공세가 시작될 것이네. 만전의 방어태세를 갖추도록 하게. 나도 곤륜파에 이 사실을 알리고 사형들과 대책을 논의해 볼터이네. 현천교라니.., 결코 무시할수 없는 세력들인 것 같으니 최선을 다하여 수비하면서 서서히 자소전으로 후퇴해오도록 하시게. 그럼 나는 이만."

    '스팟'

    얼마나 다급했던 것일까?

    그토록 침착한 선인께서 숨한번 내쉬지 않고 다급히 말을 내쏟은후 거짓말처럼 꺼지듯 사라져 버렸다.

    은성만이 그 자취를 알아챌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신법이었다.

    "사형들이라니..그럼 적하진인의 사형들중에 생존해 계시는 분들이 또 있다는 말인지요?"

    은성이 조심스레 문상에게 물었다.

    "적하진인의 위로 두분이 더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이미 인간의 경지를 벗어나신 분들이라 속세의 일에는 관여하시지 않으셨는데 곤륜이 멸문지겁의 위기에 닥쳐서 할수없이 출세하셨다 하더군요."

    "....."

    "그런데 그 결계라는 것이 그토록 위력적이었습니까? 이대협의 무위로도 파괴할수 없었다면 그들의 음모를 저지할 방도가 거의 없을 터인데..."

    "장담할 수는 없지만 무력으로 와해시키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적하진인께서 사형들과 대책을 세워 보시겠다고 하셨지만 아무리 반선의 경지에 이르신 분들이라 하여도 수백명 술사들의 집중된 힘을 물리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마땅한 대책도 없으며 희망도 거의 없다는 은성의 말이었다.

    "그래도 그분들을 믿을수 밖에요. 적하진인의 말씀대로 결계속 술사들의 음모가 최고조에 이를때 현천교도들이 재 침입해 올것으로 추측됩니다. 그것도 총 공세를 취할 것 같습니다."

    살랑이는 백우선을 탁하니 접은 문상이 심유한 눈빛을 더욱 빛내며 재차 입을 열었다.

    "괴인들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들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전대 무림맹주와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소림사의 범각대사께서 내일 늦은 오후쯤에는 도착하실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 왔습니다만 적의 술사들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무림의 등불이 예서 꺼질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문상의 말대로라면 결계속 술사들의 음모를 막아낸다고 하더라도 승부를 예측키 어렵다는 말이었다.

    그렇지 못하면 처참한 패배만이 남아 있고 말이다.

    "야 문상아! 쳐들어가라! 쳐들어가서 결계 깨 부숴라!"

    푸드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금아가 나타나 소리쳤다.

    사뿐히 은성의 어깨위에 앉더니 이번에는 무림맹주에게 소리쳤다.

    "맹주 니가 대장이잖아. 나를 따르라! 하고 뛰어가면 모두 따라갈 것 아니냐? 가자! 싸우자!"

    혼자 신이나서 마구 지껄였지만 호응이 없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번에는 은성에게 물었다.

    "분위기가 왜 이러냐? 싸우면 질 것 같냐?"

    은성이 손을 뻗어 금아의 황금색 깃털을 부드러이 쓰다듬어 주었다.

    "적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 저번에 적의 정예 무인들이 도착하지 않았을 때조차 그들의 포위망을 힘겹게 뚫었는데 지금쯤은 적들이 전열을 갖추었을 터이니 쳐들어가도 쉽게 승부를 예측키 힘들어. 지금 우리들의 전력으로 수비는 가능하지만 공격은 좀 무리야."

    은성이 현재 양측의 전력을 비교하여 주었지만 변수는 많았다.

    반선들과 곤륜파가 지닌 전력이 제외되어 있었고 적의 술사들의 잠재력이 포함되지 않은 전력 비교였다.

    게다가 적들에게 숨겨놓은 또 다른 힘이 있는지도 몰랐다.

    무림맹측에 속속 도착하는 초극고수들처럼 말이다.

    상황이 급박함을 느낀 맹주가 수뇌부들에게 대책 회의를 하자고 건의 하였다.

    적의 공세가 촉박하여 한시의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모두들 임시 건물로 향하는데 은성만은 다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회의에 참석키 어렵다며 양해를 구한후 청령전의 뒤쪽 숲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적에게 노출된 아홉 봉우리 말고 곤륜산맥은 무수한 봉우리들이 널려 있었다.

    심심하다며 같이 놀자는 금아조차 떼어놓고 은성은 은밀하고 한적한 장소를 찾았다.

    어제밤 적의 결계를 깨트리기 위해 무공을 발휘하면서 순간적으로 스쳐간 생각 때문이었다.

    현재 자신이 가진 무위는 스스로 생각해도 적수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심기를 사용할수 있게 된 이후로 비약적으로 증가되어 졌으며 심기의 위력도 몇 번의 깨달음으로 크게 향상된 상태였다.

    방금전 반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자하진인에게 조차도 대등할 정도의 심기이니 일반 무인들중에서는 상대할 자가 거의 없을 터이었다.

    그런데도 부족하고 결계를 깨부술수 없었으니.....

    펼치면 섬전보다 빠르고 아무런 기척도 없는 무적의 심기이었지만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무형검처럼 직접적인 형상으로 응축시켜 펼치는 무공에 비해 위력이 저하된다는 사실이었다.

    심기를 집약하여 만든 무형검은 형체조차 보이지 않았으며 그 위력 또한 개세적이라 할 수가 있었다.

    심기를 응축시켜 바늘만하게 축약하면 결계조차 뚫을수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무형검은 내공의 운용 방법이지 초식이 아니었다.

    무상의 무형검에서 생각이 깨우쳐진 은성이 금새 따라할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무상보다도 강한 진기를 소유하였으니 어려울것이 없었다.

    그러므로 내공 그 자체인 심기와 내공의 운용방식인 무형검의 경지를 제외한다면 은성의 가장 강한 무공은 아직 미완의 무공인 일자혜검(一字慧劍)인 셈이었다.

    포달랍궁의 진산절기인 보리패엽장도 강한 무공이었지만 천지 생성과 소멸의 궁극적인 원리를 단 한초식에 담아 펼쳐내는 일자혜검에 비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일자혜검은 미완의 무공이지만 그래도 전혀 펼칠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제밤 괴인을 일검에 양단시킨 검법도 부족한 일자혜검의 초식이었다.

    무당파에 전해져 내려온다는 황정경을 보고 천부경에서 깨달음이 더해진다면 완성시킬수 있을 것이지만, 상황이 급하니 부족한 대로 위력을 증가시켜야만 하였다.

    심기로 무형검을 만들어서 일자 혜검을 펼친다면.....

    결계를 깨부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미 심기로 무형검을 만들 수 있었으니 별로 어려울 것도 없을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있을때 일자 혜검의 경지를 높여야만 하였다.

    그것만이 결계를 파괴할수 있는 일만의 희망이었다.

    일각이 여삼추런가...

    시간은 금새 흘러갔다.

    산속이라서 날이 짧아서 인지 아니면 무아지경으로 무공에만 몰두하여 시간이 빨리 지나갔는지 모르지만 성과가 있었는지 은성의 표정은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붉은 노을을 보며 어느새 날이 저물었음을 느낀 은성이 현천교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는 귀신처럼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은성이 떠나간 이름모를 계곡에도 정적이 찾아든 것이다.

    하지만 정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은성이 떠나간후 한참이 지나자 한쪽에 무성한 노목들이 산산히 바스라져 티끌처럼 바람에 날리어졌던 것이다.

    노목사이로 보이던 바위들조차 돌가루로 화해 흩날리는 이유는 떠나기 직전 마지막에 펼쳤던 일자혜검의 위력 때문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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