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정허무검-83화 (83/152)
  • ■ 제 83절 :

    어려운 일에 부딪혀 굴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남아지로(男兒之路)이고

    큰 뜻에 부합될 때 돌아가는 것이 인간지로(人間之路)이다.

    스스로를 낮추어 겸양하고 본받도록 하는 것이 군자지로(君子之路)이고

    청풍 한자락에 마음을 실어 보내는 것이 도인지로(道人之路)이다.

    "훌륭한 말씀이네요."

    백마를 타고 비천문으로 가는 길에 은성이 문득 먼데 산을 바라보며 나직이 중얼거리자 검후가 댓구를 해주었 다. 비천문에 들르겠다고 하자 외당 당주가 호위 무사들을 붙여 주겠다고 하였으나 굳이 거절하고 백마 두 마 리만 달래서 타고 가는 길이었다.

    동생은 함께 할 수가 없었다. 청무원의 엄한 규칙 때문이었다. 누나를 보러 가겠다고 두시진 동안 자유 시간 을 허락 받았기에 어쩔 수 없이 청무원에 복귀해야만 하는 것이다. 동생은 자기와 사공자의 비무를 보고 깨달 은 것이 많은 것 같았다. 청무원으로 돌아가는 동생의 눈빛과 입가에 서린 굳은 의지가 이를 대변해 주고 있 었다. 아마도 수련에만 정진할 것이라 생각하니 잘 되었다는 판단에 입가에 웃음이 띄여졌다.

    "해동의 사문에서 행동의 표본으로 삼으라고 지침(指針)한 파훈(派訓)이야. 청풍 한 자락에 마음을 싣는다는 말은 되새길수록 그 의미가 각별하지."

    "어떤 의미가 있는데요?"

    나이답지 않은 은성의 노련한 표정에 검후가 장난스레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청풍은 지극한 고요지심 속을 가르는 한줄기 햇살이며 한자락 득풍(得風)이야. 아무 마음이나 싣고 나르지는 않지. 청풍보다 가벼운 절대자유의 무심(無心)이나 허무의 경지를 노니는 절대극도의 마음만을 실어 나를 수 있는거야."

    은성의 대답은 쉬이 이해되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은성의 깨달음의 경지가 매우 높음을 알고 있는 검후였 기에 머릿속에 각인시켜 두는 것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다. 포달랍궁의 궁주인 달뢰라마 조차도 몇 마디 선문 답(禪問答)에 은성을 스승으로 모셨을 정도로 은성의 정신세계가 높고도 깊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천문은 무림맹에서 한시진 이내의 거리에 있었다. 성도의 유명한 번화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작은 산중 에 큰 절벽을 등진 채 건물 몇 채가 아담하니 지어져 있는 것이다.

    사방을 둘러보던 은성은 비천문이 위치한 지형이 매우 기묘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은 산이었지만 옆으로는 아침 이슬같이 맑은 옥수가 흐르고 있었으며 산의 지기가 고요하면서도 굳건하여 신록이 우거지고 거목이 눈에 많이 띄였다. 기화영초가 뿌리를 온건히 둘 수 있는 영지(靈地)였던 것이다.

    일각만 나서면 도심에 닿을 수 있었지만 들어오는 입구는 단 한곳 뿐이었다. 하지만 빠져 나갈 수 있는 출구 는 몇군데나 있었다. 그리고 수련하며 마음을 닦을 수 있는 요지는 도처에 널려 있었다.

    비천문의 대문에 이르러 검후가 입구에 있는 작은 동종을 울리고 있을 때 은성은 말고삐를 손에 쥔채로 대문 의 틀을 이루고 있는 매끄러운 바위에 시선을 고정시켜 놓고 있었다. 작은 바위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어 붙인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석면(石面)으로 보아 정으로 쪼아 다듬은 것도 아니었다. 검이나 도로 일수 에 잘라 버린 것 같았다. 이만한 크기의 바위에 이처럼 매끄러운 단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고수들 은 꿈도 꾸지 못할 경지에 이르러야만 하였다. 검강이나 도강을 펼쳐야만 이처럼 매끄러운 석면을 만들 수 있 는 것이다. 게다가 바위의 크기로 본다면 검강의 길이도 일장은 넘어야 하고 바위내부의 사각을 이루는 부분 이 자로 잰 듯이 한치의 흠집도 없이 잘라진 것으로 보아 내기의 조절도 천인의 경지에 달한 사람의 작품이었 다.

    문 위쪽 바위에 음각된 비천문이란 글씨체를 보면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세글자 뿐이지만 심오한 무 공의 이치가 적나라하게 숨겨져 있어 자세히 보면 현기조차 일렁이고 있었다.

    '삐이걱'

    만든지 오래 되어 보이지 않는 대문이 빼꼼이 열려지고 머리하나가 불쑥 나타났다. 오십여 중반은 먹었음직한 사람이었다. 기웃거리며 찾아온 손님의 정체를 확인하던 중늙은이는 검후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키더니 잠시 후 환한 웃음과 함께 대문을 활짝 열어 제꼈다.

    "아니! 아가씨 아니십니까? 이렇게 소식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시다니 하마터면 몰라뵐뻔 하였습니다."

    중늙은이는 호들갑을 떨더니 사람을 불러 은성과 검후가 손에 쥔 말고삐를 넘겨받아 마굿간에 데려가라고 시 켰다.

    "호호! 집사님이 몰라보시면 서운했을 거예요."

    세살때 보타문에 입문한 후에는 단 한번밖에 비천문을 들르지 못한 검후였다. 그것도 면사를 쓰고 있었으니 집사가 검후를 알아본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검후야 집사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허허, 아가씨 얼굴이 마님과 똑같아서 간신히 알아본 것입니다. 어렸을때 이후로 한번도 못 뵈었잖습니까?"

    집사가 검후의 얼굴을 바라보며 장난스런 눈짓으로 은성을 흘낏 바라보자 검후가 얼굴을 붉히더니 살짝 고개 를 끄덕이었다.

    "아가씨, 비천문의 대문은 낮에는 항상 열려 있답니다. 그냥 밀고 들어오셔도 될 것인데 동종을 울리셨군요. 오래간만에 들리는 동종소리라 제가 직접 나왔습니다. 어쨌든 덕분에 아가씨를 제가 제일 먼저 뵙게 되었군요. 안에 기별을 올리겠습니다."

    사천성으로 이사한 후 처음 찾아온 검후를 한시라도 빨리 부모님과 상봉시키기 위해서인지 집사가 서두르고 있는 것 같았다.

    "집사님, 그러시지 마세요. 제가 직접 찾아 뵙고 놀래켜 주고 싶어요. 아버님과 어머님은 어디에 계시지요?"

    검후의 말을 듣고 보니 그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았다. 오래만에 환한 웃음을 지을 문주님과 마님을 생각하자 집사의 늙은 가슴까지도 훈훈해져 왔다.

    "문주님은 비천전(飛天殿)에서 무공 지도를 하시고 계십니다. 그리고 마님은 내실에 계시고요."

    "알았어요. 제가 비천전에 들러 아버님을 모시고 내실로 갈께요. 대신 집사님은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음식 준비 좀 해 주세요."

    귀한 손님이라고 말을 하며 또 다시 얼굴을 붉히는 검후였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보타문의 검후 신분이 아닌 비천문의 여식 신분으로서 이 자리에 와 있는 것이다.

    비천문의 전통에 의해 면사를 벗게 해준 단 한명의 남자를 대동하고 부모님과 상견례를 하는 날이었던 것이다.

    검후를 따라 비천전에 가까이 가던 은성은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아마도 지금은 실습 시간이 아닌 무공 강연 시간인 것 같았다.

    "문주님, 무극(無極)이 태극(太極)으로 변화되었다고 하시는데 그럼 태극에서 다시 무극으로 복원될 수는 있 는지요?"

    은성이 듣기에도 매우 심원(深遠)적인 질문이었다. 듣고 보니 질문의 답이 또한 매우 궁금하기도 하였다.

    "허허, 운칠아! 너의 정신이 산만하여 내공 수련이 더딘 것 하고 그 질문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

    중후한 음성이었다. 아마도 문주라 불리는 분의 목소리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제 내공 수련이 더딘 것은 이상하게도 제가 운기하는 자리에는 음양의 기운이 혼탁하고 태극속에 음양이 갇혀 있는 듯... 아직도 태극이 덜 성숙되어 무극으로 남아있는.. 뭐 그렇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운칠이라는 비천문 제자는 임기 응변에 매우 능한 것 같았다. 하지만 비약이 너무 심했던지 엉터리로 설명하 며 말을 얼버무리고 있었다.

    "쯧쯧 양기가 전부 혀로 물린 것 같구나. 내 몇 번이나 말했더냐. 정(情)이 실해야 기(氣)를 축적할 수가 있 고 기(氣)가 축적되면 신(神)이 발달된다고. 정이 실하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더냐?"

    "예, 음심(淫心)을 멀리하고 바르게 생각하며 육신을 튼튼히 해야 합니다."

    운칠이라 불리는 제자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맞다. 도근이의 말처럼 정신과 육체가 건전하고 건강해야지만 정신 집중이 잘 될 수 있는 것이다. 운기 행공 의 요지는 호홉을 극복하면서 호홉속에 간직된 기(氣)를 취하는데에 있다. 그런데 운칠이 너는 호홉을 극복할 수 없기에 내공 수련시 성취가 적었던 것이다."

    "문주님 말씀으로는 우리 비천문의 무공은 호홉에 의한 내기의 축적보다는 명상을 통한 자성 성찰이 더욱 중 요하다고 하셨잖아요. 명상이 깊어지고 마음이 개발되면 호홉은 그냥 부수적으로 따라오고 내공도 알아서 축 적된다고 하셨으면서..."

    운칠이라는 제자는 십대 초반인 것 같았다. 문주에게 말하는 데에도 어리광까지 섞여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문주는 어린 제자의 투덜거림 하나까지 자상하게 받아 주고 있었다.

    "명상을 잘하기 위해서는 호홉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명상은 호홉 때문에 단절되는데 수련하여 호홉을 고 르게 하지 않으면 집중하는 것은 실로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몸을 가장 편한 기분으로 유지시키면서 온화 하고 은은하면서 심도있는 자연스러운 호홉을 하여야 만이 고요지심에 들 수 있고 그 다음에야 자성 성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쨋든 호홉을 다스리라는 말씀이시네요. 호홉을 잘 다스리려면 여자를 멀리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은데... 헤어지자고 하면 펄쩍 뛸 것인데 큰일이네...!?"

    운칠의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검후가 비천전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어졌다. 무공 수련 중에는 문을 열고 들어 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급한 용무가 있을 때에는 후문을 이용했다.

    "아버지!"

    비천전 내에서 십여세에서 이십여세까지 오십여명을 앉혀놓고 무공 강연을 하던 아버지를 발견한 검후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수련을 방해함이 실례가 된다는 것을 모를리 없는 검후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그리운 목소 리를 듣고서 그냥 지나쳐 갈 수가 없었다. 한 문파의 장문인으로써 강호를 쩌렁쩌렁 위진하는 검후였지만 내 심 부정(父情)에 목말라 있는 여린 소녀였던 것이다.

    검후를 발견한 비천문주의 안색이 환히 밝아졌다. 기쁨과 반가움에 어쩔줄 몰라하는 기색이었다. 급히 나이든 제자에게 무공 실습을 지도하라 이르고는 검후와 함께 비천전을 나섰다.

    비천전의 문밖으로 수많은 머리통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선녀같은 검후의 얼굴을 보기 위한 머리들이었다.

    문주에게 딸이 있었다는 말은 금시초문인 제자들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니... 삐져 나오 려는 머리통들로 비천전의 문짝이 삐걱거리기 시작하였다. 그중에는 이제 십이세 밖에 안된 운칠의 머리통도 끼여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해동에서 온 이은성이라고 합니다."

    비천전 밖에서 검후와 비천문주인 분광검 고검성을 맞은 은성이 공손한 자세로 비천문주에게 인사를 올렸다.

    검후가 얼굴을 가린 면사를 풀었음을 보고서 은성이 검후가 선택한 남자임을 짐작할 수 있었던 비천문주였다.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책임질 수 있는지 은근히 시험해보고 싶어졌다.

    조금 유약하게 생긴 것을 제외하고는 건강해 보였고 인사하는 것으로 보아 예절 교육도 잘 받은 것 같았다.

    해동에서 왔다는 것이 조금은 마음에 걸렸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너무 여려 보인다는 점이었다. 검후의 신분으로 보아 영웅호걸의 기상을 지닌 호탕하고 무공도 고강한 무인(武人) 사위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무공을 익히지 않았는지 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문인(文人)같은 남자였던 것이 다.

    "만나서 반갑네. 은하 부친되는 사람일세."

    조금은 담담한 비천문주의 대답이었다.

    한달전에 방심하다가 조금 다친 이후로는 금제하고 있었던 내공을 모두 풀어놓고 지내는 비천문주였다. 왠만 한 사람은 보기만 하여도 무공 수위를 알아볼 수가 있었다. 내공을 갈무리할 정도의 고수라면 조금 다르지만 금제를 해제한 이후로는 내공을 갈무리한 고수도 어느 정도 추측은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검후는 예전에 비해 무공이 비약적으로 증가되어 있었다. 자신만은 못하지만 거의 근접해 가고 있는 것 같았 다. 하지만 장차 사위가 될지도 모를 은성은 아무리 보아도 무공을 익힌 흔적이 전무하였다. 옆에 보검을 차 고 있기는 하였지만 장식품인 것 같았다. 그래도 딸이 선택한 사람으로 다시 바꿀 수는 없는 일이었다.

    비천문의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대로라면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사위라 하여도 부모입장에서 거부할 수는 없었다. 딸이 한평생 독신으로 살기를 강요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자네, 무공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는가?"

    비천문의 가법상 사위에게는 비전무공을 가르칠 수 없는데도 비천문주의 애타는 부정은 가법이라도 변경하고 픈 심정이었다. 아니 꼭 자기가 가르치지 않더라도 소개시켜줄 무림명숙들은 많이 있었다. 무인의 가문에서 무공을 모르고 살아가기에는 너무 험하고 각박한 강호 정세이였다.

    "호호호!"

    그런데 아버지의 애타는 부정을 알지도 못한 채 검후가 웃음을 터트렸다.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원 없이 웃음을 터트린 검후가 비천문주에게 충격적인 말을 하였다.

    "아버지! 아버지보다 오라버니의 무공이 더 높을 거예요. 오라버니가 마교 권마황도 물리쳤어요."

    "뭐!"

    비천문주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검후와 은성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검후의 성격으로 보아 절 대로 허튼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비천문주가 은성을 바라보며 확인을 하였다.

    "딸애의 말이 사실인가?"

    은성의 입으로 직접 듣고픈 비천문주였다.

    "해동의 동방파에서 무공을 익혔습니다. 권마황을 이긴 것은 사실이지만 아..아버님 보다 무공이 높다는 것은 동생의 억측입니다. 정문에 남기신 검흔을 보니 비천문의 자부심이 깊숙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아버님께서 남 기신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은성이 비천문주에게 뭐라고 호칭할지 몰라 주저하다가 아버님이라고 호칭하자 옆에 있던 검후의 얼굴에 웃음 꽃이 활짝 피어났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듯한 행복한 미소였다.

    "허허허!"

    은성의 말을 듣더니 무엇이 그리 기쁜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린 비천문주가 은성에게 다가와 한 손으로 은성 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그래, 아버님이지. 아버님이고 말고."

    말을 하는 비천문주의 얼굴에는 안도감과 만족감이 가득하였다. 고양이인지 알았는데 용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어린 잠룡이 아닌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하늘을 웅비할 수 있는 여의주를 얻은 천룡을 잡아온 것이다.

    선대의 약속에 의해 비전돼 오는 경세신공을 노출시키지 못하였고 제자들에게까지 이류 무공밖에 전수해주지 못하는 신세였지만 남자의 혈관속에서 꿈틀거리는 영웅적인 웅심(雄心)조차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문의 숙명인 천년의 봉인에 따른 약속을 자신의 대에서 어길 수는 없었다. 그 모든 울분을 표출한 흔적이 정문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껏 그 흔적을 발견한 사람은 전무하였다. 최소한 자신 과 비슷한 정도의 무위를 가져야만 그 흔적을 알아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문에 남겨진 흔적을 발견하고 자 신에게 까지 무공을 익힌 흔적을 내비치지 않을 정도면 무위가 자신보다 아래는 아닌 것이다.

    권마황 정도는 자신있게 상대할 수 있는 초극고수인 것이다.

    내실에 들어 검후의 어머니를 본 은성은 집사의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둥그런 원탁에는 어느새 준비했는지 음식이 차려지고 있었다. 은성의 인사를 받은 검후의 모친은 따뜻하시고 온후하신 분이셨 다. 어려서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날 정도로 은성을 극진히 위해주고 챙겨 주었다.

    은성이 일찍이 어머님을 여의고 아버님조차 잃고서 현재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사부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서 는 은성에게 더 다정다감하게 대해 주셨다. 대화를 나누며 은성의 마음이 착하다는 것을 무엇보다도 기쁘게 생각하는 검후의 모친이셨다.

    비천문주는 대화 내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하룻밤 유하고 가라는 것을 검후가 무림맹의 사정이 급박함을 핑계로 간신히 무림맹으로 돌아왔지만 은성의 손끝에는 아직도 시간 날때마다 놀러 오라던 검후 모친의 따스한 손길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보타전에 도착하니 시간이 벌써 술시를 지나고 있었다. 보타전에서 검후와 차 한잔을 마신후 보무당으로 향하 는 은성의 한손에는 사숙님에게 드릴 차가 달랑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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