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정허무검-82화 (82/152)
  • ■ 제 82절 :

    삼공녀가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소협, 검이란 무엇인지요?"

    "..."

    은성은 삼공녀의 느닷없는 질문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부끄럽지도 않은지 눈빛을 마주친 후 계속해서 자신만을 바라보는 삼공녀의 시선에 부담감을 느끼던 은성이었 다. 시선을 돌려 애써 회피하였지만 삼공녀의 시선은 집요할 정도였다. 게다가 무엇 때문인지 자신에게 다가 오기까지 하였다. 시선을 계속 회피하기에도 멋쩍어 할수 없이 삼공녀의 옥용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전혀 의외 의 질문이 흘러나온 것이다.

    다행히 난처한 질문은 아닌 것이다. 게다가 예전부터 고민해 왔었으며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었던 질문이었다.

    "검(劍)은 친구(親舊)입니다."

    삼공녀는 은성의 대답을 듣자 미간을 찌푸렸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대답이었던 것이다.

    은성이 답한 의도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는 듯한 삼공녀를 바라보며 폭풍검 파검식이 실소를 터트렸다. 폭풍 검이 생각하는 사저는 무공광이었다. 어려서부터 숱한 기인들에게서 사랑과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 기인들의 성격과 가치관 그리고 무공의 깊이를 알아보기 위해 사저 스스로 개발한 방법이 바로 위 질문이었다.

    나이를 들어서도 가끔씩 써 먹는 질문이었지만 아무한테나 하는 질문은 아니었다. 사저보다도 무공이 심오하 다고 판단되는 고수들과 인간적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만 국한된 질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저의 질문 을 받았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무림맹내의 날고 뛰는 젊은 영재들 중에서 사저의 질문을 받은 사람 은 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단연컨대 사저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중에서는 질문을 받은 첫 번째 사람이 해동신룡일 것 같았다. 무림맹의 무수한 젊은이들이 사저의 질문에 대비하여 멋있고 왠지 심오해 보일듯한 말들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었다. 그런데 저런 유치한 대답이 나오다니...

    "왜, 친구라고 생각하시나요?"

    폭풍검이 보기에 사저는 괜한 질문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 어린 나이에 무엇을 안다고 그런 심오한 질문 을 한다는 말인가? 질문하는 요지(要旨)조차 파악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믿고 의지할 수 있으니 친구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감정(感情)은 동화(同化)되어지고 의지(意志)가 이어 졌으니 절친한 친구이지요."

    그런데 이어지는 은성의 대답은 폭풍검 파검식 조차 멋지다고 생각 되어질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감 정이 동화되어지고 의지가 이어진다'는 말이 절묘하였다. 무쇠 덩어리에 불과한 검과 의지가 이어졌다니 말장 난이었지만 멋진 말장난인 것이다.

    하지만 순진한 사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저 어린 녀석이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소리가 곧이곧 대로 들렸는지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의 용모이지만 차갑고 이지적인 성격을 지녀 냉혹 하다고까지 일컬어지는 사저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무림에 명성이 자자한 수많은 젊은 고수들의 열정과 구애 를 차가운 미소로 거부하였던 사저였다. 그래서 명호조차 설화(雪花)인 것이다.

    사저보다도 서너살은 어려 보이는 해동의 촌뜨기가 멋있는 답변 한번 했다고 얼굴에 서린 냉기를 거두다니...

    은근히 사저를 연모하던 파검식이 짜증이 났는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검후에게 외쳤다.

    "검후님, 며칠전에 하셨던 약속 기억하실 것입니다. 한수 지도 받기를 원합니다."

    지도 받기를 원하는 공손한 억양은 아니었다. 이미 약속한 사항이고 지금은 약속을 연기할 정도로 중요한 일 도 없었다. 그리고 한 문파의 장문인으로써 들어오는 도전을 거부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오늘 비무는 고은하와 파검식의 비무가 결코 아니었다. 무림맹내에서 보타문의 장문인 검후와 무림맹주의 제 자간에 벌이는 비무인 것이다. 이기면 당연한 것이고 지면 보타문의 명성에 먹칠을 할 수도 있는 부담스런 비 무를 앞둔 검후가 입술을 깨물며 결의를 다졌다.

    "좋아요, 이곳도 자리가 넓으니 굳이 멀리 갈 필요는 없겠지요?"

    보타전의 뜰은 상당히 넓은 공터를 가지고 있었다. 고수들간의 대결이니 조금은 좁은 느낌도 들지만 그렇다고 부족하달 수도 없는 넓이였다. 파검식의 표정도 어느새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좀전의 흥분된 듯한 기색은 모두 사라지고 냉철하고 굳은 눈빛을 발하고 있었다.

    "며칠전에는 내공만을 겨루어 제가 조금 손해를 보았지만 오늘은 초식을 사용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 니다. 보타문의 무공도 강호일절이지만 삼성검문(三星劍門)의 무공은 천외천(天外天)이라 불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삼성검문을 언급하는 파검식은 자부심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자부심은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며칠전에 내공을 겨루다 패했다는 사실은 깡그리 잊어버린 것 같았다.

    "삼성검문의 무공이 절세적이다는 말은 인정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천외천의 무공이 있으면 무엇하나요. 나는 사공자가 삼성검문의 무공을 대성했다고 보지는 않아요. '무공(武功)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무인(武人)이 싸운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리고 우리 보타문의 무공도 삼성검문의 무공에 못지 않아요."

    무림수호지문(武林守護之門) 이라 일컬어지는 삼성검문의 이름 앞에서도 당당한 검후였다.

    검후의 손에는 어느새 빙검 여래혼이 들리어 있었다. 검날을 뽑아들지 않았는데도 차디찬 한광이 서리서리 피 어져 나오는 여래혼 때문인지 주변의 공기가 급속도로 냉각되어져 가기 시작하였다.

    "하하! 좋습니다. 보타문의 장문인이 보타문의 무공이 뒤진다고 인정할 수는 없겠지요. 그런데 오늘은 순수하 게 무공만을 겨루는 자리이니 목검으로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목검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진검 대결은 너무 살벌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적도 아닌데요."

    물론 사공자가 제시한 목검 대결은 서로의 안전을 감안하여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빙검 여래혼은 무림에서 알아주는 명검이었다. 자신이 가진 폭풍검도 예사검은 아니었지만 여래혼에 비할 바 는 아니었던 것이다. 보타전에 오기전 철저한 준비를 하였는지 어느새 사공자의 손에는 목검 두 개가 들려져 있었다.

    "좋아요."

    검후가 뒤에 선 동생 고일검에게 빙검 여래혼을 맡기고는 사공자의 손에서 목검 한자루를 받아 쥐었다. 나무 의 심재로 만들었는지 매우 단단한 목검이었다.

    목검을 받아 허공을 날카롭게 휘둘러본 검후가 서서히 목검을 가슴 높이로 끌어 올렸다. 가슴과 평행한 높이 였지만 검은 사선으로 앞으로 뻗어 있었다. 검날 위에는 검후의 왼손가락이 검결지를 짚은 채 사뿐히 올려져 있었다. 천녀유한(天女有恨)의 기수식이었다.

    검후가 부드러운 훈풍이 나부끼는 듯한 자세를 취한 반면 검후와 이장여 떨어진 파검식의 검세는 금새라도 폭 풍이 몰아칠 것 같았는데 한번 펼쳐지면 태산이라도 뒤집을 듯한 기세였다. 보타전의 너른 뜰안에 눈에 보이 지 않는 검세가 파도쳐 오자 은성과 고일검이 멀찍이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자 삼공녀도 은성을 따라 발걸음 을 내딛었다.

    선수(先手)는 파검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검기가 일렁이는 목검은 진검보다도 더 위력적이었다. 철검에 진기 를 주입하는 것보다는 조심스럽고 위력이 저하되지만 목검이라고 검기와 검강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 다. 목재의 단단한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고수들은 목재가 터져 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검기를 발휘할 수 가 있었다. 내공이 천인지경에 이르면 검강조차도 발휘할 수가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파르스름한 검기가 파검식이 휘두 른 목검을 한자 정도나 둘러싸고 있었다. 폭풍검 파검식의 검세는 한치의 틈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검후가 폭풍에 휘말린 작은 돛단배처럼 위태롭게 흔들거리자 고일검이 말아쥔 주먹에 힘줄이 돋아 나오도록 잔뜩 긴장하였다. 은은하게 뇌음을 발하는 파검식의 검날에 금새라도 검후가 피 를 토하며 나뒹굴 것처럼 아슬아슬하기 이를데 없었다.

    사공자의 검법은 청무원에서 검을 가르치는 검선생 보다도 훨씬 위력적인 것 같았다. 눈 깜박일 순간에 여덣 방위를 옮겨가며 하얀 경장을 입은 누나를 향해 독사같은 검날이 셀 수 없이 퍼부어지는데도 누나는 공격다운 공격 한번 하지 못한 채 위태롭게 피하고만 있었다.

    하지만 고일검에 비해 은성의 눈빛은 차분하기 이를데 없었다. 검후의 숨결이 미세하니 안정되었으며 위태롭 게 몸을 피하고 있었지만 지금껏 검후의 몸으로 한치이상 다가선 검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은성도 침착하게 삼성검문의 초식을 눈 여겨 기억하고 있었다. 과연 자랑할만한 검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파검식의 검법이 변화 되어졌다. 검세가 잔인하고 독랄해져 갔던 것이다. 괴이하고 신랄한 검초속에는 생각지 도 못한 변초가 독사의 혓바닥 마냥 튀어나왔고 어떠한 초식은 방어를 배재시킨 채 공격일변도의 잔인하고 살 벌한 초식조차 있었다. 위태로움이 한층 더해졌지만 여유로움을 잃지 않은채 침착하니 대적하던 검후가 몇 번 위험한 고비를 넘긴 후 부터는 검후의 목검과 파검식의 목검이 부딪히는 일이 잦아졌다.

    검세를 변화시킨 보람도 없이 비무가 시작된지 일각이 넘어서자 파검식이 밀리기 시작하였다. 처음에 폭풍검 법을 시전할 때에는 여유롭게 방어는 하였지만 검법상의 허점이 쉬이 눈에 띄지 않아 공격할 수가 없었지만 파검식이 폭풍검법에 마교와 사파의 검법을 가미하여 만든 초식을 펼쳐내자 위험하였지만 미세한 허점이 노출 되어 공격이 가능하였던 것이다.

    천재적인 자질로 기존 폭풍검법보다 몇배는 강한 무공을 창안하였다고 자랑스러워 하던 검법이 절세고수와의 대결에서는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소매가 잘리 우고 가벼운 검상으로 가슴에 핏줄기까지 내비치자 파 검식이 검세를 또 다시 변화시켰다. 목검에 주입하는 진기를 줄이고 목검의 속도를 증가시켰던 것이다. 같은 폭풍검법이었지만 처음에 펼쳤던 검법과는 또 다른 변화를 주고 있었다. 목검의 잔영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휘둘러지며 파검식의 신형도 흐릿한 잔영만을 남길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파검식은 검법을 또 다시 변화 시켜야만 하였다. 검후의 신법과 목검의 속도가 자신보다 늦은 것 같았는데도 이상하게 검후의 목검이 항상 공격의 길목을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검후에게 빗겨맞은 자신의 목검에 큰 상처를 입을 뻔한 위기를 간신히 넘기면서 파검식은 목검에 주입하는 진 기의 양을 늘리었다. 연이어 검후에게 당하자 조급함이 어리어졌던 눈빛도 다시금 차갑게 가라 앉혔다.

    폭풍검법 후미에 기재된 초식을 펼치려 함이었다. 폭풍검법은 이렇게 쉽게 무너져서는 안되는 검법이었다. 비 록 폭풍검법을 창시한 고수가 삼성검문에 끊임없이 도전하다가 삼성검법을 넘어설 수 없음을 자탄하며 끝내 삼성검문에 검보를 넘기고 자살하였지만 삼성검문에서 제자들에게 전수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고강함이 인정된 검법이었던 것이다.

    문득 폭풍검법은 검초로써 검의를 삼지 말고 검세로써 검의를 삼아야 한다는 검결이 떠올랐다.

    파검식이 자세를 달리하자 검후의 눈빛에도 잔뜩 신중함이 어리어졌다. 파검식의 기세가 너무나 변화되어 있 었기 때문이다. 폭풍이 몰아칠듯한 해일같은 기세였지만 처음과 달리 이면에 고요함과 진중함이 담겨져 있었 다. 목검을 휘두르지 않았는데도 폭풍같은 기세가 서서히 전신을 옭죄어 오자 검후도 진기를 가중시키며 압박 해오는 검세를 하나하나 풀어 나가기 시작하였다.

    천녀유한의 검의에 따라 성급함과 억지가 배재된 물 흐르듯이 유연한 대처였다. 강하면 휘어지고 막히면 돌아 가는 절대 자유를 표방한 무변으로 이어지는 자연검로가 서서히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검후와 사공자의 비무를 지켜보던 은성은 이상한 예감에 신경이 집중되어져 있었다. 설명하기 힘든 묘한 느낌이 보타전 전역을 내리누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무시할 정도로 너무나 미약하게 다가서 던 느낌이 사공자가 폭풍검법을 괴이하고 악랄하게 변화시켜 펼쳐내기 시작하면서는 갑자기 강해지기 시작 하 였다. 누군가 기분 나쁘게 지켜 보는 듯한 또는 죽음의 저주가 내려지는 듯한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하지만 심안을 발휘하여도 그 원인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못내 불안해진 은성이 선채로 심기(心氣)를 집중하 기 시작하였다. 잠시후 은성의 이마 한가운데에 투명한 기운이 어리는가 싶더니 사방으로 퍼져 나가 순식간에 보타전 전역을 탐색하였다. 그리고 불안함의 원인이 심기에 의해 발휘된 심안에 포착되어졌다.

    희미한 기운들이 발견된 것이다. 일반적인 기운들은 아니었다. 진기도 아니었고 형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은성은 희미한 기운들이 세가지라는 것과 그 중 한가지는 무척이나 사악하며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 으로 알 수가 있었다. 한가지는 위험하지만 사악하지는 않았으며 다른 한가지는 사악하지도 위험하지도 않은 선한 기운이었다.

    그러나 사악하면서도 위험한 기운이 가장 강하였다. 세가지 기운은 분명히 존재하였지만 위치는커녕 그 방향 성조차 모호하였다. 세가지 기운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마음을 나누어 검후와 사공자 의 대결을 눈 한번 깜박이지 않은 채 주시하고 있는 은성이었다.

    중검의 묘리가 가미되어 몇 배나 위력적인 폭풍검법이라 하여도 공지대사의 내공을 물려 받은 후 비약적으로 발전된 천녀유한의 검도를 뛰어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았다. 짧게 내리 끊는 폭풍검 파검식의 목검에서는 한 초식속에 팔방이 제압되고 내리치기도 전에 이미 태산같은 검세로 상대방을 제압해 놓고 있었지만 나비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듯 자유롭게 비산하고자 하는 검후의 검의를 완벽히 제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컥..."

    부드럽게 살랑이는 검후의 목검에 직접 타격을 받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파검식은 이장여나 뒷걸음질치며 주 르륵 밀려났다. 더 이상 비무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받은 것 같았다. 손에든 목검조차 땅에 떨구었 던 것이다. 비무는 검후의 완벽한 승리로 끝이 났다. 그런데 검후가 천녀유한의 검법 중에서도 상승검도를 발 휘하여 사공자를 패퇴시키는 순간에 은성도 희미하게 포착된 기운들의 출처를 알 수 있었다.

    세가지 기운은 한 방향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중 사악한 기운이 검후의 상승검도에 움찔한 듯 기세를 높 였기 때문이다. 검후가 승리한 후 일시에 사라져 버린 기묘한 기운들은 천추영웅전의 꼭대기층에서 흘러 나오 고 있었다. 햇살에 눈부신 빛을 발하고 있는 천추영웅전의 거대한 전각을 잠시 응시하던 은성이 발걸음을 옮 겨 검후에게로 다가갔다.

    삼공녀는 벌써 사공자를 부축하고 있었다. 내상을 조금 입었겠지만 무림맹의 약수원(藥水院)이라면 며칠 안돼 전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심기를 발휘하여 검후를 살펴본 후 별다른 상처가 눈에 보이지 않자 은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검후가 유리하다고 판단되었지만 내심 조마조마한 은성의 심정이었다. 아차하는 실 수 한번이면 천추의 한을 남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삼공녀는 비무도중 검후의 실력에 매우 놀란듯한 기색이었다. 무검지도(無劍之道)에 든 무상이 극찬을 할 때 부터 보통이 아닐 것으로 판단하였지만 설마 이 정도일줄은 몰랐던 것이다. 사공자를 부축하여 보타전을 떠나 는 삼공녀가 잠시 시선을 뒤로 돌리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검후를 바라보며 복수의 눈빛을 빛낼 것으로 생각되어졌는데 뜻밖에도 삼공녀가 바 라보는 시선은 은성의 얼굴위로 향해 있었다. 그 시선 속에는 한점 아쉬움조차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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